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3-14구간에 다녀왔습니다. 작년부터 온 몸이 아파서 대전 둘레 산잇기를 몇 사람과 시작을 하였는데, 그게 진화되어 지금은 조금씩 먼 곳을 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걷는 것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점점해보니 장비도 늘어나고 요즘은 중요한 취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본도 걸어보고, 중국도 걸어보고, 세계의 걷고 싶은 길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삶을 돌아보고 싶을 때 찾아가는 길)도 가고 싶습니다. 아! 무엇인가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는 욕망이 돋아나게 하기 위하여 걸은 것 입니다.
교통은 대전에서는 6시 경에 청주공항 직통이 있을 것입니다. 청주공항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청주에서 아침 7시 40분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면 8시 40분이 됩니다. 첫 날은 용수 '노을이 좋은 집'주인이 저지리 마을회관에 오셔서 우리 배낭의 일부분을 가지고 가셨습니다. 14구간 약 20km를 걸으니 저녁 9시에 도착해 12시도 못되어 바로 숙면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 용수 성당 주변을 촬영하고, 7시에 아침 식사 후 8시 30분에 출발하여 13구간을 오후 2시 까지 산책하고 오후 17시 15분 비행기로 청주에 도착하였습니다. 잠시 후 18시 30분에 대전행 버스로 출발하여 19시 30분 경에 도착하였는데, 비교적 교통 연결은 잘 되어 있습니다.
비용은 비행기표 제외하고 세 명이 일인당 69,000원 들더군요. 집에 도착하니 제주에서 점심에 먹은 고기국수와 말고기 정식이 기억이 나는군요. 언젠가 생각이 같으면 다시 같이 걸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여기는 저지오름에 들어와서 올라가는 길이군요. 밝은 모습으로 웃는 모습이 걱정이 하나도 없는듯이 보이는게 나의 장점이지요.
그런데 아들 공부 걱정, 아파트 부담금, 어머니 아버지 문제, 풀리지 않는 자신의 문제 등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고갯길처럼 돌아가면 문제들이 풀릴까? 하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삶이 그렇게 쉽게 풀리던가요? 이 자갈길을 헤쳐나가야 시원한 그늘길이 나오길 기대하며 걷고 있습니다.
제주도 특유의 선인장인데, 이름은 백년초인지 천년초인지 기억이 나질 않고 이 빨간 열매를 이용하여 국수도 만들고 여러가지 만든다고 합니다.
이 분은 나보다 다섯살 윗분이신데, 올레와 등산를 권장하신 분이시지요. 미들 샷으로 클로즈업해서 표정들이 들어나는군요. 들뢰즈는 표정은 감정이미지라고 했습니다.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을 통과하는 맥주여행을 가자고 주선하시는데, 가게 된다면 좋은 기록을 남길 것 같습니다.
옆에 하천은 깊이가 5m는 되는 것 같이 보였어요. 장마철에 많은 물이 빨리 빠지도록 한 것인지 다르게 만들었더군요.
길을 찍기로 구상하여 몇 막을 촬영했는데,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서 궁리중인 모습입니다.
계속해서 올레 마크를 유형학적으로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작업은 주제를 정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지요.
이것은 일본 사람들의 신사입니다. 아직도 남아있다는게 이상하지요. 마치 벤또나 와르바시처럼. 일본적 트라우마라고나 할까요?
매우 무거운 D3. 불친절한 D3. 이걸 가지고 계속 실외 촬영을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걸로 바꾸어야 하나. 지금도 고민중입니다. 아무래도 라이카 R형을 팔고 M8을 사용할까?
그래. 카메라가 중요한 건 아니지. 생각이 중요한 거야.
지금까지는 같이 가신 분이 보내 준 사진이구요.
다음은 제가 촬영한 것 입니다. 독일 사진가 중에 토마스 슈트루트(Thomas Struth)라는 현대 작가가 있는데, 미국, 호주, 중국, 일본의 깊은 숲이나 정글을 연작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세계 각 지역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이런 시각으로 촬영하면 그나라가 그나라로 보일 수도 있지요. 아름답지만 구체적인 장소를 식별할 수 없는 숲의 이미지를 통해, 그림 같다거나 명상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명상을 위한 막(Membranes for meditation)'이라고 하는 '천국(Paradise)' 시리즈를 제작하였습니다. 14구간을 걸으며 내가 걸어 온 길과 걸어야 할 길을 생각하면서, 이 길들이 나를 안내해 주는 듯이 느껴져 마태복음이 아니라 '제주 복음'이라 정하였습니다. 제주 볶음이라 발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사진을 나는 1막이라 생각했습니다. 앞 부분이 그늘져 보인 것을 생각하고 촬영하였는데, 길이 밝고 어둡고 밝고 어둡고 한 것이 나타나 우리의 삶을 말해주는 듯이 보이더라구요. 가운데 윗 부분의 나무가 길과 같은 색채로 보이는 것이 시각적 포인트가 되기도 하지요. 큰 화일로 저장해서 1m 20정도 크기로 프린트 할 수도 있게 되어 습니다. 내 사진은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 사진은 풍경사진이니 어렵지 않지요? 그래도 제목은 다르게. 제주에서의 XY좌표적 시선에 의한 찰나망 1이라고 정해 봅니다.
이 사진이 위에서 궁리하여 재현된 이미지. 이미지는 실제가 아닙니다. 내가 만들어낸 것이지요. 뒷 부분의 촛점을 날려서 원근법적으로 보이게 하였습니다.
셋이 걸은 이 시간은 사진의 그림자들 처럼 두뇌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기록되었습니다.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림자에 반영된 실루엣이라 우리들의 현존이 은유되고 있지. 빌레 플루서는 '사진은 비개연성(Unprobavility)'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나무를 나무가 아닌 것 처럼 재현해야 하는 것이 플루서의 사진론이라는 말이야. 사실 우리가 사진으로 재현되는 이미지들은 언어처럼 우리가 그렇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관습 때문에 그것을 그렇게 소통하는 것이지. 그 대상과 같을 수는 없다고 볼 수 있어. 나무를 나무라고 불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같은 말이야. 그러므로 플라톤이 말 한것처럼 일반적 관습을 벗어나는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볼 수 있어. 결국 어차피 똑 같은 재현이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된다는 생각이 들면 그 대상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렇게 된다면 작가적 시선이 드러나게 되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건 자신이 개발해야 되지요. 매뉴얼을 보고 말입니다. 어떤 매뉴얼? 먼저 살다 간 작가와 학자들의 결과물이 우리들의 매뉴얼 아닐까요? 그래서 나다르가 사진사 초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진은 기술과 감각 그리고 지성이 있어야 된다. "라고. 그래서 가장 쉬운 예술이라고 생각한 사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좋은 작품을 만들기는 어려운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진을 명작이라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분명한 것은 다른 예술에 비해서 접근이 쉬운 겁니다. 중간 예술이라고 하지요. 부르디외가 말한 것처럼. 인터넷에도 사진관련 지식과 정보들이 많이 있고, 각 지역에 사진관련 평생교육 프로그램, 사진작가협회, 인터넷 카페 모임, 간혹 작가의 개인 스튜디오, 대학, 대학원들이 있습니다. 사진은 실용적인 성격이 매우 강해서 오래 전부터 활용해 온 매체이지요. 1980년대 이후에는 서구시각예술에서 대표적인 예술표현으로 부각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현대미술처럼 전시되는 경향을 찾아보면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