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들고양이와 들쥐는 상생관계가 아니였는데
들고양이와 들쥐는 태초에 상생관계가 아니고
먹이사슬이였는데
야밤에
들고양이 집성촌의 금고에
들쥐들이 몰래 들어갔다
향기로운 돈 냄새에 코끝이 짠한 쥐들은
들고양이의 돈 가리에서 돈을 훔쳐온다
훔쳐온 돈으로
황홀한 도시의 밤거리에서
네온사인 반짝이는 옷도 사 입고
빠른 음악에 춤도 추며
플라스틱에 든 음료수도
불안한 마음이지만
사먹는 재미로 살아간다
돈 떨어진 들쥐들은
다시 들고양이 집성촌에 들어가
돈을 훔치려하는데
이번에는 돈맛이 아니고
곰팡이 냄새가 난다
들쥐들이
들고양이 돈 가리에서
곰팡이 피는 돈을 훔치는 순간
돈 가리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 돈은 빚내서 빚잔치하려는 돈이였다
곰팡이 피도록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들고양이들은 곰팡이 피도록 많은 돈이 있으니
마음대로 쓰라고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빚은 태산이지만
들고양이들의 삶의 무대
우리가 차지하고 있으니
속은 비어있어도 돈은 충분하다며
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마음대로 훔쳐가도록 놓아두었던 것이다
오시랖 넓은 들고양이들의 넓은 아량에
곰팡이 피는 돈 훔쳐 온 들쥐들
병들어 시들고
들쥐들이 버린
지구촌의 플라스틱 폐품은
산처럼 쌓여간다
쥐들의 습성화된 입들
구성진
슬픈 사랑의 말로 궁시렁대고
음악은 처량하게 느려지며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들쥐들의 멍한 눈은 빛을 잃어가고
네온사인의 빛도 점점 히미해져간다
문이 열려 있어도 갈 곳 찾지 못 한다
덫에 걸린 들쥐들은
들고양이 먹이사슬이 되어
그들의 손끝에서
장렬한 죽엄의 줄서기를 자처하고 있다
쥐들의 피나는 삶의 전쟁이 시작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왜 이런 줄 몰랐을까
이렇게 될 때까지 눈감고 있었을까
대책 없는 들쥐들의 변명과 갈등
아우성이 시작 된다
하늘은 맑고 파랗다
그러나 들쥐들의 눈에는
하늘이 노랗게 다가오고 있다
그들이 돌아갈 쥐구멍도 못 찾으니
어쩌나
모든 연극 영화는
해피엔딩이었는데
우리들은
뭐야
하늘보고 땅 보고
들쥐들은
장탄식만 쏟아 놓는다
시인 수필가 / 유 재흥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들고양이와 들쥐는 상생관계가 아니였는데
현법
추천 0
조회 259
22.01.04 02:31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