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다저스를 떠나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다지만 아직 나는
다저스가 편하고, 다저스에 관심이 많으며, 앞으로도 다저스가 잘 나갔으면 싶다. 어쩌면 박찬호의 행방과 관계없이 나는 영원히 다저스의 팬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다저스는 늘 그래왔다. 내가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갖기 전인 90년대
중반까지는 끈끈한 팀웍의 팀이었다지만 그건 솔직히 직접 본 바가
없기에 잘 모르겠다. 어쨌든 최근 몇년동안 다저스는 매년 똑같았다.
20여년을 다저스의 감독으로 몸담았으며 감독의
이름으로 명예의 전당까지 올랐던 토미 라소다씨도 내가 본 마지막
모습은 그리 좋지 않았고, 사실 다저스의 팬이라면 모두 그를 감싸고
그를 영웅으로 모시지만 실제로 그의 뒷모습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감독을 그만두고 한 1년을 그냥 보내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다저스의 부사장을 하던 98년도. 그는 책상에만 앉아있는 부사장 보다는 실무역할을 달라고 큰소리 쳤고, 내가 단장이 되면 바비 발렌타인(뉴욕 메츠)감독을 다저스의 사령탑에 앉히겠다는 공언을 해왔던
그는 역시 팬들의 성원덕에 그의 뜻대로 단장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그가 행한 것은 명장 발렌타인을 데려온 일이 아닌 유망주를
모두 팔아버린 일. 그는 곧장 폴 코너코를 내주며 제프 쇼를 영입했으며, 윌튼 게레로를 포함한 마이너리거 3명을 내주고 마크 그루질라넥과 그 이름도 유명한 카를로스 페레즈를 데려왔다.
물론 당시 그의 판단은 성공적이었다. 다저스가 비록 포스트시즌에
올라서는데는 실패했지만 제프 쇼의 영입은 스캇 레딘스키의 현란한
곡예술에 심장이 타들어갔던 뒷 마무리 자리에 적당한 짜임새를 주었고, 페레즈는 어쨌든 그 해에 4연속 완투경리를 펼치며 한때 박찬호를
위협하는 투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론일 수도 있지만 결국 코너코를 내주면서 다저스 아직까지도 에릭 캐로스를 그 넘의 1루수로 쓸 수밖에 없었으며, 게레로와 함께 내줬던 마이너리거 중에서 피터 버제론은 몬트리올의 쓸만한 톱타자로, 테드 릴리는 양키스의 5선발 요원으로 성장했으니 이 것을 어쩔 셈인가?
그 후에 새로이 다저스의 단장이 되었던 케빈 말론은 그 화려한 무용담을 이 자리에서 이루 다 표현할 수 조차 없으니 그냥 생략하겠다. 나도 밤을 새고싶지는 않다.
그리고 댄 애반스. 말론이 짤리면서 다저스의 사실상 단장 노릇을 하기 시작했던 애반스의 출발은 매우 산뜻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부단장으로 있던 전력을 되살린 그는 시삭스의 유망주 명단에서 사실상 뒤로 밀려버린 맥케이 크리스첸슨을 영입해 아닌 밤중에 굴러들어온 호박과 같은 톱타자로 발굴해냈다. 역시 화이트삭스 출신이었던
볼드윈을 그리 많은 출혈없이 데려왔던 것도 마찬가지.
그러나 어쩌면 그게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정작 중요했던 톱타자 영입을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겨버린 애반스는 그렇게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넘겼고, 다저스는 결국 지구 선두 애리조나에 6경기를 뒤진 채
시즌을 접었다.
시즌이 끝난 후 애반스는 박찬호, 테리 아담스,
제임스 볼드윈으로 이어지는 다저스의 FA 선발 3인방 가운데 반드시
2명을 잡겠다고 공언을 했다. 그러나 FA시장이 끝난 현재 다저스에
남아있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제프 쇼를 과감하게 내칠때는 좋았다. 그러나 대안이 없다. 그는 매트
허지스가 최강의 마무리로 태어날 것이라 떠들었지만, 가능할까? 허지스가 최소한 쇼보다 나을 것이 없는 마무리라는 것은 뒤로 미루더라도 당장에 100이닝을 소화했던 허지스가 전천후 롱맨을 버리고 고작 며칠에 한번나와 단 1회만 던져주고 내려간다면 제 아무리 40세이브를 건져준다해도 그의 빈자리는 누가 메꿀 것인가. 작년에 반짝한
지오바니 카라라? 아님 그것도 못한 제프 윌리엄스? 아직 메이저에
남아있는게 신기한 마이크 트롬블리? 현역 최다경기 등판에 빛난 작년 16이닝 45살 투수 오로스코 할배?
결국 그는 새로운 마무리 투수잡기에 나섰으나, 고작 그가 한다는 것은 에릭 가니에와 오마 달(혹은 오달리스 페레즈)을 내주고 부상에 시달리는 우게스 어비나를 영입하거나 가니에, 허지스도 모자라 완전히
망가진 마이너 최후의 보루인 첸친펑까지 내주면서 트로이 퍼시발을
영입하겠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나마 모두 상대팀들에게 거절당했다.
좋다. 못 하는 것은 이해한다. 처음에는 다 그런 것일테다. 그러나 최소한 능력이 안되면 자기 주관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마무리
투수의 영입설도 사실상 언론의 몰아붙이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LA
언론.. 우리가 어쩌다보니 자주 접했지만, 그들은 언어의 마술사이며
씹기의 달인이다. 그들은 독설을 한다지만, 다저스에 있어서 그들은
악인에 분명하다.
지난 윈터미팅. 마무리 투수를 영입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천명한 애반스가 데려온 선수는 폴 퀀트릴이다. 퀸트릴.. 좋다. 지난해 전반기에서 44게임 50.2이닝 동안 단 2.13의 방어율을 기록한 퀀트릴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유일한 올스타 맴버로 선정됐다. 그러나 그는 후반기에서 곧장 4점대 중반의 방어율을 내리 꽂았으며, 무려 7개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마무리 투수로서의 경험은 전무하다. 한심한 것은 다저스가 그를 데려오면서 내준 선수가 최후의 보루이자 다저스의 미래인 루크 프로코펙이라는 사실이다. 프로코펙. 한때 저니 데이몬(당시
캔자스시티)와의 1:1 트레이드 설까지 나돌던 선수 아닌가? 영건은 절대 내줄 수 없다고 발버둥 치면서 남기더니 결국엔 퀀트릴?
이 애반스가 이번에는 이시이를 영입했다는 소식이다. 이시이.. 일본 최고의 투수라는 이유로 다저스가 그에게 지불한
돈은 어마어마하다. 4년간 1,800만 달러 정도를 그에게 퍼부었으며,
당장에 야쿠르트 스왈로즈에게 주어야 하는 이적액이 1,100여만 달러나 된다.
박찬호를 잡을 돈이 없다던 애반스. 그는 선발 3인방이 빠지더라도
부상병동 케빈 브라운, 작년 딱 2경기 뛴 앤디 애쉬비, 후반기에나 돌아오는 대런 드라이포트, 아직 검증도 안 끝난 에릭 가니에를 주축으로 쓸만한 선발진을 꾸밀 수 있다고 큰소리 쳤지만, 결국 또다시 언론에 밀려 투수를 구하러 다닐 수밖에 없었고, 그 때는 쓸만한 투수들이
이미 모두 새 팀을 찾아버린 후. 어쩔 수 없이 또 엄청난 돈을 뿌려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시이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확률은...?
최소한 성공할 확률보다 그렇지 못할 확률이 높은 것만은 사실이다.
이시이와 그렇게 마무리한 애반스는 이번에는 팀의 장기적인 플랜을
펼친다는 미명하에 폴 로두카와 매트 허지스의 장기계약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다저스 타선과 불펜에서 모두 최고의 기대이상 활약을 펼쳤던 두 선수는 분명 다저스가 오랫동안 붙잡아둘 가치가 있는 선수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 서둘러야 하는가? 로두카는 고작 풀타임 1년차의 선수로 아직 2년생 징크스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이고, 허지스는 2년연속 무리한 피칭으로 늘 후반기에 좋지못한 모습을 보여줬고,
올시즌에도 계속 잘 나간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둘 다 모두 FA가 되기는 시간적으로 멀리 남아있기에 굳이 지금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는 서두른다. 왜? 언론이 좋아했던 두 선수를 잡았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최소한 지금은 그렇게 보인다.
다저스는 매년 비슷했다. 매년 될 것같은 분위기, 그러나 실망감만 안겨주는 마무리. 될 것같은 선수, 그러나 트레이드로의 이적. 풍운의 꿈을 안은 장기계약, 그러나 먹튀변신... 그들은 아직도 전철을 밟으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