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강 치수 투자, 한국의 5배
- [4대강 살리기를 말한다] ⑥ 예방적 투자 필요
정부가 본격적으로 4대강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한반도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는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대한민국 정책포털에서는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허준행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2008년 12월 15일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한국형 녹색뉴딜정책이라고 하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안을 발표하였고, 12월 29일에는 낙동강 안동지구와 영산강 나주지구 착공식이 있었다.
이 사업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의 본류구간과 합류지천의 일부를 포함하는 구간에 제방보수, 준설, 저류, 하천부지 활용 등 종합적 정비를 하여 홍수·가뭄에 안전하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하천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전초전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하천의 기능은 크게 이수(利水), 치수(治水), 하천환경(河川環境)과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이수와 치수는 우리가 오랫동안 겪어 왔던 생존권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하천환경은 자연과의 공존의 의미이며, 레크리에이션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봐야 할 것이다.
불규칙한 유량…예방적 투자 필요
4대강 중의 하나인 한강의 유역 면적은 국토의 26%인 2만 5,954km2(북한지역 제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유역이다. 하천길이도 494km로 낙동강(510km)에 이어 두 번째로 길고 북한강, 남한강, 한강본류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한강 하류부(암사동-김포대교구간 36km)의 기본적인 모습은 1982년 9월 착공하여 4년간 9,560억원이 투입된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하천유지관리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 예로 유량변동계수(=최대유량/최소유량의 비율)값이 매우 높다. 한강의 유량변동계수는 390이었으나 댐 건설이후 유량조절이 가능하여 최근에는 90정도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는 영국의 템즈강(8), 프랑스 세느강(23), 독일의 라인강(14), 중국의 양자강(22), 미국의 미시시피강(3), 일본 요도강(114) 등 외국의 하천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하천유량의 변동 폭이 매우 심해 치수적인 면에서 훨씬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4대강의 평균값보다는 작지만 가장 근접한 숫자를 보이는 일본의 지난 5년간(’01∼’05) 평균 방재예산은 우리나라의 5배로 35조에 달하고,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재해예방투자비는 평균 3조 588억원으로 27조6761억원인 일본의 11% 정도 수준이다. 일본은 예방투자 위주로 방재예산을 지속적으로 편성하여 예방투자비와 피해복구비를 꾸준히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예방투자비는 매년 감소하지만 예방투자비율은 90% 가까이 올라가는 선순환구조가 확립되어 가고 있다. 즉 예방투자비의 과감한 투자로 피해복구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예방투자비는 거의 일정하고 피해복구비는 해마다 변동하여 예방투자에 따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높은 비중의 예방투자비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 그들과 같은 수준의 치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3급수 수준 한강 하류 수질도 문제
우리나라의 1인당 재생가능수자원량(1년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최대량을 인구수로 나눈 값)은 1,491(m3/년/인)로 알려져 있다. UN 인구행동보고서(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의 분류에 따라 1,000∼1,700m3 사이의 값을 가지므로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서 물부족국가란 주기적으로 물부족을 경험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같은 물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영국이나 벨기에와 달리 여름철의 집중호우로 인하여 홍수 때마다 하천유출량의 67%가 바다로 유실되기 때문에 숫자적인 의미보다 더 심각한 물부족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우리나라 내에서도 상당한 지역적 편차를 보여 한강은 1,065m3로 거의 물기근국가 수준이다. 이는 낙동강(1,701m3), 금강(2,084m3), 영산강(1,467m3), 섬진강(9,890m3), 안성천과 태화강(700m3) 등 다른 하천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전 국민의 50%인 2,500만 명이 살고 있는 한강유역이 용수부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수질측면(2008년 BOD기준)에서 한강유역의 문제점은 수도권의 상수원인 팔당호 유입량의 대부분(98.4%)을 차지하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수질은 1급수 수준이지만 유입량의 1.6%정도인 경안천이 합류하는 팔당호와 하류부 잠실지점은 2급수 수준으로 낮아지며, 노량진은 3급수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상류지역의 수질을 한강 하류부까지 유지하고 하천의 임의 지점에서 발생하는 수질사고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4대강 살리기’ 계기로 하천 기능·역할 재조명해야
치수, 이수, 하천환경 및 레크리에이션 측면에서 한강유역은 아직도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의 수준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강유역에 존재하는 9개의 댐(평화의댐 제외)과 이를 운영·관리해온 국토해양부와 한강홍수통제소, 한국수자원공사, (주)한국수력원자력, 환경부, 소방방재청 및 지자체 담당자들의 끊임없는 헌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가 당연시 인정되고 있는 시대에서 치수·이수·하천환경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롭기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일반인들이 치수·이수·수질 면에서 생존권을 위협받지 않고 하천의 친수공간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하천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천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앞에서 제기한 질문을 포함하여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프로젝트는 4년간의 사업을 통하여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하천에 대한 생각과 모습 그리고 역할을 재조명하고 새롭게 바꾸는 역사적 사업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1982년 한강종합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수리모형실험을 수행하였으며 한강에 대하여 남다른 철학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심강(心江) 이원환 교수님의 글을 소개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한강개발(漢江開發)이 한강(恨江)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 심강 추상기(追想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