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다노 브루노(1548~1600)
천재중 천재
교회의 권위 부정
경계를 허무는 지성
종교재판으로 떠돌이 생활
경이로운 기억력 마법사로 오인
깊은 눈매와 잘생긴 얼굴
끝없는 추적과 쫓고 쫓기는 자
1600년경 로마 캄포 데 피오리광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금은 장이서고 활력이 넘치고 온갖 먹거리가 진열되어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400년 전 그 자리에선 시민들이 모여 화형식을 구경했다. 수십 년 만의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알몸의 남자가 재갈을 입에 물린 채 화형을 당했다. 그는 누구일까?
조르다노 브루노(1548~1600)라는 수도승이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바라만 봐도 좋다. 그냥 좋다. 자로 그은듯한 비율의 얼굴은 눈길을 머물게 한다. 난 요즘아이들 말로 남미새( 남자에 미친 새끼)이다. 집념과 비운의 기운도 멋지다. 천재 중의 천재인 지성의 날카로움도 얼굴에 배어있다.
수도원의 수많은 책들은 그의 스승이 되었으며 그의 천재성은 그를 관념의 성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 그는 방대한 책들을 읽고 난 후에 과감하게 수도원을 박차고 나온다. 모든 것을 버리고 방랑길에 나섰다. 쫒고 쫒기는 자들의 치열함이 계속되었다. 나도 쫒기고 병동에 감금되었다. 코로나 372번!! 남들보다 먼저 코로나에 걸린 자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걸 왜 거기에 비유하냐고 하겠지만,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것이다.
예수는 신의 아들이 아닌 사람의 아들이며, 마리아 혼자서 임신을 했다는 건 헛소리라고 떠든다. 중세나 지금이나 사상과 발상의 전환은 밉상이기 쉽다. 많은 성직자들과 교황까지 나서서 그를 만류한다. 이혼수속도 아니고 40일간의 유예기간을 여러 번 주었다. 그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 수차례의 설득에도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
천동설의 부정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예나 지금이나 기성세대들은 자신과 성향이 다르면 물어뜯기 시작한다. 교황들은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를 로마의 골칫거리로 여겼다. 브루노는 화형 당하는 게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세상이 두려워한 그의 입엔 재갈이 채워졌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워서 한 인간의 입에 자물쇠를 채운단 말인가?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다 알고 있는 지동설을 발설한 죄는 그를 화형으로 몰고 갔다. 그의 죽음은 기독교에 오명을 남기게 된다. 어떤 이도 그의 신념을 꺾지 못했고 그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기름 먹은 장작은 그를 태웠고 수많은 언론 매체들은 나를 태웠다. 그는 나고 나는 그다. 시대를 넘나들며 같은 처지에 놓이면 서로를 알아본다. 차라리 나도 화형대에 섰더라면 시대를 넘어 누군가의 기억에서라도 부활할 텐데.. 난 아무것도 되지못했다. 한번 망가진 삶은 되돌리기는 너무 어렵고 때론 불가능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 그가 다 하고 갔다. 1600년대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와 다른 인물이다. 그는 현실과의 타협을 완강히 거부했다. 바른말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밉상이다. 그래도 난 신념으로 인해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줄 아는 명분의 남자가 좋다.
브루노의 넘치는 천재성은 시대를 초월했다. 가지를 친 곳에서 더 크고 아름다운 가지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의 죽음으로 수많은 잠자는 지성들이 기지개를 켠다.
언론사와 방송국 전 국민의 손가락질을 당했던 코로나 초기 확진자였던 난 억울함과 속박으로부터 견디고 또 견뎌야 했다. 난 코로나계의 희생자이다. 코로나 왕관을 가시면류관 대신에 받아 썼다. 그는 과학계의 예수였다. 난 무엇이 될까? 내가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아 달라고 했으면 난 코로나계의 예수일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는 입장을 죽을 때까지 고수했다. 천재를 세상은 알아보지 못했다. 화형직전 그는 외쳤다.
"지금 화형식 앞에서 떨고 있는 자는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들이요."
새로운 사상은 언제나 거부당해 왔다. 그는 하고 싶은 말 다하고 갔다.그는 우주에는 중심이 없으면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했다. 난 코로나엔 가해자가 없으며 피해자만 있다고 소리쳤다. 그는 교회로부터 쫓기고 또 쫓겼으며 난 교육청으로 부터 온갖 질타와 쫓기는 몸이 되었다. 그가 탄 자리에 동상이 세워졌고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A BRUNO – IL SECOLO DA LUI DIVINATO – QUI DOVE IL ROGO ARSE ("브루노에게 – 그가 예견한 시대로부터 – 불길이 타올랐던 여기 이 자리에서")
내가 서있는 이 자리에서 불꽃이 타오르길! 난 한해살이 풀로 시들어 가지만 코로나는 개명을 거듭하면서 윤회하리라.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이 바뀌지 않으면 마녀사냥 또한 돌고 돌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난 오늘도 공부를 한다.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