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소모임 - 보스코의 스터디 & 장거리 벙개방에서
2009년 6월 23일 아이언님이 주최한 서울 근교 미술관 여행의 후기입니다.
참석자는 파랑새, 물고기자리, 보스코, 아이언, 민중, 병아리, sandy님 총 7명이었고
오전 10시 30분에 사당을 출발하여 저녁 8시경 서울에 도착. 저녁식사후 뒤풀이 없이 해산하였습니다.
코스는 사당-모란미술관-가일미술관-남송미술관 이었으며 회비는 2만원씩이었습니다.
Miss 닥스훈트.
얼마전 강아지 한마리를 키워 보려고 동네 동물병원을 갔다.
다리짧고 눈망울이 똘망한 2개월된 강아지 한마리. 검고 윤기나는 짧은 털에 눈위와 배부분이 연한 브라운색인
닥스훈트 꼬마 아가씨 하나가 앞발을 들고 일어나 나를 향해 꼬리를 친다. 순간 이녀석이야 !..
흥정까지 마치고 그녀석을 데리고 가려다,,아~하는 생각을 했다.
하루종일 혼자 있을 그녀. 밥먹이고 물주고 똥오줌치워준다고 다가 아닌데..
가축도 아니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야할 녀석인데 지금 내가 친구가 필요하다고 썰렁한 집에 데리구 가선
하루종일 방치해서 명랑한 그녀를 우울증 걸리게 하는건 죄짓는 것이지..
내가 물귀신도 아니고 불행한 녀석은 나혼자로도 충분해..
가족이 될뻔했던 명랑 닥스훈트양을 뒤로하고 서점으로 향했다,
2시간을 하릴없이 이것 저것 들여다보다가 문득 한쪽 구석에서
아까 보았던 닥스훈트양과 닮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아주 까만 표지. 그녀의 피부와 닮았지만 광택은 없는
표지 중간은 비행기 기내에서 찍은듯 지평선과 맑은 하늘색이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를 닮은 사진으로 장식된.
표지만 보고 고른 책인데 저자를 살펴보니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집 '여행의 기술'이었다,
에세이집 평소에 좋아하지는 않지만 표지가 맘에 들어 닥서훈트양 대신 집으로 데리구 왔다.
몇페이지 읽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끌리는 그의 글은
보통 좋은글을 쓰는 이들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공통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읽기 쉽고 어렵지 않고(독자에게도, 쓰는 이에게도 공통으로 해당하는) 약간 산만하며, 풍부한 예문의 제시등등.
이글은 그의책에 나오는 예문과 시를 차용해서 만들어 본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 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소모임에서 아이언님 주최의 평일 벙개를 가게 되었다.
차량 두대로 나뉘어 가는 청평과 가평의 미술관 세곳을 방문하는 하루의 짧은 여행.
평소 아이들에겐 절대로 창밖으로 손내밀지 못하게 하는 그녀가 오늘은 스스로 규칙을 허물어 본다. 날개짓.
그녀는 날고있다. 자신도 옆사람도, 뒷사람도, 차도...그녀를 뒤쫓는 뒷차에 탄 사람들까지....
우리는 모두 즐거운 파랑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다.
모란미술관에서
잘 가꾸어진 조각 공원은 들어서자마자 긴장의 끈을 풀어 헤치고
마음속의 보이지 않는 방화벽을 무장해제 시키는 마법을 부린다.
새들의 지저귐과 미술관 어느곳을 가더라도 들리는 음악소리가 이처럼 조화를 잘 이루는곳을 보지 못했다.
세심한 미술관 관리자는 아마 새 지저귐 소리와 스피커의 음량까지 피팅한듯한 느낌이다.
술술 풀리는 느낌은 이런거다.
relax.
한때 그렇게 빛나던 광채가
지금 내 눈에서 영원히 사라진들 어떠랴.
풀의 광휘의 시간, 꽃의 영광의 시간을
다시 불러오지 못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 남은것에서 힘을 찿으리라
(영생불멸의 노래중)
"자연에 완전히 진실하라!" - 이런 거짓말이 어디 있는가.
자연을 어떻게 속박하여 그림속에 집어넣을수 있겠는가?
자연 가운데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무한하다!
따라서 화가는 자연 가운데 자기가 좋아하는것을 그린다.
화가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자기가 그릴수 있는것을 좋아한다!
(니체의'사실주의 화가')
수탉이 울고
냇물은 흐르고
작은 새들은 지저귀고,
호수는 반짝 거린다....
산에는 기쁨이 있다.
샘에는 생명이 있다.
작은 구름들은 하늘을 날고
파란 하늘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땐 더 높이 오를수 있게 하며
떨어져 있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워즈워스)
가일미술관에서
얼마나 자주
어둠 속에서, 그리고 기쁨없는 낮의 많은 형체들 속에서,
안타까운 몸부림이 소용없고
이 세상의 열병이 내 심장의 고동에 매달렸을 때에,
마음속에서 얼마나 자주 나는 그대를 향했던고,
오, 숲이 우거진 와이 강이여! 그대 숲속의 방랑자여,
내 영혼은 얼마나 자주 그대를 향했던고!
(워즈워스)
미래에 대한 근심은 우리의 마음을 떠나지 않는듯 하지만,
정작 그것을 돌이켜보는 것은 안타깝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장소로부터 돌아오자마자 기억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이 바로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생각하며 보낸 과거의 많은 시간, 즉 우리가 있던 곳이 아닌
다른곳에서 보낸 과거의 많은 시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자면 어떤 곳에 대한 기억과 그곳에 대한 기대에는 모두 순수함이 있다.
각각의 경우에 도드라져 나오는 것은 장소 자체이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
남송미술관에서
도시의 "떠들석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
"나는 한낮에, 햇빛을 잔뜩 받으면서도 일한다. 나는 매미처럼 즐거워 한다.
정말이지, 서른다섯이나 먹어서 이곳에 오는것이 아니라 스물다섯에 이땅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가!"
(반 고흐의 편지中)
첫댓글 평일의 여유로움~ 분위기있고... 마냥 부럽습니다~^^ㅋㅋ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네요!!!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과 기쁨을 듬뿍느끼고 왔습니다~ 처음 만나게된 사람들조차 금새 친하게 해주는 그런 여행... 또 가고싶습니다... 최다 출연했네요..출연료는 없나요? ^^ 먼길 운전해주신 아이언님과 보스코님께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추후에 찾아가봐야 겠네요~ㅎㅎㅎㅎ
흰눈이 살짝 내린 다음날 모란미술관에 간 적이 있어요. 생각보다 바람이 차지 않아서 바깥 정원을 두어 바퀴 돌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가평길은 자주 가는데 나머지 두 곳은 어딘지 모르겠어요. 여행의 즐거움과 내밀한 기쁨이 전해지는 글과 사진입니다.
고흐.. 나는 매미처럼 즐거워한다.. 나는 평생 일하면서 매미처럼 즐거워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이란것-소위 표현의 소재들이란것이 사실은 경험과 지식의 잡동사니,군중의 집합, 과거(죽은것)의 종체가 아닐까? "텅 빔" "nothingness~~~" 지금 여기에 즉각적인 반응이 "진아"가 아닌가? 니체의 글을보며 생각 해 보았습니다.소요로움이 참 좋은데요. 저도 가고싶어요. 이 까페 몇일 안되어 둘러보는중입니다~^^
가끔 성남에서 남송미술관 주최 전시회를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