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영어권에서 공부하지 않았던 거의 모든 유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장벽에 부딪혀 고생을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저 역시 이들처럼 적지않은(?) 고생을 하면서 유학을 하였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이 8년 동안 한 명도 입학못한 파트에 들어가게 된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죠.
제가 공부했던 University of Texas – Austin*, 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언제나 제가 꿈꿔왔던 No.1 학교, No.1 교수진이었으나, 역시 언어라는 장벽과 주어지는 무수한 학습량에 의한 이중고(?)에 시달릴 수뿐이 없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당시에는 그리 좋지않은 경험이었지만…)를 얘기해보죠.
TOEFL에서 Writing이 필수가 아니었던 시절, 유학을 떠나가게 된 저는 영작은 상당히 기본적인 준비만 하고 무작정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죠. 회화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하였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미국인에 비해서는 비교도 안되는 실력이었고… 8월말 첫번째 Class, Dr.Olson의 수업과 첫번째 paper, 그리고 지도교수인 Dr. Stokoe를 만나면서 나의 유학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8시 Dr.Olson class에서 벙어리가 된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첫번째 paper에서 문맹인이 된 나를 느끼게 되었죠. 그런 나를 따듯하게 맞아주며 Project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을 해주던 Dr.Stokoe를 만나 조금은 안정이 되었으나 전공보다는 오히려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Dr.Stokoe는 동양인은 처음에 다 언어 때문에 고생을 하다가 나중에는 아주 우수한 성적을 낸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날이 언제 올 것인가하는, 아니 오기는 할 것인가 하는 불안감, 게다가 어딜 갖다놔도 내노라하는 실력을 지닌 연구실 동료들을 보면서 저들보다 내가 뒤지지 않아야 내 뒤에 또다른 한국유학생들이 입학을 할 수 있다는 나만의 책임감과 오기가 나의 어깨를, 머리를 짓누르기 시작했죠. 이런 상태에서 첫학기에는 이해보다는 거의 암기라는-원서 150페이지를 토시하나 안틀리고 외운적도 있으니…- 무지한 학습법으로 공부를 하여, 얻은 것은 체력탈진뿐… 그러나 다행이도 그 다음학기부터 한국인이 한명씩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첫번째 paper…
우리나라와는 달리 재정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미국의 대부분의 대학들에는 학생들에게 학교 computer를 자유롭게 사용할 만한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부생들보다는 좀 더 여유있게 공부를 할 수 있게 연구실을 갖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는 새벽에도 과건물 전체를 개방해주며, 오로지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그런 좋은 환경 속에서 공부를 등한시 하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개강 첫 주 Dr.Olson 수업에서 받은 첫번째 paper에 대한 기억은 좀처럼 잊혀지질 않습니다. 아무리 한국에서 영작을 준비하였다 하더라도, 과제제출용으로, 서류제출용으로 충분히 연습을 하지못한 까닭에, 그리고 한영사전 달랑 하나들고서 ‘어떤 식으로, 어떠한 표현을 사용하여 paper를 써야하나’ 하는 고민을 하며 적지않은 시간을 소비하였으나, 그 답은 쉽게 내려지지가 않더군요. ‘남들은 어떻게 쓸까?’하는 궁금증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저의 좌우자리에서 paper를 쓰고 있던 미국인 친구들이 자리를 뜨면서 망친 paper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가더군요(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인들은 과제를 친구들에게 거의 보여주질 않습니다). 조금은 비참하지만, 그들이 나갈 때까지, 아니 Computer Lab.의 모든 학생들이 나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들이 버린 종이를 쓰레기통 안에서 꺼내어보면서 paper를 쓸 때 어떠한 포맷으로, 어떤 표현을 사용하여 쓰는지에 대한 말도 되지않는 연구를 하면서 첫번째 paper를 제출하게 되었죠. 이 생활을 한 한달동안 하다보니 나만의 표현법이 생기며 조금은 편하게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 저의 일화…
지금은 전공이 아니었던 영어를 업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지난 유학생 시절의 쓰디쓴 경험이 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유학을 꿈꾸며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계시죠? 이왕하는거 한 번 찐~하게 해보십쇼. ‘나는 나의 전공을 하고 싶은 거지, 영어를 전공으로 하는 게 아냐’ 생각이 드시는 분이라도 이런 전공이 아닌 하찮은(?) 영어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못하면 얼마나 억을합니까? 언제나 제가 수업시간에 얘기하는 말이지만, 어서어서 훌륭한 사람 되셔서 영어가 아닌 한국어가 세계통용어 가가 되는 날을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강사 이광성
이광성 선생님의 학교, University of Texas – Austin* 은 미국 남부 텍사스 주의 주도 Austin에 위치한 대학으로서, 2004년 영국 더 타임지 발표 전세계 대학 랭킹 15위의 세계적인 대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