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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대한민국 1,2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대선 특집페이지'를 일제히 오픈했습니다. 대선 관련 뉴스와 후보자들의 SNS, 각종 여론조사 등을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페이지인데, 18대 대통령 선거에 국민의 많은 관심이 쏠려있는 현상을 반영한 듯 보입니다.
그런데 네이버와 다음의 대선 특집페이지를 보면 그들이 사이트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를 보여주는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대선특집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이용자 다수가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들의 현황을 짚어 봤습니다.
■ 디자인만 좋은 네이버, 콘텐츠가 돋보이는 다음
대한민국 포털 사이트들은 검색 사이트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흔히 어떤 정보를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찾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정보는 항상 가공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자료를 재가공해서 보여주는 형태를 취합니다. 물론 그조차도 광고가 나온 이후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번에 오픈한 네이버와 다음의 대선 특집페이지를 보면 한 마디로 네이버는 마지못해서라는 분위기고, 다음은 자신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두 종합해서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디자인적으로는 네이버가 조금 더 한눈에 들어오는 스타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콘텐츠 면에서는 네이버가 다음에 현저히 밀리는 경향이었습니다.
우선 여론조사를 보면 다음은 첫 페이지에서 양자,다자간,전체 후보 등의 여론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후보 지지율 조사를 실시한 언론사와 조사기관을 명시했고, 날짜와 조사 신뢰도 등을 모두 표기했습니다. 이에 반해 네이버는 후보자 전제 지지율을 보여주고 아래 하단과 서브페이지에서 가상 양자대결,야권단일화 등의 여론조사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치블로거의 눈으로 보자면 사람들이 첫 페이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을 이용해 박근혜 후보측의 지지율을 전면에 일부러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론조사의 치열함을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투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이기에 네이버는 후보자지지율이라는 메뉴 옆에 더보기라는 메뉴를 조금 더 크게 하거나 메뉴를 다각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 네이버에서 사라져버린 후보자 경력
대선 특집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보여줘야 할 것은 뉴스가 아니라고 봅니다. 최소한 포털사이트라면 후보별 이력과 공약, 과거의 모습, 발언 내용, 의혹 해명 자료를 종합적으로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네이버 대선 특집페이지를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네이버에 표시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경력
네이버는 '제18대 대통령선거 정보'에서만 후보자들의 경력을 한두 줄로 보여주고 막상 대선특집페이지에서는 아예 보여주질 않습니다. 후보자 등록 후에 서비스한다고 하는데, 지금 국민들은 예비 후보들을 모두 알고 있는데, 굳이 대선 후보로 정식 등록한 후에만 보여준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네이버에서는 대선 후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해 다음은 굉장히 상세하게 후보자들의 경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대선 특집페이지에 나온 박근혜 후보 경력
다음 대선 특집페이지에 가면 각 후보들의 과거를 연도별,나이별로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언제부터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으며, '대한구국선교단','구국봉사단','육영재단 이사장','정수장학회 이사장','한나라당 탈당','미래연합 창당' 등의 이력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피습 사건이나 각종 수상경력도 올라와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뿐만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의 이력도 박근혜 후보와 동일하게 상세히 열거되어 있습니다.
후보들의 이력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한국형 포털사이트들이 한 곳에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성향을 잘 나타내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연예,스포츠,문화 등의 정보는 상세히 보여주던 네이버가 어찌 된 일인지, 대선 후보자 이력에서만큼은 아주 간결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삭제된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경력,
현재 네이버 검색창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이름을 입력하면 프로필이나 이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두 줄짜리 경력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예전부터 박근혜 후보 경력에서 불리한 내용 등은 아예 삭제했던 전과가 있습니다. 정수장학회 이사장뿐만 아니라, 최태민과 연루된 구국선교단, 구국봉사단 등의 경력도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자신들에게 유리한 면만 보이고 싶은 것이 후보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선 특집페이지에서 아예 후보자들의 이력을 빼놓는 모습을 보면, 고의적인 누락이라는 의심이 듭니다.
원래 다음 대선 특집페이지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법안 발의 건수, 출석률이 나와 있는 인물정보 페이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후보 이력과 인물정보를 분류해 놓았습니다.
이처럼 후보들의 인물정보는 필수이기에 네이버가 대선 특집페이지를 만들었다면 그것에 걸맞게 후보들의 상세한 이력도 반드시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 '다음뉴스'가 문제라는 새누리당 의원들, 네이버는 괜찮아?
지난 10월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국감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다음이 여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뉴스를 편집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 같은 경우는 다음 메인 뉴스로 안철수 후보의 사진이 많이 게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안 후보와 친분이 있는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네이버 메인의 뉴스를 제대로 봤던 사람이라면 결코 할 수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네이버 메인 뉴스는 언론사들조차 트래픽 유도를 위해 설설기는 공간인데, 그 공간이 지금 어떤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저들은 결코 문제 삼지 않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이버 톱뉴스에 올라온 기사입니다. '<파격변신'임수정,청순 벗었다,'이럴수가!'>라는 일간스포츠 뉴스의 제목을 클릭하면 '임수정이 청순함을 벗고 카리스마를 입었다'라는 뉴스가 나옵니다. 클릭을 유도하는 성적자극 단어를 넣은 전형적인 낚시성 기사입니다.
이런 식의 낚시성 기사는 '다음뉴스'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네이버 톱뉴스에는 이런 뉴스가 수도 없이 매시간 올라옵니다.
<'돈 훔친 최윤영,왠지이상하더니 '충격반전'>이라는 기사를 클릭하면 최윤영씨가 절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만 나옵니다. 도대체 어디가 충격반전인지 저는 도통 모르겠더군요.
종북타령하는 보수우익 신문이 제일 많이 쓰는 기사가 '북한 미녀,꽃제비,북한 스튜어디스' 등의 북한 여성에 관한 기사들입니다. 아마 조선일보는 북한 관련 발언을 하는 사람은 종북좌파로 보지만, 북한 여성은 여기에 포함하지 않는가 봅니다.
뉴스편집의 문제점을 정치적으로 말하기 이전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라면 최소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면서 낚시성 기사로 도배된 내용쯤은 지적했어야 합니다.
■ '다음 뉴스' 댓글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박사모
'다음뉴스'는 포털 사이트 내에서 읽을 수 있게 하고, 그에 따른 댓글도 포털 사이트 안에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 다보니 '다음뉴스'에는 '댓글많은 뉴스'라는 메뉴가 따로 있고, 뉴스와 함께 댓글 읽는 재미도 배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댓글이 뉴스를 읽는 독자들의 성향을 움직이는 요소가 있어서, 아고라를 중심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경향이 강한 '다음'에는 서로 댓글로 공방을 벌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이 가진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비록 기사를 비판하더라도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욕설이나 비매너적인 댓글은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런데 이런 댓글조차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인 박사모에 올라온 글과 댓글들. 출처:박사모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인 '박사모'카페에 올라온 글 중에는 <다음뉴스 기사에 가서 하나라도 댓글로 잡읍시다,좌빠들>이라는 제목의 글처럼 다음뉴스 관련 글들이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 보면 박근혜 후보 관련 글을 비방하지 못하도록 댓글로 박근혜 후보 옹호 댓글을 먼저 올리자는 주장이나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뉴스 댓글을 장악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실제로 이들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관련 뉴스에는 좌파,종북,빨갱이라는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댓글을 달고 왔다고 자랑하는 글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생각을 보면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의 삐뚤어진 단면을 볼 수가 있어 답답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네이버 메인페이지와 다음 아고라 대선 특집페이지.
어떤 이들은 '다음뉴스'가 편향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요새 '다음뉴스'는 네이버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특히 10월 21일 개편 이후로는 메인에 정치,사회,연예,경제 뉴스가 골고루 섞여서 잘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다음사이트에는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하지만, 요새 '다음아고라'와 '다음뉴스' 댓글을 보면 오히려 보수우익 성향의 사람들이 더 많이 댓글과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사람들은 하게 됐을까요? 그것은 네이버가 워낙 정치적인 이야기를 배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음이 정치성향의 사이트로 인식되고 있을 뿐입니다. 네이버 메인에 가면 정치,시사 블로거의 글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아예 네이버에서 정치,시사 블로거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는 편이 빠를 정도입니다. 네이버는 다음아고라처럼 토론 페이지조차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오로지,연예,맛집,인테리어,육아,TV ,문화,경제 관련 블로거의 글만 노출하고 대한민국 정치,사회,시사는 아예 말살을 시켰습니다. 그런 이유로 다음은 정치,시사,교육 블로거가 풍부하게 존재하게됐고, 다음아고라에는 나름 유명한 논객들이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선거운동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일 이외에는 보수우익이든, 진보성향이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가 존재해야 하고, 현재 그 역할을 '다음'만이 하고 있을 뿐입니다.
■ 정치후원금까지 모금해주는 '다음 대선 특집페이지'
'다음'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대선 후보를 위한 정치후원금 모금 페이지입니다.
▲다음의 정치후원금 페이지
'다음 대선 특집페이지'에는 '정치후원금'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이 메뉴를 클릭하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후원금을 낼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선관위의 규칙에 따라 만든 이 후원금 페이지에는 신용카드 결제와 계좌이체를 통해 최대 1천만 원까지 후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후원금은 총 5천8백만 원가량 (총 후원수 985건, 대선 예비후보 총 합계,10월27일 새벽 3시 현재) 모였는데, 각 후보별 후원금 공개는 후보자들이 원할 경우 하겠다고 다음은 밝히고 있습니다. (각 후보별로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아마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찬성할 듯 싶은데)
▲민주당 문재인 후보 후원회의 공지사항.
다음 포털사이트의 정치후원금은 대선 후보들의 선거비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후원금을 내고 싶어도 카드결제가 안 됐던 까닭에 주저하던 사람들에게 일부 후보는 '다음 정치후원금' 페이지를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항상 대선자금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치후원금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요소는 앞으로도 포털사이트들이 지속적으로 이어나가, 대한민국 정치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공룡네이버의 실체를 보여주는 도표들.출처:이투데이
'아이엠피터'는 네이버를 비판합니다. 그것은 네이버가 이익을 얻는만큼 대한민국 인터넷 사업은 나날이 쇠퇴해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홍보를 하고 싶어도 네이버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네이버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있습니다.
이를 대선 특집페이지에 도입시켜보면 어떨까요? 특정 후보를 위해 아예 대선 후보의 이력을 숨기는 모습, 특정 여론조사를 부각하는 모습, 이런 움직임은 네이버가 초식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공룡처럼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 다음 대선 특집페이지의 '지지선언' 페이지
오늘 다음과 네이버의 '대선 특집페이지'를 비교하면서 네이버를 비판하는 까닭은 10명 중 7명이 접속하는 네이버의 편향적인 정보가 12월19일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일부러 조직적으로 움직여 인터넷 여론을 왜곡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지금 세대의 인터넷은 과거 거리에서 민주화를 외쳤던 사람들의 목소리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활동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멋지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