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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4일 드디어 생애 처음인 울트라에 도전하는 하루전이다.경험이 많으신 정규홍 선생님과 안광일 선생님이 우리3명을 위하여 특별히 영양보충과 선배로서의 조언을 해주신다.마라톤 풀과는 전혀 다르단다.처음부터 절대 무리하지 말고 마지막 80km까지도 힘이 남아야 된단다.작년에 3명의 선생님들도 10km남겨놓고 마지막 90km지점에서 포기 해야만 했다는 쓰라린 경험담과 무릎 통증으로 고생했던 이야기,물먹고 싶기전에 먹어주고 배 고프기전에 가능한 배불리 먹어야 된단다.갈증을 느끼거나 배 고프면 그땐 이미 늦는단다.그리고 숱한 어려움과 고생했던 이야기들..... 더욱 긴장된다.두렵기까지 하다.사실 마라톤 풀도 걸어본 경험이 있고 포기한적도 있는지라 걱정이 보통이 아니다.내가 이짖을 왜할까?고통과 기쁨,인내와 희열,시련,아픔,만족,행복.......이 어렵고 긴 터널을 과연극복할수 있을까? 하여간 정말 고맙다. 어떻게 알고 일부러 이렇게 오셔서 충분한 영양 보충과충고,조언,도움말...... 이글을 쓰는 이유도 모든 고마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사려 해야겠기에 몇자적는다. 어느정도 식사후 술도 마셨다.마라톤에서는 몇일 전부터는 절대 금주는 물론이고 이유식이나 죽으로 대신 하지만 울트라는 술트라와 사촌지간이라 몇잔술도 괜찮탄다. 주거니 받거니 세잔이나 마셨다.걱정이다. 술이라면 한잔도 못하는 내가 세잔이나 마셨으니? 더구나 하루전날? 하여간 잠이나 푹 잤으면 좋겠다.가끔 긴장하면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때론 국가대표 선수들도 수면제에 의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4월15일 드디어 청남대로 가는 날이다.전날 잠은 충분히 잤다.부지런히 서둘러 오후와 내일 할일을 미리 해놓고 준비물을 챙긴다.배낭과 헤드라이터는 학순이가 빌려줬다.수통이 부착 되어있는 배낭이기에 10만원은 족히 주었단다.이참에 구입하려 했지만 앞으로 절대 울트라는 않겠다는 생각에 빌리기로 했다. 찰떡파이,장갑,양말 2켤레,두툼한 겨울잠바,긴바지 그리고 정선생님이 특별히 준비 해주신 1회용 사혈침,영양갱,진통제4알 등등...... 제현이,제현이동생,나,정용이,장호원에서2명(여자1명포함)그리고 도우미로가남 마라톤 동호회원중 우선 운용이와 상원 선배가 동행한단다.정말 고맙다.각자 사업하느라 무척 바쁠텐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배려하니 뭐라 감사 해야할지? 오후 2시쯤 집사람과 작별인사를 했다.힘들고 지치면 무리하지 말고 무조건 포기 하란다,보통 사람들은 "건투를 빈다'"반드시 완주하라""힘내라"등등.....인데 왠만하면 포기 하란다.그도 그럴것이 가끔씩 마라톤 하다 안전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일 것이다.특별히 마누라만 포기하라는 말은 아마 어머님 께서도 그런 마음이실게다.더욱 고맙다.눈시울이 핑 돌정도다. 말로만 듣던 그리고 마음대로 상상했던 청남대다.벌써 수많은 인파가 아우성이다.생각보다 화려하지도,사치하지도 않은 그저 경치좋은 별장같다.현란한 감정보단 앞으로 전개될 값진 시련들이 걱정이다. 모두들 의기 양양하고 자신 만만한것 같다.우락부락한 근육이며 당당한 표정들..... 모두들 대단하다.적어도 경험이 풍부한 선수 이전에 전쟁을 코앞에둔 전사같다. 그들은 주인공이고 나는 초라한 조연 같다. 생애 처음 출전하는 울트라......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마라톤 풀은 수천 수만명 인데반해 불과 수백명(600)정도다.하지만 모두들 당당하고 자신에찬 표정이다.식사는 청남대에서 배불리 먹고 출발하려 했는데 아뿔사 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이런 낭패가? 다행이도 영월 동강팀에서 마련한 감자떡이 있기에 몇개 먹었다.염치 불구하고 몇개를 더 먹었다.배부르지는 않지만 그나마 든든한 마음이 든다. 주최측에서 나눠준 배번호 '127'를 앞뒤로 부착하고 파워젤도 한개를 먹었다.배낭과 해드랜턴,깜빡이등은 필수란다(언제 준비 했는지 운용이가 깜빡이 등을 준다)그리고 간단한 속옷과 양말,찰떡파이7개,구급약품,물1.5리터,핸드폰....사실 핸드폰은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겠기에 안가져 가려 했다.하지만 안전 사고시 제일 중요한게 핸드폰이란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리더자의 구호에 맞춰 간단한 준비운동을 했다.모두들 자신에 차있다.잠시 청남대의 멋진 소나무를 감상해본다. 드디어 출발 신호와 함께 출발이다.결코 쉽지않은 어려운 고행의 길로 그리고 미지의 세계로 내스스로를 빨려드려 보내고 있다.그것은 고통이고 외롭고 처절한 터널일 것이다. 그리고 저만치 끝에 희미한 희망과 기쁨이 보일 것이다.끝까지 포기하지말고 오버하지말고 조금씩 조금씩 정복하자고 마음속 기도한다. 출발부터가 난코스다.300m정도는 가파른 오르막이다.반수이상이 걷는다.옆에있는 동생이 말한다.지금 걷는 사람들이 결코 초보자가 아니란다.수십번 참석한 베테랑 주자 일수록 무리하지 않고 힘을 저축 한단다.오르막을 거의다 오를즈음 핸드폰이 울린다.문정호 선생님 한테서 힘내라는 메세지다.다시 고마움을 느낀다. 날씨가 너무 덥다.조금전 까지만 해도 약간 선선한 날씨에 햇볕이 가려졌었는데 지금은 너무 덥다. 왼쪽에는 대청호의 여유로움이,오른쪽엔 눈부시리만치 화려한 벗꽃무리가 산아래로 군락을 이루며 우리를 반긴다. 이름모를 가로수 또한 오늘은 대통령이 아닌 우리를 주인으로 모시는것 같다.마냥 상쾌하고 즐겁다.다음에 식구들과 꼭 다시한번 지금보다 여유로움을 찾고싶다. 나름대로의 계획도 세워본다.초반20km정도는 몸을 풀겸 최대한 천천히,그리고 60km정도는 나의 페이스대로 나머지 20km는악으로 깡으로...... 4km지났을까 벌써 땀이 비오듯 흐른다.제일 걱정인게 땀일진데.....사실 마라톤 풀코스 9번 도전중 7번 완주에 2번 실패한 경험이있다.한번은 무릎 부상이고 한번은 너무 땀을많이 흘려 탈진한적이 있다.한번 탈진하면 아무리 물을 먹어도 갈증만 느낄뿐 이미 늦은 상태다.그래서 미리 미리 물을 먹어 두기로 했다.헌데 벌써 이렇게 땀을 흘리니 조금은 걱정이다.몇모금 마신다.피같은 물이다.옆에있던 달림이가 말을 건넨다.자기는 서산에서온 벌써 12년째 도전하는 울트라맨 이란다.내가 땀을 너무많이 흘리니 안스러운 모양이다. 배낭을 만져보더니 물이너무 많단다.아깝지만 500ml정도는 버리란다.어느정도 버리니 훨씬 가벼워 졌다.조금은 날아가는 기분이다.하지만 오버는 절대 금물이기에 천천이 뛰기로 한다.괴곡 삼거리까지 7.2km라는데 고개가 만만치 않다.후반 90km이후 내일아침 아침 햇살을 받으며 초라한 모습으로 완전 지친상태에서 중복되는 이곳을 다시 지날 생각을하니 쓴웃음이난다.제현이와 정용이는 아직까지 함께 했는데 장호원 팀은 아마 뒤에 오나보다.제현이는 원래 잘뛰니 나와 함께함이 미안하고 정용이는 혹 오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하지만 잘도 뛴다.모두들 아직은 여유 만만이다.이사람 저사람 이야기도 하고 때론 농담도하고 또 낄낄거리며 웃기도하고.....모두들 아직은 여유를부리며 뛴다기 보다는 아마 즐긴다는 표현이 옳을게다. 저멀리 문의면이 보인다.많은 사람들이 박수와 갈채로 이방인들을 반긴다.헌데 이게 웬일인가?그 조그만 촌동네에서 "가남 화이팅"소리가 들린다.가남마라톤동호회 응원팀이 온것이다.어느 경치좋은 작은 시골마을에"가남 화이팅"을 외치다니.....운용이,상원선배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용식이형,학순이까지....그 멀리서 이곳까지와 응원을 ..... 힘이난다. 아마 힘이솟는다는 표현이 옳을게다.반드시 완주 하리라 굳게 다짐 해본다.그리고 잠깐 용식이형이랑 포즈도 취해본다.모두들 고맙다.다음기회엔 반드시 내가 도우미로 나서야겠다. 파워젤과 찰떡파이 하나 꺼내먹고 이따금 물도 보충해준다.제1cp까지는 아직 멀었는데 물이 걱정이다.벌써 반이상이 없어진것같다.제현이는 멀리앞서 시야에서 사라진다.정용이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잘도 뛴다.감량은 했지만 몸무게가 너무 많아 조금은 걱정이다.옆에서 가뿐 숨소리를 들으면 안스럽기 까지하다.하지만 잘도 뛴다.저만치 앞사람이 땀을 뻘뻘흘리며 뛰어간다.조금 속력을내어 말을 건네본다.여지껏 나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처음이다.오히려 내가 걱정되어 물어본다.부산에서 왔단다.울트라를 9번이나 완주 했단다.그래도 미리미리 충분히 물을 섭취하면 괜찮단다.얼마나 반가운 소리인가?걱정이 반감된다.하지만 옛날 탈진한 경험이 있기에 물을 아껴가며 조금씩 줄여간다. 벌써 어슴푸레 어둠이 밀려온다.왼쪽에 대청땜이 보이고 저멀리 청남대 입구가 보인다.팔각정 휴게소와 어울어져 장관을 이룬다.내일 아침이면 저곳 청남대에서 다시 이곳을 감상 하겠지?사치한 생각일까?반드시 완주하리라 다짐해본다.쉬고싶다.모든 조화로움을 즐기고싶다.하지만 쉴수없는 안타까움...애꿋은 물 한모금으로 달래본다. 용식이형이 또 반긴다.중간중간 힘내라는 핸드폰 메세지도 용기를 더해준다.어느새 정용이도 합세한다.긴 비탈길을 내려가니 제현이가 보인다.영양정 하나를준다.힘이 솟는다. 이제20km훨씬 지났나보다.어둠이 점령한지도 꾀나됐다.이제부터는 내 페이스대로 가야한다.나 자신과의 싸움이다.나이 오십에 처음으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사람처럼 길고 험준한 모험의 세계로 도전해야된다.분명 시련과 고통이 따를것이다.길게 한숨을 쉬어본다.거리에서 응원하는 시민들에게도 답례를 한다.마지막 종착지에서는 손들어줄 힘조차 없음을 익히 잘 알고있다.아직 힘이 있을때 손도 흔들어본다.인사말도 건네본다.화이팅~~~~~~.가끔 포장마차도 구석진 어둠을 깨운다.그곳에서 달림이들도 처량하게 허기진 배를 달랜다.다시 옛날을 생각해본다.3년전 처음으로 마라톤을 시작할때는 운동장 2바퀴에 만족하고 조금씩 두세바퀴가 짧아져감을 느낄때 처음으로 여주대회에 참가했었지.10km에49분.재미도있고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막바로 양평대회 하프를 신청 했었지.그때 오만과 오버로 반은 죽다 살아났었지.날은 덥고 "그까이꺼 하프쯤이야..."라는 자만에 그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했었지.상품으로는 탈진과 새까만 발톱 1개, 상처난 젖꼭지..... 하지만 그곳에서도 기쁨이 있음을 알았지.그리고 인내와 자신감도-,지금 이순간 달리게한 원동력도-,세상을 밝게보는 눈도..... 그리고 풀코스9번 도전에7번 성공,2번 실패. 그때마다 다리도 아팟었고 늘 고통과 친구했지.오히려 고통을 즐겨왔지.앙꼬없는 찐빵이랄까?그리고 지금은 나름대로의 철칙도 세워 놓았지.첫째 ,절대로 걷지말것(울트라에서는 안통한다.) 둘째,끝까지 포기하지말것.세째,절대 오버하지말것.네째,최대한 즐기면서 뛸것.다섯째,최대한 여러사람과 대화할것......그중에 내가 최고 바라는것은 즐기면서 뛰는것이지.지금 이순간 청남대의 화려한 소나무들도,멋진 대청땜과 주위의 빼어난 경관들도,달림이에게 손 흔들어주는 모든이들도,멀리서 지켜보는 달님도,낯선 이방인에놀라 정적을 깨는 개들도...... 그들의 주인공은 그것을 최대한 즐기는사람일 것이다.그리고 그놈이 바로 나다. 숨은 가파오르지만 즐겁다.다시 힘이 솟는다.그동안의 누적된 스트레스도,오염된 마음도 뚤어-------펑이다.몸으로 느끼는 마라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장애우들의 말처럼 캄캄한 이한밤에 풀벌레와 대화하며 감춰졌던 오염된 나를 버리고, 세상을 알고,무엇이든 할수있다는 자신감에 마음이 가벼워진다.발걸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하지만 오버는 금물.하늘에는 달빛이 벗한지 이미 오래다.이따금 서있는 가로등 사이로 벗꽃이 찬연하다.약한 바람에도 눈처럼 휘날리는것을 보면 벌써 벗꽃들도 중년을 넘어섬을 느낀다.여름철 브레지어가 살짝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처럼 살짝 어둠속에 가리워진 2차선 양옆의 벗꽃들은다음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것을 당부한다.달과별,멀리서 개짖는 소리,이따금 손님을 기다리는 이름모를 식당들...옆 달림이의 가픈 숨소리,그리고 무언, 유언의 대화들........앞 뒤로 길게 늘어선 깜빡이등 등.......모든것이 아름답다.그리고 정겹다.밤의 긴 여정을 즐겨본다.밤을 벗삼아 고독과 대화하면서.때론 내페이스에 맞는 무리속에서 그들과 대화하며,때론 맞는무리를 찾으며 속도를 조절해간다. 40km지점에 무리들이 몰려있다.노점상이다.오뎅과컵라면,커피....갑자기 허기가 몰려온다.목이탄다. 빨대를 빨아보니 물도 떨어졌다.하지만 너무 많은사람들이 모여있어그냥 지나치기로했다.지체할 시간이 아깝다.5km만 더가면 제1cp가 있지 않은가?.조금만 참자.뛰자....헌데5km가전보다 훨씬 멀어 보인다.점점 지쳐감을 느낀다. 고개마루에 올라서니누군가 화이팅을 외치며 역주행한다.용식이형이다.이렇게 반가울수가.힘이난다.다시 나와함께 제1cp까지 뛰어준다.제현이 소식을 나에게 묻는다.훨씬먼저 갔다고하니 그럴리 없단다.1시간 전부터 제1cp에서 기다렸는데 못봤다는것이다.걱정이다.약3km정도 함께뛰니 제1cp가 가남 동호회여러분과 함께 나를 반긴다.요구르트 2개와 충분한 물을마시고 배낭에 물도 보충한다.62km지점에서 밥과 물을 제공한다니 물은 500ml만 보충했다.날씨가 추운탓에 땀도 많이 안흘리니 이정도면 적당하리라. 잠시 일 이분 쉬었다 다시뛴다.지금부터가 중요하다.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충분한 연습을 못했기 때문이다. 동아마라톤이후 일주일 전에50km딱한번 제현이와 정용이랑 함께 뛰어본것이 전부이다.50km이후로는 내생에 처음 뛰어보는 것이다.50,60,70.....모두 50년 생에 처음이다.물론 후반 페이스를 위해 적절히 조절은 했지만 걱정된다.하지만 기쁘다.이 나이에,이밤중에오직 나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각오를하니 자부심도 생긴다.핸드폰을 꺼내들고 집사럄에게 전화한다.아직은 무사하고 ,이제부터는 밤이 깊으니 전화하지 말라고-,걱정말고 푹 잠이나 자라고- 한참을 뛰고 있는데 이름모를 차가와 옆에선다.어둠속에 자세히보니 학용이다.옆에 집사람을 태우고 이 한밤중에 이곳까지? 정말 고맙다.잠시나마 피곤함이 사라진다. 길가에 주유소들도 소등한다.이따금 개짖는 소리가 민가가 있음을 알린다.아까와는 달리 깜빡이등도 뛰엄 뛰엄 보인다. 때론 한참동안 없다가도 저 멀리서 깜빡거릴때면 그제야 이 길이 맞나보다 하고 뛰고 또 뛴다.62km지점에 해장국이 기다린다는데--.배가고프다.찰떡파이도 별로없다.점점 다리에 무게가 실린다.정신없이 가다보니 도계가 보인다.충북과 남도인지 먼길을 왔다는 느낌이다.감회가 새롭다.숨도 가파 오지만 다리통증이 오기 시작이다.여지껏 잘도 버텨 왔는데....중앙 마라톤에서 다리 통증으로 한번 도중하차 한 경험이있다.잘못하면 평생 뛸수없는 지경에 이른 사람도 있지 않은가?걱정이다. 속도를 조금 늦추기로 했다. 힘겹게 62km지점에 도착하니 어김없이 나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동호회원 여러분이다.두툼한 옷과 소주2병으로 추위를 달래고있다.한잔 따라주지만 마다하고 해장국을 먹는다.꿀맛이다.모두들 스스로 밥을 가져오지만 나만이 동호회 도움으로 앉아서 밥을 얻어 먹는다.천근 만근 몸이지만 굉장한 위안이고 기쁨이다.해장국 한그릇반을 비우고(얼마든지 먹을수 있지만 배부르면 못뛸까봐)잠시 휴식을 취하며 몸을 풀어본다.제현이는 다리 통증으로 조금 뒤에 온단다.안타깝게 정용이는 40km지점에서 포기 했단다. 정말 미안하다.그동안 함께 열심히 연습했는데 중간에 포기하다니 정말 아쉽고 위로의마음 전한다.오죽했으면 포기하랴는 생각도든다.바람도 불고 밤기운이 매섭다.긴옷을 갈아 입었는데도 춥다. 잠깐 쉰 사이에 몸이 무거워졌다.아니 몸보다 다리통증이 심해졌다.조금지나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뛴다.뛸수록 심해진다.정말 미칠지경이다.이곳에서 포기할순 없고 속도를 늦춰 뛰어보지만 소용없다. 문뜩 소염제 생각이난다.한알먹고 20분정도 천천히 달리니조금씩 낳아짐을 느낀다.그제서야 제현이 생각이난다.도움이가 와야 전달할텐데.안타깝다.그럴줄 알았으면 진작 식사 지점에서 회원들에게 전해야 했을것을---(나중에 알았지만 제현이도 학순이가 준비한 한알을 먹었단다.) 중간에 한알을 더 먹었다.많이 호전됐다.하지만 점점 한계의늪이 다가온다.동료 달림이도 보임이 길어진다.길을 잃을까 걱정도 된다.문득 지금 이순간이 우리 중년의삶 인것같다.목표의식마져 희미해져갈 시기가 아닌가?때론 소외의식도 느껴가며,때론 빛바랜삶을 억지로 외면하며 살고있는게 아닌가? 그래도 아직은 후회없는 나만의길을 찾아야지---현재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편안함과 타협한다면 인생의 낙오자가 될것이다. 작년에 1등주자가 길을잃어 아깝게 그만 1등을 놓쳤다는 기억도 있다.앞에 깜빡이가 있으면 무조건 따라가면 되지만 이따금 내가 선두에서면 난감하기 이를데없다.옆 사람에게 물어본다.이길 맡소? "나도 모르오 . 그냥 뛰는거요" 젠장 그렇다고 지쳐버린 사람과 뛸수는없고--- 에따 모르겠다.무조건 뛰자.가다가쌍갈래길이 있으면 조금 큰길로,혹은직선거리로......다행이 저 멀리서 깜빡이가 보인다.그려 뛰자뚜ㅕ----- 내 다리는 이미 내 다리가 아닌것을.... 단지 잘 충전된 기계일뿐,내 심장은 이미 내 심장이 아닌것을..... 이따금 나를 위로해주는 달빛에 맡긴지 오래인것을. 70km이정표가 외로이 혼자서 나를 반긴다.80km지점에 그리도 험하고 피를 말린다는 피반령이 있다는데 가도 가도 피반령은 어디갔노. 피반령아! 피반령아! 점점 몸이 지쳐간다. 불쌍한 노점상만이추위를 달래가며 애타게 손님을 기다린다.물이라도 팔아주고 싶지만, 아니 쉬었다 가고싶지만 85km지점에제3cp가 있기에 그냥 지나쳤다.미안하다.몸안의 에너지는 이미 고갈됐고 80km이후에 써먹기로한 끈기와 오기를 앞당겨 쓰기로 했다.눈앞에 작은 고개가 있다.걷자.헌데 고개가 장난이 아니다.가도 가도 끝이없다.아!요놈이 그리도 한많은 피반령 고개인것을 짐작으로 알것같다. 저앞에 깜빡이가 보인다.걷는폼이 술취한 사람같다.아마 지칠대로 지친모양이다.부지런히 쫒아가 묻는다."이곳이 피반령 고갭니까?"나도 모르오"지칠대로 지친 몸이기에 혀바닦도 그 몸의 일부임이 느껴진다. 예끼 이사람 !이 힘든짓 뭐하러 하노---한심한 사람 같으니라구. 오르막 3km,내리막3km라더니 왜 이리3km가먼가?내가 대통령 되면 너는 막바로 터널이다.죄지은놈들 몽땅 데려다 이짖 시킬거다. 정상에 오르니가 시야 넓어진다.희망이 보인다. 저멸리 졸고있던 작은 마을의 불빛도 우리를 반긴다.게을렀던 바람도 연실 땀방울을 닦는다.아!희망이여.힘이솟는다.이제 굴러가도 완주는 할것같다.남은거리 하프.....다리 통증도 줄었다.마지막 페이스 조절이다.내리막에 동행자가 나타났다.서로 지친 상태라 대화는 별로없다.약 2km동행한 것으로도 족하다.뒤로 쳐진다.곧바로 제3cp가 나온다.이 추운 날씨에 밤잠 못자고 우리를위해 수고하는 집행부에 다시한번 감사드린다.쉴틈도 없이 물한병 보충하고 다시 힘을낸다.공동묘지가 나타난다.묘연하다.언젠가 우리도 가야할곳...단지 조금 먼저 갔을뿐.저들도 우리를 위해 박수 치겠지?나도 그럴테니까. 왠지 편안한 느낌마져든다.뒤에서 달림이 2명이 온다.다행이다.한참을 함께뛰니 내가 지친다.갈길이 아직 멀었기에,잘못하면 오버하겠기에 속도를 조정한다.정말 잘도 뛰는 녀석들이다. 이친구들이 내 기억으로는 50km이후 나를 추월한 유일의 사람들 일것이다.어떻든 박수를 보낸다. 정신없이 뛰다보니 가덕3거리가 나온다.이곳부터가 전날 출발했던 중복되는 길이다.어제는 여유만만,오늘은 천근만근 .......이제 지칠대로 지친상태가 아닌가.하지만 걸어서도 완주는 충분하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다.모닥불 피워놓고 "얼마 안남았소,마지막 힘내세요"라고 박수 치는데도 그냥 지나칠뻔 했다.풀코스 뛸때마지막 지친 상태에서 응원해주는 시민에게 손을 흔들어줄 힘이없듯이 이제는 말로도 힘이든다.하지만 용기를 내어본다."날씨도 추운데 고생이 많습니다" 경직 되어가는 다리를 위로하며 속도를 재촉하니 달림이 한사람이 보인다.자기는 울트라만 이번이 29번째란다.대한민국 종단,횡단,제주도 한바퀴...... 안해본것이 없단다.이정도면 대한민국 베테랑임에 틀림없다.어깨가 움츠려진다. 처음 울트라에 도전한다고하니무척 빨리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이런 저런 이야기를하며 함께뛰니 고통도 사라진다."지금 이정도 속도면 몇시간 안에 도착 합니까?""이정도보다 조금 빨리뛰면 아마 12시간안에 도착 할게오.""그래요? 그럼 먼저 갈께요,미안합니다." 갑자기 욕심이 생긴다. 힘이솟는다.사치한 오기가 발동한다.마지막 머리끝에서 발톱까지 모두를 탕진하자.희미해진 헤드라이트도 동참하는듯 밝아진 느낌이다. 사실 나는 모든 마라톤 대회때에 시계는 가져가지 얂는다.왠지 시간에 구속받는 느낌이기 때문이다.목표시간보다 늦으면 오버 할수있고,나자신의 체력보다 시계와의 싸움이 싫기 때문이다.이제는 배낭속의 핸드폰 꺼낼 힘도없고 베테랑 달림이의 희망의 목소리에 속도를 높여본다.앞서가는 달림이도 술취한듯 s자로 뛰어간다.그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공통점을 공유한다.더이상 뛸수없다. 멀리서 괭가리와 음악 소리가 들린다.훤한 불빛도 보인다.축하 팡파레가 울린다.여보! 드디어 해냈소.긴장이 풀린다. 눈시울이 적셔진다. 주차장이 보인다.청남대가 두팔을 벌린다.집행부와 많지않은 응원팀이 이 추운날씨에도 축하 팡파레를 계속 울려준다. 드디어 해냈다.마음속 기쁨의 눈물이 진액으로 흐른다.지난 12시간의 피비린내나는 역경은 이제 조그만 사건에 불과하다.기쁨의 만세를 불러본다.순간 전광판이 보인다.11시간 51분 42초......... 헌데 이게 웬일인가?지금이 새벽5시전인데 지난밤 밤새워 응원하던 햑순이가 박수치고 있지않는가.이렇게 고마울수가.잠한숨 못자고 이 추운날씨에 이렇게까지 응원해주다니..... 간단한 꽃다발과함께 포즈를 취해본다.기록증과 금 한돈도 받았다.내 생애 이렇게 값진 보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 했다고 자부한다.오늘의 영광이 내삶의 원동력이 될것이다.또 내 인생의구석 구석을 조리있게 풍성함으로 채워주리라 믿는다.값진 고통의 체험으로 영광의 순간을 맛보게한 신께도 감사드린다. 잠시후 제현이가 들어왔다.정말 고맙다.지난3년간 함께 뛰어온 친구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모두가 승자다.제현아! 축하한다. 샤워장에서 샤워하고 ,식사하고,막걸리 7잔도 비우고..... 청남대가 밝아온다.동트기전 완주했다는 자부심도 생긴다. 집사람한테 전화가온다.아직도 뛰고 있냐고.....
밤새워 우리를 응원해준 가남 마라톤 동호회 여러분,많은 조언과 성원을 보내주신 중학교 선생님들,힘내라 메세지 주신 여러분 ,밤새 잠못이뤘을 사랑하는 여보께 잔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달림이 이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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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달리기만 잘하는 헝아인지 알아는데 소나무도 잘기르고 .....글도 맛있게 잘쓰시네요....^^* 나도 울트라 한번 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