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설때 바람은 제법 부는가 했다. 살살거리며 창문을 두드리는 나무가지가 유난스러웠기때문이다. 그런데 나오니 생각외로 고요하고 따스했다. 티를 두개씩이나 입었는데 어쩌나...
이번 산행은 또다시 승학산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위한 산행이 될것이니 안가본 코스를 택하리라. 시작은 당리 농협앞에서 마주보고 서면 왼쪽은 조흥은행이 있고 오른쪽 길(괴정방향)은 구청이 있다. 구청쪽 방향으로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을 꺽어 걷다보면 왼편에 파출소가 보인다. 이차선도로가 나오면 길을 건너서 바로 보이는 건물 사이의 계단길에 들어서고 이내 갈림길들이 나오면 무조건 오른쪽방향을 틀어 간다. 잘 닦아놓은 길과 도랑이 나오는 그 순간에 왼쪽 위를 바라보면 신익아파트가 보이고 작은 소로길로 방향을 튼다. 텃밭이 제법 잘 가꿔져있고 사람이 살지않는 집한체가 덩그렁 있는데서 우회전하여 뒤로 올라선다. 여기가 본격적인 산행진입로다.
여기까지 올라봐야 10분여다. 쉬엄쉬엄가자면 한이없겠지. 뭔가 생각하고자 할때는 사람들의 숨소리조차 듣기 힘든 이 방향의 길이 제격이라 생각된다. 그다지 자랑스런 나무목들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동네 뒷산치고는 경치가 좋다. 을숙도랑 다대포 저멀리 감천항과 자갈치 하물며 전망대에 서면 광안대로까지 보이니 이만한 경치를 돈안들이고 시간안들이고 볼수 있으랴. 혼자라면 낙엽이 친구될것이고 바위들이 무덤들이 놀다가라고 손짓할 것이다.
나무들이 제법 가을을 탄 모습을 하고있다. 낙엽이 깔리고 앙상한 가지들에 매달려 있는 빨간 열매들과 간간이 들꽃들도 낮은폭으로 피어있다. 동네에서는 이 산봉우리를 돌산이라고 부른다. 불도 여러번 났었고 공동묘지도 있었다.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흔적은 여실히 남아있다. 신익아파트 뒤를 이어 오르다가 진행방향으로만 계속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왼쪽 승학산과 진행방향의 시약산이 뚜렷이 보일쯤 ... 당리 사하역에서 출발하여 오르는 길 사하골프연습장 뒷편의 길과 마주친다. 열십자인셈이다. 이 길을 만나기전에 돌탑에는 넓은 바위터가 있어 쉬어가기 딱 알맞은 곳이다. 공룡발자국쯤 되어보이는 물웅덩이도 있고 말이다. 따스한 아랫목같이 정감이 가는 터다. 누군가가 무덤터를 표시해놓은 자리가 있어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비석치고는 거창하다.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진행방향으로 돌이많은 길을 이어서간다. 길가엔 군데군데 탑을 세워놓았는데 이 돌들의 쓰임새는 말을 지키기 위한 담 역할을 하는것이었다고 한다. 마하골약수터를 중심으로 하여 이 일대를 군사용 말을 길렀다고 하는데 말이 넘어가지 못하게 하기위해서 돌담을 만든거라고 한다. 그러니 이건 성이 아니라 울타리인샘이다. 그 넓이는 예서 대티까지라고는 하나 이제 흔적이라고는 이주변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돌들만 깔린 길을 걷다보면 제법 가파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땀을 좀 흘릴려나 보다하고 맘먹으며 이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보는 조망은 생각외로 탁터였고 보기가 좋다. 물론 여기선 쉬어가야 제맛이다. 승학산의 삼각형 모습 그 옆으로 넓게 펼쳐진 억새밭의 부드러운 맛과 아울러 빛의 형형색색에 반사되는 모습은 가히 가을의 진면목이라 할수 있다. 진행방향으로 조금 더가면 희망탑이라는 돌탑을 만나고 돌탑을 지나서 가다보면 두갈래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길은 헬기장이 나오는 방향이므로 오늘은 왼쪽길 팔부능선쯤 되어보이는 길을 걷는다. 이길은 초행인 샘이다. 팔부인지 육부인지 정확지는 않다 입에 익은 말이 팔부능선이다.
나란히 함께 진행하는 재석천 저 아래 넓은 길에서는 족구를 하는지 아우성이 대단하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보면 바위군을 만난다. 큼직한 제법 날카로운 바위가 멋을 부리며 버티고 있다. 이런 산에서도 멋드러진 바위를 만나다니 새삼 반갑고 기분좋았다. 그러니 한번쯤 만져보고 지날일이다. 여러 바위를 지나치고 나면 흔히 말하는 개구멍이라고 하는데 일면 이름을 붙이기를 통천문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 나름대로 이름값을 하는것같다. 허리를 숙이며 지나치고 소로를 걷다보면 갈림길에서 약간 내려가는 사면으로 진행하다가 봉우리가 눈앞에 나타나는데 역시 이때도 오른쪽으로 튼다. 왼쪽길로 진행하기가 쉽도록 되어있다. 사실 이방향으로 가면 장수천 약수터가 나오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빈 건물이 있다고 한다. 아직 나는 가보지 않았다. 다음엔 가봐야지. 오늘 목적은 그곳이 아니기 때문에 오른쪽 길을 택한다. 망개나무가 터널식 문을 만들어 반기고 노랗게 물들은 잎사귀마다 춤을둔다. 쭉 걸어오르다보면 자갈마당에서와 장수천에서 나오는 길과 마주치고 오던 계속 진행방향으로 올라간다면 큰 임도와 마주친다. 오늘은 열십자방향에서 오른쪽 방향인 자갈마당으로 가고 자갈마당에서 다시 한샘약수터방향으로 걷다가 헬기장이 나오면 전망대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무덤한구에서 한샘약수터 방향이 아닌 바닷가방향 무덤 뒷쪽 소나무 한그루 있는 방향으로 튼다. 말하자면 대티능선과 나란히 걷는다는 뜻이다. 이쪽길은 아마도 싸리골이지 싶다. 그래서 내려섰다. 역시나 운치가 있고 조용하다. 군데군데 돌을 쌓아놓은 탑들이 있고 전망대마다 돌들로 흔적들을 남겨놓았다. 산악회들이 이길로도 다녔는지 리본이 보인다. 제법 오래된 흔적이다. 산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호젓한 길을 무리를 끌고 왔다면 필시 산행대장은 산맛을 아는 분이리라.
급경사를 내려서니 사람들의 말 소리가 크게 들리는듯하더니 이내 체육시설이 나타난다. 체육시설이 보이기전에 큰 바위굴안에 기도처가 있어 문을 빼꼼히 열어보기도했다. 여기서 사람들이 실례를 많이 하는모양인지 푯말에 똥은 위에서...안보이는데서..라고 써있다...킥킥킥 웃으면서 앞을보니 아줌씨들이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 길다랗게 공간을 마련된 끄트머리에 장수탑이라는 돌탑이 있고 옆에 약수터가 있었다. 실날같은 줄기로 흐르는 물을 받아 목마름을 해소했다. 구덕산 아래도 장수천약수터인데 이곳은 그렇담 장수촌약수터란 말인지...이름을 서로 확연히 다르게 하면 안될까 싶다.
길이 제법 넓어지고 계류를 끼로 내려서니 싸리골임을 알았다.. 싸리골엔 물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매말라서 왠지 몸도 오그라들면서 춥다는느낌이 들었다. 넓은 도로에 돌자갈이 많아서 걷기가 썩 좋지 않았다. 동주대기숙사를 지나고 큰 도로에 나서니 아직도 햇살은 하늘위에 걸쳐져 있었다.
거의 알려지기 힘든 코스였다. 여름이면 여름답게 그늘진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승학산을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수있는 코스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넓은 도로를 피하고싶다면 이 코스도 괜찮지 싶다. 그리 높지도 힘들지도 않는 그러면서 제법 걷는데 아기자기한 모습을 갖춘 앙징스런 길이 아닌가 한다.
오늘 산행은 늘뫼님과 함께 평소 걷지 않는 길을 택해서 걸었다. 여러모로 유익한 정보도 많이 주시고 즐거운 입담에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산행을 하였다. 하산후 돼지국밥도 배불리 먹었다...ㅎㅎㅎㅎ
첫댓글 자세한 산행후기를 읽고서 저도 나중에 한번 찾아가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글은 게시판이동이 있었습니다.^^
여행문체가 아주 반들반들하군요! 중간 중간에 사진을 곁들이니 금상첨화입니다.즐거운 코스~~~!
하하..네 알겠습니다.
[그러쿠나]의 여성상을 사행시로 글을 써봤지롱~~~우와하!
아주 글을 잘 쓰시네요,,,함께 동행한듯한 산행의 느낍니다,,잘 읽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