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2009.3. 25 ~ 3. 30 단성갤러리
시간의 흔적 0803, The traces of time 0803 33.3x53.0㎝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810, The traces of time 0810 53.0x65.2㎝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811, The traces of time 0811 45.5x53.0㎝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710, The traces of time 0710 72.7x91.0㎝ │ Oil on Canvas │2007
시간의 흔적 0803, The traces of time 0803 33.3x45.5㎝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7, The traces of time 07 45.5x53.0㎝ │ Oil on Canvas │2007
시간의 흔적 0705, The traces of time 0705 53.0x65.2㎝ │ Oil on Canvas │2007
시간의 흔적 0804, The traces of time 0804 33.3x53.0㎝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704, The traces of time 0704 72.7x91.0㎝ │ Oil on Canvas │2007
시간의 흔적 0802, The traces of time 0802 65.2x53.0㎝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704, The traces of time 0704 65.1x53.0㎝ │ Oil on Canvas │2007
시간의 흔적 0805, The traces of time 0805 60.6x72.7㎝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804, The traces of time 0804 65.2x53.0㎝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804, The traces of time 0804 80.3x100.0㎝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812, The traces of time 0812 50.0x72.7㎝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803, The traces of time 0803 60.6x72.7㎝ │ Oil on Canvas │2008
시간의 흔적 0803, The traces of time 0803 33.3x53.0㎝ │ Oil on Canvas │2008
와인글라스에 담긴 새로운 조형미 탐색
글 _ 신항섭 (미술평론가)
무채색은 감정을 가라앉힌다. 시각적인 자극이 없기에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에 무채색은 내면 지향적이고 이지적인 성향을 지닌다. 대체로 정서적으로는 정적인 분위기에 가깝다. 특히 회색조의 색채이미지는 지적인 성향이 더욱 강해 이성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그러기에 회색조의 그림은 소재가 무엇이든지 지적인 성찰의 성과물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한다.
조연희의 최근 작업은 회색조의 무채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이전에는 회색과 함께 청색조의 작품이 많았던 데 비하면 새로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차가운 유리글라스, 즉 와인글라스를 소재로 도입하면서 회색 중심의 색채이미지가 강화되는 인상이다. 물론 작품에 따라서는 갈색이나 레드와인 색깔이 중심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꽃을 소재로 하는 일반적인 정물화에서조차 회색조가 화면을 지배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회색조의 색채이미지가 화면을 장악함으로써 이지적이면서 회고적인 분위기가 짙다. 어쩌면 회고적인 분위기는 흑백사진을 연상시키는 시각적인 이미지, 즉 컬러시대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성향 때문이다. 화려한 시각적인 이미지가 유행하는 컬러시대에 무채색을 선호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개인적인 색채성향, 또는 취향의 반영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희생하는 대신에 사유의 세계를 표현하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적 감흥 즉, 감정의 고조와 더불어 지적인 이해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은 눈으로 이해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지적인 탐색이 요구되는 작품이 있다. 그로서는 후자의 경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와인글라스라는 소재가 이를 말해준다. 와인글라스를 소재로 택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매혹적인 색깔의 레드와인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즉, 레드와인이 담긴 멋진 글라스의 모양에서 달콤한 꿈과 사랑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와 같은 일반성에서 벗어나 차가운 이성적인 눈으로 와인글라스를 바라보게 된다.
와인이 담기지 않은 빈 와인글라스의 그 형태미만을 응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와인이 담기지 않은 무색투명한 빈 글라스는 단지 정물의 소재일 뿐이다. 빛을 반사시키는 투명한 와인글라스는 그처럼 영특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여체를 연상케 하는 유연하고 미려한 곡선의 와인글라스가 도열하는 정경은 아름답다. 달리 말해 차가운 아름다움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비록 온기가 없는 글라스일지언정 빛을 통해 명석한 존재로서의 이미지를 지닌다.
이는 확실히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의 제시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크기 및 모양의 글라스가 이합집산하면서 다양한 구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시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특히 가녀린 글라스 손잡이가 주도하는 수직의 질서는 또 다른 차원의 조형적인 해석이다. 더구나 수직의 글라스 손잡이를 흉내 내듯이 붓 자국이 수직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수직의 이미지는 리듬을 촉발한다. 와인글라스의 우미한 곡선과 날렵한 수직의 손잡이가 지어내는 기묘한 조화는 다양한 체형의 인간군상을 연상시킨다. 다시 말해 와인글라스를 모아놓음으로써 의인화라는 예상치 못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유리 글라스를 소재로 한 시작 단계에서는 유리병을 비롯하여, 비커, 유리 상자, 유리병 따위의 다양한 유리제품이 등장했다. 그러다가 점차 와인글라스로 폭을 좁히면서 내용이 담기고 새로운 개념의 조형적인 질서가 형성되기에 이른 것이다. 와인글라스와 와인 병을 한 자리에 모아놓는 식의 구성 역시 수직의 질서 및 리듬을 야기한다. 다양한 색깔의 와인 병이 모여 있는 형태 구성은 집적의 미를 보여준다. 거의 일정한 형태의 와인 병에 비해 와인글라스는 우미한 곡선의 다양한 형태로 되어 있어, 이 두 소재의 조합은 또 다른 이미지의 조형적인 해석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전부터 계속해온 꽃을 중심으로 하는 일련의 정물화 역시 회색조가 지배하는 상황이어서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는 와인그라스와 유사하다. 다만 꽃이라는 소재의 화려한 발색이 억제되고 있을망정 부드럽고 자유로운 형태의 꽃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그는 꽃에서조차 냉정하고 차가운 이성적인 사유의 세계를 견지한다. 꽃이 지니고 있는 원래의 화려한 발색을 억제함으로써 감정의 반응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절제되고 억제되는 표현방법은 어쩌면 그 자신의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삶 자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생활태도 및 사고방식이 아니고서는 원색적인 색채이미지에 의해 자극되는 내적 감정을 억제하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에 꽃을 표현하는 강렬하면서도 동적인 이미지의 붓 터치는 흥겨운 감정을 유발한다. 이는 잠재되어 있는 표현 욕구를 발산시키는 욕망의 표출인지 모른다. 생명의 리듬을 형상화하듯 거친 물결처럼 일렁이는 붓 터치는 잠재되어 있는 욕망을 분출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결코 감정의 과잉을 용납하지 않는다. 역시 냉정하고 이지적인 색채이미지 때문이다.
그는 시각적인 아름다움 대신에 사유의 세계를 현현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원색이 난무하는 시대에 시각적인 흥겨움을 유발하는 원색을 지양, 회색조 중심의 무채색을 선호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바깥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중심의 조형세계를 관철하려는 작가적인 의지 및 자유정신은 귀한 일이다. 아무튼 와인글라스와 와인이라는 새로운 조형세계를 탐색하는 이번 전시회는 그 자신의 작품세계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첫댓글 건조한 삶에 새로운 등불 켜듯 치열한 욕구의 징후로 꽃나무들 저마다 무성하게 꽃망울 터트리고
바람에 나부끼며 흘러드는 봄볕에 볼을 내밀고
봄나무 밑 평상에 앉아 와인 한잔과 담소를 나눌 벗과 흐드러진 봄을 즐겼던 시간의 흔적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