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초기엔, 애 아빠의 방귀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수시로 그의 방귀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애 아빠 말로는 처음엔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조심했지만, 편안해진 지금은 아무래도 주의을 덜 기울이게 된다는 겁니다. 딸아이 성화에 못이겨 화장실로 향하지만, 늘 문앞에서 꼭 실례을 범하고 만니 그럴 때면, 딸아이도, 저도 그저 웃으며, "좀 빨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몇해전 제 남편 방귀로 인해 재밌는 일을 겪은 일이 생각나서 이렇게 몇자 적어봅니다. 제가 사는 곳은 미국대학의 대학원생 아파트입니다. 이곳은 여러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세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 딸아이가 유치원(초등학교 과정)에 입학하면서, 비슷한 아이들을 둔 중국부모들과 서로 번갈아 가며, 학교에 바래다 주기로 했습니다. 문제의 일은 바로 우리가 두명의 중국 남자아이와 제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날 발생했습니다.
뒷좌석에 아이 셋을 태우고 아침 일찍 학교로 향했습니다. 저도 집에 있는 게 심심해서 앞좌석에 동행했습니다. 문제는 집을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애 아빠가 평소 보단 조금 작은소리로 방귀을 뀌었습니다. 앞 좌석에 있던 저야 소리를 듣고 가볍게 남편에게 핀잔을 주었지요. 남편은 배를 만지며 속이 좋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뒷좌석에서 발생 했지요.
중간에 끼여있던 2학년짜리 중국 남자아이가, 창쪽에 앉아 있던 1학년 남자아이한테 방구쟁이라며, 마구 놀리는 것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코을 감싸쥐고는 제 딸아이쪽으로 바싹 붙으며, 빨리 창문을 열라고 난리였습니다. 엉뚱하게 오해을 받은 아이는 펄쩍 뛰면서 자기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제 딸아이와 다른 남자아이는 믿지 않고 계속해서 "창문 열어"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오해를 받은 아이는 자기는 방귀를 뀌지 않았다며 절대로 창문을 절대로 열지 않겠다고 말하곤 울고불고 차 안에서 거의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로 가득 찬 차 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두가지 소리만 높아질 뿐이었습니다. 전 하는 수없이 남편한테 어서 아이들한테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망설이며, 이왕 이렇게 됐는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되느냐고 되묻더군요. 제 생각엔 아직도 울고있는 마이클이 너무 불쌍하고, 오늘 그 아이의 학교생활을 생각하니 안되겠다 싶어 남편을 재촉해 사실을 얘기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드디어 제 남편이 왼손으로 번쩍들며 "내가 뀌었다(I did it)" 하고 말하자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에 두 남자아이가 합심해서,제 딸아이를 놀리며 웃는 것이였습니다. "네 아빠는 방귀대장"하며, 제 딸아이쪽에서 멀어지며 빨리 창문을 열라고 고함을 질러댔습니다.
딸아이는 갑자기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기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기 때문에 창문을 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두 남자아이들은 숨을 쉴수가 없다고 입을 막으며 계속 웃어댔습니다. 제 딸아이는 끝까지 창문을 열지 않겠다고 버티고, 차 안은 다시한번 아수라장...
전 할 수 없이 제 창문을 열며 아이들한테 방귀는 누구나 뀔수 있는 것이며 그리 웃긴 일이 아니라고 타일렀습니다. 어느새 차는 학교에 도착했고, 아이들은 금세 교실로 사라져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