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을 지나 용문, 홍천 그리고 진부령을 넘어갑시다.
커피를 마시고 또 강변을 따라 동쪽으로 달린다. 양평으로 들어선다. "21세기, 꿈과 희망의 고장! 양평 건설"이라고 쓴 양평 환영 아치 밑을 통과했다. "형님, 점심은 용문각에 가서 한정식으로 먹읍시다. " 또 먹는 타령이다. 그러고 보니 출출할 때도 됐다. 한정식집 용문각은 우리가 아주 오래 전부터 강원도 여행을 할 때 오다가다 들러오던 집으로 용문 중앙에 있다. 무슨 각(閣)이라고 해서 요정 같은 데가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실은 아주 별볼일 없는 허름한 ㅁ자 시골집이다. 이 집 음식은 변함없이 정갈하고 맛깔스런 데가 있었는데 얼마 전에 정든 할매가 돌아가는바람에 이제는 옛 맛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
ㅁ자 집, 대문을 들어서면 정돈 안 된 꽃밭으로 된 마당이 있다. 문간방으로 안내됐다. 옛날 시골 방 그대로다. 얇은 방석을 깔고 앉는다.
테이블클로스 대신 백지를 편 소반, 1인 분 한 상에 7000 원. 겸상이니까 14.000원. 취나물, 고사리 나물, 도라지 나물 등 각종 산채, 도시에 사는 탓에 이름도 다 모르는 나물 반찬만 열두 가지가 넘는다. 남기면 아깝다. 몽땅 먹자. 밥을 조금만 먹고 나물들만 그러나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
● 위치? 가보실려구? 용문에 들어서서 잘 보면 그냥도 찾을 수 있다. 용문을 지나가는 길이라곤 하나밖에 없으니까.
며느리고개
홍천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고개의 터널 이름이 재미있다.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듯한 순 우리말 이름, 며느리고개 (터널). 그 남쪽의 까끈봉이라는 봉우리(643m)도 재미있다. 며느리고개와 까끈봉의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고 싶군.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란 뜻일까? 며느리 고개에는 무슨 전설이 있을까?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라.)
청정 조각공원
뒷 차에게는 언제든지 양보하여주며 설렁설렁 가다가 멈춰 또 커피 한 잔하고... 인제군에서는 장승조각으로 유명한 청정조각공원을 만나 또 멈췄다. (여기서 삶은달걀과 영지드링크를 사먹고 마셨다) 장승 조각이라?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대한민국 사람인데 우리가 남이가? 감상을 해야제.
이곳엔 옛날과 현대가 뒤섞인, 개성 그 자체인 장승들이 줄줄이 서있다. 그 표정의 익살스러움이 현대판 민화를 보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노닥거리며 가는 바람에 아름다운 진부령을 캄캄한 밤중에 넘게 되었으니 무슨 놈의 美가 視(see)할 것이냐? 풍경이 좋다 한들 무슨 사진이 찍힐 것이냐? (아, 까짓 사진 안 찍으면 으때? ← 사진 프로가 이런 말을 하면 쓰나?)
진부령
무섭게 춥던 지난 겨울 여행에서도 올랐던 진부령. 그건 그렇고 아니 이게 웬 광풍이냐? 수퍼 헤비급 세찬 광풍은 숫제 나의 애마를 들었다 놨다 하듯 한다. '굉장하군... 잘못하다간 바람에 날려가겠다. 조심하라우.'
저 멀리 밤의 거진항 풍경이 아물거리는 듯 하다.
'야, 아름답고나...'
진부령에서 15분정도 내려오면 대대리 삼거리 검문소가 나오는데 헌병의 경례를 받으며 거진쪽으로 직진하면 거기, 검은 파도 부서지는 거진항 바닷가 에 어촌계 활어회 센타가 기다린다. 팔광호회집에서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바닷가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자연산 활어회와 소주 한잔의 추억만들기로 여행 첫날밤 소주잔을 기울인다. 강원도토박이 주인아줌마의 사투리와 재치, 애교로 거진항의 하루밤은 깊어만 간다.....
오징어회, 증말 맛있지.' "자, 한잔 때리자구!
" "캬-!" "크어-!" 이 맛에 서울을 빠져나온 거지...
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갑자기 마음으론 같이 떠나고 싶었으면서도 용단을 못내 못 온 뭍의 친구들이 가엾게 느껴지는 오만이 살살 싹튼다. '그래서 여행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여!'
● 간 길 서울 → 팔당 → (다리 건너) → 양평 → 용문(용문각에서 점심 먹고) → 6번 길을 따라 가다가 용두휴게소에서 44번으로 바꿔 타고 → 홍천(커피 마시고) → 44번 길이 다시 46과 겹치고 → 철정휴게소를 지나 → 인제 → 청정조각공원(삶은계란 먹고) → 진부령 → 거진 (거진항 바닷가의 팔광호회집에서 회 한접시(자연산 모듬회 5만원)와 위층 콘도에서 1 박, 30,000원)
팔광호회집
전화번호는 033-681-9904 주인아즈매 핸폰은 010-6450-47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