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늘 탁월한 리더가 나타나기를 기대했다. 어떤 모임이나 단체이든 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한 것쯤은 상식인 까닭일 게다. 같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지만 지휘봉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음색이 다르고 하모니가 달라진다. 이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환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도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도 경영자 한 사람에 의해 다시 경쟁력을 갖추고 일어서기도 한다. 운동에서도 다르지 않다. 감독 한 사람의 철학과 운영방식에 따라 팀의 칼라도, 성적도 현격히 달라진다. 지난 해 프로야구의 같은 팀에 있다가 갈라선 두 감독이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다”와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스승과 제자가 의견의 대립을 보인 때가 있었다. 필자의 짧은 생각에는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한 감독의 말도 결국 선수를 믿고 맡긴이가 감독이니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란 말을 맞게 본다. 팀이 자율야구를 하든, 타율야구를 하든 결정하는 것은 그 팀의 최종 리더인 감독이니까.
루이스 우르수아와 프란체스코 스케티노, 두 사람이 우리에게 벌써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루이스 우르수아 씨는 2년 전 칠레의 산호세 광산 갱도에 갇혀 69일 동안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33명의 광부를 무사히 구조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한 작업반장이다. 이들의 구조상황을 인터넷 생방송으로 지켜본 전 세계가 감동했다. 이들 모두가 안전하게 구출될 수 있었던 것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마치 준비된 지침을 따르듯 침착하게 대처한 리더의 영향력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리더 한 사람에 의해 전원이 그리던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월에 이탈리아 연안에서 4,200여명을 태운 크루즈호가 좌초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6명이 사망하고 승객들은 차가운 겨울바다에서 죽음의 공포와 불안 속에 밤을 보내다 구조되었다. 이 배의 선장이 바로 프란체스코 스케티노 씨다. 그날 선장은 어이없게도 배를 버리고 승객들 틈에 끼어 몰래 빠져나가다 해안경비대장에게 들켰다. 경비대장이 “당신이 왜 여기 있느냐?”라고 소리치자, “발을 헛디뎌 떨어진 거”라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선장은 침몰하는 배의 제일 마지막에 내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리더의 불문율을 불행히도 깨버린 그는 현재 가택연금 상태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두 사람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리더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있어서 근래에 좋은 예라 하겠다.
다음 주가 총선이다. 우리는 또 한 번 지역을 대표하는 리더를 세워야 한다. 선거는 결국 우리 중에 리더를 세우는 것이 아닌가. 분명한 것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리더가 결정되고 그렇게 결정된 리더에게 우리는 나라의 법 제정부터 살림살이 전반을 맡겨야 한다. 우리가 선출하는 리더에 의해 지역과 나라의 미래가 현격히 달라진다. 한 걸음 진보할 수도 있고 두 걸음 퇴보할 수도 있다. 4년만 맡겼는데도 10년, 20년이 좌우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내가 단순히 좋아하는 후보, 나와 친분이 있는 후보라고 앞뒤 생각 않고 뽑을 일이 결코 아니다. 어떤 관계를 떠나 정책을 봐야 하고 사람됨을 봐야 한다. 능력도 보고 경륜도 봐야 한다. 누가 꼼수를 부리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우리의 미래, 아니 우리 자녀의 미래까지도 행복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고작 자신의 명예나 부귀를 추구하는 자가 당선된다면 그 불행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은 이전까지 본 것만으로 충분히 족하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탁월한 리더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그러나 비록 탁월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실망과 실소(失笑) 대신 희망과 비전을 갖게 해줄 바른 리더가 각 지역을 대표해서 선출되면 좋겠다. 좌초된 배를 버리고 몰래 빠져나가는 선장을 바른 리더라 할 수 없듯이 국익과 민생과 관련된 안건이 산적한데도 텅 빈 국회를 바른 국회라 할 수 없고, 국민의 읍소(泣訴)에는 귀를 막고도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사안은 서둘러 처리하고 폐하는 이들을 바른 리더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무엇보다 바른 리더를 세우는 것, 이것이 지역과 나라와 다음 세대를 위해 유권자인 우리가 가장 공들여 결정해야 할 중대한 일임을 선거 때 만이라도 반추(反芻)해야겠다. 무관심으로 넘어가기에는 리더 한 사람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