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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님의 글.
[홍어의 추억] 2007.11.26
어제 저녁 케이블에서 쏘우 시리즈를 한편 봤다. 1편인지 2편인지를 잘모르겠고
보는 내내 극한의 공포에 대해 생각하게한 영화였다
나도 일생에 저런 공포감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문득 12년전 이맘때가 생각났다.
웃기게 생각하시겠지만 난 음식을 앞에 두고 그런 극한의 공포감을 느꼈다
바로 "홍어"
음식이야 안먹으면 그만이라고 하시겠지만 그 자리가 처가집에 첫인사 자리였다면....
전 고향이 경상도 제 아내는 전라도 물론 둘다 어렸을때 서울로 왔다. 하지만 집안은
여전히 경상도와 전라도
첫 처가집에 인사드리는 저녁시간. 장모님이 말바우시장(?)이란 곳에서 직접 아는분
에게 공수 했다는 홍어가 놓였다
아이스박스를 개봉하는 순간 전 10 여년간 잊고 지냈던 중학교 구석진 운동장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 냄새를 맡았다.
" 오 냄새가 제대로 삭았는데 .."
"오 이거 진짜 제대론데.."
여기저기서 처가집 식구들의 함성이 들렸다
그런데 막상 상위 접시에 가지런히 놓인 홍어는 때깔도 윤이나고 크기도 회를 떴다기
보단 포를 떴다고 할 정도의 크기 일단 먹음직 스럽게 보였다.
생전 첨 먹어보는 홍어 맛이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한점을 입에 넣었는데
"앗.." 그 재래식 변기에 놓였던 나프탈렌을 입안에 머금었다고나 할까
몇년간 만성비염으로 막혔던 코가 한방에 펑하고 뚫렸다
씹지도 못하고 넘기지도 못하고 입안엔 계속 침만 고이고...
"백서방 많이 먹소" 란 장모님의 한마디에 난 눈물을 머금고 넘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모님 젓가락의 홍어가 다시 내 입으로.
정말 공포였다. 난 그렇게 정신없이 나프탈렌 몇개를 삼켰다.
이때 한줄기 빛이 나에게 보였다. 아내가 국 한그릇을 내 앞에 놓았다
난 정말 눈물 나도록 국이 고마웠다. 뽀얀 생선국 같아 보였다.
숟가락 아니 국 그릇을 들고 한모금 벌컥 들이 키는데
"이건 또 뭐야.." 아까 홍어회가 나프탈렌을 입에 머금었다면 이 국 맛은
그 나프탈렌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은 맛이었다.
"그게 홍어탕이야. 홍어 내장으로 끓여서 아마 시원할거야 이게 진짜배기지"
장모님의 한마디.
정말 이 결혼 무르고 싶었다. 홍어 한점에 파혼이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겟지만
난 정말 그 순간이 공포 스러웠다
한번 입댄 국 그릇을 남길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국 한그릇을 다 비웠다.
정말 눈물이 났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 쯤엔 밥상이 나가고 술상이 들었와 있었다
손위처남이 목포 압해도 에서 직접 잡아왔다는 세발낙지
" 오 이제 살았구나"
그런데 이것도 잠시 착각
장모님이 낙지 한마리를 손으로 훑으시더니 젓가락에 머리를 꿰어 둘둘 말더니
제 입으로 쑥
입안 가득한 낙지 한마리와 나의 싸움은 정말 30분 동안 이어졌다.
난 정말 음식앞에서 이렇게 나약한 내 모습을 한스러워 하며 처가집을 나왔다
지금이야 가끔 홍어가 생각나면 수산시장에 들러 한접시 사서 아내와 오붓하게
소주한잔을 기울입니다.
초등학교 아들놈이 냄새 난다고 난리를 치면 전 속으로
" 너도 임마 전라도 여자 만나봐 이 맛을 알꺼다 ㅋㅋ"
애들 같은 옷만 사주는 아내 2007.12.05
며칠전에 아내가 내 옷을 샀다.
요즘 아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산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에는 아저씨들 옷은 없단 말인가. 왜 사는 옷 마다 이렇게
유아틱 한지...
아내는 내가 아직 10여년전 새신랑으로 착각 하나보다.
겨울에 난방위에 받혀 입을 티를 샀다는데, 하얀색에 가슴에 뜻 모를 영어 한줄.
며칠 다른 옷을 입고 출근하다 오늘 아침에 딱 걸렸다.
"왜 내가 사준 티 안입고 다녀 오늘 입어"
도저히 핑계가 없기에 할수없이 입고 나왔다.
출근하자 마자 직원이 한마디 날린다.
" 오늘 MT 가십니까?"
이런....
또다른 직윈이 한마디 날린다.
"형우 많이 컸나보네 아들하고 옷도 같이 입고"
이런, 이런....
난 하루종일 근무복 잠바 자크를 목까지 올리고 일을 했다. 오늘따라 사무실이
왜 이렇게 더울까 ㅠㅠ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내 티와 비슷한 티를 보았다. 난 옆칸으로 피했다.
내가 쪽팔린것 보단 그 학생이 아저씨하고 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는 충격을 생각해서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가 주문한 내 겨울 코트가 왔다고 한다.
오!! 겨울 코트라... 난 짙은 회색이나 카키색 정도의 모직 코트를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날 맞이한건 아휴...
첫눈에 들어온건 모자에 달린 토끼털들이 었다. 난 모자에 저렇게 많은 토끼털이 붙어 있는
옷은 첨 봤다. 그리고 안감에도 똑 같은 알록달록한 토끼털들, 더욱 당황스러운건
난 첨에 옷이 뒤집힌줄 알았다. 왜 바늘질 선들이 옷 밖으로 나와 있는거야.
옷 색깔? 어떻게 글로 표현 못하겠다
" 이쁘지, 이쁘지?"
난 잠깐 동안 낼 아침 지하철에서 이 토끼털을 뒤집어 쓴 내 모습을 그려 봤다.
난 용기를 내서 아내를 내 앞에 앉히고 얘기를 했다
"형우 엄마, 당신이 내가 젊어 보이는게 좋겠고, 뭐 이쁜옷 있으면 사주고 싶은 맘
충분히 고맙고 다 이해 한다. 하지만 나도 이제 30대 후반이고 뭐 내세울건 없지만
나도 직장에서 위치도 있고 하니까 좀 이런 애들 같은 옷 말고, 중후함 까진 안 바래도
좀 어른스러운 옷이 좋지 않겠냐"
난 충분히 예의를 갖춰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아내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면서 한마디 던진다
" 그런건 얼마나 비싼데, 애들게 싸"
애들게 싸......
그거였구나
[외출] 2007.12.10
금요일에 연말 모임으로 아내와 저녁에 외출을 하게 됐다
아내는 간만에 외출로 거울 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자기야 이 옷 좀 이상하지 않어?"
"아니"
"이상하다고?"
"안 이상하다고"
난 건성으로 대답했다. 난 이미 20분전에 토끼털 잠바를 뒤집어 쓰고 외출 준비를
마친 상태.
"건성으로 보지 말고 잘봐"
"안 이상 하다 니까"
"목 짧아 보이지 않어?. 이상한데..."
"괜찮다니까"
난 조금 언성을 높였다.
"왜 짜증을 내고 그래"
난 목소리 톤을 조금 낮쳐서
"이뻐 아주 이뻐. 바비인형 같이 아주 이뻐"
"정말? 안 이상해? 좀 이상한데.."
"형우 어머니. 늦겠습니다. 빨리 가자"
난 제빨리 2초간에 걸쳐 구두를 신었다
아내는 약 1분간에 걸쳐 부츠를 신었다.
한쪽만
다시 1분간에 걸쳐 다른 한쪽을 신었다.
그리고 내게 손을 내민다. 아내는 부츠를 신고 혼자 못 일어난다.
내 손을 잡고 일어난 아내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한다.
"정말 안 이상해?"
내 인내심을 여기까지 였다.
"가득이나 짧은 목이 아주 더 짧아 보여 무슨 레고 인형 같다. 됐냐?"
미간을 찌프리며 아내는
"거봐 이상하지"
아내는 다시 1분간에 걸쳐 부츠를 벗는다.
한쪽만
그리고 다시 1분간에 걸쳐 다른쪽 부츠를 벗고 옷장 문을 연다.
환장하겠네.
[빠순이 기미가 보이는 딸에게 아빠가 ㅎㅎ] 2007.12.25
크리스마스날에도 아빠는 잔업이 있어서 이렇게 사무실에 나왔다.
일단 우리 아들,딸한테 너무 미안하다.
아빠가 이렇게 딸에게 글을 쓰는건 창밖으로 보이는 언니들 때문이다.
너도 알지만 아빠 사무실 바로 앞 해태케슬에 동방신기 오빠들 사는거 알지.
중학생 정도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언니들까지 한 50명은 돼 보인다.
아마 뒷문쪽에도 더 있을거다.
몇주 잠잠하더니 이렇게 모인거 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라서 그런건지,
동방신기 오빠들 귀국 했나보다.
아빠는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동방신기 오빠들이 일본에 있는지 귀국하는 날인지
다 안단다. 오빠들 귀국하는 날이면 공항택시들 때문에 아빠 점심밥도 못 먹으러 나간다.
예전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 봤는데 요즘은 송이 너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
tv 쑈 프로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너를 보면 저 창 밖에 있는 언니들이 남에 일 같지가
않아서 이렇게 너에게 몇가지 당부를 할려고 한다.
아빠는 나름 개방적인 아빠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너가 나중에 흔히 말하는 빠순이가
혹시라도 된다고 해도 아빤 으박지르거나 야단치지는 않을거야
아빠도 예전에 두란두란을 좋아했고 마이클잭슨에 환장한 적이 있으니까 뭐 이해할수
있단다. 다 한때라고 생각한다.
두가지 당부만 할게 송이야
첫번째는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언니들 대부분이 짧은 치마들을 입고 있다. 겨울에
저렇게 짧은 치마를 입으면 추운거 당연지사 일텐데 참 젋음이 좋다고 치부하기에
걱정이 앞선다. 송이 너는 혹시라도 저렇게 몇시간 오빠들 기다릴 일 있으면 내복
이라도 입고 파카 든든한거 입고 기다리거라
그리고 두번째 동반신기 오빠들 타고 다니는 밴이라도 일단 출동하면 그야말로
아빠 사무실 앞은 전쟁터가 된다. 왕복 6차선 도로를 앞뒤 안가리고 무단횡단하는
언니들 보면 아빠가 다 가슴이 콩닥 거린다. 그러니까 아무리 정신을 놓아도
무단횡단 만큼은 하지 말아라. 알았지
송이가 요즘 좋아하는 그룹이 FT아일랜드 맞지?
아빤 첨에 무슨 영국 축구 구단인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전 TV에서 봤더니 깔끔하니
노래도 좋고 잘 생겼더구나.
아빠 요즘 지갑 앏은거 알고 크리스마스 선물 테일즈러너 케쉬템 3천원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퉁 쳐준거 정말 고맙다. 아빠가 오늘 집에가서 꼭 결제 해주마.
사랑하는 딸아 오늘 크리스마스 같이 못 지내준거 다시한번 미안하다.
메리크리스마스
[우리집 남자들을 괴롭히는 남자들] 2008.01.03
우리가족 구성원은 남자셋, 여자셋
아버님, 어머님, 나, 아내, 아들, 딸
그런데 우리 남자 3부자를 괴롭히는 남자들이 있으니 여기서 한탄 한번 해봅니다.
첫번째 우리 아들의 적
누구나 다 아는것 처럼 우리 아들도 엄마 친구의 아들이 바로 그 적이다.
4학년 아들이 평균 94점을 받아왔다. 나로써는 엄청 대견한 일이다. 창피하지만
난 초등학교때 평균 90 넘은 기억 없다. 그런데 아내는 신기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
아들 점수보다 동네 친구 아줌시 아들 점수를 더 빨리 알아낸다.
그 애는 96점 울 마누라 한숨만 쉰다.
얼마전에는 평균 88점을 받아왔다. 나로써는 좀 아쉬웠다. 하지만 우리 아내
그 애 점수가 85점인걸 알아내고 피자파티를 열어줬다. 나참.....
두번째 나의 적
나도 마찬가지로 옆집 남편과 비교된다.
그양반 나보다 두살 많은데 무슨 처가집이 이건희네 집도 아니고 처가집에 넘 잘하는
일등 사위란다. 나.... 할말없다.
돌아오는 설이 부담된다. 그 양반 기본이 한우 갈비 한짝인데. 그리고 요번 주말에도
처가집 장인, 장모 모시고 놀러 간단다. 장모님 모시고 영화관에도 다닌단다.
왜 저런 양반이 옆집에 사는지. 나참....
세번째 우리 아버님
지금은 집 재건축 관계로 2년 예정으로 고향에 가계신다.
나름 서울에서 잘 나가시던 멋쟁이 영감님으로 통했다. 그런데 고향으로 내려가셔서
그만 옆동 김영감님 한테 속된말로 발리고 계신단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학식이면 학식 뭐 하나 상대 될만 하게 없으신단다.
퇴역장교 출신이란다. 나참....
왜 우리 3부자 옆에는 이렇게 잘난 남자들만 사는지....
그래서 난 한가지 가설을 세웠다.
엄마 친구 아들이 자라서 옆집 남편이 되고 늙어서도 노인정에서 스탭좀 밟고 잘 나가는
김영감님이 된다고
남자들은 정말 이 옆집 남자들을 평생 피해 갈수 없는건가요 ㅎㅎ
[다시다의 여왕 어머니] 2008.01.07
"다시다의 여왕"
이건 우리 어머니의 별명이시다.
눈치 채셨겠지만 그렇습니다. 우리 어머님은 모든 국,찌게 종류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음식에 다시다로 맛을 내십니다.
다시다를 넣고 안 넣고를 떠나서 좀 과할 정도의 양를 고집하십니다. ㅎㅎ
모든 사람들이 나이가 먹으면 어머님의 손맛이 그리워 지는 음식이 한두가지 정도는
있다고 얘기 한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말하면 없다.
음식 솜씨가 없으신걸 어떻게 하겠냐만은 어머님은 그 음식맛을 어떻게 해서든지
맞혀 보실려고 선택하신게 아마도 다시다 였던거 같다.
철이 들고 좀 머리가 커 졌을때 한번 도시락 반찬 투정을 한적이 있다.
어렷을 때는 그냥 그럭저럭 먹었던 음식들이 남의 반찬도 먹어보고 음식점에서도
먹어보고 하다보니 어머님의 음식맛에 점점 회의가 들었다고나 할까요 ㅎㅎ
그날 점심 도시락 반찬 뚜껑을 열어보고 난 그만 굳어 버렸다.
반찬통에는 노란 단무지 3개가 들어 있었다. 고추가루, 참기름 한방울 해서 조물조물한
단무지 무침도 아닌 그냥 중국집에서 나오는 동그란 상태의 너무나 노란 단무지 3개....
한마디로 입 닥치고 주는 대로 먹으라는 어머님의 무언의 압력이었다.
그후로 난 다시는 반찬투정 같은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게 되고 신혼여행을 갔다 오고 첫번째 맞이한
아내의 아침 밥상을 난 아직도 잊을수 없다.
맑은 콩나물국에 정갈한 종지에 놓여진 밑반찬들 난 아침밥이란 것도 잊고 두그릇을
비웠던 기억이 난다.
이제부터 정말 불행 끝 행복 시작이란 말이 새삼 다가왔다.
처음에 분가를 해 살면서 한달에 두세번 아내와 같이 부모님댁에 가서 음식을 먹다보니
어느날 나도 모르게 밥상에서 어머님 음식에 대해 핀잔을 주게 되었다.
"엄마, 이제 다시다 같은 조미료 조금만 넣고 해 드세요, 몸에도 안좋다는데"
저도 순간 아차 했지만 이미 내 뱉은 말이었다. 순간 어머님도 며느리 앞에서 핀잔을
받은것에 대한 겸연쩍은 표정이셨다.
밥상을 무르고 아버님이 잠시 나를 보자고 하셔서, 저도 반성한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숙이고 아버님 뒤를 따라 나서는데 아버님이 담배 한대를 피워 무시며,
'이넘아, 너야 앞으로 새 아가 밥먹고 쭉 살놈이 집에 와서 반찬투정이냐, 난 지금까지
50년을 넘게 먹어 왔고 앞으로도 몇년을 더 먹어야 되는지 기약도 없다. 이넘아"
순간 아버님의 뒷 모습이 안스러워 보였더 기억이 난다.
그리고 현재 결혼 12년차
아침에 콩나물국이 싱거운거 같아서 아내에게
"콩나물국이 좀 싱거운거 같지 않냐?"
아내는 아무말 없이 찬장에서 다시다 봉투를 꺼내 한 숟가락 푸더니
내 국그릇에 넣고 휘휘 저어준다.
갑자기 아내에게서 어머님의 숨결이 느껴진다.
돌아오는 설에는 어머님의 다시다 맛 떡국을 이젠 맛나게 먹을수 있을거 같습니다.
제가 이제 다시다의 미각을 다시 찾게 됐거든요 어머니......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습니다.] 2008.01.16
며칠전 서울에 눈이 많이 올때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 오셨습니다..
내리는 눈을 경치 삼아 오랜만에 아버님과 소주 한잔을 기울였죠.
그리고 다음날 출근하려고 현관으로 나와보니 구두가 보이지 않더군요
가끔 아버님이 제 구두를 닦아 주셔서 신발장을 열어보니 반짝반짝한
구두가 있더군요. 혼자 웃음 지으며 구두를 꺼내려는데. 어느세 아버님이
거실로 나오셔서
"애비야 운동화 신고 가그라"
"네?"
그러고보니 평소 신지도 않던 운동화가 나와 있더군요
"오늘 길도 미끄러울텐데 운동화 신고 가그라"
저는 아무소리 없이 구두를 집어넣고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서는데 왠지 오랜만에 신은 운동화가
헐겁게 느껴지더군요. 자세히 봤더니 아버님이 운동화 끈도 신기 편하게
느슨하게 조금 풀어 놨더군요.
지하철 차창에 비친 모습을 보니 양복 바지에 운동화라...ㅎㅎㅎ
이럴줄 알았으면 면바지로 좀 갈아 입고 올껄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차장을 보니 아버님 모습이 보이더군요. 어느새 저도 중년이 되어가니
제 모습에 영낙없는 아버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언젠가 아버님 젊었을때 모습이 궁금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아버님이 웃으시면서
' 지금 니 거울 한번 봐라. 똑 같았다. ㅎㅎ"
오늘은 나오는데 아버님이 문가에 대고 말씀하시더군요
"차조심 하그라"
"저 차 안가지고 다녀요. 지하철타요 걱정마세요"
"아니, 길 건널때 차좀심하라고 잘 보고 건너라"
30대 후반인 아들이 아직도 손수건 흔들며 행단보도을 건너길 바라시나 봅니다. ㅎㅎ
[20년전 일기장 ㅎㅎ] 2008.01.23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4학년 아들 녀석이 어디서 꺼내 왔는지
내 20년전 일기장을 꺼내와 등 뒤에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뭐 별 내용이 있는것도 아니고 아내도 읽어 본거라서 별 생각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민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화 오늘 우울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눈 녹듯이 녹아
내렸다. 짧은 통화 였지만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들녀석이 큰소리로 줄줄 읽어갔다.
"아빠 민이 누구야?"
옆에 앉아 있는 아내 눈치를 봤다. 물론 아내도 알고 있는 내 첫사랑.
아내도 코방귀를 뀌며 웃는다.
"엄마야 임마"
난 그냥 농담으로 받아쳤다.
"아닌거 같은데" 하며 아들녀석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엄마, 아빠 언제 첨 만났어?
"음.. 93년도"
"거봐, 여긴 89년도 5월 달인데 뭐, 아빠 이 사람 누구냐니까?
아 자식 집요하긴, 아내도 웃으면서 "아빠 첫사랑이란다" 라며 받아 주었다.
아들녀석도 낄낄 거리면서 웃기 시작한다. 저 녀석이 뭘 안다고 웃는지....
이때 뒤 늦게 화장실에서 나온 딸내미가 호들갑을 떨면서
"아빠, 아빠, 얘 누군데" 하면서 날 다구친다. 엄마 딸 아니랄까봐 가시나 하여간.
"야, 얘가 뭐냐 그 아줌마도 너보다 큰 딸이 있는 어른이야 말버릇하곤....."
순간 밥상에 떨어지는 젓가락 소리가 요란하다.
아내가 젓가락을 심하게 밥상에 내려 논거다.
"........"
"걔 딸 낳어?"
"어?"
"연락하고 사나보지? 결혼한것도 알고 딸까지 있는것도 알고...."
".............."
순간 멍해졌다.
순간 판단을 잘해야 했다.. 정공법으로 그냥 밀고 나가는냐, 얼버무리느냐,
아님 그냥 묵비권이냐.
전 그냥 마지막 묵비권을 선택했습니다.
아내의 눈빛를 피해가며 좀전까지 맛나던 저녁밥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사실 그냥 여기저기 친구들 통해서 들은 얘긴데.........
남자분들 애들 크면 일지장 단속 같은건 잘해야 될거 같아요 ㅎㅎ
12년 전업주부 생활을 청산하고 출근하는 아내에게 2008.01.28
오늘 아침 당신이 잠든 모습이 너무 이뻐 당신 이마에 입맞춤을 했소.
아마 15년전 연애할때 우리 부모님들 속이고 둘만의 여행을 떠난 동해안 삼포 바닷가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아침 햇살에 비친 당신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이번이
15년만에 첨인것 같소.
12년 전업주부 생활을 청산하고 잡은 직장에 첫 출근을 한다고 해서 이런 행동을
한건 절대 아니오. 그냥 이뻐 보였을 뿐이오. 오해 마시오
첫아이 형우를 낳고 내가 당신한테 우리 애들 초등학교 고학년 될때 까지는
힘들더라도 당신이 직장생활 안했으면 한다고 내가 말했지 난 당신이 정말
이렇게까지 내 말을 잘 들을 준 몰랐소. 아니 그냥 잘 들어줘서 고맙다는 거요
별 뜻 없소.
며칠전 당신이 직장을 구하고 출근을 한다고 우리 아이들 앉혀 놓고 엄마의
나아갈 방향과 너희들의 앞으로의 행동방침에 대해서 몇분 설교하고 나서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을때 당신이 잠시 당황하고 아쉬워 하는
표정을 난 읽을 수 있었소.
그렇다고 넘 서운해 하지 마시오. 아이들은 당신의 자립과 사회에 공헌할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엄마에 대한 찬양이지 뭐 자기들 앞으로 엄마
눈치 안보고 닌테도를 할수 있다던지, 엄마하고 오후 내내 앉아서 문제집과 씨름
하며 잔소리 듣는 것에 대한 해방에서가 절대 아닐거요.
우리 아이들을 믿으시오.
그리고 어제 저번주에 아고라 이벤트에 당첨되 받은 5만원 짜리 상품권과 내돈
5만원을 보태 당신 옷 사준건 아무런 사심없이 사준거요.
물론 몇년만에 당신 옷을 선물한 시기가 당신 출근한다고 한 시기가 같았을
뿐이니 " 돈 번다니까 옷도 사주네" 하는 식으로 비꼬지 마시오.
난 그런 속물 아니오 믿어 주시오
그리고 또 어제 밤에 말한 용돈 인상건에 대한건데 내가 한 3년 정도 용돈이
동결 아니었소. 정말 인상할때가 된것 같아서 말한거지 당신 돈버는 것 과는
정말 무관하오
마지막으로 당부하나 하리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일했던 13년 전과는 지금 사회 분위기가 사뭇 다르오
당신 나이도 있으니 예전 성깔 처럼 직장생활 했다간 며칠 못가오.
그렇다고 뭐 기 죽어서 하라는 것은 아니고 다만 좋은게 좋은 거라고
성질 좀 죽이고 직장 생활 하길 바라오.
혹시 직장 생활이 힘들땐 우리 아파트 잔금 생각 하시오. 부담 주는거 절대
아니오. 그런 남편 아니오 곡해 마시오
아! 이건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잠깐 생각한건데 뭐 그냥 별 얘기 아니니까 맘에
두지는 말고 흘려 들으시오. 거 뭐냐 우리집 주차장에 뽀얀 먼지 뒤집어 쓰고
몇년째 짱 박혀 있는 우리 애마 빨간 97년식 엑센트 말이오. 이놈 볼때마다
참 안스럽더라고, 주말 홈플러스 셔틀버스 된지 오래고 지 존재감 상실하고
있는 놈 보면 이제 우리가 그놈 손을 놓아줘야 되지 않겠소
이놈도 연식이 오래 되서 그렇지 몇키로 안뛰 놈이라 아마 동남아나 서아프리카
쪽으로 가면 새 출발 할수 있는 놈이오. 뭐 그렇다고 우리가 중형차를 새로 사겠소
뭐 어쩌겠소 그냥 적당한 놈으로 하나 안되겠소
뭐 그냥 아침에 문득 생각나서 한소리니 신경 쓰지 마시오, 당신 출근과는 무관하고
다시 말하지만 나 그런 속물 남편 아니오
아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소린데 당신 직장생활 한다고 예전 미혼때 처럼
술먹고 다니지 마시오. 내가 당신 좋아서 한참 쫓아 댕길때 남들은 여자를
도서관 앞에서 기다리네, 서점 앞에서 기다리네 할때 난 항상 술집 앞에서
당신 기다렸던 생각이 나서 그러오 얼큰하게 취한 당신 갈지자로 걸어서 택시
탈때면 내 맘이 다 조마조마 했소.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쓰리오
윗말 뭐 다 농담으로 받아 들여도 무방하고, 아무쪼록 직장생활 열심히 하시오
항상 우리집에서 오른손 높이 들어 기준점 잡아 줘서 우리 가정 편안하게 이끈것
처럼 당신 지금의 반만 해도 직장생활 잘 할거요. 건투를 비오
나도 모르게 속물 근성이 조금 아주 쬐금 솟아나는 남편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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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댓글 달아 주시고 아내에게 격려 해주신 분들게 제 아내가 고맙다고 꼭 전해 주라고
해서 이렇게 후기 올립니다.
본격적인 출근은 설 지나고 나선데, 우리 식구들 요즘 무척 바쁘네요 ㅎㅎ
어제는 아내가 아이들을 불러 놓고 전자랜지에 넣어서는 안되는 용기들에 대해서
강의를 하더군요.
"이 금 장식 붙은 컵은 절대 전자랜지에 넣어서는 안된다." 하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더군요
그런데 뒤에서 보고 있던 저와 눈이 마주치고
"당신 이런거 알어?"
"어?"
"당신도 이리와"
"네"
ㅎㅎ 저도 같이 강의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나름 가정일에 도움을 준다고 했는데 정말 너무 모르는게
많더군요.
오늘은 재활용 구분법에 대한 강의가 잡혀 있습니다.
제가 어제 농담으로 " 너 죽으러 가냐?" ㅋㅋㅋㅋㅋㅋ
우리 가족들 잘해 나가자고 어제 다짐 했습니다.
p.s
새차는 생각도 말랍니다. 세차나 자주 하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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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톡쏘는 홍어 내장탕은 먹고싶당..
ㅇㅇ 그 화순 시장에 있다던 그 집 가고파 ㅎ_ㅎ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