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권택
출연: 박상민(김두한)
김두한(박상민 분)이 감옥에서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본인 극장에 몰래 들어갔다가 시비가 붙어 유리창
몇 장 깨고 1년 동안이나 유치장에 있다가 나온 그는 극장 마찌마으리(길에서 극장 광고하는 것)을 하여 극장표
두 장을 얻는다. 그런데 이것을 빼으려는 쌍칼(김승우 분)의 부하 두 명을 때렸다가 주먹 솜씨을 인정받아 우미관
극장에 취직된다.
김두한은 8세에 어머니를 잃고 고아로 자라 소학교 2학년이 최종 학력이며 어린 시절을 각설이 생활로 전전했지만
그에게 있어 힘과 싸움 솜씨는 타고 난 것이었다. 영화 <국경>을 보기 위해 아이들이 극장 화장실 구멍으로
들어오다 잡히는 이 시대의 종로는, 대립 중인 마적과 와이의 엄동욱(김형일 분)이 한판 벌어 엄동욱이 이긴다.
진 자가 떠나야 하는 종로 주먹 세계의 법칙 대로 마적이 물러나 엄동욱은 ‘신마적’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렇다할
강한 주먹이 나오지 않아 이른바 주먹 세계의 전국시대가 이뤄지는데.
[스포일러] 한편, 혼마찌강 일대의 일본인 야꾸쟈들이 세력을 확장하여 점차 종로를 향해 좁혀 들어온다.
어느날 우미관패의 우두머리인 김기환을 만나러 전라도에서 온 망치가 다짜고짜 표없이 극장으로 들어가려다
김두한의 주먹에 덜미를 잡히고 만다. 이것이 김기환의 눈에 띄어 두한은 주먹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오찌아이라는 일본 학생과 조선 학생과 싸움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간 김두한은 단숨에 오찌아이를
때려눕힌다. 주먹 세계에서 그의 실력이 인정을 받게 될 무렵, 경성재대 학생 주먹패의 대장 신마적(엄동욱)은
김두한이 김좌진 장군의 아들임을 알고 뒤에서 그를 알게 모르게 키워준다. 김두한은 종로의 한국인 상점 사람들을
보호해 주며 그들의 신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혀 나간다.
한편 하야시패는, 광산에 돈을 벌러갔다가 그곳의 유명한 주먹잡이 이노우에라는 자를 해치운 실력자 김동해를
손에 넣어,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한 왕십리패의 왕막을 치게 한다. 결국 왕십리패가 하야시패로 넘어가고,
김기환 하나로는 세력 확장에 불안을 느낀 우미관의 김만목 사장(이해룡 분)은 ‘이또우 무사시’라는 자를 영입한다.
그는 하야시(신현준 분) 조차도 겁 낼 만큼 칼을 잘 쓰기 때문인데, 서커스에서 칼재주를 부리던 그는 만주 봉천의
어느 지방의 건달 두목을 해치우고 하루 아침에 유명해진 인물이다. 종로패거리의 오야봉이 된 그지만 성격이
거칠어 점차 행패가 심해진다. 그가 쌍칼의 야시장까지 넘보자 결국 쌍칼과 무사시의 혈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너무나 흥분했던 쌍칼이 결국 무사시의 칼에 찔려 쓰러진다. 쌍칼은 두한에게 부하들을 넘겨주고 종로를 떠난다.
두한은 자신이 아끼는 기생인 화자를 무사시가 괴롭히자 그와 싸워 이긴다. 무사시도 종로를 떠나고 설상가상,
우미관패의 우두머리인 김기환이 일본인 형사인지를 모르고 때려눕고 잡혀 들어가게 되자,
이제 종로엔 김두한만 남게 된다. 마침내 오야봉 자리에 오른 김두한에게 종로 상권을 둘러싼 하야시와의
결전이 다가온다. 엄동욱이 하야시의 김동해와 싸우지만 역부족으로 쓰러지고 이를 알고 달려온 김두한은
단신으로 하야시패로 쳐들어간다. 수십명의 부하들을 쓰러뜨리고 이어 김두한의 부하들도 도착하여 하야시패와
일측즉발의 상황으로 대치한다. 김두한과 김동해간의 숙명의 대결이 벌어지고 마침내 동해를 눕힌다.
승보를 갖고 병원으로 엄동욱을 면회간 김두한. 그에게서 자신이 그 유명한 김좌진 장군의 아들임을 듣게 된다.
병원을 나와 길을 가던 김두한, 이때 형사가 그를 부른다.
1930년대 종로 우미관(優美館) 일대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룬 홍성유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낱 폭력배에
불과한 ‘김두한’이라는 인물이 민족이라는 큰 명제와 만나 핍박받는 민중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과정을
그린 액션 드라마. 출연 인물들은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들을 기용해 참신함을 주었고 당시 사회를
셋트로 제작하여 사실감을 더했으며, 임권택 감독은 이른바 한국적 액션을 마음껏 선사했다. 하지만 평론가로부터
그간 그만의 예술 작품 세계에서 벗어나 흥행을 의식한 오락물로 전환한 것에 대한 우려의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70년사에 일대 획을 긋는 최고 흥행인 관객 75만 이상을 돌파하면서 크나큰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로 데뷔한 박상민은 29회 대종상 남자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90 좋은영화, 제29회
대종상 신인남우상(박상민), 제11회 청룡상 최우수한국영화최다흥행상, 제11회 영평상 미술상 수상.
김두한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독립운동가 김좌진(金佐鎭)의 아들이다. 서울 교동국민학교를 마치고 건달로
활동하면서 주먹왕으로 군림하였다. 일제강점기 말에는 주먹의 힘으로 민족적․의협적인 행동을 하였다고 전해지는
그는 광복 후 한독당(韓獨黨) 재정위원-대한민주청년연맹 부위원장-대한노조총연합회 최고위원, 3-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정치 하수인으로서 반공청년단을 조직,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전해진다. 노조지도자들을 납치하여 죽창이나 권총으로 살해한 후 기차사고로 위장하기도 했으며, 거지시절
단짝이었던 정진영이 좌익활동을 하자 그를 납치하여 쇠파이프로 때려 죽이기도 했다고 한다. 국회발언대에서
정일권 총리와 장기영 부총리 등에게 미리 준비한 오물을 투척한, 이른바 국회오물투척사건 등 독특한
정치생활을 하고 의원직을 사퇴하였다. 그는 1972년 고혈압으로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