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본 (4-22) 경자년은 펜더믹 코로나(COVID)19를 극복한 해
-2020년 우리 집 10대 뉴스-
은빛수필문학회 정석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바람을 탄 불길처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치료제인 백신 개발과 접종에 앞 다투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강한 코로나19 확산 방지정책에 국민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확진자를 줄여왔다. 그런데 11월 들어 제3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54일간의 장마와 장미, 바비, 마이삭, 하이선 태풍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하루도 마음 놓고 편안히 지내는 날이 없는 한 해였다. 그런 가운데 우리 집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올해의 10가지 뉴스를 골라보았다.
1. 막둥이 태건泰建이의 돌잔치
아들 태건이가 작년 10월 23일에 태어났다. 엊그제 같은데 건강하게 자라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셋째이기도 하지만 요즘 상황이 비상시국인지라 돌잔치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돌잡이는 해야지 않을까 하는 남편과의 상의 끝에 양가의 직계만 모시고 전주에서 간단히 하기로 했다. 10월 16일(토) 12시에서 3시간, 누나 태이가 돌잔치를 했던 송천동 터존 뷔페에 예약을 했다.
앞날 전주 친가에서 하룻밤 잤는데 아침잠이 많은 태건이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돌잔치 식사 자리에서 컨디션이 걱정됐다. 웬걸 자기 돌잔치라는 걸 눈치 챘는지 낮잠도 자지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잘 먹었다. 돌잡이로 판사봉과 연필을 잡으며 돌잔치를 무사히 끝내주었다. 역시나 예쁜 막둥이 태건이었다.
(막내며느리 씀)
2. 아내 왼쪽무릎 인공관절 수술
아내는 등산을 하면 일행 중 앞장서서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작년 가을에 교회 식당 봉사를 하고 오다 왼쪽 다리가 무너진 것처럼 힘이 빠지면서 주저앉아버렸다. 그 뒤로 왼쪽 무릎이 안 좋아 걷기가 불편했다. 서너 병원의 진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MRI촬영을 하니 무릎 연골이 닳아 암으로 말하면 왼쪽은 4기, 오른쪽은 2기라고 했다. 지난 3월 27일(금), 성남시 분당 티케이 정형외과에서 왼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2주간 치료를 받았다. 바로 용인시 척척정형외과로 옮겨 3주간 재활치료를 받았다. 1, 2, 3, 6 개월 간격으로 통원치료를 받으며 조심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언덕배기도 오르기가 힘드니 좋아하는 등산을 못하게 돼 아쉽다고 한다.
3. 중학생이 된 딸, 슬아가 받은 표창장
아직 엄마랑 자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 슬아다. 12월 둘째 날, 늦은 퇴근으로 잠자리를 서둘러 펴고 누운 나에게 슬아가 ‘칭찬왕’ 표창장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면서 입 꼬리가 올라갔다. 칭찬 받을만한 일을 했으니까 상을 받겠지 하며 마음껏 축하해주었다. 슬아가 표창장을 받은 것보다 왜 받은 줄을 모르겠다는 말이 더 기특했다. 상 점수를 받으려고 일부러 애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 행동들이 선생님 보시기에 칭찬할 만 했으니까 상을 받을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을 도와줬을까? 궂은일에 앞장섰을까? 독서를 많이 해서일까?’ 아주 기분이 좋아 슬아를 재워두고 남편에게 슬아가 표창장을 받아왔다고 자랑을 하고 말았다. 표창장은 거실 피아노 위에 멋지게 세워두었다. 앞으로 학교생활도 더 많은 칭찬 받을 일들이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큰며느리 씀)
4. 채운이 동탄중학교 입학
작년 가을에 큰아들 채운이의 중학교 배정원서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지원할 수 있는 중학교는 5개, 그 중 2개는 지원자가 많이 몰린 학교다. 우리 가족도 선호도가 높은 학교를 원해서 고민 끝에 1지망으로 동탄중학교를 써서 냈다. 항상 뽑기에서 당첨되던 채운이는 이번에도 원하는 중학교에 배정을 받아 만족스러웠다. 1월에 교복을 맞추고 가방도 사며 입학 준비를 시작했으나,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해 교복이 몇 번 입지도 못한 채 작아져 11월에 바지를 다시 늘렸다. 2학기가 되어서야 친구들과 친해지고 중학교에 적응을 한 것 같았다. 두 번째 입학이라 그런지 초등학교 때처럼 큰 감흥은 없었다. 경기도 화성시 고교 비평준화지역이라 내신관리를 잘해야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채운이는 잘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둘째며느리 씀)
5. 전기마사지기 선물
연초에 전기마사지기를 선물로 받았다. 세 아들네가 큰 방에다 설치해주었다. 마사지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나은 지 렌털(rental)로 계약했다고 큰며느리가 말했다. 전기마사지기는 (주) 휴테크 산업 제품인 마스틱 골드(Mystic Gold)로 모델은 KAI L59이다. 마사지 방법이 목·어깨집중관리, 상반신관리, 아침모드, 수면모드 등 12가지에다 시간과 속도 그리고 세기도 조절할 수 있어 좋다. 어깨, 허리, 팔, 다리 등이 안 좋을 땐 양·한방병원과 노인복지관 물리치료 실을 찾아 물리치료와 진료를 받아왔다. 이제는 하루에 한두 번씩 마사지를 받으니 병원과 복지관의 물리치료 실을 덜 찾고 있다. 아내와 날마다 자녀들의 효심에 감사하며 전기마사지를 받든데 힘쓰자고 약속했다.
6. 코로나19로 방치된 두 아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외벌이, 맞벌이 가정마다 고충이 많은 한 해였다. 3월에는 ‘설마 곧 학교에 가겠지.’, 4월은 ‘오늘 점심은 또 뭘 차려놓고 나가나?’, 5월은 ‘제발 학교 좀 가자.’라는 마음뿐이었다. 6월부터 초등학교 이현이는 주 1회, 중학교 채운이는 3주마다 한 주간씩 등교했다. 근무시간은 회의와 온라인 수업자료를 만드느라 일감을 싸들고 퇴근하는 동안 우리 집 두 아이는 방치가 됐다. 학년 초에는 다 포기하고 휴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할 정도였다. 코로나19 상황은 여름이 되면서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악화되었다. 익산시에 사는 친구에게 매일 등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학도 고민해 보았으나, 친정어머니에게 짐을 지워드리게 돼 포기했다. 일상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 몰랐다. 코로나19가 멈추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둘째며느리 씀)
7. 세 번째 수필집 출간
두 번째 수필집을 2016년 11월에 출간했다. 금년 새해 설계에 제3수필집 출간을 넣었다. 그러나 수필집 출간의 세 번째 고개를 넘기가 어려웠다. ‘3’ 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크게 여겨져 출간을 미루어 왔다. 아직도 내 중심적 입장에서 쓴 수필이라 신변잡기 탈을 쓴 채로 독자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지 못해 세상에 내놓기가 부끄러워서였다. 뒤늦게 용기를 내 독자들의 많은 채찍질을 기다리며 지난 10월 말에 볼품이 없지만 세 번째 수필집을 출간했다.
전라북도 예술인 재난극복 지원사업의 지원금과 도서출판 북매니저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출간이 됐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과 김서종 사장에게 감사드린다.
8. 아들딸아 미안해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은 모두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우리 가족에게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슬아의 초등학교 졸업식은 방송으로 진행되었고 학부형들은 운동장에서만 만났다. 중학생 슬아와 고등학생 슬우의 새 학년 등교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온라인 개학을 하더니 6월이 되어서야 등교할 수 있게 되었다.
12월인 지금도 1/3 등교로 아이들이 온라인수업도 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수업이 제대로 안 이루어져 학습능력은 점점 격차만 커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 온라인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아이들만 탓할 수도 없다. 왠지 모르게 화가 나다가도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어른들이 사회를 잘 돌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서로가 조금씩 노력한다면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하고 싶다.
(큰며느리 씀)
9. 큰아들 정태산 탄천초등학교 입학
"또요~또" 하며 또 노래를 불러주라고 징징거렸던 꼬맹이가 어느새 커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올해는 1학년이 제일 불쌍하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유치원 졸업식도 제대로 못했는데 초등학교 입학식도 그랬다.
태산이는 처음 학교 간 날 새로운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며 학교가 너무나 재미있다고 했다. 담임선생님도 아주 좋은 분을 만났다. 그런데 학교를 일주일에 하루밖에 못가, 학교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 태산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도처럼 한 해 한 해 키와 지혜가 쑥쑥 자라고 인성 또한 바르게 자라기를 바란다.
(막내며느리 씀)
10. 방바닥생활 끝, 침대생활 시작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방바닥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도 침대생활보다 방바닥에 등을 대고 자는 게 좋다고 했다. 지금은 가스보일러 방이라 여름에는 대나무 돗자리와 겨울에는 온수매트리스에다 양모카페트를 깔고 잤다. 아내가 무릎수술을 하고 퇴원할 때만 해도 침대가 없어도 괜찮다고 했다. 이틀을 지내보더니 힘들어 했다. 방바닥에 앉고 눕고 일어나기가 불편하다며 거실소파에서 두어 밤 자보더니 침대를 원했다. 그래서 5월 20일(수), 침대를 구입해 컴퓨터가 있는 작은방에 놓았다. 튼튼한 고무나무 원목 침대에다 높고 단단한 매트리스다. 아내랑 평생 방바닥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침대생활을 시작했다. 침대생활에 빨리 정이 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2020년은 질풍노도疾風怒濤의 해였지만, 이 밖에도 좋은 일도 많았다. 장모님 양쪽 백내장 수술, 큰아들이 운영한 기쁜우리지역아동센터 10주년, 고등학생인 큰손자 슬우가 중학교 때 받은 봉사부문 표창장 또 수상, 희년교회 장로임직 후 27년 사역으로 정년을 맞아 원로장로가 되었고, 공개 못할 20여 년이 넘게 고민한 경제문제를 해결했으며, 실손보험 가입, 위내시경검사, 발가락 무좀치료 등이 있었다.
코앞에 밝아오는 2021년, 소의 해인 신축년辛丑年에는 코로나19가 멈추어 지구촌이 온전히 회복되고, 우리 대가족에게도 좋은 일을 많이 있기를 소망한다.
(2020.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