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풀라님께
일요일 오후 세션을 하면서 불어왔던 바람에
잠시 고개를 돌려 바라본 바깥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쉬는 시간에 슬쩍 찍어둔 사진을 선물로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풀라님!
지난 주말 나에게 편지를 쓰면서 한번도 풀라님께 편지를 써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면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전에 텃밭에서 보낸 휴식의 시간은 멋졌겠지요?
저는 오늘 아침 새우와 버섯을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 죽을 끓여 단단히 배를 채우고도,
키자란 루꼴라라는 단어에 금새 군침이 돌았어요.
어느새 시간이 오후가 되었네요~
금새 지나가는 시간을 보며 손가락을 자판에 올려봅니다.
생각으로만 하다가 결국 후기를 못쓴 적이 많았으니,
서투르더라도 적어봐야겠다며..ㅋㅋ
춘향이 옥살이 모드로 지리산에서 대전역까지 함께한 붕붕이 여행은
평생 잊지못할 워크숍의 추억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어제 대전역에서 11시 04분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502번 버스를 타고 이수역에 내려 다시 택시를 타면서 정말 내내 웃음이 나더라구요.
스툴과 함께 돌아오는 길은 참말로 유쾌했어요.
월요일 아침이 되자 거실 한 켠에 스툴이 저를 보며 빙긋 웃으며 '잘 잤어?' 하는 거 같더라니까요?
지난 가을부터 바이오에너제틱 워크숍을 참여하여 제겐 곰돌이 친구도 생기고, 스툴 친구도 생겼죠~^ ^
감사해요. 친구들을 만드는 법, 그리고 그 친구들과 귀하게 교제하는 법을 알려주셔서요.
무엇보다 제 몸과 친구가 될 수 있어 정말 정말 기뻐요.
바이오 에너지틱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면 몸 구석구석이 불타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나
엄청난 배변량 등 다양한 증상을 만나곤 했어요.
그리고 며칠 지나면 별일을 하지 않아도 놀랍도록 가벼워지는 것을 발견하곤 했죠.
이번에도 강렬한 워크숍만큼이나 몸이 보내는 증상들도 쎄네요 ㅎㅎ
하지만 그만큼 더 비워낼 수 있다는 설렘에 기분이 좋아요.
저는 요즘 제가 참 좋아요.
함께하는 경험들을 통해서,
일상을 살아가는 삶을 통해서 변화하는 제 모습을 보며 깜짝 깜짝 놀라곤 하죠.
많이 편해졌어요.
여러가지 변화들이 있지만 전 편해졌다는 말이 가장 입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일상이 자연스러워지고 편해질 수 있다는 것,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
아주 단순하지만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기뻐요.
그리고 사는 일이 많이 단순해 진 것 같아요.
한번도 지리산에 가본 적이 없던 제가
작년 6월 이틀간의 지리산 등반을 하며 그 넓고 포근한 에너지와 사랑에 빠졌고,
그 사랑의 힘을 지리산에서 열린 바이오에너제틱 워크숍에서 담뿍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고보면 제 안에 무브먼트나 가족세우기에 대한 사랑도 꽤 크게 자리잡고 있지요. 호호.
마음속에 자란 사랑의 씨앗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유능한 조경사처럼 저에게 가르쳐 주고 계신 풀라님,
그 손길을 매일 느끼는 봉곡리 텃밭은 참 행복하겠어요 ^ ^
지난 주말에 저는 사랑의 종합선물세트를 선물 받은 어린애 마냥 놀랍고 기뻤답니다.
늘 새롭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워크숍을 디자인 하고 풀어내시는
아티스트 같은 두 분의 모습은 존경스럽고 고맙습니다.
풀라님을 보면 여성으로서 언니로서 선생님으로서 내면의 사랑을 어떻게 나누는가를 참 많이 배워요.
벌써 커피부터 라면까지...식습관도 닮아가고 있으니,
시간이 더 많이 흐르면 제 습관의 일부, 제 모습의 일부도 풀라님과 조금은 닮아 있겠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
또
생각을 글자로 표현하는 일,
바람을 현실로 이뤄내는 일,
워크숍의 장을 형성하는 일,
모두 얼마나 순수하게 마음을 모으는가를 배우고 있어요.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해요.
두서없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느낀 여유로움과 즐거움에 다시 고마움이 드네요.
서울은 이제 해가 나기 시작하네요.
이번 워크숍에서 주셨던 숙제, 머리가 아닌 가슴이 원하는 삶이 무엇일까?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깨어있는 삶일 때만 풀 수 있는 숙제이겠죠.
숨쉬는 모든 순간, 행위의 모든 것이 명상이 되도록,
놓치면 다시하고, 안 되면 배우고, 모르면 물으면서^^
그렇게 걸어갈게요.
말이 길어지니 또 생각이 줄줄 쏟아지네요^^
이만 줄일까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편안한 오후이실거라 믿고,
저녁 맛나게드셔요^^
2010년 6월 14일 오후
네티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