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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cycle.
(곡예사 등이 쓰는)외바퀴 자전거(에 타다).
그러니깐
그 자식을 보면
너무 위태위태해서
외바퀴 자전거에 온몸을 맞긴 것 같아서 되게 슬퍼.
조금 더 앞으로 나가면,
그대로 고꾸라질 것 같아.
그래서 슬퍼.
그래서 아파.
'여령아 사랑해.'
물론
그 위태위태한 외바퀴 자전거말고,
내가 돌아서지 못하는 건
이 자식이 나에게 말하는 거.
사랑이라는 거 때문에.
내가 외바퀴 자전거 옆에서 잡은 손을 놓지 못해.
"안녕하세요!!! 새로 발령받은 김여령입니다!!"
운동장에 그렇게 크게 외치고,
여기에서 그 자식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끝으로 이렇게....
지금부터 시작할께.
그래 잘 들어둬.
어쩌면 너의 사랑이 될 수도 있을 이 사랑을 잘 들어둬.
"김여령선생님이라고 하셨죠? 하하- 이거 참... 김선생님 힘들어서 어떻게 해?
발령 받자 마자 아주 골때리는 반이야."
"예에?"
"아니... 3반... 이게 아주 골때리는 반이거든."
"어휴, 그런게 어디있어요."
"다른 건 다 때려쳐도 이거 신경 바짝써야되~"
"이거라뇨 그런 말이 어디있어요."
처음엔 참 적응 안되는 교무실이였지.
선생님들 그 말투가 정말 불쾌해서 인상이 꾸깃해지는데
갑자기 벌컥하더니
후진 교무실 미닫이문으로
우당탕탕하면서
"야야!!!!!!!! 빨랑 안들어오나?!??!!"
"내 발로 가요. 아아!! 귀 놓고 가요!!"
"선생님한테 무신 말버릇이고?!!!? 니 빨랑 안 오나?!"
"간다고야 아아!!! 이거 놓고 가라니깐!!"
하얀 고무신을 신은 분과 그 분께 귀를 잡혀서는
얼굴이 시뻘게져가지고는 성을 내는 어떤 자식이 들어왔지.
분명 뭔가 웃기고 언밸런스한 상황인데,
교무실에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더라.
"김선생 처음이구나~ 별 일 아니니깐 신경쓰지마.
변선생님!! 여기 이번에 새로 오신 선생님인데 인사하세요"
"아이코, 애기네 애기!!!! 안녕하십니꺼-"
"애기는 무슨 애기... 다 늙어 빠졌구만 무슨..."
"시끄럽다!!! 와? 새학기 첫 날부터 교무실 와가 이래 소란을 피워야 겠노?"
또 다시 우당탕탕하더니
교무실 후미진 곳으로 사라지는 하얀고무신과 그의 제자.
그리고 그의 제자가 곧 나의 제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른채.
다시 2학년 부장선생님과 문제의 3반 학생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했고, 결국 그 학생이 가진 상처를 어느정도 직시했을쯤
종이 땡땡쳐버리는 바람에 출석부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는
이 학교 3층에 있는 2학년 3반으로 걸음을 옮겼어.
#2학년 3반 교실안
"여러분... 안...녕?"
깜박했는데,
나의 첫 부임고등학교는 안타깝게도 남고였어.
그 음담패설이 난무한다는
남자고등학교.
어색한 첫인사를 건네고 교실을 한 바퀴 빙 돌아서
4분단 끝자리가 빈 것을 확인하고,
3분단 두번째 줄 오른쪽 자리가 빈 것을 확인하고,
출석부의 힘을 빌리고자 다시 교탁으로 가는데...
"이야호!!!!!!!!! 여자담임이잖아!!!! 아 진짜 우리 복받았어!!"
라며 요란스레 등장한 녀석은
등장만큼이나 요란스런 머리를 해가지고는
마구 좋아해 주더라
새학기 시작을 나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나...
아무튼 그랬던 것 같아
3분단 두번째 줄 오른쪽 자리의 주인이 나타나고,
이내 그 분위기에 휩쓸린 아이들은
"시끄러. 여자담임이면 뭣해. 의상을 봐라- 저게 무슨..."
"왜?! 혹시 알어? 봄바람 살랑살랑 불면 달라질지?"
이랬던 걸로 기억해.
내 의상은 오늘을 위해 한달동안 고민하다가
질러버린 눈물과 애환이 담긴
대학 입학 후 엄마께서 친히 하사하신 의상인 것을
니 들이 알 턱이 없지...
"그래도 4반 보다는 낫네, 4반은 무슨 고릴라 한마리 뛰어들어가더만."
혹시 나에게 3반을 조심하라 이르시던 부장선생님을 말하는 거니..
"큭큭큭 말 한번 잘했다. 1반은 고무신이래!!!"
고무신이라면....
"난 그 새끼 사투리때문에 귀가 먹먹해..."
그래.. 고무신이라면....
"이름도 좀 웃겨야 말이지. 변태용이 뭐래... 아 진짜 살기 싫어진다"
그래.. 변선생님.....
'아이코, 애기네 애기!!!! 안녕하십니꺼-'
라며 그 후덕한 미소와 함께 수줍은 손을 건네시려다가
제자와 함께 사라지신 그 분..
그리고 얼이 빠져서는 교탁위에 출석부만 만지작 거리며
별 다른 말도 하지 못한채
결국 출석이고 뭐고 다음번으로 미루고 미루던 그 때,
종이 땡하고 쳐주기만을 기다리던 그 때,
4분단 맨 끝 빈자리의 주인공이 나타났어.
"월동이 왔네 월동이!!!!!!"
3분단 두번째 줄 오른쪽자리의 주인의 열렬한 환영과 함께
"지랄하네."
"신월하. 니 이름 잘 알지만 말이다. 니 생일이 겨울이니까!!"
"겨울 동. 그래서 월동?"
"그렇지!!!"
월동인지 월하인지
4분단 끝자리 주인이
나에게 다 늙어 빠졌다는
찬사를 준 하얀고무신의 제자라는 것을
기억해 내고,
그 아름다운 친구사이의 대화를
턱받치고 듣자니 종이 땡치고,
"우리 수..수학시간에 봐요!!!!"
"쌤 벌써 가시게요? 에이 참, 놀다 가시지!!!"
희롱하듯 놀다가라는 그 어린 목소리를 뒤로 하고,
그게 첫만남이였어.
아니구나
교무실에서 한번, 교실에서 두번
그래 이건 두번째였어.
확실하게 두번째.
그 다음엔
뻔하게도 그 월동이가
(월하보다는 월동이가 입에 착착 붙으니깐)
생일이 겨울이라는 월동이가
사실은 이름이 월하라는 그 월동이가
1학년 내내 땡땡이로 일관했다던 그 수학시간을
2학년 들어서는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를 꽉 붙이고는
커피 두 잔의 힘으로 버텨내는 기염을 토해냈고
뒤이어 그... 선생과 제자 사이의 말도 안되는 사랑이 시작됬지.
6월의 수학시간에
한참을 수업에 지쳐 있던
어쩌면 4분단 끝자리가 비어서 그렇게 지쳤을 6월의 수학시간에
2학년 3반 교실 뒷문이 열리고
월동이가 들어오고
그리고 너무 밝게 웃어보이며
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꺼내면서
내 옆 교탁 위로 걸어 오면서
그 종이 위에 적힌 지난 3개월간의
우스운 짝사랑을 고백하면
정말 우습게도 박수소리, 웃음소리, 필기하는 소리, 책덮는 소리가
다 꺼져 버려서 너무 조용한 2학년 3반에
큰 비밀이 생겼지.
그렇게 2학년 3반은 비밀을 지키고,
지켜서 우린 시작했지만......
외바퀴 자전거를 탄 월동이는
위태위태하게
앞으로 나가다가
여러번 고꾸라졌고
난 그 게 참 보기 싫더라고
"경찰서요?!?!!!"
[아뇨. 경찰서가 아니라 파출소요. 동네 파출소.]
"하하..하하하... 경찰서나 파출소나 거기서 거기 아닌감요..."
[아가씨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네- 요런 동네 폭행 잡범들은...]
"지금 가겠습니다!!!"
[큼큼!! 어쨌든 오시는 거 기다립니다.]
"예예!!!!"
경찰서인지 파출소인지.
무튼 '동네 폭행 잡범'이라는 근사한 타이틀을 뒤집어 쓴
나의 남자친구이자 나의 첫번째 제자이자
겨울이 생일이라는 월동이를 빼내려고
이번까지 합쳐서 다섯번째로 집을 나선 것은
시침이 숫자 2로 느릿느릿 돌고 있을 쯤이었다.
"월동아!!!!!!!!!!"
쪼그만 파출소로 울리는 내 목소리를
"홍도~야!! 울지-마라아!!♪♩ 오.빠.가!! 있따!!! 푸헬헬헬"
"이봐 형씨, 술을 처 마시면 집으로 재깍 들어가야지."
그 주접스러운 노랫소리가 가리고,
이내 나의 등장을 알아본
사랑으로 보듬어야 할 제자들은
"선생님 오셨다아!!!"
"우와아!!!! 여기 월동이도 있어요!!!! 월동아 나가서 꽉 끌어 안아드려!!!"
이렇게 주접스런 인사로
나에게 남아있던 쥐꼬리 만한 사랑마저도
멀리멀리 보내버렸다.
"미안. 진짜 미안해 선생님."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월동이의 인사까지도.
"그래서 이번엔 무슨일이죠.. 피해자는요.."
"아니 편의점을 아주 묵사발로 만들어놨어요 이 자식들이.
피해자는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데... 그게 고등학생인거라..참..."
"네, 이 자식들 제 자식들입니다. 병원이라..."
"선생님. 이번엔 어떻게 합의를 봐야할지. 저도 참...."
이순경님께서
이젠 많이 친해져 버린 이순경님께서
고민으로 얼굴이 십년은 늙어지는 것에
마음이 한결 무거워지려고 하는데...
"내가 니 자식이냐 어떻게!!!!"
월동이의 큰 목소리가
좋지 않은 나의 마음 한 켠을 울리면,
"그게 아니잖아 이 자식아!!!!!"
"그게 아님 뭐!!?!? 내가 니 자식이면 너랑 결혼 못하잖아!!"
"말이라고 하냐??!!? 지금 농담 할 정신이 있어? 엉?"
"농담아니야!!!"
"너 계속 그러면 내가 확 변선생님 부르는 수가 있어!!!!"
"그 고무신은 또 왜?!?!!! 그 고무신은 우리 사람으로도 안 본단 말야!!"
"나도 지금은 너 사람으로 안보여."
잔뜩 화난 바람에
쏟아 낸 내 말에
이순경님도 놀라고,
우리반 반장인 3분단 두번째 줄 오른쪽자리의 주인도 놀라고,
월동이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어. 사람아니지... 내가 사람으로 보일리가 없지. 미안해- 선생님."
"다신 이런 일 없기로 했잖아!!!! 지금 니가 나 화나게 했잖아!!!"
이젠 나도 확 질렸다고
이런 일 다섯 번째면,
질릴 만 하잖아
'여령아 사랑해.'
이런 것도 질릴 만큼 나도 했다고,
할 만큼 했다고,
그 동안 애 많이 썼다고
스스로 위로 삼아 말을 걸어보지만...
어쩔수 없이 어른이 되버린 머리를 원망하며
눈물을 삼키는데
"넌 아무것도 모르지. 이 바보 선생님아."
"야......... 신월동"
"월동이가 뭐냐. 선생이... 학생한테 별명이 뭐냐... 이름불러"
"싫어 신월동."
"마지막으로 할께. 이게 진짜 마지막이야- 여령아 사랑해."
동네 폭행 잡범.
겨울이 생일인 아이.
신월하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지만
신월동이라는 별명이 더 편했던 아이.
나의 첫번째 제자이자
외바퀴 자전거를 탄 아이.
사랑했나보다.
그 손 놓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
안녕하셔요.
그간 잘 지내셨겠죠?
저도 잘 지냈답니다.
본의 아니게
얼마전 바뀐 공지를 어겨
리턴당했던 소설이자
절 강등시킨 소설입니다.
허허.
아주 애정을 듬뿍주었던 것인데
그렇게 리턴방에 잠들 게 할 순 없었어요.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과 제자의 사랑. 우리나라에서는 곱게 보지 않는 사랑이죠. 흔히들 원조교제라고도 하고, 드러운 것을 본 듯한 눈으로 보지요. 하지만, 사랑이라서 아름다운 연인이라고 할까요?? 이 이야기를 보니까...나이는 숫자의 불과하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다음 단편 기대하겠습니다. 언제나 건필하세요.- 미굿
■ 우와, Mr.Goodbye님, 댓글 너무 감동적입니다.!!!!! 잘 읽으셨다니 저 정말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려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남은 오늘 얼마 안되지만 기쁜일만 있으시길 바랄께요!!
월하는 외발자전거에서 잘 버티고 잇을까요, 다시 손을 잡아 줄떄까지...
■ 잘버티고있겠죠? 그렇게 믿습니다, 전.
ㅠㅠ!재밋게봣어요!
■ 재미있게 보셨다니!!!!!!! 앞으로 좋은 거 들고 종종 올테니깐, 이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