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토피아”(강인수, 세종출판사, 2008.)를 읽고...
‘부산 38 독서 아카데미’ 스무 번째 독서 모임
그림자(고경영)
현대는 정보화 시대, IT 문화 시대, 힘보다는 섬세함과 치밀함이 고도로 필요한 시대다. 인간은 누구나 유토피아를 꿈꾼다. 토마스 모어의 저서에서 나온 말인 ‘유토피아’는 이상 사회를 가리키지만 실현될 수 없고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미래 과학 기술, 생태, 지식, 정보를 미리 상상하는 것은 흥미 있고 유익한 일일 것이다. 약 100년 후 고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 시대에 여성이 세상을 지배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이 소설의 배경은 “페미니스트 + 유토피아”에서 유래하는 “페미토피아”로서 여성이 주도하는 ‘이상적인 공화국’이다. 여성이 세상을 지배하는 가상의 상상소설, 미래소설, 미래 예측 소설, 미래 여행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페미토피아 공화국에서는 어떤 편리한 점이 있으며, 어떤 문제점이 야기되는가? 자연과 더불어 조화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들의 생활상이 지금과는 어떻게 다르며, 달라진 남녀의 역할, 바람직한 인간상은 어떠한가? 이 작품에서 이러한 문제를 엿볼 수 있다.
21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지구 온난화 현상은 급진전되어 생태계에 문제가 생기고 각종 재앙이 일어나는데, 대지각 변동으로 섬이 침강하기도 융기하기도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제주도가 대지각 변동으로 인하여 융기하여 더 큰 섬이 된다. 그 이름을 ‘하일랜드’ 라 명명한다. 새로운 이상향을 건설하려는 젊은이, 특히 여성의 우월성을 신봉하는 페미니스트들이 하일랜드로 들어온다. 여성의 인구가 약 80%를 차지한다.
김고원순이라는 열렬한 페미니스트가 초대 총리가 되어 자치국을 건설하여 “생명과 더불어 풍요롭고 아름답게” 모토로 내세워 헌법을 제정하고 코리아 연방과 UN의 승인을 얻어 공화국 이름을 ‘페미토피아’라 정한다.
그리고, 2대 총리 김박지우가 가부장 제도를 폐지하고 가모장 제도를 확립하여 자식은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한다.
3대 총리 황금뿌리에 이르러서 하일랜드는 이름에 걸맞은 여성 이상국을 이룩한다. 가정은 가모장 제도를 따라서 남자가 여자 집으로 장가를 들게 하고, 해양 국가답게 태음력을 사용하여 모든 일정을 음력에 따라 진행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남자가 힘이 세며 강인하고, 여성은 부드럽고 친화적이고 순종적이다. 하지만 점차 디지털 시대로 가면서 이런 논리는 깨어지고 남자와 여자의 역할과 상황이 바뀌어(모든 것이 여성 위주) 전개되는 새로운 페러다임이 주된 흐름이 된다.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21세기 초반에 시작된 디지털 시대가 중반에 이르러 유비쿼터스 세상을 맞이하고 후반에 센서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통신과 방송과 인터넷을 하나로 통합시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언제 어디서나 정보와 통신과 영상이 가능한 웹 인프라를 구축하여 유비쿼터스 세상이 된 것이다.
황금뿌리 총리가 집권하는 페미토피아 공화국 건국 49년을 전후하여 이야기는 전개된다.
페미토피아에서는 휴먼이 네 종류가 있다.
남녀가 결혼하여 낳은 네이쳐 휴먼, 정자를 제공받아 낳든지 정자를 제공받아 대리모를 통해 낳은 실린더 휴먼, 실제 인간과 거의 흡사한 지능과 감성을 지닌 휴먼 로봇, 그리고 복제 휴먼으로 나뉜다. 하지만 인간 윤리 규정에 어긋난다고 하여 복제 인간은 금지하고 있다. 대신에 생물에 기계 장치를 이식한 결합체 즉 사이보그를 연구하고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한다.
힘든 일은 휴먼 로봇과 사이보그가 대신한다. 폭력과 범죄가 없고,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가기 때문에 음주 운전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 하나면 영양 만점인 시대, 예술과 문화가 꽃피고, 날씬하고 건강한 사람들만 사는 나라,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상 낙원을 누린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과학 문명이 발달함으로써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페미토피에서는 정식 결혼을 하기도 하고, 계약 결혼을 하거나 싱글로 살기도 한다. 결혼을 하면 오늘날과 달리 남자가 여성의 집으로 이사하여 산다. 육아와 가사에 종사하는 남성 하우스키퍼가 많다. 여성은 결혼하지 않고 지성과 감성을 지닌 휴먼 로봇 파트너와 함께 살기도 한다. 대화도 나누고 잠자리를 함께 하기도 한다.
혼자 살면서 아이를 둘셋씩 양육하는 싱글대디, 아이를 키우며 혼자 사는 싱글맘,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슈퍼맘도 많다. 출산 장려 정책을 펴기에 육아 비용은 나라에서 충당한다. 그러나 자녀 양육비나 임신수당, 출산 수당을 올려 달라고 시위를 하기도 한다.
바이오 기술과 환경 기술이 발전하여 생활에도 편익을 가져다준다.
수면 조절기로 잠을 쉽게 청할 수 있어 불면증을 해소한다. 모바일 손목시계가 소형 내비게이션, 주식거래, 전자메일, 개인용 인터넷, 휴대폰 역할을 하며 IT의 총아라 할 수 있다. 또한 누구든지 청보칩을 귀에 달아 요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한다. 스마일시거는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하는 최고 기호품으로 정서적 안정과 위로를 준다. 센서마트에서 시장을 보고, 헬스케어로 건강을 지킨다. 수소자동차가 나와 연료 걱정이 없고, 냄새 나지 않는 기저귀도 나온다. 이처럼 모든 방면에서 문화적 혜택을 최상으로 누린다.
인간과 자연간의 상생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주의를 추구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과학의 발달이 정신문화와 조화되지 못하여 문제점이 많아진다.
사이버 세계,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많아지면서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도 일어난다. 친부모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출생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기고, 우울증 환자, 정신질환자가 증가하여 자살이 늘어난다. 노령 인구가 증가하여 알츠하이머 환자가 많아지는가 하면 사회 공포증 환자도 많이 생긴다. 이런 환자는 주로 요가나 명상 요법으로 치유한다. 에이즈나 암은 이미 정복된 상태다.
남자가 부족하기에 남자들이 성폭행을 당한다. 남자가 성형수술을 하고, 피임약도 남자가 먹는다. 심지어 결혼을 하면 첫날에 체위를 여성 상위로 해야 남성을 지배할 수 있다고 교육한다.
남녀 성비의 불균형 때문에 출산 장려 정책을 대대적으로 펴기도 한다.
공화국에서는, 향이 좋고 생각만 해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는 스마일시거, 100% 천연 식물에서 추출하여 만든 향수와 고급 화장품을 전 세계에 수출한다. 전 국토를 공원화하여 관광 사업을 확대하고, 독특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
그런데 자연 및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삶의 원리에 역행하는 향락 문화가 성행한다. 그런 문화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여성이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게 하는 청춘그라, 지금의 비아그라보다 효능이 훨씬 좋은 스탠답그라가 있다.
소설에서 주인물인 골드미르(김용)는 정자를 기증받아 대리모를 통해서 출생된 쾌남이다. 정상적인 결혼을 하고 네이쳐 휴먼을 낳기를 꿈꾼다. 하지만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억압과 성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날로그 시대를 유지하면서 가부장 제도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인 ‘향촌’ 이라는 전통적인 이상촌을 방문한 후에 탄생 과정과 존재에 회의를 느끼고 공화국에 불만을 품게 된다.
골드미르는 페밀리닷컴에서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고 나아가 같은 아버지의 정자를 받아서 태어난 이복형제 자매들도 만나게 된다. 생물학적 아버지인 골드리버는 위험인물(반여성 운동가)로 취급되어 북항을 건설하는 공사에 투입되어 강제 노역을 당하고 있다.
이복형제들과 힘을 합하여 생물학적 아버지를 구출해 내는 사건에서 이 소설은 절정에 이른다.
한편 황금뿌리 총리는 공화국 건국 5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으로 연 4월 축제 때, 복제휴먼을 제물로 바친다. 축제가 성황을 이루게 될 때 제물을 바치면서 페미토피아가 ‘생명과 더불어 풍요롭고 아름답게’ 영원히 번영하기를 여신에게 기원한다.
이 소설에서는 이처럼 생태여성주의를 내세우면서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움을 유지하는 이상향을 꿈꾼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갈망하는 유토피아 소설인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점도 많이 제기된다. 고상한 인간상을 모색하지 못하고 향락으로 치닫는 문화라든가 남녀가 평등하지 못한 데서 야기되는 문제가 대표적인 것이다.
앞으로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한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여성과 남성이 완전히 조화를 이루는 문명도 전개될 것이라 상상해 본다. 기존 종교인 불교, 가톨릭, 기독교, 유교, 이슬람교와 같은 종교에서 모두 남성이 권력을 행사했지만, 앞으로 음양이 서로 화합하고 상생하는 새로운 종교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지나간 세상은 인간이 제 마음대로 살 수 없었던 세상이지만, 앞으로는 물질문화와 정신문화가 하나로 합쳐져서 인간이 정말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유토피아가 도래하지 않을까?
첫댓글 ^_^ 마치 초등학교 학생이 쓴 보고서 마냥 너무 진지하고 꾸밈이 없어 전 또 감동하였네요...
ㅋㅋㅋ 아이잉~~~~~~~~` 부끄러워라이잉~~~~~~~
크로바(그림자님의 새 닉네임)님 스무 번째 모임 발표 수고하셨어요~~ 진정한 유토피아는 여성이 주도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듯하네요. 여자와 남자가 평등하고 서로 화합하고 상생하는 것이야말로 유토피아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죠^^
어느책에서 보니 서로 평등하고 화합하는 것은 공생에 가깝고, 상생이란 보다 거시적 안목에서 보자면 이제까지의 상극 우주를 문닫고 새롭게 열어주신 우주의 질서, 이를 바탕으로 장차 열리는 "꿈의 문명" 질서 또한 인간의 마음 질서도 상생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국가와 국가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간과 우주의 관계도 상생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