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발키리(Valkyrie), 2008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린 더 치열했다
감독: 브라이언 싱어/출연: 톰 크루즈
‘엑스맨’·‘슈퍼맨리턴스’연출한 감독
제작시간대 쪼개 긴장감 높여
전쟁영화론 드물게 스릴러 형식 취해
전쟁광(狂)은 아군뿐만 아니라 적군 내부에서조차 제거 대상이다. 전 세계는 물론
자국민도 살생·기아·폭력·공포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핵 개발 운운하며 우리를 포함해 서방 국가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도
여기에 해당한다.
反나치 독일 장교들의 히틀러 암살 기도 사건
인류 전쟁사를 통틀어 전쟁광 중의 전쟁광은 나치의 히틀러인 것 같다. 유대인 대량 학살로 악명이 높은 히틀러 역시 독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반(反)나치 독일 장교들의 제거 대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뜻있는 반나치 장교들은 무려 40회 이상 암살 시도를
했다. 1921년 독일 뮌헨의 맥줏집에서 히틀러를 향해 발사된 두 발의 총탄에서부터 1945년 군수장관 알베르트 슈페어가 베를린 벙커의
환기통으로 독가스를 주입하려 한 음모까지 히틀러는 통치 내내 암살의 표적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1944년 7월 20일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주도한 암살 기도 사건이다. 슈타우펜베르크는 집안이 백작 가문이고 그의 아버지는 프로이센 제국의 마지막
시종장이었다. 바른 성품과 탁월한 능력을 갖춘 그는 사건 당일 이 작전을 계획한 사령관 프리드리히 프롬 장군의 참모로서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
직접 ‘늑대굴’이라 불리는 히틀러의 작전사령부로 폭탄을 가지고 가는 주역을 맡았다.
전쟁 중 장애 얻은 대령의 실화 바탕으로 한 영화
이 실화를 영상에 옮긴 영화가 ‘작전명 발키리(Valkyrie)’다. ‘발키리’는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신의 딸들
이름이다. 영화는 주인공인 독일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톰 크루즈)의 동선에 따라 진행된다. 그는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폭탄을 맞아 오른팔과 왼쪽
손가락 2개를 절단하고, 눈 하나를 잃은 장애 군인. 군에서는 그에게 제대를 권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예비군 참모가 된다. 강직한 성품의
그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체가 히틀러라는 미치광이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뜻이 맞는 동료들과 손잡고 히틀러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히틀러 제거 방법을 놓고 고심하던 대령은 집에서 아이들이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발키리의
기행’을 틀어 놓고 전쟁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히틀러가 베를린이 비상사태에 빠지게 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비상작전
‘발키리’를 역이용해 히틀러를 암살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거사 당일인 1944년 7월 20일을 시간대별로 쪼개 보여준다. 부관과
함께 철통 같은 세 개의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 늑대굴로 들어간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도착하자마자 날씨가 더워 회의 장소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는다. 이때가 12시32분. 폭탄은 10분 후에 터진다. 12시36분, 회의실로 들어가기 직전에 대령은 전화 교환수에게 베를린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올 예정이니 오는 즉시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중간에 회의실을 빠져나오기 위해 미리 구실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작전실.
히틀러를 비롯한 수뇌부가 동부전선과 이탈리아 전선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있다. 폭탄이 든 가방을 히틀러와 가까운 곳에 놓기 위해 대령은
안내자에게 청력이 좋지 않으니 총통과 가까운 자리로 안내해 달라고 한다. 5분 후면 폭탄이 터진다. 바로 그때 대령에게 전화가 왔다고 누군가
알려주고 그는 전화를 받는다는 핑계로 회의실을 빠져나온다. 순간 터지는 폭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지만 히틀러는 가벼운 부상만 입는다.
전쟁영화로서는 드물게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 ‘슈퍼맨 리턴스’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서류 가방으로 위장한 시한폭탄을 들고 히틀러가 있는 ‘늑대굴’로 들어가면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잘 이용하는 등
스릴러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특유의 스릴감 넘치는 연출력으로 마치 암살 작전이 성공한 것처럼 느껴진다.
몇
해 전, 북한 김정은을 희화화한 미국영화 ‘인터뷰’가 화제였다. 북한의 초청을 받은 TV 제작자들이 미국 중앙정보국의 지령을 받아 김정은을
암살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 김정은은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 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거나 우스꽝스럽게 옷을 갈아입거나 하는 멍청이로 묘사된다.
당시 북한은 국가수반에 대한 모독이라며 유엔과 백악관에 항의 서한을 보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을 보면 전쟁광 김정은도 암살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나. 최근 미국 의회가 북핵 대처 방안으로 김정은 암살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는데 말이다.
<김병재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