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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동초등학교19,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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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여행 등 스크랩 임영신(40) 공정여행가 - "희망을 여행하라" 2010/12/15 外 ,<펌>
하늘나라(홍순창20) 추천 0 조회 287 11.02.20 23:0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12월 9일, 이제 진로학교 강의는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강의에 임하시는 강사분들의 열정과 수강생들의 진지한 태도, 고민은 변함없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주 강의는 많은 분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임영신 공정여행가께서 해주셨다. ‘공정여행’ 이란 단어 자체가 우리에게는 조금은 낯선 말이었지만 그의 강의를 들은 후 우리 모두의 가슴에는 좋은 여행, 나아가 성숙한 여행에 대한 관심과 소망이 생겼음을 확신한다.

먼저 공정여행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본다면, 기존의 여행이 가진 한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봤을 때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우리가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로 동남아시아의 멋진 휴양지와 리조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곳에서 소비하는 돈이 주로 그 지역주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매우 낮은 대우를 받으며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비정규직 단순노무자가 되는 것이다. 그 돈은 그 곳을 개발한 다국적 기업에게 대부분 돌아갈 뿐이다.

 

이러한 악순환과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공정여행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의 주된 가치는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단순한 소비가 아닌 관계 맺는 여행”으로 현지인들의 인권과 생명, 곧 그들의 삶을 존중하며 그 속에 어울리는 여행을 추구하는 것이다. 임영신 여행가는 2003년 이라크 평화여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에 나섰으며, 지금은 이매진피스라는 단체에서 많은 이들의 여행 또는 삶을 멘토링하며 아름다운 발걸음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진로학교 강사분들이 모두 그랬듯이 임영신 여행가님도 지금의 삶이 있기까지는 몇몇의 계기와 성장과정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첫 번째 계기는 17살 때의 일이다. 여행가님의 유년시절은 결코 밝지 않았다. 어두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매우 내성적이고 조금은 어두운 면이 있었다. 그 시절 유일하게 좋아했던 것은 책 읽기와 일기쓰기였다. 그러던 중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그 곳에서 진심으로 자기를 사랑해주고 존귀하게 대해주며 존재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 때부터 여행가님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하면 남을 도우며, 보다 가치 있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에는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면서 단순히 청소년기의 친구들을 돕는 일을 꿈꾸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또 사회를 돌아보면서 한국근현대사, 교회사를 알게 되고, 지금까지 보아왔던 세상과 다른 모습들, 부정의한 모습들을 접하면서 사회에 대한 분노, 정의와 윤리에 대한 가치와 열망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 당시 사회의 어려움에 대해 책임을 실천하는 교회에 다니면서 영향을 받고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한 가지 명확했던 것은 이 사회의 바닥에서 남을 돕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때마침 시민운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우연히 보게 된 기독신문을 통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에 지원을 하여 간사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실제로 여행가님은 시민운동을 재미있게 배웠고, 일을 하는 가운데 자신이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근무하던 단체의 총무님을 통해서 그저 직장의 상사가 아닌 인격적이고 따뜻한 멘토링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것은 이후 여행가님의 삶에도 하나의 소중한 가치와 목표가 되었다.


 

첫 시민단체인 기윤실 이후 녹색연합,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등을 거치며 약 10년 가까이 계속해서 시민운동을 하게 되었다. 또한 단순히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닌 각각의 운동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 자연과 생태, 재활용, 여성문제, 인권문제 등 - 본인의 삶에서 통합적으로 융화되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러던 여행가님의 삶에 드디어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0년 처음 갔었던 일본 여행이었다. 바로 기윤실 간사로 활동할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위안부 할머니 사건의 전범재판이 열리는 현장으로, 깨어 있는 지식인들과 역사가들이 그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일본 할머니들 뿐 아니라, 캄보디아, 필리핀, 중국, 대만에서 오신 할머니들께서 같은 아픔을 나누는 것을 보고, 여행가님은 이 문제가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의 문제이고 아시아 전체의 아픔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이론으로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차원이 아니었다. 그 여행이 여행가님의 삶의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던 계기였다.

이후 대학원에 가면서 평화와 아시아에 대한 마음을 품게 되었으며 이후 두 번째로 가게 된 여행이 2003년 이라크 평화여행이었다. 여행가님에게는 얼마나 많은 나라를 여행했는지 보다는 얼마나 깊은 여행을 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우리가 여행지에 다다를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이라크 현장에서 보고 겪으신 일들은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 정도로 울림이 있는 이야기였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과 깊게 소통하는 법, 내가 원하는 대답을 우선하기보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 어디를 가는가보다 그 여행지에서 누굴 만나고 누구와 함께하는가의 중요함 등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방을 100% 이해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게 된 시간이었다. 이라크에서 처음 만난 가이드 분이 건넨 “샬롬” 이라는 인사와, 어쩔 수 없이 위험한 땅을 떠나야하는 여행가님을 향해 “기억할게요!” 라는 인사말을 남긴 아이들까지 모두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게 되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여행은 나를 바꾸고, 성숙한 여행은 세상을 바꾼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는 상태에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인 이라크로 평화여행을 다녀온 그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알던 여행이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음을 느꼈다. 특히, 아이들의 진로를 고민하기 전에 우리들의 지나온 걸음을 돌아보고 앞길을 고민하게 되는 기회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려하고 청산유수 같은 이야기로 긴 시간을 풍성하게 채워준 여행가님은 역설적으로 아직도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다만 자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는 명확하다고 하셨다. 삶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우리아이들의 진로 역시 좀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지도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을 그저 관광지에서 구경하고 소비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새롭고 따뜻한 울림을 주는 귀한 시간에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여행가님은 일본의 피스보트를 소개해 주셨다. 1년 동안 배를 타고 다니며 세계를 여행하고 또 배 안에서는 1년 365일 새로운 만남과 배움의 장이 열린다. 그 배의 일정을 계획하고 조율하는 일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모두 맡아서 하고 있다. 그 긴 항해를 통해 또 하나의 착한여행, 즉 공정여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공정여행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 여행을 어디로 가는 것보다 어떻게 가는 것을 더욱 고민하면서 말이다.



 


"아직은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할 용기와 실패할 각오도 가진,
아는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은, 경험한 것보다 경험할 것이 더 많은,
꿈 많은 젊은이 입니다

 

 

 

희망을 여행하라 

희망을 여행하라- 공정여행 가이드북
임영신, 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06.10
책소개 세계 곳곳 누빈 사람도,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웃음 짓게 할 여행. 유명 관광지, 맛있는 음식점을 벗어나 만남과 나눔이 있는 신선한 여행으로 빠져보자!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  최저가 12,800원 가격비교

 

 

[손석희의 시선집중] 임영신 공정여행가 - 희망을 여행하라 (2011. 2. 19)

http://www.imbc.com/broad/radio/fm/look/interview/

 

◎ 손석희 / 진행  :

공정여행, 혹시 많이 들어보셨는지요? 과문한 탓인지 저는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만 현지의 주민과 문화를 깊이 나누고 또 여행객이 쓴 돈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환경오염은 최소화 하는 여행, 이것이 바로 공정여행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흔히 공정무역, 이런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같은 개념인 것 같습니다. 얼핏 듣기에는. 말씀은 드렸습니다만 복잡하다, 이렇게 느끼시는 분도 계실 텐데 왜냐하면 그러면 어떻게 도대체 실천해야 되는 건지, 이런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여행을 그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차원, 이걸 떠나서 환경도 보호하고 또 윤리적 책임도 지는 착한 여행으로 좀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와닿지 않고 헷갈리신다면 오늘 <토요일에 만난 사람>을 30분만 들으시면 금방 아실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20년 전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고요. 한국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 씩 알려져서 요즘 둘레길, 올레길,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열풍과 함께 차츰 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착한 여행가 임영신 공정여행가를 오늘 <토요일에 만난 사람>으로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임영신  :

안녕하세요.


◎ 손석희 / 진행  :

반갑습니다. 


◎ 임영신  :

반갑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이력을 잠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력소개하다가 바로 그냥 인터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 밝혀드려도 되겠죠?


◎ 임영신  :

예.


◎ 손석희 / 진행  :

마흔하나 되셨습니다. 2003년에 전쟁 직전에 이라크를 떠난 여행을 시작으로 해서 여행을 일상으로 삼게 되셨다고 하는데 여행이 일상이면 얼마나 참 행복하실까 라는 생각도 하긴 합니다. 그런데 이라크로 왜 가셨나요? 대개 이라크는 여행지로는 잘 안 삼을 것 같은데요.


◎ 임영신  :

2003년 이라크 가기 전에 저도 시민운동에 계속 몸담고 있었고요. 2003년 전쟁이 터지고 2003년 2월에 특별히 거리로 1300만 명이 뛰어나오고 반전을 외쳤지만 전쟁이 계속 진행되고 있을 때 어떤 평화운동가그룹이 캠페인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라크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우리도 강 건너 불 보듯 그 전쟁을 보지 말고 그곳에 가서 그 사람들과 함께 사람으로 전쟁을 막아보자, 그래서 그런 평화여행이 시작됐고, 그게 저도 그 여행에 함께 시작하는 것이 제 여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조금 부산스러운 소리가 나갔을까요. 마이크를 좀 멀리 쓰셔가지고 제가 가까이 놓느라고, 그 이후에 가신 곳이 티베트, 아체, 팔레스타인, 민다나오, 다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곳인데 티베트는 그래도 가끔 가는 분들을 봤습니다만 아체는 어디입니까?


◎ 임영신  :

아체는 아마 지진 쓰나미 때 많이 아셨을 것 같은데요. 저는 제 여행의 키워드는 ‘국경을 넘는 여행, 경계를 넘는 만남’ 이렇게 제가 제 여행의 키워드를 이렇게 한번 정리한 적이 있었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2003년에 이라크를 갈 때 한국에서는 막 기자회견도 하고 이라크를 굉장히 도와주고 이러는 것처럼 갔는데 제가 가방을 들고 바그다드에 탁 내렸는데 저를 맞이해주신 분이 가이드를 하시는 분이었어요. 제가 이라크에 머무는 기간 내내 여기서 사람들도 걱정하고 저희가 도우러 간 거였잖아요. 반전평화운동가로. 언론도 많이 와 있었고 이라크에도. 제가 머무는 기간 내내 운전해주시는 분, 저를 가이드해주시는 분, 이분들이 정말 엄마처럼 아빠처럼 저를 돌봐주시는 거예요. 며칠이면 폭격이 시작되고 또 저희는 떠날 수도 있는데 그런데 그분이 특별한 분이 아니라 그냥 가이드였고 운전기사였고 이런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이라크에서 사람이 그냥 단순히 여행자일 뿐인데 사람이 사람을 맞이한다는 것이 사람이 사람을 환대한다는 것이 이렇게 기쁠 수 있을까, 그게 저한테 굉장히 울림이 남는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들이 저에게 티그리스강 이렇게 건너가고 그럴 때 자동차들이 클랙슨을 빵빵 울리면서 맞이해주시기도 하셨거든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다른 사람은 다 우리를 죽이러 오는데 우리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우리를 살리고 싶어서 온다고 우리한테 고맙다고 하는 거라고, 그런데 저희는 여행자일 뿐이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비행기를 타고 갔을 뿐인데 평화를 위한 여행한다는 것, 또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어쩌면 이라크 분들이 가르쳐준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티베트나 아체나 팔레스타인, 민다나오 멀리서 보면 계속 분쟁이 있는 곳이지만 조금 넘어서 들어가 보면 거기 계신 분들이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분들보다 사람을 깊이 맞이해주시고 또 우리가 오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 걸음을 통해서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일들이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죠.


◎ 손석희 / 진행  :

일사천리로 쫙 나오십니다. 질문 한 가지 드렸는데 오늘 할 얘기를 다 나눈 것 같은 느낌도 들고,


◎ 임영신  :

공정여행 얘기는 시작도 못 했는데 걱정이네요.


◎ 손석희 / 진행  :

그만큼 한 번의 여행에도 굉장히 느끼시는 게 많으신 것 같습니다.


◎ 임영신  :

제가 좀 감정적인가 봐요.


◎ 손석희 / 진행  :

저 같은 사람은 때론 그럴 때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때는 휙 둘러보고 오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말씀드리면서 잠시 좀 반성을 했습니다. 그런데 2006년부터 10여 차례 공정여행을 다녀오셨고, 아직 공정여행에 대해서 설명을 안 하고 계십니다만 그리고 이제 그 이후에도 제천간디학교하고 함께 한 3년 동안의 아시아 평화교육 프로젝트를 맡으셨고, 두 번의 공정여행 축제도 기획해서 진행하신 바가 있습니다. 간략한 이력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일반 여행과는 뭐가 다를까요. 제가 아까 잠깐 소개는 해드렸습니다만.


◎ 임영신  :

저는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예전에 한비아씨가 책에서 여행은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만나는 거다, 이런 얘기하신 적이 있었는데요. 그게 참 마음에 와닿았고요. 보통 저희가 여행하면 떠나는 것, 또 소비, 또 휴가, 탈출, 이런 키워드들을 많이 얘기하잖아요. 공정여행 키워드를 만남에 두는 것 같아요. 그래서 떠나는 이가 있다면 그곳에서 맞아주는 이가 있고 우리가 무언가를 구경한다면 구경 당하는 이가 있고 우리가 물을 쓴다면 그 물을 우리에게 나눠주는 사람이 있고 우리가 나무를 베서 히말라야 산 중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면 그 숲을 내어주는 이가 있고 그래서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우리만이 아니라 공정무역 커피 한잔 마실 때 그렇잖아요.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 그 커피를 키운 농부는 행복할까를 생각하는 게 공정무역 커피를 선택하는 마음이라면 공정여행이라는 것도 내가 머무는 숲이나 내가 머무는 마을, 내가 머무는 내 방을 치워주는 사람들, 내 음식을 해주는 사람들도 내가 여행에서 행복한 것처럼 내 여행을 통해서 행복할 수 있을지, 또 내가 그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를 돌아보는 그런 상대가 있다는 것, 관계를 기억하는 여행이 저는 공정여행이라고 생각해요.


◎ 손석희 / 진행  :

질문을 드릴 때마다 제가 지금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철학은 알겠는데요. 그렇다면 방법이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금 불편할 수도 있고 그렇겠네요. 그죠. 일반적인 통념으로 보자면.


◎ 임영신  :

뭐 그런 질문들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주도 올레길 가는 게 제주도 리조트에서 쉬었다 오는 것보다는 좀 불편하잖아요. 또 지리산 둘레길이나 지리산 종주를 하는 게 불편하지만 그 여행이 주는 기쁨이 있고 그 좁고 가파른 길을 걸어갔을 때 만나는 기쁨이 있고 민박에 묵을 때에 느껴지는 정감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공정여행도 저희가 그렇게 깊이 현지에 있는 마을에 들어간다거나 또 이왕이면, 예를 들면 티베트에 갔다면 한족이 운영하는 식당도 있지만 티베트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거든요. 어떠한 여행자들은 티베트 사람들의 독립운동을 돕는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티베트에 갔으니까 티베트 사람 식당에서 밥을 먹고 티베트 사람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잠을 자고 이런 소박한 마음으로 그걸 찾아가거든요.


◎ 손석희 / 진행  :

크게 리조트를 만들어놓고 한데 가는 것보다는 사실 현지에 갔으면 현지문화를 좀 더 접해보려는 욕심, 그것은 꼭 공정여행을 하겠다는 생각 이전에 또 많은 깨어있는 여행자들의 기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죠.


◎ 임영신  :

그런데 그게 저희는 작은 실천인데 관광산업구조에서 본다면 저희한테는 여행인데 이게 관광으로는 산업이잖아요. 전 세계의 노동인구 중에 10명 중에 1명을 고용하고 있는 정도의 거대한 산업인데 거기서 저희가 쓰는 돈이 200만 원, 250만 원 패키지를 가서 쓴다면 그중에서 70~85%가 저희가 비행기를 타고 간 그 나라 1세계로 대부분 다 돌아오고 3세계에는 쓰레기라든가 성매매라든가 또 숲의 파괴라든가 이런 것들만이 남게 되는, 그러니까 저희는 즐거움을 가지고 오는데 그 즐거움의 흔적이라든가 폐해들은 현지에 다 남기고 이윤은 또 그 자본을 투자한 이게 관광이라는 게 굉장히 세계화된 산업이기 때문에 그 1세계로 돌아가고 있는 구조가 있는 거죠. 그래서 그 안에서 우리가 쓴 돈 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가 쓰는 돈이 우리가 머무는 곳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새롭게 여행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걸 고민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여행을 고민하기 시작한 거예요.


◎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임영신씨는 어디 가시면 우선 숙박 같은 것은 미리 예약을 한다거나 하는 건 좀 어렵겠네요. 민박, 여기서는 예약이 안 되잖아요.


◎ 임영신  :

책임여행이나 또 리얼리티투어라고 미국에서는 진실을 만나는 여행, 이런 다양한 형태의 여행들이 발달해 있어서 저희가 공정무역 커피 같은 경우도 처음 나왔을 때는 굉장히 구하기 어려웠잖아요. 다큐에서는 나오는데 슈퍼에 가면 없고 그러는데 지금 패밀리마트에도 있고 홈플러스에도 있는 것처럼 공정여행도 계속 발달하면서 그런 홈스테이를 하는 네트워크가 있어요. 예를 들면 제가 지난 가을 팔레스타인 갔다 왔는데 팔레스타인 가면 이스라엘관광 버스를 타고 이스라엘 가이드에 의해서 이스라엘 측 입장에서 이스라엘 영역에서 팔레스타인 영토까지 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팔레스타인에 대안적 여행하는 그룹들이 형성되면서 저희가 원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 마을에서도 홈스테이를 할 수 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숙소나 가이드를 이용하는


◎ 손석희 / 진행  :

사이트 같은 게 다 있나요?


◎ 임영신  :

예, 한국에도 공정여행 검색하시면 다양한 지역에 대한 프로그램들이 나오고요. 영국 같은 경우에는 responsibletravel.com 같은 데는 한해 600개가 넘는 프로그램들이 올라오죠. 그래서 바다거북을 돌보는 여행도 있고요. 태국 코끼리를 돌보는 여행도 있고요. 그런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들이 실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으로 많이 개발돼 있어요.


◎ 손석희 / 진행  :

현실적으로는 비용도 훨씬 덜 들겠군요. 아무래도.


◎ 임영신  :

더 들기도 하고 덜 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더 드는 경우는 어떤 경우


◎ 임영신  :

예를 들면 패키지를 가는 경우는 저희가 생협 제품을 쓴다거나 이럴 때 약간에 비용을 더 지불하게 되잖아요. 예를 들면 캄보디아를 간다고 하면 신문에 나오는 광고에는 48만 원부터 이러는데 현장에 가면 대부분 한 100만 원 정도를 쓰고 오시잖아요.


◎ 손석희 / 진행  :

그대로 다 믿으면 안 되죠.


◎ 임영신  :

공정무역이나 공정여행을 하는 족은 현지에도 정당한 임기를 지불하고 또 그 거래과정도 공정하고 또 현지 문화재를 보호하는 기금이나 이런 것에 대해 포함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액면가를 정확하게 말하니까 볼 땐 좀 비싸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쓴 대부분의 돈들이 7, 80% 이상이 현지에 남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는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거고요. 그러나 개인여행으로 한다면 홈스테이를 한다거나 또 그런 커뮤니티스테이라거나 다양한 방식의 것들이 발달해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일반여행보다 훨씬 더 현지 문화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깊이 경험하면서도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그런 여행을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제가 아까 소개해드릴 때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알려졌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러면 임영신씨께서 실질적으로 제일 먼저 다녀오신 분인가요?


◎ 임영신  :

공정여행이라는 것이 무슨 어떤 명확한 실체가 있는 게 아니니까


◎ 손석희 / 진행  :

그러게요.


◎ 임영신  :

제가 원조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건 굉장히 우스운 일일 수 있을 것 같고요.


◎ 손석희 / 진행  :

그건 좀 어렵겠군요.


◎ 임영신  :

어쩌면 그런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많으신 것 같아요. 서명숙씨나 김남희씨나 새로운 여행을 고민하시던 분들이 뭐가 진정한 여행일까, 뭐가 진짜 새로운 문화를 만나고 무엇이 나를 새롭게 하고 또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치는 여행일까를 고민하는 여러 여행들이 있었는데 그것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게 2000년대 후반부터인 것 같고요. 특별히 2007년에 한국관광객 수가 1300만 명을 넘었잖아요. 출국률 25%를 돌파하면서 이제 그해에 경이적인 기록들이 있었는데 제가 그때 마침 필리핀 세부에  있었거든요. 1위, 1위, 1위, 모든 세부 보홀 보라카이에서 1위를 갱신했는데 그때 아까 프로필에도 말씀드린 청소년들의 평화교육을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혼자 갔을 때 다 OK 했던 것들에서 전부 다 방문을 거절당했어요.


◎ 손석희 / 진행  :

왜요? 


◎ 임영신  :

한국인이라 안 된대요. 아무리 취지를 설명 드리고 그래도 저희가 여행을 멈추고 세부에서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어요. 17살짜리 친구들이.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만난 거예요. 딱 하루 동안 인터뷰를 하고 저녁에 방에 돌아왔는데 길에서 여자 가이드를 구타한 사람, 배에 탄 여성을 성추행 한 사람, 한 밤중에 옷을 벗고 음주가무하며 돌아다니다가 쫓겨난 사람, 단 하루 동안 수십 건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듣고 온 거예요. 그러고 나더니 우리가 평화를 위해 여행하고 공정한 여행을 하는 것도 참 중요하지만 1300만 명이 다른 이의 인격을 무시하고 문화를 파괴하고 혐오감을 주는 그런 여행을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여행은 사적인 영역이고 여행은 내 돈 내고 내가 하는 거니까 라는 논리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할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면서 우리의 여행을 돌아보는 것에 대해서 시작하고 또 새로운 여행을 제안하는


◎ 손석희 / 진행  :

상당히 충격적이었겠네요.


◎ 임영신  :

예. 


◎ 손석희 / 진행  :

물론 1300만 명이 물론 다 나가서 다 그러진 않으십니다.


◎ 임영신  :

예, 저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매우 일부의 사람들이 눈에 띄는 행동을 하게 되면 그게 또 현지 사람들한테 매우 인상 깊게 남기 때문에 늘 이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잘 안 바뀌어지는 게 좀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국내에서 안 그러시던 분들이 나가시면 조금 풀어지셔서 그런 경우도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그때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느꼈겠네요. 여행을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되겠구나.


◎ 임영신  :

네, 그런데 꼭 비단 어른들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2007년 데이터를 보면 그 해에 3개월 이상 해외에 나간 청소년수가 10만 명을 돌파했거든요. 아시아권에 어학연수라든가 어릴 적에 패키지여행을 통해서 아시아는 싸고 편한 곳, 좀 하대해도 되는 곳, 돈을 내니까 서비스를 받는 곳, 이런 세계 경험들이 미국이나 유럽을 갈 때는 배우고 공부하는 여행을 하는 반면에 아시아를 갈 때는 아이들이 5살이면 여권에 도장이 5개 찍혀 있는 게 요즘 풍경들이잖아요. 그러면서 우리가 책에서 세계를 배우기 전에 여행을 통해서 세계를 배우는데 여행에서 내가 사람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관계 맺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참 말해주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여행에 대한 고민 속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그래서 그 필리핀에서 함께 간 아이들이 그것을 느낀 다음에 그 다음에 과정은 어땠습니까?


◎ 임영신  :

그 해에 저희가 2007년에 처음 시작한 게 새로운 여행은 가능한가, 공정한 여행은 가능한가, 이런 토론회였고요. 그리고 그해 연말에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에서 저희가 모였었어요. 그렇게 문제가 있다 라는 것을 말하는 건 이미 사실은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가 됐잖아요. 성매매라든가 코피노라든가, 그런 걸로는 잘 바뀌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한 소중한 여행을 제안하고 소개하는 내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해보자 해서 시작된 게 공정여행 축제였어요.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서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이 새로운 여행을 하기 시작하고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그런 여행들의 착한 여행, 공정여행, 책임여행, 이런 여행이라는 수식어들이 붙고 담론들이 형성되어 가기도 하고 이러는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얼마나 요즘은 늘었습니까? 인구가?


◎ 임영신  :

뭐 사회적기업도 여러 개 생겨나고 있고요. 또 대안학교나 또 청소년들이 여행하면서 대학생, 청소년들은 굉장히 반응이 빠르고 굉장히 또 빨리 움직여요. 정보를 가지면 아이들은 늘 여행할 준비가 돼 있잖아요. 대학생들 같은 경우도 캠퍼스몬 이런 조사에 보면 50% 이상이 방학에 여행을 계획하니까 이 친구들은 이미 패키지여행은 다 해본 거예요. 재미가 없고 뭔가 더 깊이 있는 여행, 나를 변화시키는 여행에 대한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젊은층에서는 공정여행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빠르고 피부에 느껴질만큼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떤 리조트, 호텔, 이런 것은 아니고 보다 현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 임영신  :

그런데 리조트나 호텔도요. 공정여행의 역사가 되면서 현지에 가면 예를 들면 리조트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권규정을 적용하고 또 환경을 지키고 또 지역공동체 개발에 참여하는 호텔이나 리조트들도 쭉 목록이 올라오고 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리고 가서의 일상은 어떻습니까?


◎ 임영신  :

뭐 예를 들면 히말라야 트레킹 같은 경우인데요. 산에 올라간다는 행동은 다 똑같잖아요. 한국인들이 여기서 한국인이 참 또 히말라야를 좋아하잖아요. 네팔 입국률이 굉장히 높은데 그럴 때 패키지로 여행을 하게 되면 포터들이 17, 18 이런 포터들이 제 뒤에서 솥단지를 이고 저희가 산에 가서 먹을 쌀자루를 지고 산을 올라오게 돼요. 저희는 힘드니까 맨몸으로 올라가고, 그런데 아마 히말라야 산행 그렇게 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포터들 보면서 미안한 마음을 좀 느꼈던 적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하루에 4, 5천 원을 받고 그 돈 안에 숙식비가 포함되고 산에서 조난을 당한다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아무 혜택이 보장이 되어 지지 않고 저희가 몇 백만 원 짜리 고어텍스 장비로 무장하고 산에 올라갈 때 비닐을 꺼내서 비가 오면 쓰고 슬리퍼나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는 현실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똑같이 산에 올라가는데 그 포터들을 보면서 마음이 밟히기 시작한 여행자들이 물었어요. 얼마를 받는지, 어떤 대우를 받는지, 그러면서 영국 같은 경우는 포터들의 인권을 위한 캠페인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포터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네 가지를 지키는 트래블 에이전시의 상품만 이용하겠다 이러면서 50% 이상의 산악 여행사들이 포터들의 인권처우를 개선하고 의류은행을 만들고 이런 일들도 있었거든요. 산을 올라갈 때의 풍경은 어쩌면 똑같을 수 있겠지만 저희가 쓰리시스터즈라든가 그런 포터들의 인권규정을 지키는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히말라야의 사람들을 지키고 또 그 사람들이 자기 숲을 지키는 그런 일들은 현지 분들이 자신이 주인이 돼서 하는 그런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공정여행이라고 해서 어떤 룰이라든가 이런 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소비지향적으로만 이루어졌던 여행에서 벗어나고 그리고 가서도 뭔가 소외된 사람들을 좀 더 생각해서 그분들한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공정여행가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구축이 돼 있는 것 같고요. 말씀 들어보니까. 이제 처음 참여하는 분들은 그 시스템에 그냥 쉽게 포함되면 되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 임영신  :

예, 그냥 어떻게 하면 다른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을까를 한번 고민하면서 룰이 있는 건 아니고요. 나만의 가이드라인 같은 걸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그런 것 많이 하시잖아요. 산에 갈 때 종이컵을 쓰지 않고 그냥 컵을 쓴다든가 그런 것처럼 그런 감수성을 조금씩 확대해가면 사람에 대한 문화에 대한 예를 들면 지리산 둘레길 같은 경우 그 주변 마을에 있는 분들이 굉장히 고통 받고 있다고 제가 듣고 있거든요. 그래서


◎ 손석희 / 진행  :

그런가요? 워낙 많은 분들이,


◎ 임영신  :

많이 지나가는데 농번기에 벼가 아름다우니까 벼를 손으로 쫙 쓸면서 가는데 그러면서 이제 벼가 힘들어하고 또 용변을 아무데나 보고 지나가는 사람의 즐거움만 생각하지 말고 제주 올레를 가든 지리산 둘레길을 가든 북한산 둘레길을 가든 그 길에 깃들여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 그게 저는 공정여행의 시작인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잠시 전해드리는 말씀 듣고 얘기마저 나누겠습니다. 오늘 공정여행가 임영신씨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공정여행가 임영신씨와 함께 오늘 <토요일에 만난 사람>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얘기를 듣긴 들었습니다만 대략 두 가지 단어로 제가 요약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공정여행이라 하면 이를 테면 평화운동이고 또한 환경운동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이제 평화운동, 환경운동하면 좀 무겁게 되니까 여행이란 단어가 들어감으로 해가지고 훨씬 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측면도 있겠네요.


◎ 임영신  :

평화운동도 국경을 넘는 일이고 그냥 누구나 하는 해외여행도 국경을 넘는 일인데 여행은 평화운동하면 좀 겁도 나고 그렇잖아요. 긴급구호 이런 것들 요즘은 국제활동가가 되길 원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이제 젊은 친구들을 만날 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평화운동을 하고 싶다면 평화여행을 먼저 해보라고 하고 긴급구호 같은 일을 하고 싶다면 아이들을 깊이 만나는 여행을 먼저 해보라고 그래야 자기 마음으로 자기 자리가 시작되고 또 현지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뭐 공정여행, 책임여행 이런 말보다 나에게 여행은 뭔지 또 진정한 여행은 뭔지 내가 만난 사람에게 여행은 뭔지 이런 질문들이 저는 어떤 가이드라인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손석희 / 진행  :

너무 이렇게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여행 떠날 때는 모든지 훌훌 벗어던진다는 생각,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get away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걸 또 너무 공정여행 하면 무겁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혹시?


◎ 임영신  :

그런데 사실 저 같은 경우 저도 1년에 네다섯 번씩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데요. 저는 여행갈 때 사실 계획을 잘 안 짜고 가거든요. 짐도 그날 아침에 싸서 가는 경우도 많고요. 그냥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서 어디를 갈까, 뭘 볼까, 뭘 먹을까도 생각하지만 한 가지 더인데요. 이번 여행에서 누굴 만날까, 누굴 통해서 네팔을 볼까, 누굴 통해서 태국을 볼까, 만난 사람에게 물어요. 예를 들면 가이드나 기사나 이런 분들 만나서 여행가면 다 사람이 서비스를 진행하잖아요. 여행의 특성이라는 게 90% 이상이 사람에 의한 서비스인데 그러면 가이드 하는 분하고도 만날 때 물어요. 꿈은 뭔지, 고향은 어딘지, 그러면 그분이 조금 더 마음을 내서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또 제가 만나고 싶어하는 것들을 보여주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정여행에서 방점을 둔다면 공정이란 말도 중요하지만 여행이라는 말에 공정이라는 말이 나중엔 떨어지고 누구나 여행하면 그런 여행을 편하게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 손석희 / 진행  :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 임영신  :

(웃음)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이게 꼭 해외여행을 통해서만 실천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 임영신  :

그렇죠. 저한테도 공정여행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되느냐고 묻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시거든요. 그런데 공정여행은 본질적으로 어디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까도 초반에 둘레길, 올레길 얘기하신 것처럼 제주를 갈 때도 그냥 차로 휙 둘러보던 것 대신에 느린 속도로 걷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제주가 보이고,


◎ 손석희 / 진행  :

요즘 굉장히 많이들 하십니다. 제주 올레길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데 그런데 그 이후에 굉장히 길들이 많이 생기면서 너무 또


◎ 임영신  :

한국은 너무 빠른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관 주도로 가는 게 아니냐, 이런 또 의견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 임영신  :

길은 길을 걷는 사람도 있지만 그 길가에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 길을 열어주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공정여행이 개발되는 과정에서도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그 여행이 그 여행지가 조성될 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주인으로 참여하는지, 그리고 그곳에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 주민들이 얼마나 거절할 수도 있고 얼마나 맞이할 수도, 자신의 역량이라는 게 있잖아요. 100명의 마을이 맞이할 수 있는 손님에 따라는 게 정해져 있잖아요.


◎ 손석희 / 진행  :

일부에서는 둘레길이 이제 마을로 막지나가고 그러니까 거기에 버리고 그러는 분들도 가끔 계시는 모양이에요. 굉장히 싫어하고 그런 경우도 있다고,


◎ 임영신  :

앞마당까지, 집이었는데 갑자기 구경거리가 되어버리는 그런 것들이 있어서 둘레길, 올레길도 저희는 굉장히 새로운 여행으로 환호하고 있는데 진짜 중요한 건 그 길에 사시는 분들의 마음이 반영되고 의견이 반영되어서 그 길이 조정되는 것도 지금 저희가 성숙한 여행으로 가는 중요한 과제인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개인적인 얘기 잠깐 좀 할까요?


◎ 임영신  :

네.


◎ 손석희 / 진행  :

저는 마흔하나 되셨고, 여행을 이렇게 자주 다니시고 그래서 혹시 독신이신가 이렇게 봤더니 자녀분이 셋이나 있는 어머니시더라고요.


◎ 임영신  :

예.


◎ 손석희 / 진행  :

혼자 떠나십니까?


◎ 임영신  :

분쟁지역 중심으로 다닐 때는 거의 혼자 다녔었고요. 청소년들이랑 하는 여행이라거나 이런 경우는 아이들이 좀 커져서 조금씩 같이 다니고 있고요. 국내에서는 제가 강의를 가거나 어딜 가면 대부분 같이 다니고 있어요.


◎ 손석희 / 진행  :

혼자 이렇게 분쟁지역으로 가면 말리진 않나요, 가족들이? 많이 말리실 것 같은데 아닌가요?


◎ 임영신  :

너무 사랑해서 안 말리거나 안 되거나 그럴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제가 어떤 지역을 왜 여행하는지 많이 설명했고요. 또 여행 가기 전에 한국에서 거리로 나올 때도 있고 여러 현장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많이 데리고 다녔고 그랬던 대화들이 있어서 그런지 많이 이해하고 또 아이가 커서 큰 아이, 둘째 아이가 한 번씩 같이 다니고 나서부터는 더 깊이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 길에 대해서.


◎ 손석희 / 진행  :

역시 어머니이신 것 같습니다. 아이들 얘기만 하시는데 부군께서는 혹시 다 좋다고 하시는지요?


◎ 임영신  :

저희 남편은 지금 목회하고 있는데요.


◎ 손석희 / 진행  :

목사님이시군요. 


◎ 임영신  :

제가 여행을 하는 게 그렇게 쉽진 않은 일인데 그러니까 사람마저 자신의 소명이라는 게 있잖아요. 자기가 해야 하는 일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저에게 동반자로서 굉장히 깊이 존중해주고 또 사랑이라는 건 함께 고통을 감내하는 거다 라는 것에 대해서 마음으로 이렇게 많이 길을 내주고 있는 거죠. 마음의 길을 열어줘야 사람이 길을 떠날 수 있는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오늘 제가 보충질문을 도저히 못 던지는 답변만 계속해주고 계셔서, 2003년에 아까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한국에서 이라크반전평화팀을 만들어서 그 일원으로 가셨고 그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도 있었던 걸로 물론 기억합니다. 그 이후에도 이제 물론 여행이라는 그런 제목으로 다니시지만 결국 이제 평화운동을 하시는 차원에서 다니시고 계신 것 같고, 그래서 분쟁지역에 평화도서관도 짓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 임영신  :

네.


◎ 손석희 / 진행  :

어디 어디 짓고 계십니까?


◎ 임영신  :

사실 저희가 2003년에 이라크를 여러 번 갔지만 2004년도에 김선일씨가 피살되면서 이라크에 입국할 수 없게 됐거든요. 한국외교부의 통제가 있는데 그러면서 저희가 갈 수 없는 시간들 동안 이라크에서 만났던 분들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라크에서 제안한 게 바그다드에 평화도서관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한국에서 모금된 돈을 들고 있었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갈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현지에서 다 찾아다니고 조사하시고 저희 이름이나 한국 사람들 이름을 전혀 내보이지 않고 정말 필요한 곳에 바그다드 평화도서관이 만들어져서 2006년에 시작됐어요. 그래서 분쟁지역 조사하면서 제가 또 아이가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유심히 보고 아이들을 살피게 됐는데 분쟁지역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80%정도는 이라크나 특히 팔레스타인 같은 고강도 분쟁지역에서는 성장하는 기간 동안 눈앞에서 오빠나 언니나 삼촌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고 난민촌 같은 경우는 한 밤중에도 수색 들어와서 잡아가고 구금됐던 경험들도 굉장히 많으니까 태생적으로 증오를 품고 자라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죠. 그래서 현지의 활동가들이 아이들에 대한 염려가 분쟁지역에도 많은 사람이 있지만 이분들도 미래세대에 대한 염려가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평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작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죽음, 전쟁, 이것 말고 다른 단어가 아이들의 마음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래서 시작된 일이 분쟁지역 평화도서관이었고요.


◎ 손석희 / 진행  :

바그다드를 시작으로 해서,


◎ 임영신  :

바그다드를 시작으로 저희가 여행했던 곳은 대부분 만들었던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그 재원 같은 건 어떻게 다 마련하십니까?


◎ 임영신  :

저희가 다 돈이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각자 직업을 가지고 평화운동을 하고 평화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이제 모이기 시작하고 있는데요. 길에서 평화헌책방을 해요. 봄가을에. 여행했던 사람들이 여행자 벼룩시장도 하고요. 여행에서 사왔던 기념품이라거나 이런 물건들, 그런 걸 가지고 나와서 하기도 하고요.


◎ 손석희 / 진행  :

그 정도 가지고 됩니까? 도서관을 짓는데


◎ 임영신  :

천천히 조금씩 모아서 천천히 느리게 해나가고 있어요. 그런데도 신기하게 한해에 한두 곳씩, 저희가 큰 도서관을 짓는 게 아니라 현지에 어린이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잖아요. 바그다드 같은 경우는 학교에 늘 빈 교실이 있어요. 경제제재 때 한 달에 5천 명씩 아이들이 죽어서 비어 있는 교실, 또 전쟁으로 아이들이 많이 죽어서 비어 있는 교실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분쟁지역에 재미있게도 공간은 늘 있어요. 그러면 그 공간 안에 방수를 하고 책꽂이를 넣고 같이 책을 모아서 만들어가는 거죠.


◎ 손석희 / 진행  :

비극적 공간인데 그 비극적 공간에 새로운 희망을 심는 그런 작업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군요.


◎ 임영신  :

예.


◎ 손석희 / 진행  :

시간은 거의 다 됐는데요. 다니신 곳 중에 제일 그래도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일까요?


◎ 임영신  :

지금 딱 물으신다면 팔레스타인인 것 같아요. 지난 가을에,


◎ 손석희 / 진행  :

가장 최근에 다녀오셨고,


◎ 임영신  :

머물러서도 그렇고요. 오랫동안 또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해서 그렇고요.


◎ 손석희 / 진행  :

처음 가셨던 건가요. 작년에?


◎ 임영신  :

두 번째 갔었고요. 올리브나무를 추수하는 여행을 했었어요. 가을에.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7, 80명이 와서


◎ 손석희 / 진행  :

이를 테면 국내에서 학생들이 농활 가는,


◎ 임영신  :

농활 같은 거예요. 그런데 올리브를 추수할 때 이스라엘 군인들이 총을 들고 많이 올라오고 올리브 수확 추수를 못하게 해서 소출량이 떨어지면 나무를 뽑아버리고 3년 이상 경작하지 않은 땅은 이스라엘이 다시 수용하면서 거기에 정착촌, 점령의 프로세서가 나무를 뽑는 일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그것이 큰 의미로 아마 또 다가오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8108님께서 질문 한 가지 주셨는데 30초 내로 답변해 주십시오. ‘강원도 여행 가는 길인데요. 어떻게 하면 공정여행을 실천해 볼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 임영신  :

저는 강원도 사람들에게 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이드북 들고 네비게이션만 보지 마시고 강원도에 가서 강원도의 뭘 보면 좋을지, 뭘 먹으면 좋을지, 뭘 하면 좋을지, 그러면 아마 제일 좋은 안내를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30초 내에 하실 수 있는 가장 정답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공정여행가 착한 여행가 임영신씨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임영신  :

감사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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