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프랜차이즈 중국진출 정밀 리포트 ] **************************
<상해·북경 입체 르포- 다국적 브랜드와 중원싸움, 힘겹지만 승산 있다.>
한 낮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초의 상해(上海)도 어둠이 깔리면 제법 선선한 미풍이 불어온다.
서울의 명동이랄 수 있는 남경로(南京路)는 평일 저녁에도 쇼핑과 외식을 나온 인파로 인산인해다.
남경동로(南京東路)의 보행가(步行街)에 위치한 상해제일식품상점 1, 2층에 입점한 피자헛 남경동로점 앞은 손님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종업원들이 연신 냉수를 날라주며 더위를 식혀주는 광경이 이채롭다.
피자헛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맥도날드나 KFC 같은 점포들도 비슷한 풍경이다.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다국적 패스트푸드점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여기에 비한다면 다음날 오전에 찾아간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BBQ 반도화원점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대형 아파트 단지상가에 입점한 BBQ가 문을 연 지는 불과 한 달이 지났고, 유동인구도 적은 탓인지 점포 출입문을 드나드는 손님이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기대 반 우려 반…,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폭염을 뚫고 매장을 찾은 손님들을 반갑게 맞는 접객 서비스도 인상적인데다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주문에 10여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40평(한국 평수 기준) 규모의 BBQ 매장은 상해 도심 상권에서 벗어난 주택가에 위치해 있지만 중국에 진출한 BBQ가 어떠한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거둬들인 경영실적도 놀라웠다.
“개점 1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일일 매출 2,600위안(한화 39만원)을 돌파했습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은 하루 평균 매출이 6,000∼7,000위안 가량 됩니다.” 상해BBQ 황희경(43)사장의 자신만만한 대답이다.
지난 3월, BBQ를 운영하는 (주)제너시스는 중국 최대의 민영 그룹인 동방희망(東方希望)그룹과 합자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굴지의 기업과 합자를 성사시킨 것도 그렇지만, “2010년까지 중국에 1만개 매장을 개설하겠다”는 제너시스 윤홍근 회장의 발언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BBQ의 중국 진출은 바야흐로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해외수출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보쌈 프랜차이즈 놀부는 1991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국내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 1호를 기록한 바가 있다.
국내 업체들의 중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된 것은 99년 중국이 '외상투자상업기업시점방법'을 공포해 유통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부터다. 유통기업의 매장확장은 직접투자와 직접경영에 국한되었으며 프랜차이즈 형태의 가맹점 모집이 금지되는 등 그동안 제한적이지만 외국기업의 중국진출을 막았던 빗장들이 단계적으로 풀어졌다.
이를 계기로 외식업을 필두로 유통업, 서비스업 등 전 업종에 걸쳐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소득수준이 높거나 우리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북경, 상해, 천진, 청도, 항주 등에 속속 진출해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1,400만명에 달하고 중국시장의 관문에 해당하는 상해나 북경은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고객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데다 경쟁 또한 상상외로 치열하기 때문이다.
BBQ, 와바, 이가자헤어비스, 미스터피자, 쾌락고려아, 피자맥은 겁없이(?) 이 곳에 입성해 다국적 브랜드와 현지 브랜드들 틈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비비큐- 철저한 차별화로 KFC 아성 무너뜨린다.>
BBQ(중국 브랜드명 比比客)는 5월 초에 1호점을 낼 계획이었으나 사스(SARS) 때문에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은 끝에 지난 7월 초 1, 2호점을 오픈했다.
국내 BBQ는 8평 규모의 소형 매장에서 배달 위주로 판매되는 반면, 이 점포들은 내점 판매와 배달 판매가 모두 가능하도록 대형으로 개발한 것이 특징.
아무래도 상해에만 80여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는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BBQ는 KFC와 정면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차별화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요 상권에 대형 직영 매장을 오픈하는 KFC와 맞대결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BBQ는 주택가를 중심으로 한 배달 시스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중국 BBQ 1, 2호점은 배후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으며 곧 오픈하는 3, 4호점도 재래시장과 주택가에 입지가 결정됐다.
황사장은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기 전에 최대한 리스크를 돌출시켜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입지선정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 좋은 점포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점 후 한 달 동안 2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린 반도화원점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 BBQ 측은 이를 70%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판촉활동과 사내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BBQ가 선보이고 있는 메뉴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스모크(훈제)치킨. KFC의 치킨 맛에 길들여져 있는 현지 중국인들에게 전혀 새로운 메뉴여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장을 처음 방문했다는 한 중국인은 “KFC는 닭고기가 질긴 데 반해 BBQ는 부드러운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9월부터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BBQ는 올해 안으로 20여개의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미 50여명의 가맹 희망자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매년 200개 이상씩 늘려나가 상해에만 500개를 오픈한 뒤 전국적으로 확대해 2010년까지 목표치인 1만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황사장은 “몇 년 정도 돈을 벌고 철수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면서 “다국적 브랜드를 신경쓰지 않고 중국인들을 직접 상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와바- 상해점 성공 발판 중국 전역 진출 계획 >
국제적인 비즈니스 거리로 개발되고 있는 홍교(虹橋) 인근 홍매로(虹梅路)의 대로변에 위치한 웨스턴바 '와바(Wa-bar)'를 찾은 시각은 어둠이 깔린 오후 8시쯤. 40도를 오르내린 한낮의 불볕 더위를 식히려는 듯 1, 2층을 합쳐 100평이 조금 넘는 매장 안에는 맥주잔을 기울이는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와바가 상해에 진출한 것은 BBQ보다 몇개월 앞선 지난 3월 말. 교포 출신 사업가인 양청용(34)씨가 지난해 한국에서 와바를 처음 접한 뒤 사업성을 높이 평가해 상해 지역 가맹사업권을 얻어서 론칭한 것이다.
“해외 진출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제의를 받고 다소 놀랐습니다. 직접 중국에 건너와서 보니까 장사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국내에서 와바 브랜드를 띄운 (주)인토외식산업 이효복 사장의 설명이다.
양사장은 와바의 콘셉트에 비춰볼 때 대형 음식점들이 즐비한 상해 도심보다는 아파트가 밀집한 고급 주택가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 외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고북(古北) 인근에 첫번째 점포를 냈다.
사스(SARS) 여파로 개점 초기에는 매출이 신통찮았지만, 적극적인 홍보와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와바는 금세 이 일대에서 신흥명소로 자리잡았다.
내점 고객의 대부분이 일본, 대만, 미국 등 외국인들과 교포들이 고, 현지 중국인은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점장을 맡고 있는 신춘매(33)씨는 “7월 한달 매출이 40만 위안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재료비를 제하면 월 15만 위안(한화 2,000만원)을 순익으로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바는 밤 11시쯤 좌석 점유율은 100%에 이르지만 매장이 크다 보니 좌석회전율이 1회로 다소 낮은 것이 흠이다. 이를 1.5회 내지 2회로 늘리기 위해 한국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 기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고객 카드를 발급해 할인혜택을 준다거나 맥주병 뚜껑 40개를 모으면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해 주는 방식이다.
안주는 본사 레시피를 기본으로 하되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중이다.
교포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 길림성에서 나는 명태 안주를 준비하기도 했다. 와바를 찾은 한 교포 고객은 “가격이 다소 비싸기는 해도 분위기가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와바는 상해 1호점의 성과를 바탕으로 상해역 인근에 2호점을 곧 오픈할 계획이다. 청도와 항주에도 출점이 확정된 단계다. 이효복 대표는 “중국 내 가맹사업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없이 시작한 탓에 시행착오가 없지 않다”면서도 “상해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와바를 중국 전지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이가자 헤어비스- 중상층 이상 타깃 고급화 전략 실험 성공 >
평일 저녁 시간, 북경에서도 최고 번화가로 꼽히는 왕부정 거리는 더위를 식히러 나온 사람들로 늘 북적거린다.
왕부정 거리가 시작되는 지점에 자리한 북경호텔은 1914년에 세워져 북경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특급 호텔이다.
이가자헤어비스(중국 브랜드명 李嘉子形象設計中心)는 이 호텔 신관 2층에 입점해 있다.
이가자 원장이 이곳에 매장을 연 것은 지난 2000년. 대만 출신의 사업가와 합작을 통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지역에도 진출해 해외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는 이원장은 중국을 거점으로 삼아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또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점차 높아져 고급 미용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반해 중국 미용산업의 수준은 여전히 낙후돼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북경과 천진을 중심으로 매장을 오픈하고 미용 경력 7년차 이상의 실력 있는 헤어 디자이너를 파견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미용실들 대다수는 교포와 한국인들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다.
반면 이가자헤어비스는 처음부터 중국인들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고객층도 중상층 이상으로 설정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고 북경호텔에 입점한 것도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지 3년째가 되던 지난해 이원장은 중국사업을 그만둬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합작 파트너와의 견해차였다.
매출이 쉽게 오르지 않더라도 고급 미용실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이원장의 생각과는 달리 합작 파트너는 당장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매장 확대에 급급해했던 것.
이는 결국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의미했다. 이원장은 “중국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투자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심정으로 이원장은 북경호텔에 있는 매장을 제외한 모든 매장을 매각하고 새로운 독자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부터 북경에 상주하면서 직접 매장을 관리하고,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 한국인 부원장을 제외한 4명의 헤어 디자이너는 모두 한족 출신으로 채용해 현지 인력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가자헤어비스의 요금은 중국 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퍼머는 3,000위안(약 45만원), 커트는 500위안(7만5,000원)을 받고 있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상류층과 연예인들이 주고객이다.
단골고객이 어떤 사람들이냐는 질문에 이원장은 “일일이 밝힐수는 없지만 고위 관료 부인들과 기업체 여사장 등 상류사회에서도 윗부분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사스로 인해 주춤했던 신규 매장 오픈도 곧 재개한다. 이달 말 합이빈(哈爾濱)점을 오픈하는 것을 기점으로 가맹사업을 본격화한다.
외식업이나 판매업과는 달리 서비스업인 미용실은 고급 인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가맹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원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 양성을 위해 내년 초 미용학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인 제자 100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토니 앤 가이’나 ‘비달 사순’과 같은 세계적인 미용 브랜드들과 당당하게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미스터피자 - “피자헛 게 섰거라” 맹추격 시작 >
이가자헤어비스가 입점해 있는 북경호텔과 왕부정 거리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는 동방광장(東方廣場)은 2000년 가을에 지어진 건물로 총 부지면적 10만 평방미터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아시아 최대 복합 빌딩군이다.
전체 11개 동의 빌딩으로 이루어진 동방광장의 모든 건물이 연결되는 지하 1층에는 동방신천지(東方新天地)라는 5개의 거대한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주말 유동인구가 13만명에 달하는 이곳에 '미스터피자'(중국 브랜드명 米斯特比薩) 북경 4호점이 올 1월에 들어섰다.
지난 2000년 장안가(長安街)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미스터피자는 2001년에는 두 곳을 오픈한 데 이어 올 초 북경 최고의 상권인 왕부정 거리에 입성했다. 푸드 코트가 시작되는 위치에 있는 동방신천지점은 좌석수가 250개에 달하는 대형 매장이다.
평일 오전에 찾은 가게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로 꽉 들어찼다.
대기석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허준(44) 사장은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인근의 다른 가게로 발길을 옮기는 손님들이 많다”며 “평일에는 550명, 주말에는 600명 정도가 찾는다”고 귀띔했다.
동방신천지점에서 하루에 올리는 매출은 4만 위안. 사스가 한창일 무렵에는 800위안으로까지 매출이 급락했지만 7월 중순부터 매출은 완전히 회복됐다.
허사장은 “중국인들의 위생관념이 높아져 청결하고 깔끔한 곳을 더 찾는 경향이 생겼는데, 미스터피자도 사스 이후에 매출이 오히려 더 뛰었다”고 말했다.
현재 북경에는 미스터피자를 비롯해 피자헛, 도미노피자, 파나고 등 크고 작은 피자 전문점 수십여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스터피자의 강력한 경쟁자인 피자헛은 8월 현재 2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갈수록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피자헛은 승승장구하는데 반해 도미노피자와 파나고 등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자헛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은 미스터피자는 TV광고보다는 거리 마케팅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수타 피자로 잘 알려져 있는 점을 이용, 길거리에서 주방장이 직접 피자를 만들어 보이는 ‘도우 매직쇼’ 등을 개최하는 등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허사장은 “명품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점포를 최대한 빨리 늘려 브랜드 노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는 올해 안에 3개의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미스터피자는 현지화에도 적극적이다. 점포의 중간 관리자 이상은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고 철저하게 미스터피자에서 성장한 현지인을 채용하고 있다.
허사장은 “4개 점포의 점장 중 3명이 1호점 아르바이트 직원 출신”이라면서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감과 일을 통해 재미와 보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미스터피자의 전액 출자로 설립된 북경 미스터피자는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기술지원비 형식으로 한국에 송금하고 있다.
지난해 1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엔 60억∼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억원 가량이 로열티로 들어오는 셈이다.
7호점까지 모두 직영형태로 운영할 예정인 북경 미스터피자는 내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4억원이 채 안되는 투자비용이 들어간 동방신천지점이 26억원을 들여 오픈한 서울 센트럴시티점과 맞먹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허사장은 “7년 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쾌락고려아- 한국음식의 새로운 경지 선보인다. >
이가자헤어비스와 미스터피자가 있는 왕부정 거리에서 동쪽으로 약 4km 떨어진 곳에 북경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조양구(朝陽區)가 있다.
이곳은 무역센터와 마이크로소프트사, 휴렛패커드, 모토롤라, 삼성 중국 본사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위치해 있는 대표적인 오피스 타운이다.
특급 호텔과 금융 센터가 밀집해 있고, 430m짜리 빌딩이 곧 들어설 예정이어서 상권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운영하는 (주)JK푸드테크가 한식 전문점 '쾌락고려아(快樂高麗亞)'를 이곳에 오픈한 것은 지난해 8월.
다국적 기업의 임직원들과 인근 산리둔(山里屯)에 밀집한 대사관 직원, 중국 부유층, 교포 등을 주고객층으로 겨냥했다. 객단가도 한국보다 1만원 가량 비싼 2만5,000원대로 책정했다.
호텔과 오피스텔로 이루어진 23층 건물의 3층에 위치한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1층부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직원의 기분 좋은 안내를 받게 된다.
중국인이지만 한국어로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할 줄 안다. 이에 대해 신현국(43) 사장은 “한국음식을 파는데 접객 서비스도 한국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지 주재원들이나 한국인 관광객들이 주고객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고객의 70%가 중국인이고 일본인들도 꽤 된다고 한다.
이미 북경에 성업중인 대형 한국음식점들이 대부분 고기 위주의 메뉴임에 착안, 메뉴를 70여 가지로 다양화한 것이 주효했다.
갈비찜과 비빔밥 등 정통 한국음식에서부터 고급 해산물 요리까지 다양한 편이다. 중국인의 식생활 문화에 맞게 숯불구이 메뉴도 개발했다.
신사장은 “중국인들이 오면 보통 10가지 정도의 음식을 주문한다”며 “음식문화가 매우 발달한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철저하게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도 가게문을 닫지 않은 쾌락고려아는 현재 월 매출 55만 위안(8,250만원)을 올리고 있다.
사스를 계기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매출이 성장세를 타고 있어 연말까지 80만 위안까지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개장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월 매출이 150만 위안 정도 돼야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신사장의 설명이다.
한국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직원수가 70명을 넘다 보니 교육과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 한국인 직원 한 명이면 충분한 일을 중국인은 서너명이 달라붙어야하는 실정이다 보니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또 대부분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어서 식당 일에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사장을 비롯한 한국인 직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사장도 고객들에게는 한 명의 종업원에 불과하다”며 “영업시간에는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직접 김치도 퍼나르고 고기도 굽는 등 솔선수범하자 그제서야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손님이 한번도 오지 않으면 주인의 잘못이 아니지만 한번 온 손님이 다시 오지 않으면 주인 탓”이라고 말하는 신사장은 특히 음식의 맛과 서비스의 질을 강조했다. 끊임없는 메뉴 개발과 높은 서비스 수준만이 중국에서 한식전문점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이다.
JK푸드테크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북경에 2, 3호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이들 점포는 매장 규모를 다소 줄이는 대신 좌석 회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 피자맥·이디야 - 현지 실정에 맞춘 복합화로 재도약 >
북경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시원하게 뚫린 4차선 도로를 자동차로 30여분 넘게 달려 도착한 창평구(昌平區)는 우리 나라로 치면 일산 신도시쯤 되는 곳이다. 인구가 70여만명인 이곳 다운타운 중심가에 '피자맥' 7호점이 올 6월에 오픈했다.
피자맥은 1996년 8월에 항주에 1호점을 개설해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서 비교적 빨리 중국에 진출한 편에 속한다.
이듬해 항주(杭州) 2호점을 내는 등 비교적 순로롭게 사업이 진행돼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추가 출점이 이뤄지지 않았다.
99년 합이빈(哈爾濱)에 3호점을 내면서 중국사업을 재개한 피자맥은 이후 북경과 하문(厦門) 등으로 점포를 확대했다.
피자맥이 진출할 당시만 해도 햄버거나 치킨에 비해 피자는 덜 대중화되어 있어 비교적 고급 음식에 속했다. 피자맥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을 겨냥해 테이크아웃 형태의 조각 피자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 푸짐하고 다양한 메뉴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감안해 피자 중심의 단조로운 메뉴 구성을 탈피했다. 시찬(時餐) 개념의 뷔페를 도입한 것이다.
가석(41) 부사장은 “피자 전문점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현지 실정에 맞게 변화를 준 것”이라며 “유명 커피 전문점인 상도(上島)커피도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등 복합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피자맥 창평점은 한국 내 제2 브랜드인 ‘이디야(Ediya)’와 결합한 형태의 복합점포다. 한 개 층은 피자, 또 다른 층은 커피를 취급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돈가스 전문점을 경영하다 올 초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이민온 창평점 김기삼(42) 사장은 “지금은 피자 매출이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아직 차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커피 매출이 적지만 앞으로는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피자는 중간 크기가 42위안에서 48위안에 팔리고 있고 큰 사이즈는 68위안에서 78위안 수준이다. 커피는 12위안에서 20위안선. 점포를 개설한 지 두 달이 되지 않은 현재 창평점의 일 매출은 4,000위안 수준으로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 5~6개의 대학이 밀집해 있어 신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면 매출이 크게 신장할 것으로 김사장은 기대했다. 가부사장은 “사스 기간에 외국인이 가게를 여는 것이 신기했는지 부구청장이 직접 다녀가기도 했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도 많지만 피자맥과 이디아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문점을 시작으로 가맹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피자맥의 가맹비는 10만 위안. 하지만 가맹점의 위치와 점주들의 여건에 따라 액수의 차이를 두고 있다. 가맹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가부사장은 신규 출점에 매우 신중한 편이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어서 초기에 시장에 진입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점주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점포를 내줄 수도 없는 것도 작용했다.
하지만 피자와 커피를 동시에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 노하우와 시스템만 뒷받침되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피자맥만의 장점이다.
김사장은 “중국은 56개 민족이 사는 나라다. 쉽게 생각하면 금방 실패하겠지만 한국에서 노력한 만큼만 하면 중국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인근에 있는 맥도날드나 KFC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매장으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