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주위에 가족 아닌 가족, 기이한 동거 형태의 가족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부모 재혼 입양 무자녀 독신 동거 그룹홈 동성애 가족 등.
결혼한 부부와 그들을 빼닮은 자녀로 이뤄진 기존의 가족, 보편적인 가정만이 행복한 것인가.
구성원이 누구냐가 아니라, 서로 얼마나 친밀하고 행복감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오기 시작하는 요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행복한 가족관계를 생각해보는 난을 매주 토요일 4회에 걸쳐 마련한다.(편집자주)
1. 한부모 가정 2. 가정 폭력 3. 부부 갈등 4. 부모와 자녀관계
오늘날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며 가족에 대한 견해 또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가족을 정의 할 때에는 남편과 부인 그리고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단위를 의미한다. 이 단위는 결혼 및 생물학적 부모됨에 기초한 집단으로, 주거를 같이 하고 정의적 유대, 보호와 지원의 의무, 공통의 정체감 등을 포괄하는 통합된 개념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개념으로 가족을 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족원이 한 가구에서 생활하는 형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가족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혈연관계의 범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부모가족, 무자녀부부, 비동거가족, 재혼가족, 독신가구, 공동체 가족 등 현대의 가족은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가족구성원들도 비혈연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가족은 ‘어떠한 가족(the family)’이라는 획일적 형태보다는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족들(families)'로 개념화해야 할 것이다.
가족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요인인 수입, 취업, 주택 등 사회경제인구학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회가 개인화하고 사회구성원들의 자아확대 욕구가 강해지면서 근본적으로 결혼과 가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바뀜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과거 가족의 최대 관심사는 안정성이었지만 이제는 가족관계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행복한가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됨으로써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선택과 결단이 이루어내는 변화의 흐름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 중 우리사회에서 가장 빨리 증가하는 가족형태 중의 하나가 한부모 가정이라 할 수 있는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부모 가정이라 할 수 있는 편부모가구가 94여만가구로 전체 가구수 중 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모자가정이 82.7%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가구주의 통계로 추정해 보면, 전체 가구주 중 여성가구중 비율이 약15%로 숫적으로는 약49만명에 이른다. 이들 중 결혼상태에 있는 22.3%를 제외하고 사별 58.1%와 이혼 3.9%, 비혼인 15.7%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 모자가정은 대부분 약 2-3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주거환경은 열악하여 대부분 월세나 전세에서 살고 있으며, 연령은 30-40대가 주류를 이루며, 그들 중 90%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궁핍한 상태로 조사되고 있어 경제문제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이들에게 큰 짐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회적 편견으로 한 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꺉消? 또는 꺓?쫫가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동사무소 직원이 모자가정으로 등록하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은 한 여성에게 아이에게 이로울 것 같냐며 오히려 말렸던 사례에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아이들의 학교현장에서도 자주 드러나고 있다.
지난 해 한국여성민우회가 ’한부모 자녀가 당당한 학교만들기’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발간한 자료집을 보면, 교사들의 대다수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에 대해 ’수업중 산만하다’거나 ’의기소침, 우울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거나 ’숙제를 제대로 안해 온다’라고 보고 있고, 또래 친구들도 한부모 가정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왕따를 시키거나 모욕적인 언사로 심리적인 상처를 주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한부모 가정과 그 자녀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 사회, 학교, 교우관계는 한마디로 한부모 가정을 ’비정상적 가정’으로 간주해 사회구성원으로 올바른 대접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가지고 오는 엄마와 아빠의 인적사항을 적어야 하는 ’가정환경조사서’에서 한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적어내는 경우가 있다는 사례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이혼은 하나의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한 가정에서 아내이며 어머니로 존재하였던 여성들의 역할이 이혼의 선택으로 인해 아내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자녀를 출가시키고 80세가 다 된 할머니가 남편의 권위주의적 태도에 맞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던 사례가 있다. 평생동안 남편의 모든 행동을 참고 살아오다가 늦게나마 자신의 삶을 찾고 싶어서 이혼소송을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노인 여성들이 일부종사 백년해로에 의문을 갖고 더 늦기 전에 이혼을 하는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부모 가정이 되는 또 하나의 예로는 비혼모가 있다. 비혼엄마들이 낳은 아이는 2만여 명이며 이중 해외입양이 된 경우가 2천명 정도로 추산(여성신문, 2003년 3월 28일자)되고 있으니, 나머지 아이들은 대부분 시설에서 자라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설보다는 비혼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며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대다수의 비혼모 시설은 사실 ’비혼 임산부 시설’로써 아이를 낳게 되면 입양만을 추진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 비혼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이에 대한 지원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비혼엄마와 아기를 위한 공동육아방 둥지는 비혼엄마들의 자활을 돕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으나, 그런 둥지에 있는 비혼엄마들은 불과 네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친정부모 밑에서 죄스런 마음으로 의지하며 살거나, 혼자서 힘겹게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서 정부는 올해부터 ’둥지’와 비슷한 형태로 비혼엄마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중간의 집’을 개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지원의 부족과 함께 이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것은 역시 주변의 편견이라 하겠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 딸과 사는 한 비혼모 여성은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스스로 선택해 놓고 왜 그렇게 힘들어 하냐며 툭툭 던지는 말과 편견이 가장 삶의 의지를 꺾는다“는 한마디는 우리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부모 가정에게 붙여지는 ’결손가정’이나 ’불완전한 가정’이라는 용어는 많은 한부모 가족의 성공적인 노력에 대해서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이 누구보다 당당하게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와 이 사회를 지킬 수 있음을 믿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행복한 가정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가정이 행복하다는 것을 가족구성원 즉 부부, 부모와 자녀, 형제 등의 기본구성을 갖추었을 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에서 나타나는 가족형태는 이 개념에 도전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관념에 얽매인 채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형태를 통한 적극적인 행복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전형적인 가족이 아닌 다양한 가족의 증가를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가족유형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새로운 가족개념의 형성이 필요할 때이다.
한부모 가정 사례들
△한부모 가족(43살·이미연 가명·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4년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2년 동안은 넋을 놓은 상태로 지냈고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딸과 1학년인 아들도 우울증을 겪었으나 잘 버텨주었다. 오빠와 올케의 도움으로 그 집에서 생활도 했지만 학습지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됐고 이제는 독립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친한 사람 외에는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재혼 가족(17살·이슬기)
내가 세살 때 부모가 재혼했다. 엄마는 한살 때 친아빠와 이혼했고 아빠는 사고로 부인을 잃고 부인이 낳은 아들 둘(형과 남동생)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던 해 가족소개 시간에 아무 생각없이 형이 불러준 걸 박아적은대로 읽어내려 갔는데 친구가 아빠와 성이 다르다며 웃었다. 집에 와서 아빠에게 성을 바꿔 달라고 떼를 썼었다.
△무자녀 가족(33살·김상미·전주)
처음부터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결혼 1년후쯤 아이를 가지려고 했는데 막상 1년이 지나자 마음이 달라졌다. 남편이나 나나 학업을 계속해야 할 입장이었고 부모될 준비없이 아이를 낳아선 안된다는 생각이 일치했다. 나중에 정 아이를 기르고 싶으면 입양하는 것으로 남편과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