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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iving in Edmonton 에드몬톤에서 살아 가기 원문보기 글쓴이: 해솔
재벌, 자본주의 아니다. (3) 비자금, 도둑질.
지 : 하긴 재벌들은 모두 비자금을 만들고 그 비자금 상당액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테니까. 하지만 역시 삼성이 그 분야에선 최고겠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도 그렇고.
김 : 그렇지. 이제 다시 이명박. (웃음) 이명박 후보 시절,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터졌잖아. 폭로의 핵심은 그렇게 삼성의 지배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검찰을 어떻게 떡검으로 만들었는지를 밝힌 거고 그 명단도 내놓았잖아. 우리 검찰이 삼성의 떡검이 된 것도 결국 아버지가 아들한테 불법으로 회사를 넘기는 걸 어떻게든 무마하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사법부가 삼성의 집중 관리 아래 들어간 것도 마찬가지 이유고. 이건희 부자의 지극히 사적인 욕심 때문에 우리의 국가 시스템이 그렇게 돈에 철저히 망가졌다고. 그리고 그걸 위해 쓰는 비자금은 또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도 밝혔지.
지 : 임직원들 명의로 차명 계좌로 관리를 한 거라고.
김 :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자기도 모르게, 굿모닝신한증권 도곡 지점과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 등 모두 7개의 자기 명의 차명 계좌를 개설해 50억 원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폭로했지. 검찰 간부 40여 명에게 떡값으로 연간 10억 이상 뿌렸다고도 했고. 나중에 삼성 특검이 조사한 바로는 삼성 전현직 임원과 그 가족의 명의로 3,800여 개의 차명 의심 계좌가 있고, 그중 1,300여 개 계좌는 차명 계좌가 확실하다고 결론 냈다고. 김용철 변호사 한 사람의 차명 계좌만 해도 7개나 됐는데 전체 차명 계좌가 1,300개밖에 안 된다는 건 특검이 전수조사를 안 했다는 소리지. 그래도 그 정도였다고.
그런데 특검은 현금이라서 추적이 어렵다며 이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는 조사하지도 않은 채 오히려 삼성에게 면죄부를 안겨주지. 이병철의 돈이었다고. 정말 웃겨서. 아니 아버지 돈이 뭐가 부끄럽다고 그렇게 꽁꽁 숨겨놔, 씨바. (웃음) 이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사범을 잡아내는 일이었다고.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할 수준의 조세 포탈범이었다고. 그런데 그걸 그렇게 풀어서 오히려 그 돈을 이건희 품에 모두 안겨줘버리네. 이게 삼성의 돈에 포로가 된 우리나라 공적 시스템의 실체야. 김용철 변호사가 자기가 그 범죄에 개입했으니까 날 잡아가라고 해도 안 잡아가잖아. (웃음)
지 : 날 잡아넣고 수사하라는데도 안 한다는 것은 뭔가 있단 얘기겠지? (웃음)
김 : 뭔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확실한 게 널렸지. (웃음) 그 차명 계좌만 들여다봐도 아주 웃긴다고. 계좌에 보통 억대씩 들어 있었는데 특징이 그런 거였어. 인출은 반드시 현금으로 한다. 인출할 때는, 예를 들어 2억2,222원, 1원 단위까지 인출한다. 억 단위의 현금을 인출하면서 1원까지 인출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도 안 되잖아. 비자금도 비밀장부에 회계 처리는 해야 하거든. (웃음) 그래서 끝자리까지 맞추는 거지. 그리고 그 모든 계좌의 비밀번호 대부분이 0000이었다는 거 아냐. (웃음) 웃기는 새끼들. (웃음)
그리고 그림 이야기도 했지. 비자금이란 게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관리해야 하잖아. 그런데 그림이나 골동품은 세금도 없다고. 죽이잖아. (웃음) 현금화가 가능하면서 세금도 없으니까 왔다지. 그렇게 고가의 미술품을 하도 사 모으다 보니까 아예 미술관을 제대로 짓지. 그러니까 삼성 리움미술관은 세계 최고급 비자금 관리 창고라고, 간만에 소설적 추정을 하는 바이다. (웃음) 그리고 삼성 특검이 용인에 큰 그림 창고 찾아갔던 거 생각나지. 걔네들이 돈이 없어서 산 중턱에 아무도 모르는 데다 창고를 지어놓겠냐고. 이런 걸 다 그냥 넘어가. 아, 씨바. (웃음)
지 : 특검이 비자금 다 찾아서 이건희한테 돌려준 셈이잖아.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기 돈 자기가 가져갔네’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잖아.
김 : 이런 일들은 항상 어려운 용어와 함께 등장하기 때문에 진짜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예를 들어보자고. 삼성전자가 영업 이익을 10조 내고 순이익이 8조 났다고 치자. 그중에서 주주들에게 2조를 배당했다고 해보자고. 이건희가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3.38퍼센트야. 그럼 이건희가 배당받을 액수는 700억이 안 된다고. 세금 떼고 나면 400억 정도 되겠지 아마. 그리고 실제 2조를 배당하지도 않아. 삼성전자가 10조를 남기고 2조씩이나 배당을 해도 이건희가 합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그것밖에 안 되는 거야.
그렇게 해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자금을 만들 수가 없잖아. 어떻게 하느냐.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 삼성전자가 어떤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 치자고. 그런데 삼성전자가 직접 수입해도 될 걸 미국의 삼성물산 해외 법인과 수입 대행 계약을 맺는다고. 그럼 삼성물산 해외 법인이 물건을 사서 다시 삼성전자에 보내주는 식이지.
지 : 거기서 대행 수수료를 먹는다는 거잖아.
김 : 그렇지. 그러면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이윤을 남길 거 아냐. 어쨌든 거래니까. (웃음) 그 마진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식이지. 삼성의 수많은 계열사들이 이런 식으로 비자금을 만든다고 생각해봐. 아까 이야기한 그림도 이용되지. 그림은 세금이 없다고 했잖아. 어차피 국세청은 세금을 따라다니기 때문에 그림은 신경 안 써. 그래서 그림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거라고. 그런 식으로 만든 비자금이 조 단위라는 거 아냐. 여기엔 세금도 없어. 합법적인 400억 따위는 비교할 수도 없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만든 삼성 계열사의 비자금은,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통해 만든 비자금은, 삼성전자가 이윤으로 남겼어야 할 돈이었다고. 그래서 주주의 이익으로 돌아갔어야 할 몫이었다고. 이걸 이건희가 가로챈 거라고. 이건 도둑질이야. 비자금이란 게 자기 돈을 자기가 가져간 게 아냐. 남의 돈을 훔친 거라고. 이건 절도야. 아, 그리고 그림에 세금 매기지 않는 법은 이병철 시절에 만들어진 거라고. 죽이지. (웃음)
지 : 아, 호암미술관.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네. (웃음)
김 : 그리고 현금 보관 방법은 김용철 변호사가 말했잖아. 금고에 넣어둔다고. 구조본에 가면 벽채에 금고 있고 거기 열면 현금 가득 있다고. 그런데 검찰은 이 금고 이야기를 듣고서 어떻게 했느냐. 두 달 있다가 급습. (웃음) 두 달 있다가 하는 건 급습이 아니라 완습이지. (웃음)
지 : 옮기고 수리하는 데 두 달 정도 걸렸단 얘기네. (웃음)
김 : 그랬겠지. 그리고 고가 미술품 창고가 결국은 언론에 나오니까 수색을 하긴 했지. 그 창고가 거론되니까 삼성에서 처음엔 미술품 없다고 했어. 맹인 안내견 축사라고 했지. 웃기고들 있어, 아주. (웃음)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이란 곳이 내놨던 해명이 그 수준이었다고. 검찰은 그림 목록을 받고서도 대체 어떤 자금으로 그 고가의 미술품을 그렇게 대량으로 구입했는지, 반입 시기나 통관 내역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조사하지 않았다고. 조사해서 잡아낼 생각 자체가 애초부터 없었던 거지. 그다음에 삼성 본관, 집무실, 이건희 집, 다 압수 수색을 하긴 했지. 그러면서 당시 언론의 기사 제목이 뭐였냐면, “삼성 망연자실”. (웃음)
지 : 너무도 당연히 이미 준비 끝냈던 거잖아.
김 : 수사관들 올 거라는 거 미리 알고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안내를 해줬어. 무슨 망연자실이야. 이미 수색 사흘 전에 압수 수색이 들어올 테니 전원 출근해서 이건희, 이재용, 이학수가 들어간 모든 문건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그리고 임원들 집 컴퓨터를 전부 새 컴퓨터로 바꿔. 그냥 지운 게 아니라. 죽이지. (웃음) 혹시라도 파일이 남을까 봐. 이 세심함. (웃음) 그때 보수 언론들이 뭐라고 했냐면 역시 관리의 삼성이라고 했어. 지랄들을 해요. (웃음) 그게 증거인멸이지, 무슨 관리의 삼성이야. 그리고 검찰은 비밀 금고가 없었다고 발표하지. 아니 두달 있다가 가서 왜 비밀 금고를 찾아. 공사 업체를 찾아야지. (웃음)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 거지. 백 퍼센트.
지 : 언론도 굳이 이 비정상적인 사건을 더 이상 파헤치려고 하지 않았잖아.
김 : 그건 관리의 삼성이지. 정확하게는 무마 관리의 삼성. (웃음) 언론들을 광고로 관리해서 삼성에 불리한 기사가 나서 피해가 오는 걸 미리 무마하는. 왜 대선 해에 태안 기름 유출 사건 있었잖아. 예인선이 회사 크레인을 끌고 가다 일으킨. 그때 그 예인선이 삼성 거였다고. 그게 삼성 예인선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거의 부각되지 않았어. 다른 기업이었어 봐. 언론에 의해 초토화됐을 거야. 삼성의 언론 장악이 그 정도인 거지. 결국 다 돈의 힘이지.
지 : 여태 삼성 출신으로 그 돈의 힘에 정면으로 맞선 유일한 사람이 김용철 변호사인 건데.
김 : 당시 변호사협회가 나서서 김용철을 징계한다고 했지.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이건 뭐 변협이 알아서 나섰다기보다는 삼성 쪽에서 손을 쓴 거라고 보이는데, 왜냐면 그 논리가 변호사들이 세웠다고 보기엔 완전 유치뽕짝이었거든. 아니 삼성이 김용철의 의뢰인이었냐고. 삼성은 김용철의 고용주였어.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발한 거야. 의뢰인의 비밀을 폭로한 게 아니라, 이건 내부 고발이고 공익 제보이고 휘슬블로어지. 그리고 연이어 삼성 법무실장도 파렴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변호사라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고. 그 외에는 노래방을 불법 영업했다느니 하는 뉴스가 조중동 따위를 통해 갑자기 톱뉴스로 쏟아졌지. 이런 건 전부 삼성이 김용철을 부도덕한 인물로 몰아가기 위해 여론 작업을 한 걸로 추정이, 간만에, 졸라 되지. (웃음)
김용철 변호사 이야기하니까 또 생각나는 게, 삼성에는 회장 지침서라는 게 있다는 거지. 교주의 교시지. (웃음) 그 내부 문건을 아예 공개했다고. 거기 그런 내용이 있어.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에게 주면 부담 없지 않을까. 금융 관계,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현금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추미애가 돈을 받지 않아서 나온 말인데, 이건희가 직접 한 말이야. ‘회장 지시 사항’이라고 되어 있고 이건희가 언제 어디서 지시했는지까지 기록되어 있거든.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하는 거잖아. 삼성구조본이 만든 문서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이렇게 확실한 문건이 있으니 삼성이 해명을 해야 하잖아.
그때 삼성이 뭐라고 해명했냐면, “돈을 주라는 얘기가 없지 않느냐, 불법적으로 돈으로 로비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마음의 정표가 담긴 작은 선물을 주라는 얘기다.”라고 했어. 귀여운 것들. (웃음) 내가 그랬잖아. 삼성은 이명박에게 마음을 줬을 거라고. (웃음) 이 해명은 정말 귀여운 게, 아니 그 사람이 돈을 받는지 안 받는지 어떻게 알아. 일단 돈을 줘 봐야 돈을 안 받는지 알지. (웃음) 이 말 자체가 이미 로비를 인정하는 건데도 검찰은 이 결정적 물증을 무시한다고. 그리고 당연히 추미애를 조사하면 금방 드러나잖아. 그런데 그 중요한 참고인인 추미애를 소환 조사하지도 않는다고. 서면조사도 안 해. 비자금 수사를 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니까.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가 했던 이야기 중에 또 웃긴 게, 이건희 집에 <행복한 눈물> 이라고 600억자리 그림이 걸려 있다고 했잖아. 이게 뭐가 문제가 되냐면 1,2억도 아니고 600억짜리 그림이면 그 돈의 출처가 분명해야 하는 거거든. 그런데 삼성은 이걸 어떻게 해결했냐면, ‘갤러리 서미’ 대표 홍송원 씨를 내세워 “그 그림을 내가 87억에 샀다.”고 했다고. 그리고 그걸 이건희 집에 걸어두라고 빌려줬다는 거야. (웃음)
지 : 그림 좋아하니까 잠깐 보시라고? (웃음)
김 : 잠깐이 아니라 몇 달이나. 600억이라고 하면 홍송원 씨가 또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해명해야 하는데, 너무 액수가 크니까 87억에 샀다고 하면서 그 비싼 걸 남의 집에 빌려줬다는 거 아냐. 당시 화랑계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어떤 중간상도 87억짜리 그림을 자기 돈으로 사는 사람은 없다는 거야. 당연하지. 팔릴지 안 팔릴지도 모르는 그림을 일단 자기 돈 87억에 사서, 그 비싼 그림을 대한민국 최고 부자한테 그냥 빌려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지상에선 발견할 수 없는 천상의 상인이라고 봐야지. (웃음)
이따위 수준의 해명을 삼성이 하는데도 검찰은 문제 삼지 않지. 그후로 그 그림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고, 오히려 검찰은 수사 기간 동안 홍송원 씨가 세 번이나 국외로 출국하는 걸 허가한다고. 아예 검찰이 나서서 증거 조작을 도와준 셈이지. 이 양반은 삼성이 그림을 통해 만드는 비자금의 실체에 깊숙이 관여해 알고 있다고 심하게 추정돼. (웃음) 그래서 난 이 양반이 언제가는 터질 거라고 본다 . (웃음) 아 참, 홍송원 씨는 한상률과도 연결돼. 한상률이 기소된 로비 건의 그 <학동마을> 그림을 판매한 사람이 바로 홍송원 씨야. 어찌나 서로들 연결이 되는지. (웃음)
그런데 보통 비자금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기업이 번 돈을 장부에 잡히지 않게 따로 빼서 정치권에 로비를 하거나 계약을 따내기 위해 쓰는 블랙 머니 정도로 여긴다고. 어차피 기업의 돈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음성적으로 쓸 뿐이라는 수준으로 이해한다고. 하지만 삼성의 비자금은 그런 게 아냐. 삼성의 비자금은 이건희 일가의 사금고야. 한마디로 이건희의 개인적인 용돈이라고. 이건희 혼자만 그 사용을 결정해 쓸 수 있는 돈이야. 음성적인데 회사를 위해 쓰는 돈이 아니라, 이건희 개인이 이건희 개인의 영달을 위해 쓰는 돈이라고.
마사 스튜어트.
지 : 그런데 삼성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들 하잖아. 이건희 일가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자칫 대한민국이 피해를 입을까 봐.
김 :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자고. 마사 스튜어트라는 여자가 있어.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여자지.
(계 속)
재벌, 자본주의 아니다. (4) 마사 스튜어트.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닥치고 정치> 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