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나무를 보면, 파릇파릇 돋아난 연초록빛 새싹이 참 보기 좋죠? 어디에 그런 예쁜 색깔을 감추고 있었는지... ^^* 초록빛을 띤 새싹이 참 보드라워 보입니다.
오늘은 '초록빛을 띠다'에서 쓰인 '띠다'를 알아볼게요.
'띠다'와 발음이 같은 단어로 '띄다'가 있습니다. 발음은 모두 [띠:다]입니다. 발음은 같지만 뜻은 전혀 다릅니다.
먼저, '띠다'는, "용무나, 직책, 사명 따위를 지니다." "빛깔이나 색채 따위를 가지다."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다." "어떤 성질을 가지다."는 뜻으로, '중대한 임무를 띠다, 붉은빛을 띤 장미, 노기를 띤 얼굴, 보수적 성격을 띠다'처럼 씁니다.
'띄다'는, '뜨이다'의 준말이고, '뜨이다'는 '뜨다'의 피동사입니다. 따라서, '띄다'는 "물속이나 지면 따위에서 가라앉거나 내려앉지 않고 물 위나 공중에 있거나 위쪽으로 솟아오르다.", "감았던 눈을 벌리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좀 쉽게 정리해 보면, '띄다'는 '뜨다'에서 온 말이고, 이 '뜨다'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사이를 떨어지게 하다"는 뜻이 강합니다. 물 위나 공중으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니까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고, 눈을 벌리는 것도 눈꺼풀 사이의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며, 띄어쓰기도 단어와 단어 사이에 공백을 두는 것이므로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죠.
그러나 '띠다'는,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으로 뭔가가 있을 때 주로 씁니다. 초록빛을 띤 새싹은 초록빛이 있는 새싹이고, 중대한 임무를 띤 것도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띠다'는 "띠나 끈 따위를 두르다."는 뜻도 있어서, 치마가 흘러내리지 않게 허리에 띠를 띠다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이때도 허리가 띠를 가지고 있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죠.
다시 더 줄여보면, '띠다'는 뭔가가 있을 때, '띄다'는 간격을 벌릴 때 쓴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우리말123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오랜만에/오랫동안, 망년회/송년회]
요즘 송년회 많이 다니시죠?
올 한해 못 이룬 꿈이 내년에는 다 이뤄지시길 빕니다. ^^*
저도 요즘 매일같이 이어지는 술자리 때문에 몸이 말이 아닙니다.
누구 말대로, 썩어가는 간장을 위해 기도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어제는 과 송년회가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편한마음으로 오랫동안 술을 마셨습니다.
오늘은 그 ‘오랜만’과 ‘오랫동안’의 차이에 대해 좀 알아볼게요.
이것도 실은 매우 간단한데 틀리게 쓰는 경우가 잦습니다.
먼저,
‘오랜만’은 ‘오래간만’의 준말입니다.
즉,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를 뜻하며,
옛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다.
정말 오래간만에 비가 내렸다.
‘오래간만에 가 본 고향은 참으로 많이 변해 있었다’처럼 쓰면 됩니다.
반면,
‘오랫’은 ‘오래’와 ‘동안’이 합쳐진 말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형태로,
시간상으로 썩 긴 기간 동안을 뜻하며
‘오랫동안’이라고만 씁니다.
‘나는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드디어 결심했다.’처럼 쓰면 되죠.
시간상으로 긺을 의미하는,
‘오래’의 변형은
‘오랜만’과 ‘오랫동안’ 밖에 없습니다.
구분은 간단하죠?
당연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처럼 구분해서 쓰시면 됩니다.
참,
망년회가 아니고 송년회라고 해야 하는 것은 다 아시죠?
‘망년회(忘年會)’의 ‘망년’은
망년지교(忘年之交) 또는 망년지우(忘年之友)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에서 오래 전부터 섣달그믐께 친지들끼리 모여 흥청대는 세시민속이 있었는데
‘망년지교’에서 글자를 따 ‘망년(忘年)’ 또는 ‘연망(年忘)’이라 불렀습니다.
이것이 망년회의 뿌리죠.
그러나 지금 우리가 쓰는 망년회는
‘망년지교’의 ‘망년’과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망년회’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한 해(年)를 잊는(忘) 모임(會)’이란 뜻인데,
한 해를 그냥 잊어버린다는 게 우리 감정에는 썩 어울리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식으로는 ‘송년회(送年會)’라고 해야 합니다.
‘송년’은 한해를 보낸다는 의미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에서 온 말이죠.
즉,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의미로,
부어라 마셔라하며, 썩어가는 간장을 위로하는 ‘망년회’와는 차원이 다르죠. ^^*
더군다나 ‘망년회’는 어감도 좋지 않습니다.
‘잊을 망’인지 ‘망할 망(亡)’인지 알 게 뭡니까? ^^*
우리는 우리식으로 송년회로 하자고요.
오늘은 우리식 송년회가 있는 날입니다. ^^*
오늘은 몇 시에나 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