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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5. 12. 12 - 12.15(3박4일)
누구랑 : 산행 나홀로, 차량 어프러치(고석수님)
날 씨 : 첫 날 맑음 바람 강
둘째날 맑음 바람 강
셋째날 맑음 바람 강
일 정 : 첫 날 밤 11시 양재동 출발
둘째날 닭목재-대관령
셋째날 대관령- 진고개
넷째날 진고개- 구룡령
* 소 제목 : 오대산 설산을 기대하였으나..
열번째 대간길을 다녀 온지가 한달이 지났다.
이번 대간길 역시 일정 잡기가 쉽지 않다.
업계의 임원선거 일정이 확정되고, 선거관리위원으로 위촉되어 12월16일부터 12월30일 까지는 꼼짝 할 수가 없다.
어쩌든가 12월중, 출정을 하려면 12월 15일 이전에 다녀 올 수 밖에 없다.
고석수님과 일정을 조율 해본다.
최종적으로 12월 12일 저녁 출발키로 한다.
12월 10일 암벽학교 동기들과 송년산행이 있고, 11일 암,빙벽 클럽의 총회가 있어 그 날 밖에 없다. 평상시 대간 출발전 며칠은 몸 만들기에 신경을 썻으나, 이번에는 아무래도 몸 만들기(그 놈의 술 때문에)는 애시당초 틀린것 같다.
예상대로 이틀간 많은 술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드디어 12월 12일이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올 겨울 최고로 추운 날이다.
더구나 강원도(속초.강릉. 동해.삼척)동해안 일대 전체가 건조 경보 발효중이다. 경방기간에 건조경보까지 겹쳐 입산 통제가 철저할 것으로 보아 마음이 편치 않다.
고석수님과 전화 통화를 한다. 많이 망서려 지는 모양이나, 나의 강행 요구에 고맙게도 동의 해 준다.
저녁 11시 양재동에서 만나 강원도로 향한다.
이번 고석수님은 강원도 남은구간 큰재-댓재. 진고개-구룡령. 구룡령-조침령 구간을, 나는 닭목재-대관령. 대관령-진고개. 진고개-구룡령을 각각 홀로 걸어가고, 차량은 릴레이 방식으로 회수, 픽엎을 하게된다.
온라인에서 알게된 인연으로 두번째 같은 방식으로 산행을 하게되며, 이번이 마지막이다. 고석수님은 이번 구간을 마침으로 강원도 전 구간을 마치기 때문이다.
13일 첫날은 두사람 다 널널 산행이라 천천히 강원도로 들어간다.
하장 귀네미골 입구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운 시간이 04시다. 바람이 드세다. 바람 의지를 위하여 정류장에 바짝 차를 붙이고 간단히 눈을 붙이기로 한다. 차량의 히터를 계속 틀어놓고 침낭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덕분에 춥지 않게 잠을 잔것 같다.
어둠과 밖의 추위에 질려 07시에야 일어나 본다. 너무 늦었다. 서둘러 누룽지를 끓여 먹는둥, 마는둥한다. 마침 귀네미골에서 시내버스가 나온다. 학생들의 통학버스인 모양이다.
광동댐 이주 마을인 귀네미골로 접어든다. 고냉지 채소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몇가구 않되는 이주 마을이다.
조용한 마을을 지나 비탈진 고냉지 채소밭 사이의 시멘트 포장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정상으로 올라 갈수록 바람에 차가 흔들거린다. 설마하나, 약간 겁이난다.
지난번 걸었던 대간길이 눈에 익어 고석수님이 이어갈 대간길 들머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었다. 정상 물탱크 옆으로 차가 갈수 있는데 까지 간다. 뜻밖에 마을 표지석에 써 있는대로 아름다운 귀네미골 일출을 감상하게 된다.
07시35분 고석수님이 큰재를 향해 가는것을 보고, 왔던길을 되짚어 귀네미골 마을을 빠져 나온다. 바람은 모질게도 불어대고 있으나, 아직도 귀네미골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조용하다. 하장을 거쳐 댓재로 가서 고석수님의 하산을 기다려야 한다.
처음가 본 길이나,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댓재에 이른다. 열번째 대간길 중, 하룻밤을 묵어간 댓재 휴게소가 반갑다.
그러나 너무 일러서인지 인적이 없다.
휴게소 앞 마당에 차를 세우고 있노라니 해가 비치지 않아서인지 너무 춥다. 차를 몰고 해가 비치는 고개 넘어로 갔다가 바람이 너무불어 또다시 이리 저리 방황을 해본다. 그것도 참 못할 일이다.
09시 20분경 하는수 없이 휴게소로 들어간다. 연탄난로 불도 밤을 지새워서인지 미지근하다. 한참을 있어서야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 본다. 지난번 하룻밤 유숙한 대간꾼이라고 하니 반가워 한다.(그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데 알기나 한 것인지..이문세.박상원.정준호의 사진이 걸려있음)그리고는 연탄불이 다되었다며 부랴부랴 연탄을 간다.
10시쯤 생각외로 고석수님이 휴게소에 도착을 한다. 상당히 빠르게 걸은 셈이다. 따끈한 커피를 한잔씩 하고 몸을 녹인다. 매도 일찍 맞은게 낫다던가? 고석수님은 오늘 산행을 마쳤다. 그러나 나의 산행은 남아있다. 고석수님이 부럽다.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가야 할 길인 것을...
다시 차를 타고 닭목이재로 향한다. 나의 산행 시작을 위하여..
<다시 찾은 닭목재>
11시 32분 닭목재에 도착을 한다.
빨간모자 아저씨가 차와 초소에 각각 한명씩 보인다. 약간 긴장이 된다. 차를 농협창고 옆에 주차하고, 일단 점심을 해결하기 위하여 라면을 끓인다.
그때 빨간모자 아저씨들이 화란봉쪽에서 세분이 또 내려 온다. 기분이 약간 살벌하다.
약간 지체를 하더니 2대의 차량에 탑승을 하고 어디론가 가려고 한다. 아마도 식사를 하러 갈 모양이다.
고석수씨가 차량으로 다가가 점잖게 인사를 하고, 한 사람만 대관령까지 산행을 하려 한다고 사정을 하니, 산 중간에도 지키고 있으니 않된다고 하면서 가 버린다. 적극적인 긍정도 부정도 아닌것 같다. 알아서 기어라는 뜻인가?
라면을 나누어 먹고 산행준비를 한다. 날씨가 추우니 완전 무장을 한다. 고석수님과 차는 대관령 휴게소로 가고, 나는 고루포기 산을 향해 들머리로 들어선다. 시간이 12시 06분이다.
<맹덕목장 입구>
마음이 편치 않을 뿐 아니라. 무언가 쫒기는 기분이 들어 조급하다.
임도와 산길을 번 갈아가며 가볍게 오른다. 땀이 날 무렵 목장 정문이 보인다. 베낭을 내리고 다운자켓을 벋어 베낭속에 넣는다. 추위를 대비해 옷을 너무 껴 입은 탓에 몸 놀림이 원할하지 않다.
어제 저녁 차속에서 잘것에 대비해 속옷(하의)을 입은 것도 거추장 스러우나 어쩔 수 없이 입고간다.
폐기된 목장 전기 철망을 따라 약간 된비알을 친다.
약간의 오름을 계속하고 나니 편안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계속 임도가 따라 온다.
목장 후문인듯 한 오래된 목책이 나온다. 지도상 목장 끝문으로 표기된 지점인듯하다.
맹덕 한우목장의 영역을 지나 고루포기산을 오른다.
<왕산 1쉼터>
왕산 제1 쉼터다. 한참을 온것 같으나, 고작 2km 온 것이다. 진도가 심상치 않으나, 너무 신경쓰지 않고 걷기로 한다.
<왕산 2쉼터>
제 2쉼터다. 또 2km 걸었다. 오늘따라 거리에 너무 신경을 쓴것 같다.
다시 한번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말자고 다짐을 하고 걷는다.
<대관령 초지 능선>
시야를 멀리하고 대관령 목초지 인듯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풍력 발전기를 바라본다. 내일 걸어야 할 길인가 생각하니 빨리 가고 싶다. 대관령에서 진고개까지는 눌루 날라라 하지 않던가..
그러나 아무리 바쁘다고 실을 바늘 허리에 메어 쓸수는 없는것,
오늘 갈길을 마쳐야 내일 갈 길을 갈수 있는것을...
<동해를 바라보며>
그래도 걷다보니 어느덧 고루포기산 정상이다.
좌측 커다란 능선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피덕령쪽이다.
대간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껵여가야 한다.
왕산골 갈림길을 지나니 좌측으로 횡계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고속도로가 눈 앞으로 달려온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새로 생긴
고속도로 터널위를 걷고 있다. 여기도 지형이 우고 좌저의 지세다.
능경봉을 완만하게 오르는가 싶더니 본격적인 상등세다. 미완성 행운의 돌탑에 돌을 하나 올려 놓고 무거운 걸음을 계속한다.
<고루포기 정상>
<능경봉 넘어 동해를..>
<왕산골 갈림길>
<고속도로 터널위를 걸으며>
<미완성 행운의 돌탑>
<능경봉 정상석>
오늘의 대미를 장식하는 능경봉 정상이다.
이제 대관령 휴게소까지는 부담 없는 길만 남았구나 하고 한시름 놓아 본다.
반나절의 산행으로 방심을 한 탓인지, 생각보다는 그렇게 만만한 산행은 아닌것 같다.
경사도가 심한 능경봉 내림길을 다하자 감시초소가 있는 비석거리다. 승용차가 있는것이 감시원이 근무를 하고 있는게 확실하다. 우회를 할까 하다가 정면으로 돌파키로 한다.
"수고하십니다" 하니 어디서 오냐고 묻는다. 닭목재에서 온다고 하니, 입산 금지기간에 산행은 불법이라고 한소리 한다. 죄송합니다. 하고는 내쳐 걸음을 계속한다.
대관령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가 우뚝 솟아 있다.
휴게소 주차장에 고석수님의 차가 보인다. 오늘도 한나절의 대간길이 마무리 된다.
<대관령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
시간이 15시 50분이다. 여름철 같으면 한구간 정도 더 갈 수 있으련만,.. 겨울철에는 12시만 넘으면 왠지 주춤거려진다.
하룻밤 숙소를 강릉으로 갈까하다가 가까운 횡계로 향한다. 횡계 시내에 불가마 찜질방이 있어, 얼은 몸을 녹이고 하룻밤 묵기로 한다.
2일째..
찜질방에서의 잠이야 숙면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시간 시간 잠을 여러번 깬다.
몇시에 산을 시작 할것인지 염려되고, 아침식사와 낼 산행 중, 먹거리 준비 또한 걱정이 된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05시20분에 고석수님을 깨운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보니 겉옷이 아직 축축하다. 완전하게 마르지 않았다. 축축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니 몸이 금방 굳어진다. 차를타고 해장국집을 찾는다. 다행히 불이 켜진 해장국집이 보인다.
따뜻한 난로 옆에서 몸을 녹이고 해장국을 말아 넣고 대관령으로 향한다.
고석수님은 나를 캄캄한 대관령 들머리에 내려 놓고 진고개로 간다. 진고개에 차를 주차하고, 구룡령을 향해 걸어 갈 것이다.
06시 06분 눈만 보이게 완전 무장을 하고 대관령 성황당 입구쪽 불빛을 따라 2일째 산행을 시작한다.
포장임도를 따라 랜턴에 의지해 어딘지도 분간을 못하고, 가끔 바람에 휘날리는 표시기를 이정표 삼아 무작정 걷는다. 시야가 좁으니 몇군데서 멈칫거린다.
30여분 지나니 동해바다쪽 강릉시내의 불빛이 현란하게 내려다 보인다.
<선자령을 오르며 강릉의 야경>
하늘 저편에는 희미하게 적색의 띠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 언젠가 설원의 선자령 걷던 시절이 생각난다.
아마도 이번 선자령에서의 눈 구경은 난망이고, 일출이나 보자는 생각이 들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해 본다.
동해바다쪽 운무가 점점 붉게 물들어 온다. 일출이 가까워 옴을 알린다. 07시 14분 선자령 정상이다.
<동트는 선자령 정상>
태양은 아직 운무속에 숨어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다. 하는수 없이 선자령을 내려선다. 내려가다 보니 건너편 산 능선과 능선따라 설치된 수십기의 풍력 발전기에 햇살이 내려 앉고 있다.
내림 능선으로 붙어 불타고 있는 일출을 담아본다. 운무속에서 붉은 속살을 드러낸 태양이 장관이다.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느라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도로를 걷다가 다시 산길을 걷고를 수차 반복을 한다. 선자령에서 매봉까지의 능선상에 수십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고 현재도 설치 현장이 여러곳이다.
길을 만드느라 산을 깍아버려 지도상의 곤신봉이 어딘지 모르게 지나간다.
선자령의 일출>
<대관령 정상에 늘어선 풍력 발전기>
동해 전망대다. 휴게소 같지 않은 휴게소가 있다. 안을 살펴보니 사람은 없고 간이 음식을 파는 조그만 움막이다.
문이 잠겨져 있지 않아 열어보니 열린다. 안으로 들어가서 바람을 피하여 빵과 커피로 간식을 한다. 오늘 나에게는 혼자만의 오붓한 고마운 휴식처다.
살펴보니 밖에는 까스통이 여러개가 있고, 안에는 가스버너도 여러개 있는것이 아마도 주말에는 사람이 와서 영업을 한 모양이다. 많은 메모들이 나무벽에 써 있다. 매직이 옆에 있어 나도 "홀로백두대간 노짱" 이라고 흔적을 남기고 문을 나선다.
임도를 따라 막 길을 가려니 매봉쪽으로 차가 쏜살같이 내 달린다. 탑승자는 외국인이다. 풍력발전기의 설치회사가 외국 회사인가? 그러고 보니 발전기 날개에 UNISON이라고 써 있다.
<동해 전망대>
<솟대와 풍력 발전기 날개가 대조적인 동해전망대 휴게소>
도로를 따라 내려 가다가 도로를 버리고 매봉으로 오른다.
매봉은 아무 표식도 없다. 약간의 공터일 뿐이고,
다만 무시무시한 경고판이 서 있다. 이후 구간은 산행 불가지역으로 입산금지며 이를 어길시 어쩌고 저쩌고..등등....
매봉산에서는 갈림길이 있어 소황병산 방향이 아닌 약간 우측길로 가야한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면 다시 방향이 소 황병산 방향으로 바로 잡힌다.
전형적인 목초지를 만난다. 좌측 아래엔 최근에 지어진듯한 목장이 있다.
이후 눈덮힌 하얀 민둥산인 소 황병산을 멀리보고 지루하게 걸어가야한다. 저 멀리 좌측으로 비켜서 있는 황병산의 기지가 선명하게 닥아온다.
소 황병산 오름길에 자꾸만 멈칫거린다. 약간의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는수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 베낭에 있는 간식을 이것 저것 털어먹는다.
소 황병산 오름길은 제법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모처럼 뽀드득 거리는 눈길을 걸어본다.
<멀리 황병산과 소 황병산>
소 황병산 정상이 보기와는 영 딴 판이다. 완만한 민둥산으로 보였는데 오르는 길이 힘들다.정상은 역시 정상인 모양이다.
정상에 올라보니 아무것도 없고 눈 덮힌 벌판에 선 기분이다. 전신주만 덩그러니 서 있다.
전신주 방향으로 걸어 가노라니 멀리 노인봉이 보인다. 노인봉 밑 노인봉 휴게소도 희미하게 보인다.
<소 황병산 정상>
<가야 할 노인봉>
약간의 내리막에 이어 안부에서 부터는 대체로 마음편한 길이 계속된다. 노인봉이 점점 가깝게 닥아온다. 어느곁에 노인봉 산장앞에 당도한다.
노인봉 산장에 대해선, 웬지 그냥 지나가라는 말들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별 일이야 있겠는가?
난 들려보기로 한다.
산장으로 들어서니 어찌 조용하다. 이곳 저곳을 살펴보아도 아무도 없다. 산장지기가 일시 산장을 비우고 하산을 한 모양이다. 잠시 의자에 앉아 다리쉼을 하고 길을 나선다
<노인봉과 노인봉 대피소>
<노인봉 대피소 전경>
노인봉 정상은 사양을 하고 바로 진고개로 접어든다.
노인봉 산장에서 진고개까지는 정말 룰루 날라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면을 가로질러 가는 평탄길이다.
드디어 진고개가 선명하게 내려다 보인다. 약간의 경사길을 내려 잔듸밭길을 지나 진고개 휴게소로의 마지막 내림길에서 갈등을 한다. 여기는 엄연히 금지된 구간으로 단속에 걸리면 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면 돌파를 할것인가? 약간의 변칙으로 우회를 할것인가?
결정을 못하는 사이에 매표소가 보인다.
앗뿔사! 매표소 옆에 승용차 2대가 주차되어 있는것이 근무를 하고 있는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일단 시비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결단을 내리고, 다시 내려 왔던 길을 약간 올라 좌측 급경사지로 도로에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올라 휴게소에 무사히 도착을 한다. 조금은 비겁한 생각이 든다.
13시 24분이다. 오늘의 산행도 무사히 마감을 한다.
주차장 한켯에는 고석수님의 차가 반갑게 주차되어 있다.
잠시 쉼을하고, 구룡령까지의 고석수님 마중을 준비한다. 주문진으로 나가 양양을 거쳐, 홍천 방향으로 가야 구룡령이 있다. 거리가 만만치 않다. 고석수님을 픽업하고 다시 진고개 근처로 돌아와서 숙박을 해야하기 때문에 일정이 바쁘다.
<노인봉 정상 갈림길>
<진고개 휴게소>
<진고개>
<상징탑과 제설장비>
3일째..
진고개 바로 밑 송천마을 민박집에서 편하게 밤을 보내고, 05시가 넘어 일어난다.
어제 저녁 지어 놓은 밥과 돼지 김치찌게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민박집을 나선다.
06시25분 진고개 동대산 들머리에 나를 내려논 고석수님은 차를 몰고 다시 구룡령으로 간다.
구룡령에 차를 주차하고 조침령까지의 마지막 산행을 하기 위해서이다.
진고개에서 동대산으로의 들머리는 오늘의 산행을 예고 하듯이 상당히 뺙쎄다.
나뭇가지와 땅 바닥에 서린 서릿발이 랜턴 불빛에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바람 또한 나의 몸을 한구석으로 몰아 부칠듯 세차게 분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3일째라서 그런지 더욱 무겁다.
그런 와중에도 새벽은 밝아오고 있다. 운무가 하얗게 피어 오르고, 멀리 황병산의 기지가 어둠속에 뚜렷한 선을 그리고 있다.
<동트는 동대산 정상에서 황병산을 바라보며..>
동대산이다. 고생하고 오른 만큼 보잘것이 없어 실망스럽다. 정상이라고 하는것이 돌덩이 몇게 모아 놓은것이 전부다.
사진을 찍으려고 고어텍스 장갑을 벋고 내피만 끼고
잠시동안 있었더니 손가락이 깨질것 같다. 얼른 장갑을 끼었으나, 손가락은 떨어져 나갈것 같다.
빨리 움직여야 될것 같아 목에 걸려 있던 랜턴을 베낭에 집어넣고 쟈크를 닫으려고 하였으나 손가락이 아파 쟈크를 제대로 닫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추위에 쫒겨 베낭을 둘러매고 말았다.
<동대산 정상>
한시 빨리 바람과 추위에 눈코 뜰새 없는, 눈 쌓인 동대산을 벋어날 욕심으로 눈길을 내달리기 시작을 한다.
30여분 눈길을 스틱에 의지해 갔을까, 베낭이 자꾸 뒤를 잡아 당긴다.
다시 다그쳐 메어도 그 모양이다. 할수 없이 베낭을 벋어보니 쟈크가 내려가 알을 낳기 일보전이고, 맨 위에 넣었던 랜턴이 보이지 않는다.
앗뿔싸! 올것이 왔구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구나.
짧은순간 생각을 한다. 버리고 그냥 갈것인가? 아니면 뒤돌아 찾으러 갈것인가?
지금까지 한번도 격지 않은 일이라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만약을 생각하면 예비 랜턴도 없으니 말이다.
베낭을 길 옆에 내려놓고 오던 길로 렌턴을 찾아나선다.
바쁜 마음에 걸음이 자꾸 빨라진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가보지만 랜턴은 보이지 않는다.
돌아서자니 이제껏 걸어 온 걸음이 아깝다. 또 몇미터만 더가면 랜턴이 반겨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봉을 하나 넘고 안부를 지나 또 봉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러다가 동대산까지 가야하는것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드니 않되겠다 싶다.
과감히 포기를 하고 돌아선다. 정신없이 갔던 탓에 베낭 두웠던 곳이 감이 잡히지 않는다. 혹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는지 햇갈리기 시작한다.
내 자신이 왜 이렇게 한심스런지 자책을 해본다.
다행히 베낭이 있는곳에 도착을 한다.
약 30여분을 허비한 꼴이다. 30여분을 앞으로 진행을 하였다면 지금쯤...
생각 할수록 후회스럽다. 한참 동안은 머리가 혼란 스럽다.
차돌바위를 지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로봉을 오르기전 안부에 도착한다. 오늘의 최고봉 답게 앞을 무겁게 가로 막고 있다.
오늘의 최고봉이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르기로 한다. 또한 오늘의 고행을 마치면 따뜻한 집과 가족의 곁으로 간다는 희망을 떠 올리고 애써용기를 내고 힘을 쏟아본다.
그럼에도 자꾸 까먹은 30분이 뇌리를 스친다.
<동대산 지나 일출을 보며>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하듯이 두발 아래 두로봉 정상이 있다. 여기가 오대산 비로봉으로 가는 갈림길이고, 오대산 국립공원 구간 경계이다.
잠시 지도와 고도표를 보니 신배령을 지나 1,210.1봉까지는 완만한 길로 여기서 속도를 내어 가다보면 까먹은 30여분을 충분히 벌충 할 수 있을 것이라 마음을 먹어본다.
생각대로 진도가 좋다. 조금씩 마음이 편안하다. 신배령을 지나 서북방향 만월봉으로 가는길은 사면 우회길로 또 협조를 해준다.
만월봉을 올라보니 오늘의 두번째봉 응복산이 또 버티고 있다. 약간의 내림이 다행으로 여겨지고 응복산을 오른다.
<두로봉 정상>
<두로봉 정상 안내도>
12시58분 응복산 정상이다. 눈속에 응복산 동판이 숨어있다.
발로 눈을 쓸어내고 디카에 담는다. 상당한 내림길이다. 눈이 바람에 날려 쌓인 곳은 제법 발목까지 빠지는곳이 있다. 그러나 아이젠을 하지 않고 스틱에 의지해 빠르게 내려간다.
고도가 제법 떨어진다.
<응복산 정상 이정목>
<눈속에 묻혀있는 정상 동판>
13시24분 갈림길 안부에 도착하니 의자가 잘 설치되어 있는 쉼터다. 이정목을 보니 구룡령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의자에 앉아 점심을 간식거리로 대체하고, 정작 싸온 점심과 찌게는 버너를 피우기 귀찮고 시간이 아까워 산짐승에게 보시를 하고, 물도 많이 마셔서 베낭의 무게를 최대한 줄인다. 매번 점심을 점심답게 먹지않아 후반전에 고전을 하면서도 미련스럽게 굴고 있다.
알면서도 못 고치니 어쩌겠는가.
이제 다시 마음을 무장하고 마늘봉이다. 높이는 얼마 아니지만 고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오르려니 경사도가 작난이 아니다.
마늘처럼 맵다고 마늘봉인가... 아무튼 쉽지 않은 봉이다.
<안부 쉼터>
마늘봉 정상이다.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이제 약수산만 오르면 구룡령이다.
약수산을 고대하면서 힘을 내어 걸어본다. 다온듯 다온듯 하면서 약수산은 나타나지 않는다.
계속해서 봉을 오르고 내려도 약수산은 감감 무소식이다.
구룡령을 쉽게 내주기 싫어 약수산이 그리도 숨어 있는가 보다. 15시 05분임에도 해가 뉘엿 뉘엿하다. 겨울산에서의 어둠과 온도는 촌각을 다툰다.
<마늘봉 정상>
드디어 약수산에 도착한다. 땅에 박힌 동판이 반가웁기 이를데 없다.
모처럼 베낭을 내리고 지는 햇볕을 받으며 여유있게 쉰다.
집사람과 통화를 하고, 고석수님과 통화를 시도한다. 한참 만에야 통화가 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진고개에서 구룡령으로 오는 길에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여, 구룡령 들머리 시간이 늦어 조침령까지 마무리 할수 없을것 같아 쇠나드리로 하산을 할 계획 이란다. 나역시 덩달아 마음이 다급해 진다. 속도를 더하여 내려간다. 15시 43분 구룡령 날머리에 도착한다.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산이 깊으니 금방 어두워지고 추위가 엄습해 온다.
차를 양양쪽으로 몰고간다. 젖은 옷에 몸이 한기가 들고 허기가 진다. 차를 세워 옷을 갈아 입고, 슈퍼에서 두유로 허기를 달래고, 뜨거운 음료를 사 가지고 서림을 거쳐 조침령으로 간다.
조침령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로 터널 공사와 진입로 공사가 한창이라 온통 공사판이다.
공사판을 이리 저리 피하여 조침령 정상을 거쳐 쇠나드리로 내려간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쇠나드리 포장도로가 금방 나온다.
17시13분이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둡다. 고석수님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이리저리 차를 움직이며 내림길을 추적해본다.
전화를 하니 어렵게 통화가 되다가 끓어져 버린다. 그리고 이후 영영 불통이 되 버린다. 이미 어둠은 칠흑같고 추위와 바람은 정신을 차릴수 없을 정도니 사고의 위험이 목도에 있으니 답답함이 이를데 없다.
한시간 동안의 불안과 걱정속에 애를 태우던 기다림이 18시 10분에 끝이난다.
<약수산에서 응복산을 돌아보며>
<마늘봉과 1,261봉>
<약수산 동판>
<약수산 내림길 안내판>
15시 43분 구룡령 날머리에 도착한다.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산이 깊으니 금방 어두워지고 추위가 엄습해 온다.
차를 양양쪽으로 몰고간다. 젖은 옷에 몸이 한기가 들고 허기가 진다. 차를 세워 옷을
갈아 입고, 슈퍼에서 두유로 허기를 달래고, 뜨거운 음료를 사 가지고 서림을 거쳐
조침령으로 간다.
<구룡령 날머리>
<구룡령 산림 박물관>
<구룡령 고개 동물 이동통로>
<구룡령 상징탑>
조침령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로 터널 공사와 진입로 공사가 한창이라 온통 공사판이다.
공사판을 이리 저리 피하여 조침령 정상을 거쳐 쇠나드리로 냐려간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쇠나드리 포장도로가 금방 나온다.
<미리 가 본 조침령>
<조침령 이정목>
쇠나드리 포장도로가 금방 나온다.
17시13분이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둡다. 고석수님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전화를 하니 어렵게 통화가 되다가 끓어져 버린다. 그리고 이후 불통이 되 버린다.
한시간 동안의 불안과 걱정속에 애를 태우던 기다림이 18시 10분에 끝이난다.
<쇠나드리 달뜨는 풍경>
그리고 우리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도 또 다시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