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 준비하는 소리에 눈을 떳다.
아직 새벽 6시도 안됐는데 방 주인의 농업적 근면성은 알아줘야 한다. 벌써 아침 식사 준비 마치고 본인은 식사를 하고 있다.
내가 애들과 라면 끓여 먹겠다고 하니 방주인은 출근준비 하느라 먼저 먹는 것이라 한다.
TV에서 뉴스를 보다가 슬슬 일어나서 먼저 씻고 애들을 깨웠다. 집에서는 깨우는 것도 힘들었는데 낯 선 곳이라 그런지 한 방에 일어난다. 이래서 가끔 여행을 해야 하는가 보다.
애들이 씻는 동안 라면을 끓였고 밥과 함께 말아서 먹었다. 눈 뜬지 얼마 안됐는데 두 아들 참 잘 먹는다.
8시즈음해서 집을 나섰다. 오늘의 첫 방문지는 익산의 미륵사지다.
도착하니 8시 30분쯤 되었다. 광활한 주차장에 차는 거의 없고 우리는 가장 좋은 자리에 주차를 한 후 아무도 없는 빈 집 정원에 들어서듯 미륵사지 안으로 들어갔다.
미륵사지 탑은 국사책에서 많이 봐 왔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니 탑은 해체 공사 중이라 탑을 수리하는 가건물 안에는 탑 터만 남아있다. 한 켠에 해체된 탑 일부가 보인다.
우측 너른 벌판에는 미륵사지 석탑 실물 크기의 모형이 있고 그 곳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에 만족하고 미륵사지를 나왔다.
두 번째 방문지는 전주의 한옥마을이다.
익산에서 전주까지 거리는 20km 남짓이지만 시내를 관통해서 들어가는 바람에 1시간 가까이 소요된 듯 하다. 한옥마을은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 규모도 상당해서 전에도 두 번 왔다 간 곳이지만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물어물어 경기전에 들어갔다. 여기는 입장권을 받는다. ㅋ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임금의 전신을 그린 그림)이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마치 임금이 사는 것처럼 모신 듯 하다. 경기전의 크기나 규모도 일반적인 서원 보다도 크다. 경기전 안에는 작은 박물관도 있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보고 나오니 두 아들은 벌써 출출한가 보다. 지팡이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걸으며 먹었다.
오늘 기온은 초봄과 같은 영상 15도! 서울은 미세먼지로 고생이 많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아주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시야도 좋고 관광하기 딱 좋은 날씨다.
한옥마을을 출발하여 네비게이션에 성삼재 휴게소를 입력하니 전주 순천간 고속도로를 달리게 한다. 구례IC로 빠져나와서 국도로 접어드니 도로표지판에 화엄사 가는 길이 보인다. 지리산 초입임을 알수 있다.
성삼재 휴게소로 올라가는 입구에 들어서니 통행료를 받는다. 국립공원을 방문할 때는 이처럼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이런저런 명목의 비용이 들어가니 놀라지 말아야 한다. 크~~
성삼재까지는 강원도 길 보다 심한 급커브와 언덕 길이니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도 두 아들은 차만 타면 잘잔다.
본래 내 옆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잠 안자기로 했는데 그 약속은 일찌감치 깨졌다. 나는 약올라서 가끔씩 창문을 연다. 그래도 잠깐 깨고는 다시 존다. 두 아들은 강적이다.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하니 마음이 탁 트이는 공기와 눈이 시원해지는 풍광이 반겨준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주변에는 잔설이 쌓여 있지만 지리산도 성큼 다가온 봄 기운을 느끼는지 건물 처마에서는 연신 녹아내린 눈이 빗물 흘리듯 줄줄 쏟아진다. 휴게소 안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육개장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분위기 탓인지 맛이 좋았다. 일반적으로 휴게소 음식은 맛 보다 떼우는 개념으로 먹었는데 이곳의 육개장은 추천해 줄 만하다.
본래 식사를 마치고 노고단 방향으로 트래킹을 계획 했는데 오후 일정을 감안하니 어려울 것 같아 다시 차에 올라탔다. 이 번에는 순천의 낙안읍성이다. 성삼재에서 80km 남짓, 내 머리 속 지도 보다 먼 거리였다. 그렇지만 시골 길은 풍광이 좋아서 운전의 피로감을 덜어 준다. 순천 시내를 거쳐서 낙안읍성에 도착하니 마치 조선시대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하다. 잘 보존 된 초가집과 낙안 관아의 모습이 용인에 있는 민속촌을 연상케 한다. 초입에서 구입한 번데기와 소라를 먹으며 여유있게 산책 삼아 읍성을 구경하고 성곽에 올랐다. 수원의 화성 보다 규모는 작지만 성곽 길 따라 걸으니 낙안읍성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둘러보다가 물레방아가 있는 작은연못으로 내려오니 개구리 몇 쌍이 짝짓기 하는 모습이 보인다. 벌써 이곳은 봄이다. 낙안읍성 적극 추천한다.(1박 2일 프로에서도 나왔던 곳임.)
다음 방문지는 화개장터다. 조영남씨의 노래로 유명해진 화개장터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가에 붙어있다. 주소상으로는 경상도 하동군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화서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규모는 화서시장의 1/5 정도 되려나? 다 둘러 보는데 5분도 안 걸린다. 하지만 역시 대중적인 노래의 주인공 다운 힘은 있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방문객이 제법 있다. 그냥 둘러만 보기 민망해서 국화차와 산수유 차를 샀다. 식당에 들려 파전과 도토리묵도 주문을 했다. 국기가 추천한 음식이다. 맛있게 먹고 다음 목적지인 남해군의 독일마을로 차를 몰았다. 아뿔사 하동군과 남해군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이지만 남해대교를 건너고도 독일마을까지 상당한 거리다. 도착을 하니 날이 저물었다. 독일마을의 야경만 보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야경으로 어렴풋이 본 독일마을은 남름 운치가 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낮에 들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부산을 향하여 달렸다. 밤 9시 30분쯤 부산 용두산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부산에서 나고 자랐으며 여전히 부산에서 일을 하고 있는 후배를 만났다. 후배에게 아직 저녁식사 전인 두 아들과 부산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추천을 해보라 하니 일단 본인 차에 우리를 태우고 국제시장으로 데려간다. 자갈치 시장과 마주보고 있는 국제시장은 밤이 더 활기찬 곳이다. 1박 2일의 주인공인 이승기씨가 먹어서 유명해진 씨앗 호떡을 줄서서 먹고 주변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군만두로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국제시장 안을 걷다 보니 타루 점을 본다. 후배 포함해서 우리 4명은 모두 타루점을 보았다. 애들은 청소년이라고 3천원, 나와 후배는 5천원짜리 타루 점을 보았다. 점쟁이 아주머니는 4명 모두 점괘가 좋다며 덕담을 해 준다. 아무튼 기분은 좋다. 후배가 보수동 책방 골목과 다큐 3일에서 나왔던 삼복도로로 안내해 줬다. 6.25전쟁 당시 피란민이 부산에 대거 몰리면서 산 비탈 따라 판자집을 짓기 시작했던 것이 유래가 되어 지금도 언덕배기에 빽빽이 늘어선 집들은 왠지 안쓰러우면서도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삼복도로 중턱에 올라섰는데도 부산 시내 야경이 한 눈에 보인다. 후배와 헤어진 후 부산역 앞에 있는 토요코인 호텔에서 체크 인 한 후에 다시 애들을 태우고 송도 해수피아를 갔다. 지난 번 출장 때 후배가 해수 사우나하면 좋다고 해서 한 번 가봤던 곳인데 느낌이 좋아서 애들에게 제안 했더니 애들도 좋다고 해서 갔다. 도착하니 11시 30분 그러나 입장권을 끊으려 하니 12시에 사우나는 문을 닫는다며 괜찮겠냐고 묻는다. 조금 아쉽지만 30분이라는 시간동안 열심히 두 아들 때 밀어주고 온탕, 냉탕, 사우나까지 들락거리다 나왔다. 온수 풀은 바닷물을 데운 것이라 느낌도 좋다. 덕분에 어느 정도 피로를 풀고 호텔로 돌아오니 새벽 1시! 이렇게 둘째 날도 바빴지만 남들 2배~3배 정도 분량의 관광을 하루만에 마감했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