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에 투자를 합시다
그대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세상에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보시오? 기껏 몇 십년이겠지요?
그러나 자기만은 몇 백 몇 천년을 살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이도 있소. 차마 할 말은 아니지만 내일 당장 죽게 될 인생일수록 더 기고만장합니다.
자신이 먹여 살리고 있는 자신의 몸뚱이를 어루만져 보오. 주름이 더덕더덕 붙거나 피둥피둥 살찐 몸을 거울에 비춰보오. 보드랍던 옛 얼굴이 겹쳐 보일 것이오. 애지중지 먹여 살리고 호강시켜 주고 싶은 처자와 자손들, 그들 역시 앞으로 얼마를 더 살 수 있을 것이며 설사 그들이 백년을 더 산다 해도 그대의 이름조차 기억해주는 자손은 없을 것이오. 한해 한 번 있는 제삿날을 귀찮게 여기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하시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생물체의 이름을 아시오? 바로 그대가 속한 한민족이외다.
예로부터 오래 사는 생물 열 가지 중에 목이 긴 학두루미와 목이 없는 거북이가 천년을 산다 하지만 이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이 현재도 함께 하고 있는 줄 아는 그대가 처음이 되오.
한민족은 엄연히 반만년 동안을 살아 숨쉬는 생체로서 이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이 어디 또 있소? 현재까지 그 끈질긴 목숨은 무려 5천년이 되었소. 하나의 민족으로 5천년 이상의 역사를 누리고 있는 민족은 없소이다. 한 민족이 꾸준히 살아 남아 전통과 문화를 연연히 이어가는 이렇게 길고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기록은 유지하기 쉽지 않다오.
현재 가장 수익을 많이 그리고 오래도록 올릴 수 있는 안전한 주식은 어느 것이라 여기오?
모 재벌의 우량주식이오? 하지만 개방화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여 서서히 힘차게 밀려드는 다국적 기업들의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그런 주식이 안전하다 믿을 수 있겠소? 그러나 어느 것이라도 눈 하나 잠깐 돌리는 순간 상황은 급전직하 변하는데 그래도 그대는 눈알을 붉히며 죽음 직전까지 그 짓을 반복하겠소?
민족주(民族株)를 많이 사둘 의향은 없으시오? 예를 들면 민족의 생활터전인 국토보전, 환경보호 또는 우리 한민족의 발전을 위하여 투자할 생각을 해보면 어떻겠소? 민족의 문화발전을 위해, 민족정기를 떨치게 하기 위해, 그 동안 상처 입은 민족정서를 어루만져 주기 위해 도서관 하나 더 지을 생각을 해보오.
이국만리 떨어져 설움 받고 사는 재외교포 자녀들을 위해 한글로 된 책 한두 권이라도 전해주는 등 민족을 위한 모든 일에 자신을 바친다면 그것이 곧 투자라 할 것이오.
이 밝고 탄탄하고 믿음직한 우리 한민족에게 투자한 경우에는 위험부담이 전혀 있을 수 없어 마치 주식보험에 가입한 것처럼 안전한 투자라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그대를 비롯해서 우리 민족 모두가 투자할 곳에 투자하질 않고 오로지 이기주의에 탐닉한다면 그대는 물론이고 그대 자손, 형제, 후손들은 이 땅, 이 지구 어느 구석에서도 온전하게 살아 숨쉬고 살 수 없을 것이외다. 이는 물론 그대의 무관심으로 빚은 결과로 모든 것을 잃은 탓이 아니겠소? 1975년 이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