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브랜드는 믿을 수 있습니까-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진정성
신뢰 상실의 시대?
요즘 신문 기사를 보면 불신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소비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도 불안감을 높이는 일들이 적지 않다. 소비자 정보 유출 사건, 기생충알 김치 파동, 조류독감, 유아용품에서 석면 검출 등이었는데 특히 식품 부분에서 심했다. 그래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유통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05년 유통업계 10대 뉴스 중 1위가 <먹거리 비상>(48.9%)으로 나오기도 했다. LG경제 연구원에서는 2006년 히트상품에 영향을 미칠 8가지 요인 중 하나를 "신뢰에 대한 보증"이라고 지적하면서 신뢰 보증 아이템이 주목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브랜드의 신뢰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고 나아가 어떻게 믿음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신뢰 상실의 시대라 할 이 시점에서는 더 그러하다.
브랜드 시대의 신뢰
브랜드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주는 일종의 약속이자 보증이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보고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얻는다. 그래서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와 기업간의 신뢰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느 시대이건 기업과 제품에 대한 신뢰감은 마케팅의 기본적인 요소이겠지만, 특히 브랜드화가 진전된 요즈음 그 신뢰라는 부분이 더욱 중요해졌다.
소비자 지향적으로 변하면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 니즈도 더욱 다양하고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비단 제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해서도 투명성과 공익활동까지 요구한다. 더불어 <정신성(Spirituality)>이 중요해지면서 사회적 윤리와 투명성의 요구에서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정보화 진전으로 기업이 숨을 곳은 줄어 들었을 뿐 아니라, 한번 들통난 문제는 더 넓고 강하게 퍼지게 되었다.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고 정보를 교류하는 인터넷으로 인해 숨지도 못하는 것이다. 때로는 국지적 문제가 글로벌하게 확산될 수 있다. 네티즌 1명의 제보와 노출로부터 일파만파 퍼지게 된 많은 사례들만 보아도 몇몇 언론들의 입만 막으면 되었던 시절은 지났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진 것도 한 몫을 더한다. 변화의 속도는 소비자 불안감도 함께 높이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소비자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증대되는 것이다.
브랜드, 어떻게 믿음을 줄 것인가?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기업캠페인 광고와 공익활동들을 다투어 하고 있다. 그런데 믿음을 얻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소비자는 광고캠페인이나 홍보 기사를 보면서도 그 진실성을 의심하며, 더 많은 측면에서 여러 가지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머리부터 발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또한 기업과 브랜드가 정직하고 믿을 수 있다고 자신해도, 소비자가 그걸 알아주어야 브랜드 가치와 매출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는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브랜드가 "약속을 잘 지키고 믿을 수 있으며, 착한 일도 많이 한다"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할 때 가져야 할 기본 자세를 사례와 함께 살펴보자.
1) 기본 품질에 충실하기
브랜드 시대가 도래한 원인으로 "품질 평준화"가 지적되곤 한다. 소비자가 지각할 수준의 품질 차이가 없기 때문에 품질 외의 부가 가치가 있어야 브랜드 파워를 가진다는 말로 이어진다. 그런데 브랜드 약속에 못 미치는 품질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기도 하고, 지각할 정도의 품질 차이가 나거나, 그 차이를 소비자가 분석해서 입소문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견 식품 기업으로 성장한 [풀무원]의 경우, 2004년 가짜 유기농 녹즙 공방, 2005년 GMO(유전자변형식품) 검출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GMO가 검출된 문제의 초밥용 유부골드 제품은 OEM으로 다른 업체에서 제조, [풀무원]이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제품이었지만, [풀무원]은 <NON-GMO>, "자연건강생활기업"이라는 브랜드 약속을 어긴 셈이 되어 버렸다.
기본적인 품질이 중요하다는 점은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자연의 모든 것] 체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그 가게는 젊은 총각들의 정감있고 친절한 태도와 재미있는 야채 이름들 이전에, 좋은 품질 때문에 신뢰를 얻었다. 이영석 사장은 새벽 3시면 과도 하나를 들고 가락시장을 누비며 좋은 품질의 과일과 채소를 찾는다.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으며 습득한 그의 안목과 고집은 소비자의 믿음과 충성도로 이어졌다.
브랜드의 기본은 품질이다. 그런데 그 품질이 기본 원료에서부터 사후 서비스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변화고 있다. 즉 소비자의 관심은 정직한 원료로 만들었냐를 넘어 생산 공정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가 제3세계 소년들의 저임금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된 것은 유명하다. 특히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에, 제품이 친환경적인지, 환경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 뿐만 아니라 제품 제조 공정 자체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도 관심이 되고 있다. 최근 여러 식품회사들이나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를 공장 견학에 초빙함으로써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홈쇼핑, 온라인 상거래가 증가하고, 택배 배송이 일반화됨에 따라, 주문 후 배송까지의 유통도 서비스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배송 기간에 대한 약속, 배송 중 물품 손상에 대한 보상 등이 소비자 신뢰를 좌우하는 부분이 되었다.
A/S에서도 빠르고 정확한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노트북 [도시바]는 제품 불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접수하고도 제대로 처리해 주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는데, 미국에서는 유사한 사례에서 신제품으로 교환해주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반일감정까지 부추겨 중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2) 숨기지 말고 정직하게 행동하기
세계적인 고급 탄산수였던 [페리에]는 1990년 미국 FDA 측으로부터 자사 생수에서 벤젠이 검출되었다는 통보를 받자, 철저히 숨기고 비밀리에 리콜을 단행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 사실이 언론에 밝혀졌을 때 소비자의 반응은 "감히 숨기다니" 하는 분노였고 주가의 반응은 12% 하락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매우 크거나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 수원지의 물 오염이 아니라 탄산가스를 만드는 여과기의 청소가 안되어 벤젠이 다소 섞인 것이고 건강을 해칠만한 양은 아니었던 것이다.(미국 기준은 초과했으나, 유럽 기준에는 적합한 정도의 극소량) 문제에 비해 페리에의 리콜 조치가 오히려 과감했다고도 할 수 있다.(초기에는 미국 전역, 나중에는 전세계 1억6천만병 회수)
하지만 숨겼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페리에]는 이 사건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 그뿐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탄산수가 아닌, 탄산이 인공적으로 첨가된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자연의 순수의 물"로 구축해 온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하게 되었다.
대조적으로 리스크를 잘 대처한 사례로는 [타이레놀]이 유명하다. [타이레놀]은 [페리에]보다 더 치명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대응 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오히려 신뢰도를 높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2년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일부 [타이레놀]에 독극물이 첨가된 것이다.
[타이레놀]은 즉각 시카고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타이레놀]을 회수하고, 소비자에게 음용하지 말 것을 적극 주지시켰다. 그리고 외부에서 이물질 주입이 불가능하도록 포장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하고 난 후에야 판매를 재개하였다. 당시 상황에서 전대미문이었던 [타이레놀] 사건은, 경영대학에서 <기업윤리> 과목 개설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위 두 사례가 있었던 80~90년대와는 다르게, 현재는 기업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정보화 시대이다. 기업은 숨기지 말고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세와 리스크 관리 장치를 가져야 한다.
3) 투명하게 알려 주기
숨기지 않는 자세는 문제가 터졌을 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에는 위험할 때, 혹은 소비자가 물어보기 이전에 먼저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d Shaw)의 말처럼 “수치스러운 집안의 비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그것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하겠다.
미국 보험회사 [존 행콕]은 80년대, 당시 보험회사들의 어두운 관행을 스스로 드러내고 개선하면서 양심 마케팅을 벌였다. 보험에 대해 막연한 불만과 불신이 있던 소비자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매출을 신장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이마켓플레이스의 파워셀러 중 제주산 <못난이 귤> 판매자가 있다. 귤 특성상 배송에서 짓무르거나 변형되기 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착안, 오히려 자신의 단점을 <못난이 귤>이라고 드러내면서, "모양은 안 예쁘지만, 귤 표면에 왁스처리를 하지 않고 산지에서 직배송한다"는 점을 강조해 인기다.
2005년 여러 문제로 고생을 했던 유통업체들은 <신뢰 마케팅>에 애를 쓰는 중인데, 안전기준 강화와 소비자에 대한 사전정보 제공이 주된 내용이다. 유통업체가 자체 잔류농약 속성검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우에 생산이력서를, 명품 제품에는 유통업체가 발행하는 진품 보증서를 붙이는가 하면, 홈쇼핑에서는 방송 편성표와 판매 상품, 내용을 공개하고 제품의 정보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4) 묵묵하게 일관성을 가지기
세계적 담배회사이자, 맥주, 식품회사 등을 거느린 [필립모리스] 그룹은, 1999년 이후 자회사들을 통해 엄청난 액수의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한때 그 액수 이상을 자신들의 공익활동을 알리는 광고, 홍보에 쏟아 붓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2001년 통계로 사회 공헌 1억2천5백만 달러, 홍보에 쓴 순수 광고 매체 비용 1억5천만 달러) [필립모리스] 측은 많은 액수를 사용하는 데에 대해 내부 불만 해소와 동기 부여를 위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주요 목적이라고 해명했 지만, 그 진실성은 의심받게 되었다. 즉 자신의 선행을 지나치게 스스로 떠벌려서 "퍼주고도 욕먹게" 된 셈이다.
신뢰를 얻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관된 행동이 진실된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유명한 [유한킴벌리]는 1984년부터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그리고 점점 그 폭을 넓혀가며 공익활동을 해 오고 있다. 뚝심을 가지고 계속하다 보면 언론과 빅마우스 소비자들이 대신 얘기해 주고, 미담으로 회자되기 마련이다.
5)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잘 듣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즉각적인 반응까지를 포함해야 힘을 발한다. 고객의 감성적 상태지표를 단계로 나누자면 <신뢰 / 신의 / 자부심 / 열정>의 단계라고 한다.([최강조직을 만드는★강점 혁명] 8장 ‘고객의 유대감을 끌어내는 감성 지표’내용 중) 1단계 신뢰가 ‘언제나 그(들)는 약속한 것을 전해주는 단계’라면, 2단계 신의는 "그(들)는 항상 나를 공정하게 대하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항상 공정하고 만족스러운 해결을 이뤄낼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단계이다. 그런데 여전히 잘 듣는 자세부터 갖추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대기업들의 홈페이지에는 많은 정보와 볼거리가 있지만 정작 소비자 게시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자사 안티 사이트로 쓰일 수 있는 도메인 확보에도 열성이다. 결국 불만은 개별적으로 서비스센터에 접수하라는 얘기이다. 기업들은 자사에 불리한 왜곡정보를 막는다는 효과가 소비자의 말할 통로를 막는다는 역효과보다 더 중요한 지 재고해 보아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불만이 잘 반영되고 개선된다는 점 이전에, 자기 의견을 손쉽게 제시할 수 있고, 이를 기업이 잘 들어준다는 인상부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접근 용이한 의견 창구가 많아야 한다. 게시판이나 주부 모니터와 같은, 다양한 채널을 열어 두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요컨데 소비자에게 주목하고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 자체가 신뢰를 더욱 깊게 하며, 소비자 요구와 불만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브랜드, 차별성 이전에 진정성을 가지자.
김정남 교수(성균관대 경영대학원)는 한 글에서 고객가치를 세가지로 종합하였는데, 고객이 좋아하는 가치,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고객이 갖고 싶어 하는 가치로 보았다. 좋아하는 가치는 고객의 필요성에 따라 거래하는 기본 가치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윤리 또는 신뢰가치이며, 고객이 갖고 싶어 하는 가치는 허락한다면 반드시 갖고 싶은 목표가치라고 설명한다. 즉 신뢰라는 것은 "중요하게" 그리고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가치이며, 부가적인 브랜드의 독특성과 차별성은 고객이 갖고 싶어 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 독특한 "차별성"을 가질 때 우리는 브랜드 파워가 있다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차별성만을 강조하며 그 기반에 깔린 브랜드 "진정성(authenticity)"에 대해서 간과하지 않았나 다시금 재점검해야 할 때다. 소비자에게 최고의 브랜드를 묘사하라고 요청했을 때 제 1의 속성이 "내가 믿는 브랜드"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듯이, 결국 브랜드가 제공할 차별적 가치는 믿음 위에서 튼튼히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