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박물관..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공단 안에 있습니다.
팬아시아 페이퍼(외국 기업체 같죠, 아마..)라는 종이공장에서
운영하고 있네요.(기존에 있던 거 인수해서 작년에 새롭게
개관했다는데, 그럼 혹시 한솔에서 하던 건가..아닌가?)
"팬아시아 종이박물관은 현재 종이와 관련된 2000여점의 유물 및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해마다 다양한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앞으로도 팬아시아 종이박물관은 우리 문화유산의 연구, 보존, 전시 외에도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즐거운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또, 인류 문명 발달의 가장 큰 주역으로 미래에도 함께할 종이의 영원한 가치와 언제나 인류와 함께할 '영원한 친구'임을 재확인하는 곳이 될 것이다."
박물관 안내 책에 쓰인 소개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이 박물관은 단순히 종이 나부랭이만 주욱 나열,
전시해 놓은 데가 아닙니다.
종이의 과거, 그러니까 종이의 역사(종이 이전, 종이의 탄생,
과거 종이 문화)를 보여 주는 옛 물건들에서부터,
직접 만들거나 첨단 영상물을 이용하여
종이의 현재와 종이의 미래까지를 보여 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눌러 보고 만져 보고 들어 보고 찾아보고...)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꾸며 놓았습니다.(그리 크진 않지만..)
또, 그때 그때 기획하여 전시하는 특별전시실과,
한지 제작 과정을 보고 직접 만들어도 보는 한지체험관도 있습니다.
종이가, 특히 한지가 우리 실생활에 쓰인 모습들을
소개해 놓은 방에서는 한참 머물러 있었는데요,
종이, 참 여러 가지로 쓰였더군요.
종이 공예는 다섯 가지 정도로 분류하는데,
색지 공예, 후지 공예, 지승 공예, 지호 공예, 지장 공예
가 있답니다.
색지(色紙) 공예는 한지를 여러 겹 덧발라 만든 틀에
색지로 옷을 입힌 거랍니다. 반짇고리 같은 우리가 요즘
흔히 보는 한지 공예품 들이죠.
후지(厚紙) 공예는 종이를 여러 겹 붙여 두껍게 만든 것으로,
귀주머니, 갓(기름칠한..), 전동(箭筒:화살통) 같은 것이 있습니다.
지승(紙繩) 공예는 한지를 꼬아 만든 다음 옻칠 같은 것을
하는데요, 미투리, 채독(곡식 저장 용기), 지승요강 들이 있습니다.
지호(紙糊) 공예는 진흙을 이용해서 만든다던가..
은율탈 따위 여러 가지 탈이 이 기법으로 만든 거랍니다.
지장(紙裝) 공예는 나무로 골격을 짜거나 고리 등으로 뼈대를
만드는데, 갓을 넣어 두는 갓집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접등(Lantern), 지혜(紙鞋:종이신), 합죽선,
다래끼, 삼태기, 함지 들 여러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구요..
그 가운데 접등이랑 어사화가 특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접등은 외출할 때 들고 다니던 등인데,
접을 수 있는 종이의 장점을 살려 만든 고운 모양이었구요,
어사화(御史花)는 조선시대(1880년) 것으로,
'과거급제자에게 왕이 하사한 것으로
종이로 만든 관모장식용 가화(假花)의 하나'
라고 설명해 놓았네요.
종이꽃, 즉 가짜꽃(조화)이란 건데
옛날에 가끔 텔레비전에서도 보곤 했는데
직접 보니 그 순박함과 화려함이 한데 어울려,
무척 곱고 이쁜 거 있죠..
'종이의 미래' 방에는
"희망을 이어가는 종이"라는 주제로,
문필가와 예술가들의 작품과 글을 전시해 놓았는데요,
그 가운데 박경리 선생님의 글...
"좀 쑥스런 얘기지만 어릴 적에, 돌팔이 점쟁이한테 점을 본 어머니는 나를 두고 장차 큰 부자가 될 거란 말을 곧잘 하시곤 했다. 이 아이는 종이를 한아름 안고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돌팔이의 말 때문인데 어머니는 종이를 땅문서쯤으로 해석하고 딸의 미래를 믿은 것 같았다. 물론 우연의 일치 같은 것이겠으나 40여 년 동안 종이의 소비로 일관해온 것이 내 처지다. 쓰고 버린 엄청난 원고지, 대체 그 부피는 얼마나 될까. 이따금 전쟁터처럼 파지(破紙)가 널려 있는 서재 안을 바라보며 나는 옛날의 그 시답잖은 얘기를 생각하고 쓰게 웃곤 한다. 운명론자가 아니며 신비주의자도 아닌데 그 같은 우연의 일치를 겪게 되면 참 묘한 느낌이 든다."
종이..
컴퓨터 세상에서
글도, 서류도, 편지조차도
화면과 자판이
종이와 연필을 대신하고 있는 지금..
그래도 종이로 만든 책은.. 종이는..
영원한 우리의 친구라는데...
특히 종이하고 관계 있는 일 하시는 분들,
그리고 아직 종이를 사랑하고 있는 분들,
한번 가 보셔요..
아이들 손 잡고 가는 것도 괜찮겠어요, 컴퓨터 세대 종이맹들..
팬아시아 종이박물관 Pan Asia Paper Museum
관람료는 없구요, 1월1일, 설날연휴, 추석연휴하고
주마다 월요일엔 쉰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구요..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약도 보니, 월드컵 경기장이 근처에 있네요.
063-210-8103, www.papermuse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