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나 무 골 이 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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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충북협회 산악회에서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에 위치한 해발 1051m 가리산 산행하는
날이다. 아침에 늦지 않으려고 알람을 4시 반에 세팅하여 놓았는데도 신경을 쓰다 보니
선잠을 잤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아파트단지 까지 운행되는 버스가 없어 콜택시를 타고
희부연 안개 피어 오르는 산협의 전원[田園]을 지나 큰 도로까지 나갔다.택시 기사가
“어디로 모실까요?” 하고 묻는데 그의 말 단 한 마디의 억양에서 고향의 냄새가 물씬 난다. “
실례지만 고향이 어디시죠?” 하고 되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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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이래유~” 하는데, 영락없는 제천의
고유 방언이다. 반가움에 동향이라고 했더니, 요금 지불 할 때 잔돈은 사양하면서 잘 다녀오라며 정중히 인사까지 한다.
이래서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라면 반갑다고 했던가?“ 약속 시간 보다 일찍 사당역 주차장에 도착하여 대기 중인 1호차에 탑승했다. 오전 7시 40분경 올림픽대로 암사 유원지 부근 간이 추차장에서 3호차로 옮겨 타고, 미사대교를 건너 덕소를 경유, 산은 터널로 계곡은 교량으로 이어 만든 경춘 고속도로를 시원스레 달린다. 언제 보아도 자연은 싫증나지 않는 그림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홍천강을 건너 동홍천 IC 를 빠져나가 좌측 국도를 따라 얼마쯤 달려, 두촌면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가리산 휴양림입구 가리산 주차장에 닿았다.간단한 워밍업을 하고 휴양림입구로 접어들며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가리산 정상의 두 개의 높은 암봉이 보이고 우측으로 주능선이 밋밋하게 뻗쳐있는 모습이 시원스럽다. 가리산은 정상부를 이루는 산세가 마치 볏단을 차곡차곡 쌓아둔 ‘낟가리’와 흡사하다고 하여 ‘가리산’이라고 불려 졌다고 하는데 그런 상상으로 정상 제1봉을 바라보니 마치 시골 부잣집 타작마당에 쌓아놓은 낟가리처럼 보인다.
산기슭에는 숲이 우거져 음산한 그늘을 주고, 계곡 산비탈에는 향토 수종인 낙엽송이 주종을 이루며, 초입 산자락 계곡에는 두릅나무·철쭉·싸리나무·산초나무 등 관목류가 초여름 산을 초록으로 짙게 물들였다. 가끔씩 이름 모를 야생화가 외로이 반기며 웃기도 한다. 산행 초입부터 하늘로 곧게 뻗은 빼곡한 낙엽송 그늘 오솔길을 따라 오르내림이 완만한 경사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산행은 이어지고 계곡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접어드니 빽빽한 참나무 숲 군락지로 온 산을 덮었다. 그늘 속으로 걷는 동안 산바람이 솔솔 불어와 더위를 다소 피할 수 있어 좋았다. 중턱에 서니 멀리 보이던 정상 주봉이 어느새 가까이에서 우릴 반겨준다
뱃터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밋밋한 능선을 걷는 동안 우측 소양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땀을 식혀주고 마음 까지 시원하다.능선 윗자락 끝에서부터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며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첫 번째 난 코스는 철봉에 몸을 의지하면서 클라이밍을 하듯 암벽을 조심조심 오르는데 필자는 목 디스크 수술 후 왼 손에 핸디캡이 있어 엄청난 불편을 느꼈지만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어느 해 늦은 봄날 모 산악회에서 가리산 산행을 갔다가 심한 복통으로 산행을 중단하고 도중에 하산 했었는데, 그날 포기했던 정상을 오늘 비로소 밟게 되었다. 정상에 오르니 멀리 휴양림 주차장이 푸른 숲 사이에 또렷이 내려다보이고,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은 말갈기 같이 부드러운 녹색파도가 더운 바람에 일렁인다.
고개를 북쪽으로 돌리면 우리나라 최대의 담수량을 자랑하는 소양호가 산 속에 조그마한 연못처럼 보인다. 어느 산이던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확 트인 시야에 닿는 발아래 푸른 산이 눈에 가득하여, 세상을 품에 않은 듯 두 팔 벌려 정상 소슬 바람을 폐부 깊이 몇 모금 마시면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정상 푯돌을 앞세워 기념촬영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앞 다투어 경쟁을 하다 보니 사진 찍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몇 발짝 내디디니,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이 90도 각도로 떨어지는데, 밑을 내려다보니 긴장이 된다. 쇠 파이프에 온 몸을 의지하고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그래도 중간 중간 발 하나 겨우 놓을 수 있는 철판 구조물이 있어, 겨우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통로를 지나, 앞뒤 길게 줄을 지어 벼랑을 느릿하게 내려 올 수 있었다. 어떤 여성 회원은 겁을 먹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엉금엉금 기어내리는 안쓰러운 모습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바로 앞에 가던 한 여성 회원은 어려운 코스는 안전하게 내려와 방심한 탓인지 비탈 흙길에 미끄러져 ‘떼구루루 구르는 사고가 있었지만 다친 곳이 없어 다행이었다. .
샘터를 지나 질펀한 능선 숲속에서 각자 준비한 점심을 옹기종기 둘러 앉아 맛있게 나누며, 막걸리 한 잔 쭉 들이켜니 마음이 넓어진다.
여기서부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하산 길은 평탄하고 계곡 따라 이어지는 낙엽송 숲에 이르니 순풍에 하얀 햇살이 낙엽송 녹색 바람을 부드럽게 펼쳐 놓는다. 주차장으로 회귀 원점 산행을 끝내고 하산주를 곁들여 새얼굴 회원 소개와, 버려진 쓰레기를 손수 모아 가지고 하산한 자연보호 운동에 앞장선 모범 회원에게 금 일봉씩 상금으로 전달했다. 가리산 정상을 돌아오는 약 7Km 거리 4시간여의 산행을 안전하게 모두 마치고 나른한 몸을 귀경 버스에 싣는다.
2011.6.18. 윤준섭 글
출처☞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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