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유재석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지금 상황으로 딱 하나, 해피투게더 빼고는 보는 게 없다.
전체적으로 일주일 내내 보는 프로그램이 4개 (미우나 고우나, 뉴스, 해피투게더, 라인업) 밖에 없는 상황이라..
유재석이 다른 프로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말하는 지는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
아, 라인업 전에는 잠시 무한도전을 좋아하긴 했었다.
어쨌든.. 20세기를 주름잡던 자타공인의 개그맨들 (신동엽, 남희석 등등..)을 밀어내고
21세기 자타공인 최고의 1인자 유재석. 그는 왜 1인자이며, 1인자일 수 밖에 없을까?
나는 그 원인을 라인업과 해피투게더를 보며 알 수 있었다.
1. 타고난 선한 인상.
일반인에게도 첫인상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법인데, 연예인은 오죽할까?
사실 유재석은 개그맨의 얼굴치고는 웃긴 얼굴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말쑥하고 점점 핸섬해지고 있다.
하지만 촌스럽던 유재석이 점점 세련되지고 바보같이 버벅거리던 유재석이 깔끔한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쥐락펴락해도, 변하지 않을 단 하나의 사실!
유재석은 타고난 인상이 너무 선하다.
선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분명 플러스 효과를 준다.
예를 들자면, 김구라와 유재석을 비교해보자. 아니, 꼭 김구라까지가 아니라고 해도 김용만이나 이경규와 비교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실 이경규나 김용만은 스캔들 하나 없이 깔끔한 연예인에 속하는 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가진 이미지는 유재석보다 좋진 않다.
상대를 희롱하는 가벼운 우스갯소리를 해도, 김용만이나 이경규가 하는 것과 유재석이 하는 것은 확연히 틀리다.
유재석이 박명수를 놀리는 것과, 이경규가 이윤석을 놀리는 것은 결국 같은 놀림인데도 인상 하나로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유재석은 이런 면에서 확실히 플러스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타고난 선한 인상과 뭔가 유약해보이는 이미지는...
그가 실제로 누군가를 놀리고 있다고 해도, 대중들로 하여금 그것을 전부 '장난'으로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김용만이나 김구라와 같은 경우가 했을 땐, '장난이지만 조금 기분나쁠 수 있는 장난'이 되어.. 약간의 비난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2. 비난과 개그의 경계를 지키는 중용.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뜻인데, 이 경우에 제일 잘 해당되는 연예인이 바로 유재석이 아닐까 싶다.
유재석은 그 누구보다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를 철칙으로 지키고 있는 연예인이다.
비록 식상해진 개그를 작렬한다 해도, 유머요소가 떨어져 단순히 진행만 하게 된다해도 그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상대를 이용한 비난 개그이다.
사실 비난 개그는 요즘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비난개그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구라와 박명수를 뽑을 수 있겠고.. 그 위에 스승격인 이경규가 있다.
어쨌든 박명수와 김구라. 이들은 스승인 이경규와는 다르게 무명생활을 굉장히 오래 거치고 올라온 상태에, 지금은 거의 Top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왜 1인자가 될 수 없을까? 그것은 바로 앞에서 말한 과유불급때문이다.
확실히 박명수와 김구라는 웃기다. 그러나 단지 웃길 뿐이다.
박명수는 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김구라만큼이나 비난을 많이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만큼..
무개념과 개그사이를 애매모호하게 왔다갔다 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지난번 양희은씨가 나온 해피투게더편에서도 시청자들의 비판이 높았고, 일전에도 그러한 일들은 굉장히 많았다.
단지 크게 이슈화 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하는 '무한도전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구라 역시 막장 막말의 대가로.. 요즘은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거침없는 언변을 뿌리고 다닌다.
그리고 이 역시 박명수처럼 한마디 한마디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켜.. 재미있었다는 평과 비난의 공존이 끊이질 않고있다.
물론 확실히 이 두사람의 개그는 지금 개그계의 트랜드라고 할 수 있을만큼 웃기다.
하지만 위험요소 역시 지니고 있다. 비난개그라는 것은, 그것을 '개그화' 시킬때엔 어느정도의 절벽타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웃기거나, 욕먹거나. 결국 둘 중 하나인 샘이다.
웃겼다고 할지라도 욕먹을 수 있으며, 욕먹기 싫어 수위를 낮게 조절하여 비난하면.. 안하는 것만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결국엔 강하고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아니고서야 '비난개그'는 사람들을 웃길 수 없게 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비난개그'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차라리 재미를 줄이더라도,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요인은 전혀 만들지 않는 똑똑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이런 이미지는 크게 임팩트를 줄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도, 언제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편안한 이미지때문에 사람들이 찾을 수 밖에 없는..
예전에 박진영이 지오디를 표현할 때 '밥'이라고 했듯이, 유재석이야 말로 '밥'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경우가 바로 이경규의 경우이다. 이경규는 유재석처럼 현존하는 선배 개그맨 중에 유일하게 활동하는 대단한 노장이다.
하지만, 이경규가 이렇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은 비난개그라고 해도 지나치게 오버하는 경향은 없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신뢰도 높은 연예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지금 그 절차를 유재석이 그대로 밟고 있는 중인 것 같다.
3. 경청
그러나 위의 두가지 요인으로는 절대 1인자가 될 수 없다.
그가 1인자가 될 수 있었던 요인 중,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경청'이다.
경청. 말 그대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 어떤 개그맨도 그 어떤 MC도 유재석을 따라갈 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제껏 실제로 방송에서 보여졌던 유재석의 모든 행동들이 그 증거다.
어쨌든, 그의 경청에 관하여 가까운 예로, 이번주에 있었던 해피투게더와 라인업을 비교해보겠다.
비교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같은 게스트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MC군단으로 따지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다들 한 개그 하는 분들만 있는 방송인 건 마찬가지인데,
같은 게스트가 나왔을 때 방송의 반응이 왜 이리 틀릴까?
우선, 라인업은 '비난개그'를 일삼는 멤버들이 태반이다.
그리고 비난개그를 일삼는 엠씨들은 항상 한결같은 공통점이, 대본에 씌여진 것 이외의 게스트에 대한 우대가 확실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 개그그룹이 아닌 동방신기는 라인업 사이에서 겉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계속 비난하며 싸우는 이경규와 김구라 김용만의 싸움을 보며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한 마디로 게스트를 엠씨들과 엮을 수 있는 엠씨가 그 무리에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해피투게더는 달랐다.
박명수가 아무리 호통을 치고, 자기 혼자 해먹으려고 욕심을 부려도.. 박명수의 꼬장을 다 받아주며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는 유재석이 있다.
또한 순서없이 무턱대고 여기저기서 지방방송을 뿜어대는 동방신기의 말 한마디 한마디도 절대 대충 흘려듣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경청에서 유재석의 개그는 무럭무럭 자라고 그의 진행솜씨와 단합을 시키는 리더쉽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번주 방송에서 예를 들자면, 영웅재중이 '안녕하세요. 영웅재중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누구나 쉽게 넘어갈 단순 인사를 했을때,
그 단순한 인사도 꼬박 듣고있던 유재석은 한 마디를 첨부한다. '뭘요?'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 자연히 웃음은 발생한다.
이런 건 유재석만이 할 수있는 누가 들어도 기분나쁘지 않을 유쾌한 개그이고, 말장난이다.
그리고 덧붙여 나오는 게스트들의 기분을 상하게하는 발언따윈 일절 찾아볼 수 없는 매너있는 태도 역시,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와 출연한 게스트까지 유쾌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위의 모든 행동들을 유재석은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 방송용 컨샙이 아닌, 몸에 완벽히 익은...
본디 천성이 순하고 자신을 낮출 줄 알며 남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처럼, 완벽하게 어느 상황에서든 이런 모습을 보인다.
그가 이런 모습을 무명의 긴 세월에서부터 깨닫고 스스로 변화시킨 것인지, 천성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서로 튀고 싶어서 안달난 연예계에서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정말이지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듣고 비난을 하지 않으며 인상까지 좋은 유재석을 싫어할 수 있는 시청자는 사실 드물 것이다.
만약, 인상도 좋고, 내 말을 잘들어주고.. 내게 비난하지 않으며 언제나 따뜻한 말과 재미있는 위트를 던져주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런 사람을 싫어할 수 있겠는가?
유재석은 바로 대중들에게 그런 사람이기에, 지금까지 1인자로 꿋꿋하게 남아 활동할 수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