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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307] 유골송환만 서두르고 종전선언 미루면 협상은 진전되지 않는다 | |||||||||||||||
기사입력: 2018/07/23 [08: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차례> 1. 진부한 협상술 꺼내든 팜페오 2.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네 가지 의제 3. 사상 처음 북측에서 열린 조미장성급군사회담 4. 미국은 왜 ‘페품처리’를 꺼리고 있을까? 5. 트럼프가 직통전화 걸어야 매듭 풀린다
1. 진부한 협상술 꺼내든 팜페오
2018년 7월 7일 조선외무성이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였다. 담화에 들어있는 한 구절에 눈길이 멎는다. “미국은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조건들까지도 우리가 인내심으로부터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이 구절은 미국이 조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조미고위급회담에서 꺼내놓았으니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조선외무성이 대변인 담화에서 지적한 비판대상은 2018년 7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이다.
<연합뉴스> 2018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을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면담한 스티븐 물(Stephen D. Mull)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은 조미고위급회담 중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핵-탄도미사일 소재지를 포함한 북한 핵프로그램 전체 리스트, 비핵화 시간표,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을 협상상대인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요구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이 언급한 “핵-탄도미사일 소재지”라는 것은 조선의 최고보안시설들인 핵탄두보관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보관시설의 위치를 뜻한다. 그러므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의 비밀핵시설들 위치를 신고하라는 “강도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는 사실이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의 발언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인용한 조선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나오는 그 구절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의 비밀핵시설 위치를 신고하라는 강도적인 요구까지도 조선이 인내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이나 핵전문가들 가운데 조선이 비밀핵시설 위치를 미국에게 신고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팜페오 국무장관만 조선이 비밀핵시설 위치를 미국에게 신고할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사진 1>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뉴욕타임스> 2018년 7월 7일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사석에서 이야기할 때 북조선의 영도자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말하였다”는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공식적으로는 조선에게 비밀핵시설 검증을 요구하는 것처럼 발언하고 있지만, 속마음이 드러나는 사석에서는 비밀핵시설 검증은 고사하고 조선의 핵포기 가능성마저 믿지 못한다고 실토한 것이다.
공식발언과 속마음이 그처럼 서로 다른 팜페오 국무장관이야말로 표리부동의 전형이다. 물론 그런 표리부동은 밀고 당기는 협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할 수 있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협상술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협상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협상초기에 고강도 요구를 꺼내들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여 협상후기에 협상상대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진부한 협상술인 것이다.
하지만 협상상대의 속셈까지 꿰뚫어보는 절묘한 협상술로 상대를 제압해온 조선에게 그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진부한 협상술을 꺼내든 팜페오 국무장관의 모습은 좀 초라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조선을 상대로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 하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조선의 요구를 처음부터 덥석 받아들이면, 조미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의 극우세력으로부터 집중공세를 받아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날 위험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그로서는 진부한 협상술이라도 꺼내들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은 지난 25년 동안 조미회담에 나섰던 미국 대표들이 예외 없이 빠져들었던 곤혹스러운 처지에 팜페오 국무장관도 빠져들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곤혹스런 처지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은 조미고위급회담을 중단하지 않고,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경고만 주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라고 부탁한 친서와 선물을 가지고 조미고위급회담에 참석한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지 못한 채 평양을 떠나야 했던 사연이 바로 그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요구하는 조선과 조미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 극우세력의 비좁은 틈바구니에 끼었다. 조미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 극우세력의 반발과 방해가 우심해진 현재 상황에서 조선은 미국 극우세력의 눈치를 살피며 잔뜩 몸을 사리는 팜페오 국무장관의 처지를 생각하여 ‘속도조절’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공동성명의 조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리행하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었는데, 미국 정치권의 복잡한 내부갈등 때문에 이행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의 ‘속도조절’은 조미고위급회담 추진속도를 원래 예정했던 것보다 조금 늦춘다는 뜻이다.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조선이 합의하려던 의제들은 바뀌지 않지만, 회담에서 여러 가지 의제들을 현안들을 한꺼번에 합의하지 않고, 몇 차례 회담을 진행하면서 점차적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도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17일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접견하면서 조미협상에는 “시간제한이나 속도제한이 없다. 그저 과정을 밟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8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최고회의에서 조미협상과 관련하여 발언하면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우리가 가야 할 곳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2.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네 가지 의제
조선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하려는 의제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2018년 7월 7일 조선외무성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조미고위급회담에 조선 대표로 참석한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 대표로 참석한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중요한 의제들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변인 담화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측은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과 합의사항을 성실하게 리행할 변함없는 의지로부터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의 모든 조항들의 균형적인 리행을 위한 건설적인 방도들을 제기하였다.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를 실현할 데 대한 문제와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하여 우선 조선정전협정체결 65돐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할 데 대한 문제, 비핵화조치의 일환으로 ICBM의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하여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을 페기하는 문제, 미군유골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조속히 시작할 데 대한 문제 등 광범위한 행동조치들을 각기 동시적으로 취하는 문제를 토의할 것을 제기하였다.” <사진 2>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조선의 의제를 열거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를 실현하는 의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1항을 이행하려면, 조선과 미국은 다방면적인 교류부터 실현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방면적인 교류는 정치, 경제, 학술, 문화예술, 체육 등 여러 부문에서 조선과 미국이 상호교류를 추진한다는 뜻이다. 상호교류는 우선 손쉽게 추진될 수 있는 문화예술부문과 체육부문에서 시작될 것이고, 나중에 정치부문, 경제부문, 학술부문으로 확대될 것이다. 다방면적인 상호교류의 최종목표는 조미국교수립이다.
(2)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2018년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의제 -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3)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을 폐기하는 의제 여기서 말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뜻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그 시험장에서 2016년 4월 7일, 2016년 9월 19일, 2017년 3월 17일에 각각 대출력미사일엔진지상분출시험이 진행되었다. 조선이 그 시험장을 폐기하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것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또 한 가지 중대조치로 된다.
(4) 6.25전쟁 중에 행방불명된 미국군 실종자 유골을 발굴하기 위한 조미실무협상을 시작하는 의제 -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의제들 가운데 조선이 가장 먼저 추진하려는 것은 종전선언 발표다. 조선외무성은 위에 인용된 대변인 담화에서 “종전선언을 하루빨리 발표할 데 대한 문제로 말하면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이며 근 70년 간 지속되여온 조선반도의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력사적 과제”라고 지적하였다.
종전선언 발표는 65년 동안 정전상태에 있는 6.25전쟁이 공식적으로, 완전히 끝나고 조선과 미국의 평화공존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명기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2항을 이행하는 첫걸음은 종전선언 발표인 것이다.
그런데 2018년 7월 7일 조미고위급회담을 마친 팜페오 국무장관 일행이 조선을 떠나기 위해 평양국제공항에 나타났을 때, 팜페오 국무장관이 주목할 만한 발언을 꺼내놓았다. 그를 수행한 외신기자들이 회담성과가 궁금하다며 그에게 질문하였을 때, 그는 6.25전쟁에서 행방불명된 미국군 실종자 유골을 송환하기 위한 조미군사회담을 2018년 7월 12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합의하였으며,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시험장을 폐쇄하는 방도를 논의하기 위한 조미실무회담도 열기로 합의하였다고 답변하였으나, 종전선언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종전선언문제가 논의되었지만, 팜페오 국무장관이 뒤로 미루자고 제동을 거는 바람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음을 말해준다.
3. 사상 처음 북측에서 열린 조미장성급군사회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뒤로 미루자고 우겨대는 바람에 시급히 실현되어야 할 종전선언문제가 합의되지 못하였지만, 조선은 물러서지 않았다. 언제나 그러했지만, 조선의 협상술은 교착상태에서 놀라운 진가를 발휘한다. 조미고위급회담 이후에 전개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미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기 위한 조미군사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주한미국군사령부는 2018년 7월 12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있는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로 회담대표를 보냈다. 그러나 조선인민군 회담대표는 약속시간에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하였다”고 명기되었다. 유골송환문제는 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이고,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고위급회담에서도 그 이행을 합의한 것인데, 조선인민군 회담대표가 회담장에 나오지 않았으니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미국군 회담대표는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이제나 저제나 조선인민군 회담대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포스트> 2018년 7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측은 약 3시간 뒤에 주한미국군측에 전화를 걸어 오늘 조미군사회담이 취소되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고 한다.
3시간 동안 멍하니 기다리다가 회담이 취소되었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진 주한미국군측에게 조선인민군측은 회담취소통보와 함께 세 가지 새로운 요구조건을 기습적으로 제기하였다. 그것은 조미군사회담을 장성급군사회담으로 격상할 것, 회담을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진행하지 말고 통일각에서 진행할 것, 무산된 회담을 7월 15일에 재개할 것 등이다.
협상상대를 다급한 처지에 몰아넣고 자기 요구를 기습적으로 관철시키는 조선의 협상술은 언제 봐도 노련하다. ‘기습공세’를 받고 정신이 얼얼해진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조선인민군측이 제기한 세 가지 요구를 덥석 받아들였다. <사진 3>
2018년 7월 15일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정에서 전환점이 또 하나 마련된 날이다. 그 날 판문점 북측 지역에 있는 통일각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미장성급군사회담이 열렸다.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이며 주한미공군사령관인 마이클 미니핸(Michael A. Minihan) 공군 소장은 어깨에 은색별 두 개를 얹어놓은 군복을 입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통일각에 들어섰다. 이튿날 통일각에서는 조미장성급군사회담 후속실무회담이 진행되었는데, 버크 해밀턴(Burke Hamilton) 주한미국군 대령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회담에 참석하였다.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기 위한 조미군사회담은 2009년 3월에 마지막으로 열렸는데, 당시에는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대령급군사회담으로 진행된 바 있다.
조미장성급군사회담이 통일각에서 열린 것은, 미국이 유골송환문제를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논의하지 못하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북측 지역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유엔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유엔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정전상태를 유지하려고 수작해온 주한미국군사령부에게서 그 낡아빠진 허울이 훌렁 벗겨졌음을 의미한다.
원래 유골송환문제는 종전 이후에 실현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외교관례에 따르면, 전쟁이 종식된 뒤에 유골을 송환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은 종전선언을 7월 27일에 발표하자는 조선의 제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뒤로 미루고, 유골송환을 서둘렀다.
그러나 미국이 마음먹은 대로 판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 통일각에서 열린 조미장성급군사회담에서 조선인민군 회담대표는 미국군 유골을 가져가려면 종전선언을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였다. 한국 통신사 <뉴시스> 2018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통일각에서 진행된 조미장성급군사회담에서 조선측은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의제를 제기하였다고 한다.
유골송환문제를 합의하는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통일각에 들어선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은 조선인민군 회담대표가 유골송환문제와 종전선언문제를 결부시키자 당황하였다.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은 종전선언문제에 대해 책임적인 답변을 꺼내놓을 권한을 갖지 못했으므로, 그는 상부에 보고하겠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보고는 미국 국방부를 통해 백악관에 전달되었다.
<워싱턴포스트> 2018년 7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통일각에서 진행된 조미장성급군사회담에서 양측은 두 가지를 합의하였다고 한다. 하나는 조선이 미국 국방부 유골발굴단 입국을 허용하여 조미가 공동으로 발굴작업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이 이미 발굴한 미국군 유골 55구를 오는 7월 27일 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6.25전쟁 중에 행방불명된 미국군 실종자는 5,300여 명이나 되고, 그 가운데 조선이 발굴한 유골은 약 200구인데, 조선은 일차적으로 유골 55구만 미국에 송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조선이 유골 55구를 오는 7월 27일에 송환하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는지 아니면 취소할는지 우려한다는 것이다.
4. 미국은 왜 ‘페품처리’를 꺼리고 있을까?
조선이 유골송환문제와 종전선언문제를 결부시키고, 유골 200구 가운데 55구만 일차적으로 송환하겠다고 약속하자, 모든 유골을 송환하는 줄 알고 기대했던 백악관은 속이 버쩍 달아올랐다. 지금 백악관은 종전선언 발표문제를 결정하지 못하고 좌불안석이다.
백악관이 종전선언 발표요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종전선언이 발표되면, 정전협정은 자동폐기되고, 6.25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6.25전쟁을 위해 조작해놓았고, 65년 동안 정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해온 유엔사령부는 존재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종전선언 발표는 유엔사령부 해체를 불러오는 것이다.
유엔사령부는 미국 언론에서 오랜 세월동안 거론되지 않아 망각 속에 묻힌 폐품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미국이 유골송환문제를 순조롭게 풀려면, ‘페품처리’를 할 수 있는 종전선언을 발표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에는 복잡한 내막이 얽혀있다.
미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의 대표가 참가하지 않은 유엔안보리에서 조작한 결의 제84호를 구실로 내걸고, 1950년 7월 7일 일본 도꾜에 유엔사령부를 설치하였고,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씌워주었다. 또한 미국은 유엔사령부 이름으로 일본과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하였고, 그 협정에 따라 일본 각지에 7개소의 대규모 군사기지를 설치, 운영해오고 있다. 그 7개 군사기지들은 요꼬다공군기지, 요꼬스까해군기지, 자마육군기지, 사세보해군기지, 가데나공군기지, 후뗀마해병대항공기지, 화이트비치해군기지다. <사진 4>
미국이 유엔사령부 이름으로 일본과 주둔군지위협정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위에 열거한 7개 군사기지들에는 미국 성조기, 일본 일장기와 함께 유엔기가 게양된다. 이 해괴한 현상은 7개 군사기지가 주일미국군기지이며 동시에 주일유엔군기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유엔사령부는 1957년에 도꾜에서 서울로 옮겨왔으나, 유엔군기지들은 여전히 일본에 있다. 미국은 주일유엔군기지들을 장악, 통제하기 위해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유엔후방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Rear)라는 것을 조작하였다. 유엔후방사령부는 도꾜 인근 요꼬다미국공군기지 안에 있다.
일본 통신사 <지지통신> 2018년 7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었던 2017년 한 해 동안 유엔후방사령부가 주일유엔군기지들에서 전쟁장비를 사용한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한 횟수는 모두 27회였는데, 그 가운데 14회는 작전기를 사용한다고 통보한 횟수이고, 나머지 13회는 군함을 사용한다고 통보한 횟수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12~15회밖에 되지 않았는데, 조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2017년에는 27회로 급증하였다. 이것은 미국군이 유엔사령부라는 허울을 쓰고 대조선전쟁위험을 고조시켰음을 말해주는 사례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공군 대령 애덤 윌리엄스(Adam Williams)를 유엔후방사령부 사령관에, 캐나다공군 대령 태미 히스콕(Tammy Hiscock) 부사령관에 각각 허수아비로 앉혀놓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자국의 장성급 지휘관들을 앉혀놓았어야 할 군직에 다른 나라 군대의 대령급 지휘관들을 앉혀놓은 것은, 유엔군이 다국적군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술책이다. 미국은 유엔군이 미국군, 영국군, 프랑스군, 오스트레일리아군, 캐나다군, 뉴질랜드군, 필리핀군, 태국군, 터키군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군 잠수함, 프랑스군 정보수집함, 영국군 전투함, 캐나다 전투함 등을 주일유엔군기지들에 끌어들이고 대조선전쟁연습에 참가시켰다.
이처럼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물론이고, 유엔기를 든 9개국 증원부대를 동원할 수 있는데, 유엔사령부가 해체되면 9개국 증원부대를 동원하지 못한다. 미국이 유엔사령부 해체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종전선언 발표요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5. 트럼프가 직통전화를 걸어야 매듭 풀린다
미국 국방부는 유골함 200개가 실린 운송차량들을 이미 2018년 6월 하순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주한미국군 경비대대 캠프 보니파스(Camp Bonifas)로 이동시켜놓고 이제나 저제나 목이 빠지게 송환을 기다리는 중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유골송환문제가 조미정상회담에서 자신이 거둔 외교성과라고 하면서, 미국군 유골송환이 곧 실현될 것처럼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광고하였다. 미국군 유골함들이 도착될, 워싱턴 인근에 있는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유골봉환의식이 진행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의식에 직접 참석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그 현장을 텔레비전 실황방송으로 생중계하여 미국인들과 참전노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씨나리오도 이미 준비되었다. <사진 5>
그러나 지금 미국은 준비된 씨나리오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조선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발표가 지연되면, 유골송환도 그만큼 지연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매듭이 얽혀있는 유골송환문제는 팜페오 국무장관의 힘으로는 풀 수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매듭을 풀고 유골송환을 실현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조선이 신뢰하는 유일한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과 미국의 신뢰조성문제와 관련하여 <워싱턴포스트> 2018년 7월 21일 보도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측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참석하였고, 미국측에서 성 킴 필리핀주재미국대사와 앤드루 킴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참석한 조미비공개회담이 2018년 7월 초 판문점에서 열렸는데, 그 회담에서 성 킴 대사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 조미고위급회담을 개최하는 문제와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는 문제를 토의하려고 하였으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지 않으면 어떤 의제도 토의하지 않겠다고 딱 잡아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부터 받아올 것을 강하게 요구하였다고 한다. 판문점 비공개회담에서 백악관으로 날아온 긴급요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급히 작성하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성 킴 대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나서 비공개회담을 일사천리로 진척시켜 1시간 만에 후딱 끝냈다고 한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조미협상에 “사로잡힌(captivated)”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들에게 조미협상 진행상황에 관한 “일일보고(daily updates)”를 요구하면서 직접 챙겨왔는데, 즉각적인 협상성과가 나오지 않자, 지난주에는 백악관 참모들에게 “벌컥 화를 냈다(bristled)”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리는 유골송환이 실현되려면,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종전선언 날짜를 잡는 수밖에 없다. 그는 조미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성전화번호를 갖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관계개선이 장애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직통전화를 사용하라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그에게 주었다.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날드 제이.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발전과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 안전을 추동하기 위하여 협력하기로 하였다”는 문장으로 끝나는데, 이 마지막 문장은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길에서 양국 정상이 의사를 소통하며 협력할 것을 공약한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그 공약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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