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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민주지산을 오르다 자칭 도사를 만나 민주지산의 이름에 대하여 물은 일이 있었다. 기록마다 다르고 뜻도 애매한 민주지산의 이름이 궁금해서였다. 그 도사는 서슴지 않고 말했다. 민주지산의 한자 이름은 ‘두루 굽어보며 가는 산’으로 풀이되며, 이름이 ‘하나의 문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나의 문장으로 된 산 이름은 세계에서 오직 민주지산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 도사는 또 석기봉 아래 자기가 거처하는 곳은 추운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는 천하의 대길지라는 말도 했다.
각호산 이름은 이 산에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생긴 이름이라 한다. 각호(角虎)가 ‘뿔 달린 호랑이’를 뜻한다. 이 이름 외에도 이 산은 쌀개봉과 배거리봉이라는 별명이 있다. 각호산의 머리를 이루는 바위봉우리(표석이 있음)와 건너의 농바위가 V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 이 V자 모양은 옛 디딜방아를 받치는 쌀개 모양이어서 쌀개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 ‘쌀개’라는 이름은 계룡산의 쌀개봉 등 전국 여러 곳에 있다.
배거리봉이라는 이름은 아주 먼 옛날 엄청난 홍수로 들과 산이 물에 잠겼을 때 각호산 근처를 지나던 배들이 이 산 바위에 배를 걸었다 해서 붙여졌다 한다. 그러나 어떤 지도에는 주봉 동쪽의 1097m봉을 배거리봉으로 표기한 것도 있다.
이밖에도 산행 들머리가 되는 도마령(刀馬嶺)은 옛날 한 장군이 칼을 비껴 차고 말을 타고 넘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또 도마령 동쪽 상촌면의 ‘고자리’ 마을은 옛날 높은 정자가 있었기 때문에 ‘고정(高亭)’이라는 이름이었는데 ‘고자리’로 변했다는 것이다.
각호산은 사시사철 산행하기에 좋은 산이다. 여름 더운 때도 각호산 산행은 좋다. 도마령에서 오르면 오르는 길이 짧아서 좋고, 하산길은 각호골의 긴 골짜기 개울을 따라 걷기 때문에 어디서든 맑은 개울물을 마실 수 있어 좋다. 온 산길이 짙은 숲속을 지나기 때문에 늘 그늘 속을 걷게 된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또한 하산 끝머리의 물한계곡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아름다운 계곡이어서 산행을 마치고 시원한 계곡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물한계곡의 맨 위 마을의 이름도 찬 샘이라는 뜻의 한천(寒泉)이다. 게다가 각호산 바로 서쪽 비탈에 휴양림이 있어 가족 또는 벗과 함께 산속에서 묵을 수도 있다.
여름이 아니라도 각호산이 매우 좋은 점은 산 자체의 산세가 좋고 아름답다는 점이다. 특히 고스락은 바위봉우리 두 개가 우뚝 솟아 있다. 삼면이 깎아지른 벼랑을 이룬 그 위에 서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상쾌함을 느끼게 된다. 조망이 시원하고 훌륭함은 말할 것도 없다.
또 각호산을 산돌이들이 즐겨 찾는 것은 각호산(1,178m)에 이어 1,100~1,200m대에 이르는 민주지산(1,242m) 석기봉(1,200m) 삼도봉(1,172m)이 연이어져 있기 때문에 입맛에 따라 산행을 늘이고 줄일 수 있다.
우리는 8월의 무더운 어느 날 각호산 산행을 했다. 서정복(전 대전시등산연합회 회장), 장동림 역장(대전도시철도 서대전역), 김재팔(전 서대전세무서장)-오경옥씨 내외, 대전교원산악회 김가연, 김승희, 강경숙씨까지 모두 8명이 산행에 나섰다.
차량으로 해발 800m가 되는 도마령으로 올라 산행을 시작했다. 고갯마루에는 입산통제 안내판과 각호산 안내판 등 4개 안내판이 있다.
고갯마루 절개지 동서 양편에 상룡정으로 오르는 계단길이 있다. 우리는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는 서편 계단으로 상룡정에 올랐다. 상룡정(上龍亭·상촌면과 용화면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온 듯)에 올라서면 조망이 좋다. 영동의 진산으로 잘 올려다보이는 삼봉산이 바로 도마령 건너에 보인다.
상룡정부터 시작되는 산길은 숲속으로 이어지져 처음부터 하늘과 산 아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등성이를 따라가는 길이 매우 시원하다. 재미있는 점은 계속 올라채는 가파른 길이 아니고 가파르게 오르면 턱이 나오고 여기서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지다 또 한 바탕 가파르게 오르면 또 턱이 나오는 계단식이어서 오르기가 좀 수월한 편이다.
이 오름길 도중 노송 아래에 ‘우리의 영원한 산 친구 황소걸음 황병의 여기에 고이 잠들다’라는 비문이 새겨진 작은 오석의 비가 눈에 띈다. 꽃도 두 묶음 놓여 있었다.
상룡정에서 1시간쯤 오르면 주능선의 바위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우선 툭 터진 사방의 조망이 반가웠지만, 고스락이 가까이에 있을 것 같아 고스락 쪽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고스락은 북 동 남 세 방향이 깎아지른 벼랑으로 된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다. 오석으로 된 표석은 있지만 날카로운 바위가 삐쭉삐쭉 내밀고 있어서 예닐곱 사람이 함께 사진을 찍기도 어렵다.
각호산의 고스락은 거칠 것이 없어서 조망이 매우 좋다. 우리는 덕유산 향적봉~남덕유산, 팔공산, 운장산, 대둔산과 덕유산 줄기 너머로 금원산~기백산의 머리를 보았으나 보여야 할 지리산 천왕봉~반야봉, 계룡산, 속리산, 가야산은 날이 흐려 보지 못했다. 유난히 뾰족한 민주지산 주봉과 석기봉~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민주지산 줄기는 장성을 연상시킨다.
각호골쪽 길은 배거리봉으로 잘못 표기된 1097m봉에 이르기 전 오른편 으로 돌아 너덜로 된 가파른 길로 내려선다. 각호골쪽 길은 너덜로 되어 있고 많이 이용되지 않아 길이 희미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오른편 비탈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스락을 떠나 1시간이 조금 넘으면 개울과 만나는 삼거리 길이 나선다. 민주지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과 1097m봉쪽 길이 예서 갈라지는 것이다. 이 삼거리에서부터 길은 편해지고 개울도 점점 커지며 개울 경관이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넓고 맑은 물이 바위 사이를 흐르며 폭포가 되기도 하고 못과 탕을 이루기도 한다.
사방시설이 있는 개울가에서 우리는 김가연씨의 멋진 남도민요 창을 들었다. 김가연씨의 맑고 고운 소리는 깨끗한 개울물 소리와 어울려 푸른 숲속으로 퍼져나갔다.
사방시설이 있는 개울을 건너면 좋은 임도가 나서고,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솟아오른 낙엽송숲을 지나면 숲을 벗어나며 하늘을 볼 수 있게 되고, 곧 사람들이 가득 들어선 황룡사 아래 물한리 계곡에 이른다. 여기서 조금 위로 오르면 개울가에 황룡사가 있다. 차가 기다리는 주차장은 아래에 있다.
이 날 우리의 각호산 산행시간은 약 3시간30분이었다.
산행길잡이
각호산을 오르는 길은 도마령과 물한리(한천) 두 갈래라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길도 있지만 알아볼 만한 길이 아니다. 물한리에서 각호골로 오르는 길은 1097m봉(일명 배거리봉)을 거치는 길과 각호골 삼거리에서 민주지산과 각호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두 길이 있다. 산행은 도마령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숲속 계곡을 끼고 하산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도마령~(3분)~상룡정~(15분)~황병의 추모비~(40분)~주능선~(4분)~고스락~(10분)~농바위~(10분)~각호골 삼거리~(35분)~삼거리(민주지산쪽 갈림길)~(30분)~사방시설(개울 건넘)~(30분)~물한계곡~(4분)~주차장 <약 3시간 소요>
교통
각호산에 가려면 각호산 동쪽에서는 상촌(영동군 상촌면), 서쪽에서는 용화(영동군 용화면)를 거점으로 해야 한다. 상촌은 4번 국도, 경부선 열차, 경부고속도로가 통하는 영동 또는 황간에서 빠져나와 황간에서 용화로 가는 49번 지방도를 이용하여 도마령이나 물한계곡 한천으로 갈 수 있다.
물한계곡 한천은 상촌을 지나자마자 49번 지방도에서 왼편으로 갈라져 나간다. 상촌에서 바로 김천 방면 운두령을 넘는 901번 지방도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용화(면)는 호남이나 경남 부산 등지에서 올 때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진안 방면의 30번 국도, 김천 방면의 30번 국도, 거창 방면의 37번 국도를 이용하여 덕유산 들머리인 설천에서 가까운 용화(면)를 지나 도마령으로 오를 수 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영동이나 황간으로 가는 것이 좋다. 도마령을 넘는 버스는 없으나 영동에서 고자리(도마령 아래 상촌면) 방면으로 1일 3회(05:50, 12:40, 16:50. 종점에서는 07:00, 15:00, 19:30 출발), 물한리(상촌면) 방면으로는 1일 5회(06:30, 07:30, 12:10, 14:40, 17:50. 종점에서는 07:30, 09:40, 14:30, 17:10, 19:10 출발), 용화 방면으로는 1일 4회(06:30, 10:20, 13:20, 17:20. 종점에서는 07:30, 11:30, 15:30, 18:40 출발) 있다.
첫댓글 물한 계곡 하도 골짜기라 차를 얼마나 탓던지 멀미에 해롱 해롱
나 있는 곳에서 삼도봉 초입 거리는 10분 거리인데 삼도봉 정상을 쳐다 보고서도 오르지 못하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