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빠진 놈이 되다.
1. 맹장과 쓸개를 떼어 내다.
7월 첫 번째 월요일 오전부터 배가 슬슬 아프기 시작하였다. 점심을 거르고 지켜보기로 하였다.
늦은 오후 식은 땀이 비오듯 하고 열이 올라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다른 증상이 의심되지만 장염인 것 같다.”고
하면서 주사와 함께 약을 처방해 주었다.
Placebo Effect(플라시보 효과, 僞藥效果) 덕분일까 통증이 완화되고 견딜만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저녁부터 시작되는 통증과 고열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수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갔더니
의사 왈, 급성 맹장이니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란다.
CT를 찍어보니 맹장(정확한 표현은 충수)이 일부 터져 있음이 보였고, 쓸개에 돌이 차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기왕 수술하는거 두 가지를 다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으나 수술 일자가 문제가 되었다.
의사는 당장 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중차대한 일정이 있어 토요일로 수술을 미루고 우선 입원하여
증세가 악화 되는 것을 저지하기로 하였다.
D-day 난생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마취주사를 놓고 마스크에서 마취약을 뿜어 내자 이내 의식을 잃었고
수술이 끝난 후에야 눈을 뜰 수 있었다.
2.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孝經(효경)에 의하면, ‘우리 몸은 털 하나라도 부모에게 받지 않은 것이 없으니
함부로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이라고 한다.
또한, 立身揚名(입신양명)을 효의 마지막이라고 하였는데
‘제대로 바르게 살아서 내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부모님은 무엇보다 내게 건강한 몸을 주셨다. 늘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러한 믿음이
이번 수술로 깨어지자 불효한 자식이라는 자괴감이 마음을 한없이 아프게 하였다.
3. 쓸개 빠진 놈이 되다.
六腑(육부) 가운데 하나인 쓸개는 용기를 대변하고 있다. 膽力(담력)이라는 말도 쓸개의 힘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쓸개는 자존심을 가리키기도 한다. ‘간도 쓸개도 다 준다’고 할 때 쓸개는 바로 자신의 속마음이나
마지막 자존심까지 모두 준다는 말이다.
‘쓸개 빠진 놈’은 그래서 용기가 없는 비겁한 놈이라는 말이 된다.
마지막 자존심조차 없는 뻔뻔스러운 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마치 지금의 나를 말하는 것 같다.
4.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일은 못하게 되어 다행이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라는 말은 줏대없는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간과 쓸개는 표리의 관계에 있으므로 표리가 부동하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더 압축하면 이중인격이라고나 할까.
쓸개 빠진 나는 비록 담력이 없는 비겁한 인간이 되었으나, 쓸개가 없으므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줏대없는 행동을 할 수 없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첫댓글 으째 이런일이~~? 고생하셨네
우리 숙향님 놀라셨겠네
그래도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드네
진즉 알았더라면 핑계 삼아 얼굴 보러 갈걸~~~~
어케 된거야? 좀 알리지 않고....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