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물 속에 고기는 있을텐데 입질이 없을 때 과연 채비에 변화를 주는 것에 대하여 얼마나 고심했는가를 자문하게 됩니다. 자리탓, 미끼탓 등 여러 탓을 하면서도 정작 무언가 혁신적인 채비는 없는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제가 이제껏 배웠고 그것만이 다였다고 하는 편협된 사고의 틀에 움츠려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붕어를 잡는 찌낚시의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던 바닥낚시기법 외에 또다른 무엇인가가 있음을 잡지나,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은 그 무엇인가를 추종하는 자들만의 전유기법이라 속단하였고, 알려 하기 보다는 배척하려 하는 배타적 속성만이 전제가 되었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국수적(^^) 사고가 붕어낚시의 발전을 저해한 까닭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대만이나 중국 또는 일본에서 행하여지는 낚시기법을 하나둘씩 구체적으로 접하면서 위의 생각들은 내 자신도 모르게 변화되고 있었고, 내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란 생각에서 내가 취사선택해서 상황에 따라 택할 수도 있는 것들이란 변화가 일게 된 기간은 의외로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바로 붕어를 잡는 데 있어 다양한 기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이유때문이었습니다. 어느 기법이 우월하다고 따지려 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으며, 그저 여러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기법이 다양하단 점만으로도 타이완식이나 중층낚시를 접할 명분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매니아로서 하나의 기법에 매료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 기법을 전파하고 전념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은 일입니다만, 간혹 그 기법의 타 기법에 대한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과시하고 때론 국내에 유입된 기법의 줄기에서 자기의 자리매김이 당연시되어야 한다는 논리, 또는 용어의 사용빈도에 의한 자연적 정당성이나 범용성에 대하여 자신의 신조어가 옳다고 주장하는 논리, 그리고 그 기법이 첨단이며 다른 기법들은 그러하지 않다는 논리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나의 기술적인 방법일 뿐인 타이완식 낚시에 대한 글을 쓰면서 서두에 이러한 이야기를 담는 것은 마치 새로운 것이 최선인 양, 그리고 자신이 국내에 전파하였다며 공치사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행위 자체가 안타까워서입니다. 우리에겐 이런 기법에 대한 기법 외적인 자질구레한 갑론을박보다 우선하여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낚시문화와 예절이 아닐까요?
2. 타이완식 낚시의 정의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는 정의라 함은 대만이나 중국에서 내려진 것이 아닌 국내에 들어온(어찌보면 벌써 적잖이 변형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유형에 대한 정의랄 수 있습니다. 대만이나 중국에 가서 그들의 기법을 살펴보는 기회가 없었고, 국내에서 이 기법이 활성화된지도 불과 만 2년이 채 되지 않을뿐더러, 고작해야 중국의 소수 명인이라는 사람들의 실전을 한두번 어깨넘어 본 것과 제가 1년간 이 기법을 경험해 본 것 외에는 달리 기법을 습득할 길이 없었음을 말씀드립니다.
타이완식 낚시란 한마디로 정의하면 예민한 낚시입니다. 경량화, 소형화된 장비, 채비를 사용하여 미세한 붕어의 움직임까지 간파하여 입질 초기에 승부를 내는 낚시라고나 할까요.
우리의 바닥낚시는 봉돌을 바닥에 닿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점맞춤시 봉돌이 떠있다고는 하나 실제 미끼를 달고 현장에서 케미를 달고 하다보면 대부분 봉돌이 바닥에 닿아 있는 상태가 됩니다. 설령 닿지 않는다 하더라도 목줄길이가 짧기에 닿은 것과 진배없는 상황에서의 입질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에 비하여 타이완식은 목줄이 팽팽하게 되어 있던, 휘어져 있던간에 반드시 봉돌이 떠있으며, 목줄길이가 최소한 10cm 이상은 되므로 바닥낚시와는 다른 입질의 양상을 보입니다.
즉, 바닥에서는 살짝 들어가는 입질을 주로 예신으로 인식합니다만, 타이완식에서는 그것을 바로 본신으로 판단하여 챔질을 하게 됩니다. 봉돌이 떠 있는 상태에서, 붕어가 미끼를 입에 넣는 순간의 흡입력은 찌톱이 들어가는 형태의 입질을 보여주며 그 순간을 노리는 것이 타이완식이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중층낚시도 후킹은 이와 같은 내림입질 개념입니다.
여기서 잠깐 중층과 타이완식 낚시의 차이점에 대하여 짚어보겠습니다. 중층낚시는 일본에서 헤라부나(떡붕어) 찌낚시로 대중화되어 있는 낚시이며, 타이완식 낚시는 중국에서 경기낚시의 기법으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낚시입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고기의 밀도에서부터 더듬어볼 수 있습니다. 고기의 밀도가 경기낚시장에 비하여 높지 않은 일반 낚시에서는 고기를 모으기 위하여 우선 집어를 시킵니다. 여기에 쓰이는 것이 집어제류의 반죽미끼입니다. 이를 위하여 중층낚시에서는 윗바늘에 집어제류를 사용하고, 단차를 주어 아랫바늘에는 흡입용 미끼를 쓰는 것이 기본으로 되어 있고, 중층낚시의 재미는 바로 상황에 맞게끔 미끼를 선택하고, 조정해주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이완식 낚시는 이에 비하여 엄청난 밀도의 고기를 방류한 뒤 그 고기들을 얼마나 빠르게 잡아내느냐를 중요시하는 속도전이기에 집어의 개념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타이완식에서는 단차를 쓰지 않거나, 단차를 준 두 바늘에 같은 종류의 흡입용 미끼를 달아 쓰는 것이 주종을 이룹니다.
한편 중층낚시는 서식어종이 다양한 곳에서도 행하여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찌의 종류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즉, 잡어의 성화가 심한 곳에서는 고부력의 찌를 사용하여 봉돌을 무겁게 함으로써 원하는 층에 미끼가 빨리 내려가도록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타이완식은 정해진 고기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기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할만큼 예민한 채비 즉 초저부력찌와 작은 봉돌을 기본으로 합니다.
따라서, 일본이나 중국의 흐름을 그대로 모방할 수 없는 우리나라 낚시의 여건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각 나라에서 행해지는 기법을 그대로 답습하여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반 저수지, 유료터의 노지와 하우스 등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그들의 채비와 기법을 적절히 조절하여 또하나의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외국의 기법을 받아들이는 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에서의 타이완식 낚시 즉 게임 피싱(경기낚시)에 대하여 부연하자면, 우선 대회장의 크기와 수심 등을 계산하여 대회를 문제없이 치를 만큼의 지정된 양의 고기들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그들의 활성도가 대회를 치르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사전 테스트를 통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대회의 구비조건이 갖추어진 곳에서 누가 더 많이 잡느냐를 놓고 순위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고기를 집어시키거나, 여유롭게 낚시하는 소위 여유로운 레저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예민하고 가볍게 채비를 맞추고 정확도를 기하여 지정된 시간 내에 빠른 손놀림으로 고기를 많이 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대회를 치르기 위하여 학원도 개설되어 있으며, 이론서는 물론, 기량을 키우기 위해 많은 연습과 실전을 쌓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낚시'라기보다는 '고기 누가 빨리 건져내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타이완식 낚시를 해보겠다고 해서 그들처럼 피나는 연습을 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은 그러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들이며, 저희들은 그러한 것들과는 먼 입장입니다. 다만, 그들의 정교한 낚시의 기법을 이해하고, 그러한 기법을 실천해봄으로써 또하나의 기법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고 봅니다.
3. 장비와 채비
타이완식이라고 하여 대만에서 비롯된 제품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것을 써야만 타이완식은 아닙니다. 타이완식보다 더 많이 홍보되고 보급된 이른바 일본식 중층낚시도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 그대로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 타이완식 낚시가 유입된지 10년 남짓된 중국 본토에서도 타이완식 낚시의 명인이라고 하는 자들의 장비나 채비를 보면 각양각색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낚시대만해도, 꽂기식과 빼기식을 혼용하고 있으며, 경질대와 연질대도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그저 자기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즉, 하드웨어는 필수조건이 아닌 선택조건이며 소프트웨어야말로 필수조건이랄 수 있습니다. 동일 장비와 채비소품을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지 외형적인 것에 불과한 장비가 값비싸고, 첨단소재를 써야만 그 기법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겁니다.
특히 처음에 기법을 접할 때에는 기존의 장비로 접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시다가 어느정도 재미가 붙게 되면 그에 따라 한가지씩 전용장비와 채비로 바꾸어 가야 과다한 구입이나 잘못된 구입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1) 낚시대
타이완식 낚시에서는 한 대만을 사용합니다. 두 대를 펴봐야 두마리의 토끼를 다 놓치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손은 항상 대를 쥐고, 등을 곧추 세운 채 순간의 입질을 간파하기 위해 찌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어야만 정확한 후킹이 이루어지는데 두 대를 또는 그 이상을 펴고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대는 노지에서도 길어야 2.5칸 이상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죽미끼를 크게 달아야 콩알 정도를 쓰고 입질이 붙었다 싶으면 바늘에 묻혀 쓰는데다가 1분이 채 안되서 미끼를 바꾸어주는 낚시에서 2.5칸 이상을 쓴다면 그야말로 고단한 낚시가 됩니다. 대의 무게로 인한 피곤도 피곤이거니와, 이 ?グ탓? 대를 또 던져야 한다는 귀찮은 느낌마저 보태지고, 게다가 초저부력찌의 가는 찌톱이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봉돌을 적게 먹어 그 이상 투척하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 가면 우리처럼 다양한 길이의 대를 판매하지 않고, 2.0칸 위주로 메이커만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경기장에서, 긴 대를 쓰나 짧은 대를 쓰나 조과에 차이가 없다면 굳이 긴 대를 쓰는 것은 마릿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겁니다.
낚시대 역시 일본의 중층낚시와는 다릅니다. 일본은 8척(1.3칸 정도)부터 21척(3.5칸)까지 척 단위 즉, 30cm 단위로 대가 생산됩니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 위하여 각 수심층도 노려야 하지만 대의 길이도 감안을 해야 하는 일본의 실정이 낚시대에 반영된 것이랄 수 있겠지요.
대는 꽂기식 중층대를 사용하기도 하고, 계류대 등 가벼운 안테나식 대를 쓰기도 합니다. 무겁지만 않다면 그리고 너무 낭창거려 고기의 제압이 어렵지만 않다면 어떠한 것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중국의 프로들도 꽂기식이냐, 안테나식이냐보다는 자기의 취향에 맞는 대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후킹시에는 대를 잡고 있던 손을 그대로 위로 드는 식으로 챔질을 합니다. 바늘이 콱 박히게끔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나도록 채는 요즘 우리네의 챔질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줄과 목줄 그리고 바늘이 워낙 가늘고, 작아 그들을 상하지 않게 하는 효율적인 챔질이 자연스러이 생겨났으리란 생각입니다. 챔질 순간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는 적절한 챔질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를 쥐는 손모양은 엄지를 위로 하지 않고 검지를 위로 하는 모양인데 이것 역시 챔질시 힘이 가해지지 않게 사전에 방지하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해봐도 이것이 더 편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채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인위적 손모양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입질이 뜸하거나, 물바닥에 파묻히는 미끼를 조금이나마 들어올리기 위해, 또는 미끼에 움직임을 주어 고기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 대를 살짝 들어주기도 하고, 약간씩 끌어주기도 합니다. 또 대를 손가락으로 톡톡 쳐서 미끼에 진동을 주는 방법도 쓰입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필수적인 것은 아니나, 특히 저수온기에 입질이 미약하거나 챔타이밍을 주지 않을 때 사용해보면 의외로 제대로 된 입질이 들어오는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을 흔히 '꼬드긴다'고도 하고, '액션을 준다'고도 하는데 굳이 일부러 용어를 정형화할 필요까진 없다고 보입니다. 만일 타이완식 낚시가 많이 보급되고 이러한 방법이 흔히 쓰이다보면, 자연스레 단어가 만들어지리라 봅니다.
2) 원줄
원줄은 일본에서는 도사(道絲)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그대로 중국 등지에서 쓰고 있습니다. 붕어를 잡는 원줄은 원소재를 나일론 모노필라멘트(Nylon Monofilament)만 쓰며, 마감과 코팅처리에 따라 상품, 중품, 하품으로 나누어지기도 합니다.
바닥낚시에서 카본줄을 흔히 쓰는 우리로서는 인장강도면에서 뒤지고 잘 가라앉지 않는 모노필라멘트줄을 소위 나일론 줄이라고 하여 없신여겨온 것이 사실입니다. 시중에 형성된 가격도 카본줄에 절반 정도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 중층 및 타이완식이 서서히 회자되면서부터는 고급 모노필라멘트줄이 시중에 제법 많이 나와 있는 형편입니다.
모노필라멘트줄은 비중이 물보다 가벼운 것과, 약간 무거운 것으로 나누어지는데 가벼운 것은 루어낚시에서 줄을 띠울 때 쓰이는 것으로 타이완식 낚시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약간 무겁다고 하는 것은 카본줄보다는 물의 비중수치인 1에 더 가까운 것으로 찌맞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줄은 비중이 무겁고 굵을수록 찌맞춤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수심을 달리해야 하는 중층은 물론, 예민한 낚시인 타이완식에서는 필수적으로 써야하는 줄이 바로 모노필라멘트줄입니다.
타이완식 낚시에서 쓰이는 가장 굵은 원줄은 1.5호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이상의 굵은 줄은 찌놀림에 적잖은 영향을 주어 약한 입질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주게 됩니다. 더군다나, 원줄에 쓰이는 소품들, 즉 스토퍼라든가 찌고무의 원줄이 관통되는 구멍의 구경, 도래 따위가 1.5호 이상의 줄을 쓰기에 매우 부적절하게 상품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는 1.5호 이상의 타이완식 낚시원줄은 무의미하단 반증이기도 합니다.
2호 이상의 원줄을 사용하여 바닥낚시를 하던 분 가운데 타이완식 낚시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1.5호(직경 약 0.22mm)부터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줄도 덜 엉키고, 엉켜도 푸는 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는 굵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채는 습관에 의하여 그 이하의 줄을 다루다보면 채면서 동시에 줄이 터지는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1.5호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로 원줄의 인장강도는 1.5호의 경우 4kg 정도가 되는데 이 정도면 30cm 정도의 붕어는 무난히 잡아낼 수 있음은 물론, 줄만 잘 다루면 꽤 오랜동안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 경기낚시에서는 줄의 굵기마다 얼만한 크기의 붕어를 얼만큼 잡을 때 교체하라는 공식까지 제작되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호 원줄을 사용해서 한 자 정도의 고기를 한 시간에 10수를 하였다면 원줄을 교체하라는 식이지요. 원줄 여벌을 여러 개를 매놓고 그 공식에 의해 수시로 원줄까지 교체하는 부지런과 신속성 등을 그들은 매우 중시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들처럼 자주 원줄을 갈아주진 않아도 수시로 점검하여 줄이 제법 늘어났거나, 매듭이 지어지거나, 흠이 보이고, 퍼머가 났다면 즉시 교체할 정도의 준비성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3) 목줄
타이완식에서 목줄의 기능은 중요합니다. 길이를 얼마를 하느냐, 단차를 얼마를 주느냐, 물 속에서 어떠한 형태를 띠느냐에 따라 찌놀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목줄의 소재가 무엇이냐에 의해서도 입질의 형태가 바뀝니다. 어찌보면 목줄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목줄 역시 모노필라멘트줄이 기본으로 쓰입니다. 이외에는 합사줄이면서도 가늘고도 일반 합사보다는 빳빳한 스펙트라줄이 간간이 쓰입니다만 줄이 너무 강하다는 것과, 입질이 모노줄을 쓸 때보다는 다소 둔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쉬이 퍼머가 나는 모노줄이 불편하거나, 채비 교체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스펙트라 줄을 추천할만합니다.
보편적으로 타이완식에서는 목줄길이를 최소한 10cm 이상 줍니다. 30cm 이상을 줄 수도 있는데 길게 줄수록 미끼가 자연스럽게 내려가 고기의 경계심을 늦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짧게 주는 경우는 활성도가 좋거나 먹이경쟁이 붙었을 때 신속히 판단하고 제어하기에 좋습니다. 대부분 이의 절충으로 20cm 내외의 길이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차는 줄 수도 있고,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차를 줄 경우, 중층낚시와 반대로 아랫바늘에 집어제를, 윗바늘에 흡입제를 쓰는데 이는 윗바늘에 무게가 나가는 집어미끼를 달면 윗목줄이 팽팽하게 바닥에 닿아있고, 아랫목줄은 늘어지게 되어 흡입제가 달린 아랫바늘을 흡입시 입질이 둔해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단차없는 목줄도 사용되는데 오히려 중국 경기낚시에서는 이것이 애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바늘이 같은 위치에 놓이게 되므로 입질 유형을 파악하기에 쉽고, 미끼를 빠르게 달 수 있으며, 두 목줄이 확실하게 팽팽히 바닥에 닿아 있게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지 단차를 주었을 때의 미끼의 분리감이라든가 공략층을 달리한다는 장점은 보완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차목줄도 흔히 3cm 내외로 주기때문에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고 보이며, 실제 단차를 주거나 주지 않는 경우, 입질유형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어쨋든 두 가지 경우 공히 목줄이 팽팽히 수직으로 바닥에 닿아 있게 하는 것이 입질을 간파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므로 수조에서 실험을 통하여 확실한 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목줄에는 여러가지의 악세사리가 첨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줄고리에 고무링을 덧달아 목줄의 인장강도에 완충역할을 해줄 수도 있고, 관통봉돌을 넣고 그 위아래에는 스토퍼를 끼워 관통봉돌의 위치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목줄길이가 조절되게끔 할 수도 있습니다. 관통봉돌을 두 개 이상 달아 분납의 개념을 도입하는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변형된 것이지만 아랫바늘에만 좁살봉돌을 달아 긴목줄은 오름입질, 짧은 목줄은 내림입질을 유도하게끔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찌놀림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여느 기법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타이완식 역시 목줄이 주는 찌놀림의 변화무쌍함은 낚시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1순위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20cm 내외 목줄에 단차를 3cm 정도 준 것을 기본으로 하여 여러가지 변형을 주어 보는 것, 바로 타이완 낚시의 매력 0순위가 아닌가 합니다.
바늘을 맬 때 목줄길이를 일정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똑같은 길이로 줄을 잘라서 바늘을 매고 고리를 만들었을 때 그 길이가 똑같게 만들어 길이별로 또는 단차별로 채비케이스에 넣고 다니면 채비교체시 편리하며, 교체후 또다시 수심을 맞추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3) 봉돌
여기서 봉돌이라 함은 찌와 균형을 이루게 침력으로 작용하는 일련의 채비들을 총괄하는 의미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타이완식 낚시에서 봉돌은 필히 떠있어야 합니다. 봉돌이 떠있는 낚시가 타이완식 낚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봉돌이 떠 있는 것과 닿아 있는 것의 입질 차이는 정반대 형태로 나타납니다. 즉, 떠 있을 때에는 내림입질, 닿아 있을 때에는 오름입질이 나타납니다. 우리가 바닥낚시에서 봉돌은 떠있고, 5cm 정도되는 목줄이 수직으로 내려가 바늘만 바닥에 닿아 있게끔 하는 것이 영점맞춤이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맹점은 바로 찌 위에 위치한 찌고무와 케미(낮케미 포함)의 무게 즉 침력으로 인하여 봉돌이 바닥에 달 가능성이 농후하단 겁니다. 따라서 아무리 영점맞춤을 가볍고 예민하게 맞춘다고 하여도 봉돌은 바닥에 닿아 고기의 먹이 흡입시 찌톱이 빨리는 입질을 보기가 흔하지 않은 겁니다. 물론 영점맞춤에서 늘 봉돌이 떠있도록 맞추어서 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내림(빨림)입질은 예신으로 알고 그 뒤의 찌올림에 후킹을 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의 내림입질은 고기가 먹이를 흡입하는 순간이며, 올림입질은 흡입후 고개를 들거나 자리나 수심대를 옮길 때 나타나는 현상이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봉돌이 떠 있어야 하는 타이완식은 그 떠 있는 봉돌을 내려가게끔 하는 요인일 수 있는 가급적 케미나 케미꽂이가 없는 찌를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찌부분에서 상세히 다르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식 낚시에서 쓰이는 봉돌로는 어떠한 것을 써도 무방합니다만, 봉돌의 무게 가감이 용이한 홀더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즉, 금속 또는 플라스틱으로 된 홀더에 편납을 감아 쓰는 방법으로 관통형, 비관통형으로 크게 나뉘며 관통형이란 원줄을 관통하게끔 된 것을, 비관통형이란 원줄과 목줄을 홀더에 각각 매달아 쓰게끔 되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비관통형은 고리형, 고무줄 부착형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주로 줄이나 대의 강도를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비관통형은 고기가 먹이흡입시 봉돌의 무게를 감지하여 이물감을 쉬이 느낄 수 있어,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관통형 홀더를 쓰기도 합니다. 일본의 중층낚시에서의 봉돌이 거의 관통형 홀더로 되어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랄 수 있습니다.
4) 바늘
타이완식이라 하여 대부분, 미늘 없는 작은 바늘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늘이 있어도 되며, 큰 바늘을 쓰셔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예민한 찌맞춤에 바늘 한 개의 무게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미끼를 작게 달아 쓰려면 아무래도 작은 바늘이 타당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흔히 붕어 3호, 4호 크기의 바늘을 쓰는 중층낚시보다도 더욱 작고 더욱 가는 바늘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낚시에서는 1호나 2호 정도를 쓰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 정도의 바늘을 구입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면서 많이들 선호하고 있습니다. 바늘의 강도 또한 작다고 약한 것이 아니게끔 만들어지므로 쉬이 펴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낚시에서는 고기의 크기가 우리의 유료터 붕어보다 크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들이 가늘고 작은 쪽으로 흐른다고 해서 우리도 고기의 크기와 관계없이 그들을 모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략 국내에서 잡히는 중국붕어를 8치 내외로 볼 때 3호나 4호를 써도 무방하리라 봅니다.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낚시춘추 1997년도 9월호에 보면 '붕어띄울낚시'란 특별기획이 다뤄져 있습니다. 177쪽에 보면 기자가 쓴 듯한 박스기사가 있는데 제목이 '미늘없는 바늘과 낚시 道?'입니다. 몇마디를 인용해보면,
'최근들어 미늘없는 바늘을 시용하자거나 미늘없는 바늘을 쓴다고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일본식 띄울낚시 기법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와중에 우리 낚시와 일본 떡붕어낚시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미늘만 해도 그렇다. 보다 효과적으로 물고기를 낚아내기 위해 창조된 미늘은 낚시에 있어서 혁명적인 진보다. 그런 미늘이 있는 바늘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일본사람들) 떡붕어를 먹지 않는다. 먹지 않기 때문에 다시 살려보낸다. 그러자면 물고기에게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 미늘이 없는 바늘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고기는 수렵생활을 하던 원시인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식량이었다. 오늘날 취미생화의 하나로 변한 낚시지만 여전히 물고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원시본능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이다. 그것은 바로 물고기를 제 손으로 잡아서 먹는다는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리 토종붕어는 한방에서 약으로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로 요리도 되는, 낚시꾼과 그 가족들에게 풀륭한 식품이 된다...바로 이런 문화 차이에서부터 미늘이 없는 바늘 운운은 우리 성정에 근본부터 딱 맞지 않다.'
불과 만 4년 전의 글인데 웬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글이라 여겨집니다. 특히 '보다 효과적으로 물고기를 낚아내기 위해 창조된 미늘은 낚시에 있어서 혁명적인 진보'라는 말에서 웬지 느껴지는 어부의 뉘앙스는, 필자가 취미생활이라고 표현한 요즘의 낚시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보입니다. 4년 전만해도 전역에 붕어가 풍부했을지언정 그러한 식용으로 쓰기 위한 고기를 잡아내기 위해 한 치의 실수가 없도록 미늘있는 바늘을 사용하라는 것은 어자원의 고갈은 물론, 붕어를 취미의 대상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음식의 재료로 인식하는 과거지향적 사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바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글이 버젓이 잡지에 올라가고, 지금도 수년 뒤에 보면 역시 우스울 글들이 잡지 등에 제법 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안타깝습니다. 또한 붕어를 먹고, 먹지 않고에 근거하여 미늘의 사용유무를 논하는 것은 낚시보다는 어업, 수산업 같은 데서나 다루어야 할 소재꺼리가 아닐까 합니다.
미늘이 있는 바늘은 바닥낚시에서든 어떠한 기법의 낚시에서든 앞으로 써서는 안될 바늘입니다. 고기에 치명적인 상처를 줌은 물론, 그렇다고 제압하면서 고기가 떨어질 확률이 낮은 것도 아니며, 입에서 바늘을 빼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옷이나 몸에 꽂히면 빼기도 어려운 미늘 바늘이 존속해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렁이 꿰면 떨어지지 않아서 좋다는 분들이 간혹 계시지만 지렁이도 자주 갈아줘야 하는 미끼이므로 그것이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지렁이 사용에 편리하다는 이유로 고기에 상처를 주고, 사람에게 위험한 무서운 미늘바늘을 지속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입니다. 이것만큼은 취향에 따라 쓰시지 마시고 신신당부하건대 고민할 것도 없이 미늘 없는 바늘로 어서 바꾸시길 간곡히 부탁하는 바입니다.
쓰다보니 타이완식 낚시에서 좀 벗어났습니다. 죄송합니다. 타이완식 낚시에서 쓰이는 바늘의 종류로는 붕어(헤라), 관동스래, 이세마(벵어돔바늘), 지누스레 등의 바늘이 주로 쓰입니다. 요즘은 작아도 바늘허리가 펴지지 않는 즉, 바늘몸통은 굵고, 바늘 끝의 예리함은 그대로 유지한 제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바늘에 비하여 무게가 나간다는 흠은 있으나, 특히 야간에 수시로 펴졌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조금은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늘은 낚시인의 낚시하는 의도가 고기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소품입니다. 따라서 바늘을 어떠한 것을 쓰느냐에 따라 고기를 잡아내는 용도가 달리 이해될 수 있습니다. 즉, 크고 강한 바늘을 쓸수록 고기를 잡아내고야 말겠다는 집착이 강해지는 것이며 이는 민물 붕어 대낚시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만은 않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대상어에 따라 적절한 바늘크기와 강도가 비례하는 것은 당연하나, 요즘 붕어를 잡을 때 우리가 사용하는 바늘은 너무 강하고 억세지 않을까요. 조금만 더 가늘고 약한 바늘을 써도 붕어는 앙탈을 부리며 수면 위로 얼굴을 내비칠 것입니다.
손맛을 보는 데 있어 낚시대의 휨새와 줄의 강도도 중요하지만 바늘 또한 한 몫을 합니다. 펴지지 않을 만큼 조심히 다루어 끌어내는 묘미 말씀입니다. 쒝 소리가 나게 대를 채고는,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제집행하듯 고기를 번쩍 끌어내는 것을 기술이라 여기지 마시고, 나의 채비에 맞는 충분한 손맛을 느껴가며 살살, 고기를 다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