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해 마산석전성당 신부가 2일자 본보 10면에 게재한 칼럼 ‘실제상황’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백 신부는 칼럼에서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마산 불종거리에서 한 남자가 술에 취한 여자를 폭행하는 것을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에스코트하여 보내 시민들이 경찰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오동동에서 폭력배에게 당하더라도 경찰은 믿지 마라”는 요지의 글을 기고했다.
△경찰 목격자 조사= 경찰은 당시 목격자와 당사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백 신부가 사건을 처음부터 보지 못하고 명모(여·22·창원시 동읍)씨가 동거중인 애인 윤모(22·마산시 산호동)씨에게 맞는 상황부터 보는 바람에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이날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경찰조사에서 처음부터 이 사건을 지켜봤다는 서모(39·중학교 교사)씨는 이날 11시께 명씨가 애인 윤씨의 친구 고모(22)씨의 얼굴을 발로 차는 등 심하게 장난을 치자 윤씨가 명씨에게 하지 말라고 말렸고 명씨가 웃옷을 벗고 치마를 걷어올리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진술했다.
윤씨가 소란을 피우는 명씨를 말리면서 발로 걷어차고 머리를 때리자 한국 4강진출을 기뻐하며 거리로 나왔던 사람들이 남자가 여자를 때린다고 오인해 경찰이 도착했으며 경찰에 아무 일도 아니니 그냥 보내라고 이야기했다고 서씨는 말했다.
명씨의 친구 강모(여·20·마산시 내서)씨는 주위사람들이 신고해 경찰이 와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기에 술취한 여자는 친구고 남자는 친구 애인이라고 대답했다고 진술했다. 당사자 명씨는 경찰에서 사건이 일어난 날 술을 많이 먹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강씨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현장 직무권한이다”=경찰은 이 같은 사건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백 신부 칼럼의 요지인 경찰이 대처를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에서 판단을 내리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직무권한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경찰이 이날 명씨 일행을 귀가조치 시킨 것은 인적사항을 파악해 뒀기 때문에 큰 잘못은 없으며 백 신부가 사건의 전말을 봤다면 이해할 수 있었고 또 충분히 백 신부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백 신부의 칼럼에서 ‘떡대’나 ‘에스코트’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은 백 신부의 경찰 불신에서 초래된 것이라며 ‘오동동에서 경찰은 믿지 마라’는 마지막 문장은 경찰을 너무 매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백 신부“정당한 글” = 진상 파악에 나선 경남지방경찰청도 “백 신부의 칼럼내용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이는 현장조치 소홀로 규정짓고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 교양교육을 실시할 것” 이라며 “이는 현장에서 신원을 확인했고 당사자들이 애인사이로 사생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 신부는 “이날 사건은 글로 쓴 것보다 더했다”며 “칼럼에서는 10%밖에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 신부는 또 “부부사이든 애인사이든 간에 폭력이 가해지면 경찰이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날 칼럼은 정당하게 경찰의 잘못을 꼬집은 이야기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