제1독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난 사람으로서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6,12-18
형제 여러분, 12 죄가 여러분의 죽을 몸을 지배하여
여러분이 그 욕망에 순종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13 그리고 여러분의 지체를 불의의 도구로 죄에 넘기지 마십시오.
오히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난 사람으로서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고,
자기 지체를 의로움의 도구로 하느님께 바치십시오.
14 죄가 여러분 위에 군림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율법 아래 있지 않고 은총 아래 있습니다.
15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이라고 말해야 합니까?
우리가 율법 아래 있지 않고 은총 아래 있으니 죄를 지어도 좋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16 여러분이 어떤 사람에게 자신을 종으로 넘겨 순종하면
여러분이 순종하는 그 사람의 종이라는 사실을 모릅니까?
여러분은 죽음으로 이끄는 죄의 종이 되거나
의로움으로 이끄는 순종의 종이 되거나 하는 것입니다.
17 그러나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여러분이 전에는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는 여러분이 전해 받은 표준 가르침에 마음으로부터 순종하게 되었습니다.
18 여러분은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39-4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41 베드로가, “주님, 이 비유를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42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43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44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45 그러나 만일 그 종이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게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46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47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48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모르고서 매 맞을 짓을 한 종은 적게 맞을 것이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순례 두 번째 날에는 ‘정난주(명연) 마리아 묘’와 ‘용수성지’를 순례하였습니다. 신앙 때문에 남편 황사영 알렉산델은 순교하였고, 정난주 마리아는 제주도에 관노로 유배 갔고, 2살 아들은 추자도에서 생이별하였습니다. 정난주 마리아의 생애를 묵상하면서 저의 고향도 생각났습니다. 저는 1963년 4월 15일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 376번지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태어난 이유는 5대조 할아버지께서 신앙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깊은 산골로 피난 가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1991년 8월 23일 사제서품을 받고 제가 태어났던 고향으로 가서 첫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교우촌에서 지내는 많은 분들이 미사에 함께 해 주었고, 저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비록 관노의 신세였지만 정난주 마리아는 신앙 안에서 충실하게 살았고, 고인이 되었을 때도 고인을 존경하던 마을 사람들이 묘소를 잘 돌보았습니다. 지금 고인의 무덤은 많은 신앙인들이 찾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도, 2살 아들과의 생이별도, 평생의 관노생활도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사랑을 떼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용수성지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탔던 배가 상해를 출발해서 제물포로 가려했는데 도중에 태풍을 만나 갖은 고초를 겪은 후에 제주도 용수포구에 도착했던 곳입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선원들은 용수포구에서 미사를 봉헌하였고, 배를 수리한 후에 다시금 출발하여 나바위 성지에 도착하여 무사히 조선에서의 사목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용수성지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있습니다. 기념관에서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생애를 볼 수 있고, 제주 교구의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제주 교구에서는 고증을 고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타고 왔던 ‘라파엘 호’를 복원하였습니다. 신부님의 생애를 묵상하면서 라파엘 호에 승선한 사람들이 직접 배를 몰고 제주 앞바다를 나갔는데 평온한 날에도 멀미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건장한 사람들이 하루도 못 견디는 배 위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5개월 넘게 지냈다고 합니다. 순례에 함께한 분들 앞에도 심한 파도처럼 삶이 장애물이 있습니다. 물론 제게도 장애물이 있습니다. 순례자들과 저는 ‘라파엘 호’에 잠시 머물면서 우리가 장애물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전구를 청하였습니다.
요즘 우리는 제1독서에서 ‘로마서’를 읽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일관되게 말씀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은 율법과 기득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며 신앙은 하느님을 믿는 의로움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율법과 기득권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하느님의 선물을 어떻게 보내는지 생각하며, 문득 예전에 어느 식당에서 읽었던 글을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힘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읽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지혜의 샘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신이 부여한 특권입니다. 웃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주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이기적 이기엔 우리의 하루가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지상 최대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생각하고, 읽고, 사랑하고, 웃고, 나누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