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석달만의 대면면회 허용, 엄마를 뵙고...
2022년 10월 26일 수요일
음력 壬寅年 시월 초이튿날
이른 아침은 여전히 춥다.
영하 4도, 지붕을 비롯한 사방에 하얀 서리...
가을이라기 보다는 겨울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더 어울리는 산골의 아침을 맞는다.
이제 시월도 하순으로 접어든다.
차가워지는 날씨에 괜시리 마음이 바쁘다.
텅빈 밭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가을 채소,
연일 내리는 된서리와 영하의 이른 추위에
혹시나 얼까봐 매일 보온에 신경을 쓴다.
아무래도 이번주엔 김장을 해야하지 않을까?
어제는 아내와 함께 원주에 다녀왔다.
병원에 장기입원을 하고 계신 엄마(장모님)의
대면면회가 허용되어 부랴부랴 다녀온 것이다.
지난 7월에 뵙고 코로나19 재창궐로 인하여
그동안 대면면회가 불가능하여 마음을 졸였다.
석달만에 대면면회가 허용된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 가족들 모두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자나깨나 엄마 생각에 모두가 노심초사를 했다.
가까이 사는 우리가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하루에 딱 한번 면회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단 한번 대면면회가 가능하다고 하며
전화로 사전에 예약하면 그 다음날 된다고 했다.
어제는 아침에 전화를 했는데 당일 오후 3시에
면회가 가능하다고 하여 바로 간다고 예약했다.
기다리기도 그렇고 다른 볼일도 있어 아예 일찍
아내와 함께 산골집을 나섰다. 정오도 안되어...
이상하게도 하도 이번 면회는 꽤 많이 궁금하고
엄마를 뵙기전에 우리부부는 걱정도 많이 했다.
그동안 수시로 병원에 전화를 하여 엄마 상태를
확인하곤 했지만 우리 눈으로 보기전에는 늘상
안심이 되지않았다. 면회가 안되는 석달동안은
허구허날 엄마 생각에 가슴을 억누르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가슴속에 엄청 무겁고 엄청 커다란
돌덩어리 하나가 얹혀있는 그런 것 처럼 마음이
무거웠던 석달간의 나날은 "혹시 엄마가 우리를
몰라보시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초조했다.
병원에 도착하여 미리 준비하여 간 자가키트로
검사를 하고나서 음성이라는 판정을 받은 후에
면회가 허락되었다. 3층 병실로 들어가기전에
요양보호사에게 아내가 우리 엄마 좀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다른 것은 괜찮은데 늘상 주무신다고
하셔서 우리는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눈을 감고 주무시고 있어
아내가 "엄마! 우리 왔어! 눈 좀 떠봐!"라고 하며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살며시 눈을 뜨면서 우릴
쳐다보셨다. 아내가 "우리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했더니 "큰이서방~", 다시 아내가 "나는?"했더니
"큰딸~"이라고 들릴듯 말듯 아주 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셨다. 그때서야 우리는 안심이 되었는지
그냥 저절로 안도의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아내는 연신 엄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계속하여
"그동안 우리 많이 보고싶었지? 코로나19 때문에
못왔어! 우리도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어! 이제는
면회가 되니까 자주 올께! 이제 동생들도 올거야!"
그 말에 엄마도 말씀은 안하셨지만 흐뭇해 하시는
눈치였다. 아내는 연신 엄마에게 둘째네가 다시
왔다는 이야기며, 막내네는 사과 수확철이라서
많이 바쁘지만 사과농사가 잘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도 도와주러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그 사이 촌부는 엄마의 손을 꼬옥 붙잡고
아우들, 아이들에게 보여줄 사진 몇 장과 동영상을
찍었다. 아내가 "그동안 누가 제일 보고싶었어?"
라고 했더니 "전부 다~"라고 하셔서 "더 보고싶은
사람 있었어?" 했더니 "너희들~"이라고 하셨다.
아내가 또 물었다. "아버지는?"라고 했더니 누워
계신 상태로 고개를 저어셔서 우린 함께 웃었다.
그렇게 엄마를 뵙고 돌아서려니까 발걸음이 떨어
지지를 않아 한참을 서있었다. 아내가 엄마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드리고 엄마 이마에 입을 맞추고
촌부도 엄마의 손을 꼬옥 붙잡아드리고 나왔다.
아내도, 촌부도 얼굴을 타고 주루룩 흐른 눈물을
훔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우리 가족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총기가 있으시고
어눌하시지만 말씀도 하시고 그 무엇보다 우리를
알아보시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병원을 나서며
주체할 수 없는 안도감과 안타까움, 안스러움에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아내도, 촌부도...
아우들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고 그나마 걱정을
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원주에서 집필실 겸 문학인들 사랑방 겸 작은
동네 책방, '이서책방'을 열고 계신 이서화 시인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기로 했다. 마음이 얼마나 따스한
분인지 모른다. 주부라서 그런지 아내와도 대화가
잘 통하시는 분이라서 아내도 시인님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따끈한 차를 마시면 짧은 시간이긴 해도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며, 부모자식에 관한 서로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나누었다. 늘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우리부부는 시인님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아내와 촌부가 서로 책 한 권씩을 골라
계산하려니까 극구 한 권 값만 받으시겠다고 하여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시인님의 따스한 마음을 받아
왔다. 그뿐인가? 언젠가 우리는 산골이라 신문지가
귀하다고 했더니 그동안 신문지를 모아놓으셨다며
한 박스나 주셨다. 세심하신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지금의 이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끈끈한 정을 나누면서 앞으로도 쭈욱 이어가자고
아내와 함께 다짐을 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암마라는 말속에
그리움과 사람이 듬뿍 뭍어납니다.
건강을 찾으시고 면회가 허용되는 날
하루빨리 돌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인연의 끈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촌부님
늘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동행하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