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보자 마자 무척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처음엔 나도 의아할 수 밖에....
낯선 곳을 여행하다 보면 특히 인도에서는 경계해야 할 사람도 많은데 이렇게 먼저 반갑게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다.
지가 나를 언제 보았다고....
저건 분명 어떤 흑막이 숨겨져 있을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지가 나에게 이렇게 반갑게 접근할 이유가 있을까?
하면서 나는 그들을 경계하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그는 내가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무엇인가 꺼냈다. 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한국 돈 천원권을 복사한 종이었다. 순간 반가웠다. 이 얼마만에 보는 한국 돈인가? 더욱이 인도 사람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러나 나중에 그의 말을 듣고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한국 여행자로부터 천원권 지폐를 하나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차림으로 보아 그리 넉넉하게 잘 사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일거리도 없이 여기 저기 배회하면서 무엇인가 하루 일거리를 찾아 다니는 사람처럼 보였다. 영어를 잘 하는 친구까지 데려와 그 천원권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그의 궁국적인 목적은 그 한국돈 천원권이 인도 돈 얼마의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그 돈의 가치를 알고 싶어 한국 사람만나기를 이렇게 애터지게 찾아 다닌 것이다.
한국돈 천원권은 인도돈 45루피의 가치밖에 없다. 그러니까 가난한 인도인들이 두 끼의 식사를 할 수 있는 정도...물론 나도 아침은 거의 25루피 정도에 해결을 하고 점심과 저녁은 50루피 안팎에서 해결을 한다. 그러니까 아주 형편없는 돈의 가치는 아니다.
다만 그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양면을 복사까지 해 가며 한국인을 만나기를 기다렸던 것은 그 이유가 다른데 있었다. 인도인들이 보는 한국은 그래도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다. 굳이 그들이 GDP니 GNP니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냥 괜찮게 사는 나라다. 그러다 보니 아마 화폐의 가치를 미국돈 정도로 알았던 모양이다.
미국돈 100달러...인도돈 4600루피다. 이는 하급 노동자의 두 달 월급에 해당하고 고급 인력의 한달 월급 정도는 된다. 물론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샐러리맨도 많지만....하여튼 그는 한국돈 천원권 한 장이 미국돈 천 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는 줄 알고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자랑을 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일년 정도는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큼 충분한 돈이 될 거라고......아마 그렇게 말을 했을 거라고 추측이 갔다.
그는 재차 다시 물었다. 아마 내가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래도 잘 사는 나라 한국 돈 1000권인데...인도에서 천루피는 아주 귀하게 만져 볼 수 있는 것인데 하물며 잘 사는 나라의 천원은 대단한 가치가 있을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자꾸 되물었는데....나는 내 지갑을 꺼내 만원권 한 장과 오천원권을 꺼내 자세히 설명을 했다.
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만 갔다. 처음 나를 만났을 때는 그야말로 얼굴 가득한 즐거운 빛이었는데......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그 옆에서 그를 비웃었다. 손가락질을 해 가며 거 봐라, 내가 뭐랬어.이거 별거 아닐거야. 그러니까 한국 사람이 너에게 주었지....하는 것 같았다.
사실 우리 돈의 화폐 가치는 좀 챙피할 정도다. 그 액수가 너무 큰 것이다. 하긴 화폐 가치가 중요한게 아니라 년 총 수입이 중요한 것이긴 해도....미국 달러로 환산을 한다면 우리들의 수입이 그리 적은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백 달러 한 장은 아주 큰 돈이다. 우리도 어지간한 사람은 그 정도의 수입이 되지 않던가?
그러나 화폐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좀 말하기가 부끄럽다. 마치 인도네시아나 터키....그 나라의 화폐 숫자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이었다. 물론 최근에 터키는 화폐 개혁을 하였다고는 하는데....그래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내가 터키를 여행했을 때만 해도 천만이란 숫자는 보통이었다. 인도나 동남아를 여행하다가 갑자기 터키나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하면 처음엔 돈 세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다.
태국의 바트나 중국의 원만 해도 우리 돈 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천원권 복사 지폐를 내 보이던 중년의 사내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만 모여서 그에 대한 화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통쾌하다는 식의 큰 웃음이 나왔다.
-저 친구는 그 돈으로 오토바이를 살 생각이었어요. 우리에게 얼마나 자랑을 하고 다녔는데요- 하면서 연신 비웃었다. 아마 그 천원권 하나를 들고 다니며 별의 별 자랑을 다 늘어놓고 다닌 모양이다.
첫댓글 저는 한돌님과는 반대로 유럽에서의 경우 (유로) 입니다. 밀원(천원) 이라하니 그들은 밀유로로 생각하더군요. 일유로가 천삼백원 할때였읍니다. 저도 이점에 대해(화폐가치) 많은 공감을 합니다. 어떻게 않될까요?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