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홍익대 앞 '홍초불닭'. 청양고추만을 쓴다는 이 집 닭요리는 만드는 사람도 눈물짓게(?) 만들 만큼 맵고 뜨겁다. | |
푹푹 찌는 무더위로 심신이 지쳐간다.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리고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음식이 뭐 없을까?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뜨겁고 매운 닭요리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매운맛으로 즐기는 닭요리, 홍초불닭
전국에 매운맛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붉은 홍(紅), 풀 초(草)’ 즉 청양고추만 쓴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고. 올망졸망하게 썬 닭 다릿살에는 빨갛게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직화로 구운 것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청양고추 소스에 버무렸으니 혀에 닿는 순간 매운맛부터 톡 쏘며 나타나는데 뒤이어 은은한 단맛이 퍼진다.
미치도록 매운맛은 아니지만 방심은 금물! 몇 조각 먹다 보면 입 안에 매운맛이 차곡차곡 쌓여 불닭의 진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누룽지와 떡볶이 떡을 곁들여 먹는다. 특제소스는 ‘전국을 헤매며 만들었다’고. 닭발, 꼬치, 날개, 오징어 등의 메뉴도 마련했다.
불닭 1만2000원. 닭발 꼬치 날개 각 9000원. 주변 유료 주차장 이용. (02)335-3444
■바다와 육지의 맛이 어우러진 삼계탕, 해천
전복 요리로 유명한 이태원의 ‘해천’이 삼성동에 분점을 냈다. 삼성동 공항터미널 맞은편 골목에 있는 이곳의 별미는 전복 요리의 노하우를 살려 만든 ‘해천탕’.
쉽게 말하면 전복삼계탕이다. 전복을 껍데기째 넣고 닭과 한약재를 넣어 푹 고는데 닭고기의 느끼함과 한약재 냄새까지 감춰버린 전복 육수의 맛은 ‘담백하고 맛있다’는 표현 외에 적당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부드러운 닭고기와 큼직하게 썰어낸 전복을 보면 값이 비싼 이유를 알 수 있다.
다 먹고 난 국물에 김, 미역, 다시마, 파래, 매생이 등 해초를 넣어 끓여 주는 죽은 또 다른 별미다. 이 집 메뉴 중 해물 삼계탕도 권할 만하다. 닭과 전복, 산낙지, 꽃게, 새우, 가리비, 백합 조개를 넣어 끓이는데 육지와 바다의 좋은 재료가 어우러져 보약이 따로 없다.
해천탕(3~4인분) 12만원, 해물삼계탕 3만원. 주차 가능. (02)552-2887
■이열치열로 즐긴다, 시조명동 닭 한 마리
동대문 종합시장과 광장시장 사이에 아주 오래된 골목길이 있다. 두세 사람만 지나가도 꽉 차는 골목 양편에 낡고 허름한 음식점이 줄줄이 있다. 이 골목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닭 한마리’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간판.
닭 육수에 닭고기를 넣어 팔팔 끓여 먹다가 그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끓여먹거나 밥을 비벼 먹는 요리다. 낡았지만 넓은 식당에 들어가 앉아 주문을 하면 커다란 양은냄비에 닭 육수와 닭고기, 감자, 대파가 둥둥 떠 있고, 물기가 많아 싱거워 보이는 김치, 양념장, 다진 마늘이 나온다.
이제부터는 손님 각자가 알아서(?) 먹어야 한다. 닭고기를 먹기 좋게 자르는 것도, 국물에 김치를 섞거나 양념을 섞어서 국물 맛을 내는 것도 손님 몫이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라면 옆 테이블을 곁눈질해 볼 것을 권한다. 우선 닭을 가위로 토막 내고 국물에 다진 마늘을 푼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찍어 먹을 소스를 만든다. 고추씨가 보이는 양념에 간장과 식초, 겨자를 섞어 만들면 OK. 닭고기가 익었으면 건져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얼추 다 먹을 때쯤 되면 칼국수를 넣거나 밥을 볶아 끝까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는다. 땀 뻘뻘 흘리며 먹고 나면 정말로 ‘시워~언’해진다. 이열치열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닭 한 마리 1만2000원, 칼국수 사리 2000원, 공기밥 1000원. 주변 유료 주차장 이용. (02)2275-3125
■40년의 전통―고려삼계탕
삼계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바로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옆 고려삼계탕이다. 이 집 삼계탕이 맛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닭 사육 전문농장에서 가져오는 토종닭을 사용해 육질이 쫀득쫀득하면서도 질긴 느낌이 없기 때문.
육수 또한 삼계탕 치고는 맑은 것이 특징이다. 깔끔하면서 조미료 느낌이 없고 기름기도 별로 없어 삼계탕 육수의 진한 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깍두기와 김치, 마늘, 된장이 따라 나오고 계절에 따라 부추 겉절이를 맛볼 수도 있다. 인삼주 역시 약이다 생각하고 챙겨 마실 것.
특히 이곳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대만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갈한 김치는 삼계탕만큼이나 인기가 많다. 3층집이어서 단체 예약도 가능.
삼계탕 1만원. 주변 유료 주차장 이용. (02)752-9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