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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회(Green Life of Railway Yearning)
 
 
 
카페 게시글
철도이야기 스크랩 이런 감동 느껴보셨나요?
김영진 추천 0 조회 17 10.01.02 17:4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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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에 개최한 ‘다문화가정과 함께 하는 김장김치 담그기 체험’ 행사는 올해 초 본사에서 시행한 ‘2009년 사회공헌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된 우리 역의 역점 사업이다. 행사 취지는 우리의 전통 민속체험을 통해 낯선 땅에서 마음고생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기쁨도 선사하고, 가슴 따뜻한 한민족의 정을 함께 나누고자 함이다. 직원들간 화합을 도모하고 지자체, 지역단체 등 지역사회와 우호협력적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함도 취지의 일부다.


행사를 한 달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했건만 이번 김장나눔 체험행사는 준비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집에서조차 김장을 도와준 적 없는 내가 막상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절인 배추를 사서 담그는 것도 아니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막막하기만 했다.

 

 

주시다문화가정센터, 청주시자원봉사센터, 강서2동봉사대, 내수어머니회, 충북혜능보육원 관계자들도 함께 모여 행사 진행방법에 관한 회의를 했다. 절인 배추를 사서 담그자는 의견이 많았다. 난감했다. 이렇게 결론이 나면 예산도 문제지만 우리 역에서 자매결연 맺은 농가와 함께 재배한 배추와 무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우 참석자들을 설득해 강서2동 작목반에서 봉사대원들과 함께 재배한 배추와 무를 청주역 봉사대원들이 직접 뽑아 오기로 결정하고 행사일정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후 회의를 끝마쳤다.

 

산지를 찾아 배추와 무를 직접 운반하기로 한 날. 오전에 하늘이 희뿌옇게 흐려 있더니 단원들과 약속한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루종일. 방법이 없다. 봉사대 몇 명과 비를 맞으며 300포기만이라도 뽑아 오기로 하고 산
지로 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은 더욱 굵어졌고 마치 빗방울끼리 경쟁이라도 하듯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처량하기도 하고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기상청에서는 오늘뿐만 아니라 행사 전날에도 비가 올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일찍 일어나 하늘을 보니 하늘이 예상외로 깨끗했다. 다행이었다.

 

 

사 준비를 위해 청주역봉사단원들이 속속 행사장에 도착했다. 30명이 넘는다. 무척 고마웠다. 청주관리역의 저력이 느껴졌다. 조를 짜서 반은 어제 비를 맞으며 준비한 배추 300포기를 절이는 작업을 하고, 반은 나머지 배추와 무를 운반하기 위해 강서2동 작목반으로 향했다.

 

강서2동봉사대에서도 일을 도왔다. 작업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됐다. 힘든데도 다들 내색 없이 배추 절이기와 알타리 다듬기, 무 생채썰기 등을 무리 없이 진행했다. 700포기를 모두 작업하고 나니 어느새 저녁 6시가 훌쩍 넘어 있다. 과연 행사를 무사히 끝마
칠 수 있을까.

 

잠을 청했지만 걱정이 앞선 탓인지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고 아침을 맞았다. 긴장이 돼서 피곤한 줄도 몰랐다. 다음날, 우리 단원들은 5시 반까지 역 광장에 모이기로 했다. 역장님도 관사에서 잠을 자고는 다음날 일찍 일어나 일을 거들었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직원들도 더욱 힘을 냈다.


이제 시작이다. 식전 행사 전에 완벽히 준비를 끝내야 한다. 오늘 행사를 위해 아침도 못 먹고 배고픔도 잊은 채 일하는 단원들을 위해 김밥과 음료수를 준비했다. 잠시 쉬면서 김밥을 먹고 해도 되는데 내 걱정을 눈치 챘는지 교대로 김밥을 먹으며 배추 씻는 작업을 이어갔다. 제 시간에 끝낼 수 있을까? 걱정도 잠시, 절인 배추 700포기(4조각으로 쪼개면 2,800쪽), 알타리 100단이 2시간 30분 만에 깔끔하게 준비되는 것이 아닌가. 다들 웃으면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옆에서 지켜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제 양념을 만들 차례다. 고춧가루, 액젓, 마늘, 파, 무채 등 온갖 국산 재료를 넣고 버무리기 시작했다. 근데 양념버무리는 일이 절인 배추를 씻는 일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양념을 다 만들었을 때 이벤트차량이 도착했다.

 

식전 행사 시작 30분 전, 청주시장 사모님이 도착해 “봉사대원 자격으로 참석했기 때문에 일손을 돕겠다”며 고무장갑을 낀다. 참 우아하고 멋있다. 오늘 또 한 분의 중요한 손님이 왔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청주역을 친히 방문해준 민주당 노영민 의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행사준비가 마무리될 때쯤 다문화가정 식구들을 비롯한 귀빈들도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체험행사가 시작되자 지역방송과 사진기자들이 김장김치 담그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행사가 끝나고 정성이 듬뿍 담긴 김장김치를 포장박스에 담아 다문화가정과 독거노인 그리고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전달했다. 준비과정에서 힘들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국에서 온 사람들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와 갈등 때문에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특히, 언어가 통하지 않아 생기는 불편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이번 김장 나눔 체험행사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다문화가정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개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깊이와 저력을 주는 행사이기도 했다.


또 우리 단원들이 직접 산지를 찾아 배추와 무를 공급하고 절이는 과정을 통해 예산도 절감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올 겨울 유난히 빨리 찾아온 추위로 고생하는 보육원생들에게 난방비를 지원을 할 수 있었던 건 덤이다.

 

나눔과 행복의 의미를 완전히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잘 알기에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참된 삶을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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