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농사는 아니지만 파종은 대충 끝나고
녹비로 심었던 호밀쓰러뜨리는 일이 남았다
한 150여평 5년째 거의 개간하지 못한 밭
군데군데 복숭아 매실등 심어놨는데 그 역시
척박한 땅이라 자란 시늉만 냈다
나무 입장에서보면 살아내느라 고생고생하고 있다
비탈져 씻겨내려 흙살이 거의 없어
호밀을 심어놔도 잡초자란 것만 봐도 노리끼리한게
척박한 티가 난다
그통에도 쑥, 클로버는 짙푸르게 자라니 억센 잡초란 말이 정말 실감나고
특히 클로버는 뿌리혹 박테리아를 남기니 땅이 좋아져서 웬만한 곳엔 내쳐둔다
어느핸가 클로버밭 가운데를 파고 고추를 심어봤는데
손질한 밭에 심은 것 이상으로 잘 되었다
장연에 귀농한 가족은
추수가 끝난 밭에 혹은 척박한 구석구석
잡초덤불 우거질만한 곳에
호밀을 심어 일부는 수확하고 일부는 키 큰 후에 잘라 퇴비겸 잡풀을 제거한다
호밀은 뿌리가 억세 다른 잡초가 자라질 못한다
번성한 뒤에 베고 가운데를 파고 콩등을 심으면 뿌리가 썩어가며
거름도 되고 풀도 안나니 일석이조
이제는 소문이 나서 유기농하는 사람들 아니래도 과수원등에서도 가져가
종자를 신청하면 반도 나올까말까
종자는 나라에서 무상으로 나온다
호밀밭을 베다 잠시 쉬고 돌아보면 머리 자르다만 것같아
늘상 무리해서 다 베어버리게 된다
달라든 벌에 뺨 물리고
이마는 쇠파리에 물려
피가 얼굴 한가운데로 흐르며 부어오르기도 한다
언젠가 정농회 소식지에서
거지선생이
각설이타령 배우는 수업시간에
딴전부리는 학생 거지에게
이눔아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이담에 커서
여름 땡볕에 저렇게 지질이 고생이나하는 농부밖에 못된다-고 했다는데
일 다끝내고
밭 끄트머리에 앉아
산자락에 늘어선 나무들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
몇년 기다렸다 비로소 세상에 나온
새내기 매미울음소리 듣는
-곤한 초여름 오후
쑥이 베기가 제일 좋은 편이고
자세히보면 쑥도 꽃이 핀다
도시에선 심한 알레르기 원인이 된다고 하고
잡초는 아무튼 씨가 퍼지기 전에 제거해야 내년이 편하다
농사일을 제대로 하면 지혜로와질 수 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가
공동체안에서 절기에 맞춰 내일을 준비하고
적기에 마쳐야 할일을 하다보면
인생을 제대로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산 결과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은 거리가 있다지만
농사일에서 철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함석헌, 장준하. 박종철 시기의 나라사랑은
목숨을 내어놓아야 했지만
오늘에는
하늘을 지키고 땅을 지켜내야
사람을 지킬 수 있고
나라도 지킬 수 있다
도시에서든 농촌에서든
내자리를 지키고
내가정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이
나라사랑이다
호밀밭의 파숫꾼으로 살아가는 길이
내 땅을 지키는 일이라 믿고..
첫댓글 작은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저도 덤으로 행복해 지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