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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저는 2만원 투자해서 훌라후프 하는 거 아시죠?
요즈음은 3000개 돌려요. 또는 그 이상.......
10분~15분 돌리고 쉬고 그러기를 3차례.
배에 있는 지방들이 더 이상 이곳이 안전한곳이 아니다 라고 느꼈나 봐요.
눈에 띠게 배가 줄었죠.
나는 다이어트 한다고 운동하면 꼭 밥 두 숟가락 더 먹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뱃살이 점점 줄어들고 있죠.
남편이 "그러다가 개미허리 되서 끊어질라"
이렇게 유쾌한 농담을 ~
아직도 줄자로 당겨서 재보면 34“ 허리 끊어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죠.
점심도 문인화 회원들 하고 불뚝(불고기 뚝배기) 잘 먹고
오후엔 제과점 빵 사가지고 계양산에 가서 한개 반 잘 먹고…….
내일 화실 나가면 열심히 돌려야지.
이웃집 마누라가 쫒아 와서 내 배를 더듬어 만져보고 갑디다.
기분이 야릇해서 남편에게 일렀죠.
남편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수?ㅎㅎㅎㅎㅎ
"글쎄 저 여편네가 와서 내 배를 만져보고" 아줌마 배좀 빠졌나?"
그러지 뭐예요.
"담에 또 그러면 돈 내고 만지라 그래. 왜 남의 배를 만져!!"
와 진짜 우리남편 내편인거 맞죠?
2003년4월17일
강아지 가 생기다
강아지 한마리가 생겼어요. 말티즈 숫놈.
작년에 그림 배우던 사람이 새끼를 내서 한 마리 가져왔군요.
남편한테 잔소리 들어가면서 안 보는데서 후훗 웃으면서 밤엔 옆구리에 재웠죠.
안 그래도 유미가 나이가 먹어서 느릿 느릿 움직이는 게 재미가 없어서 이걸 바꿔치워?
생각하다가 늙었어도 그건 그냥 두고... 쬐끄만 놈 하나 구해보고 싶던 참 이었었는데.......
아직 이름도 안 지었고 작명은 남편에게 권한을 줄 참이에요.
내가 짖고 싶지만 자기가 이름 지어서 부르면 더 정을 주더군요.
정만 들였다 하면 나보담도 더 애견가 인지라.
나는 아무개나 거의 좋아 하는 편이고 남편은 정들인 자기개만 좋아하는지요.
정들이라고 일부러 노아 두고 출근 했죠.
자기가 사료 불린 것 먹여보더니 “허허 고놈 잘 받아먹네.” 하구 신통해 하겠죠.
우리 유미더러는 "이누무 기지배." "이런 개같은년." 이런소릴 많이 했었는데 이제 숫놈이니
"이누무새끼" "이런 개같은놈." 이런 소리 깨나 하겠죠. 욕은 욕인데 정감 있게 욕을 하죠.
남편이 이따금 재밌는 소릴 잘해요.
밥을 심하다 싶게 적게 떠주는 날이 있어요. 고기나 상치쌈 이런거 있을 때요.
그러면 밥을 들여다보면서 "잡을 놈의 개밥맹키루 왜 이렇게 쬐금떳냐?"
그러면 하하 웃고 "잡을 놈의 개밥 이라."
시골사람들 개 키워서 날 잡아서 몸보신하는 풍경을 떠올리면서 밥을 먹는답니다.
우린 절대 못 먹는 보신탕이지만요.
2003년6월11일
강아지 키우기
애완견을 키우는 마음은 과장되게 말하면 입양아를 키우는 마음이랄까?
어떠한 소득은 없고 투자로 끝나더라도 키우는 동안 즐거움을 느끼는 거죠.
예방주사 맞히고, 매일 밥 먹이고, 씻기고, 미용해주고, 병이 나면 치료해주고......
대소변 가린다 해도 냄새 없애기 위해 더욱 더 청소하고 빨래하고......
새끼내서 돈 번다는 건 거의 거짓말......
새끼 내본 사람들이 그 심정 잘 알죠.
언젠가 한국고아를 여러 명 입양해서 키운 미국양부모가 TV 에 나왔습디다.
입양아 들이 훌륭히 커서 양부모님에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했을 때 훌륭하신 그 어머님은 "네가 나에게 준 기쁨이 더욱 크구나."
그렇게 감동적으로 말씀 하셨죠.
우리네는 꼭 효도를 받아야 키운 보람을 느끼겠지만, 선진국의 사상이 너무 멋 있었어요.
그리고 "세상에 이런 일이" 에서 어느 빈 창고에서 강아지가 끼깅 거려 119를 불러 그 강아지를 구출했어요.
그런데 어린 강아지의 앞발 두개가 끔찍하게 잘려나간 상태였죠.
그런데도 그 발로 피가 나게 흙을 긁으면서 구덩이에 빠져서 나오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죠.
구조를 하고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119에 신고한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어요. 물론 두발이 없는 장애를 가진 강아지를요.
그 눈망울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덥썩 그 강아지를 받아다가 키우고 싶더라구요.
그리구 멀쩡하고 강아지 보다 더욱더 가슴 아리게 사랑해 주고파 지더군요.
아! 그래서 서양 사람들이 멀쩡한 고아 놔두고 장애인을 입양해서 키우는구나.
그제사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그전에는 훌륭하다는 칭찬 받으려고 그런 일을 하나보다 생각했었어요.
공감이 가시나요?
난 정말 이해는 가드라구요.
진정으로 나에게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잘 해 낼지는 미지수이지만요.
정말이지 키우는 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강아지 그리고 가족모두
같이 사랑해주는 동물과 같이 살고 있는 게 기뻐요.
부부 가 싸우다가도 강아지 하는 행동 때문에 웃을 때가 많아요.
2003년6월13일
개 이름 짖기
가족 모두 개 이름 짖기에 3일간 고심 했어요.
수컷다운 수컷으로 키우려 고해요.
여느 집들처럼 고자로 만들 생각은 없어요.
강아지 꼬리를 자르는 일도 없구요. 자연 그대로.......
“이름 좀 지어요.”하구 남편에게 권한을 주었죠.
왜냐하면 자기가 이름을 지어 주어야 더욱 예뻐하거든요.
아빠는 변강쇠, 돌쇠, 마당쇠, 이런 걸 이름이라구 ㅎㅎㅎㅎ
온 동네 암캐들을 다 애인 삼으라나요.
아들은 석진이라구 하라구 구석을 찾아다닌다구...
나는 A4용지에 온갖 배우이름 성악가 이름 축구선수이름 가수이름 다 써놓고
자동차 이름 까지 써보고...
딸은 바쁜 중에 강아지 보러와서 하룻밤 자구가구.
파바로티, 카루소, 마리오란자, 크라크케이블, 안소니퀸, 디카프리오,...
카니발, 산타페, 누기, 두기, 둘리, 누리, ,
결국 함께 살고 있는 유미 이름에 맞추어서 ‘토미’라고 결정 했다우.
물론 남편이 생각해 냈지요.
지금 토미는 아들놈 옷 위에서 잠들었어요.
앙증스럽고 귀여운 것이 아까는 유미밥그릇 넘보다가 한번 깨갱 했구.
안방엔 못 들어오게 칸막이를 쳐 놓았죠.
토미가 태어날 때에는 비디오까지 찍어 놨다니 나보담 났죠.
강아지가 오던 날 어쩐 일로 시댁 조카네서 사골뼈 우족뼈 셋트를 보내주었어요.
온 식구가 같이 먹으면서 그 강아지가 복도 많구나 했어요.
태어난 집도 유난스레 강아지 예뻐하는 집이고 나도 철저한 애견가이니까요.
사람들이 암놈만 키우려고 하지만 난 숫놈이라구 한번도 서운한 소리 안했구요.
늙은개가 재롱 안부려서 어린것 갖고 싶었었는데.
원풀었네! 원풀었어!.혼잣말하고 웃어요.
우리 화실에 다니는 아이들이 "선생님 어린강아지 하구 유미하구 둘 다 꼭 데려와요!!“
“그래 일주일에 한 번씩 토요일마다 데려오마.” 하구 약속 했죠.
그러면 남편이 아이들 오는 시간에 자전거에 실어서 데려온 다우.
자전거 바구니에 두 마리 싣고 내려오면 사람들이 개팔러 가냐고 묻는데요.
“미친놈들 개를 팔다니 우리 미술학원 아이들 보여주고 같이 놀다 오려구 하는데.”
우리학원 3년째 다니는 애들은 강아지의 내력을 새로 들어온 아이들한테 설명하죠. 하이디의 딸이 유미, 유미의 딸이 소희, 소희는 죽었고, 그리고 토미는 유미의 입양아들이다.
우리화실은 강아지와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미술학원이랍니다.
하이디(암놈)-유미(암놈)-소희(암놈)-토미(숫놈)
2003년6월15일
남편이 병원에
지난 화요일 남편이 치과약을 평소에 먹던 심장질환약과 한꺼번에 먹었지요.
약을 먹고 발작을 일으켜서 119를 불러 인하대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죠.
온몸이 가렵고 앞이 안보이고 숨이 가쁘고 욕실에서 넘어져 머리를 깨고.
2시간을 날리쳤다우.
처음 119 불렀다가 그냥 보내고 청심환을 먹었다가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
또 숨 가쁘다고 119 부르고 심근경색 인데 밤12시가 되노니 수술할 의사 6명이 모일수가 없다고..... 5년 전 한번 심혈관 수술을 한 번 했었거든요.
비상수단인지 혈액희석제를 맞고 4시간 만에 통증이 멈추어서 중환자실로 갔죠.
일단 통증만 멈추면 심장병은 감쪽같거든요.
멀쩡한 놈을 중환자실에 이틀씩 두냐고 떠들어대고......
사실은 혈액희석제를 수술 대신 해 놓은 거니까 의사들이 더 걱정되어 계속
심전도를 체크하더라구요.
퇴원하겠다고 날리치다가 의사한테 호되게 야단맞고.
어제부턴 입원실에 가있게 되었죠.
주치의교수님이 5년째 돌보아 주시는데 젊은 의사래도 나이 먹은 사람을 아기처럼 여기데요. 하여간 나만 하루 두 번씩 병원에 쫒아 다니고 2시부터 7시까지는 학생들 갈치고 허둥대다가 전철계단에서 자빠지기까지…….
병원 가서 남편 머리 감기고 싸간 음식 다른 환자들까지 나누어 멕이고...
셔틀버스-전철-전철 갈아타가면서 화실에 오고...약속대로 택시타고 집에 가서 강아지 두 마리 자전거로 실어 날라 미술학원 아이들하고 놀게 하고.
선물용 부채 3개 그려놓고 집에 오니 방 치울 새도 없이 그냥 코골았죠.
월요일에 재검사하고 별 탈 없으면 화요일에 퇴원하겠죠.
아마 무사히 퇴원하리라 믿습니다.
2002년6월22일
무사히 퇴원
오늘 아침에 남편이 심혈관 내시경 검사를 받았죠.
1시간 경과 후에 나온 담당의사 말이
“혈액 희석제 덕분인지 수술하지 않고 퇴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해서 너무 다행이다 싶었지요.
혈관검사한 자리만 아물면요.
시누이 말이 "자네 돈 벌었네 돈 벌었어."
수술하면 사람도 고생하고 500만원 뚝딱 없애니까......
여러분들이 걱정 해주는 덕에 무사히 퇴원하게 되나 봐요.
아마 늦어도 목요일엔 집으로 돌아오겠죠.
성질 급해서 화 잘 내는 남편(그래서 심장이 안좋음)없어서 편하다 싶었는데.....
안 그리던 소재로 부채그림하나 그리고 나니 제일 먼저 병원에 있는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깜짝 놀랐죠.
제작년 부터 부채만 그려 놓으면 가지고 나가 누구 주어 버리고 와서 아까웠는데..... 그러기를 수십 차례 하다 보니 그림이 늘어 아~ 이래서 실력이 느는구나 하고 수두 없이 그려댄다우.
비싼부채가 나의 산수화 연습장이 되어 준거죠.
우리남편이 내 그림의 가장 열렬한 팬이고 어떤 스승보다 더욱 지적을 잘 해주거든요.
그래서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생겼나봐요.
난 강아지들 핑계겸 집에서 자고 낼 아침에 병원에 갑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2003년6월23일
부부 (중환자 대기실)
웃고 삽시다. 보고 진짜 너무 웃었어요.
우리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 어찌 그리 똑같이 만화로 맹글어 놓았는지 ㅎㅎㅎ
남편은 시키는 위치이다 보니 아내를 둔하다는 둥 곰 딴지라는 둥 막말하게 되고 그런 말들은 스트레스로 남아 분노의 심통 맞은 얼굴의 여편네로 살아가게 되죠.
병원 중환자실에서 어느 아주머니한분이 남편이 목을 매 달아서 병원에 오게 되었죠. 목을 매단다는 것은 가족들이 자기를 미워하기 때문이겠죠.
이층옥상에서 목매달고 뭔가가 끊어지면서 옆집기와를 부수고 떨어졌다는 군요.
남편은 술을 잘 먹지만 직장은 꾸준히 다녔고 돈도 알뜰히 관리하는 사람이래요.
내가 이제부터 사랑해주세요. 이뻐 해주세요. 신신당부해도.
그 아주머니는 절대로 이뻐 할 수가 없다고.......
미워하면서도 중환자 대기실을 떠나지도 못하면서.......
가족이란 애증이 함께 하는 것이라는 데 사랑은 깨닫지 못한 채 이별을 하고 나서야 사랑을 깨닫는 어리석은 것이 사람이죠.
우리 좀 더 마음을 열고 사랑하면서 살아야겠어요.
2003년6월25일
머리가 나쁘면?
집에서 자주 듣는 말이죠.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을 한다.
일전에 이웃집 403호 아줌마를 마주 쳤어요.
자기사위가 양계장을 해서 쌍란을 팔고 있으니 자기네 계란을 팔아 달라고 하더군요.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몇 일후 아침에 달걀을 주문했죠.
한판에 3800원이라나.
잔돈도 없고 5000원짜리밖에 없길래 달걀을 5000원에 맞추어 가져오라 했죠.
그 아주머니가 가져온 것은 한판하고 5알 이었어요.
아무리 따져 봐도 손해 인기라.
30개에 3800원이면 10개면 1300원이니 우수리 1200원이면 9개는 주어야할 것 같은데. 그 아주머니가 이미 갔으니 그냥 포기하기가 왜 그리 찝집 한지…….
다시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어쩌구저쩌구 했죠
그 다음날 4층까지 올라가 내 달걀 5개 돌리도 하고 띵~똥 하니까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또 그 담담날 또 전화 걸고 갔드니 그 아줌마 계산으로는 달걀 4개를 더 주더군요.
핸드백에 넣고 향교 로 갔죠. 최근에 행서를 오전에 좀 배우고 있어요.
핸드백 속에 쌍알을 들여다보니 선생님 드리고 싶어지더군요.
조그만 접시에 담아 선생님께 드렸죠.
주변 선배들 말이 선생님 날계란을 안드신다나.
할 수 없이 주전자에 달걀을 넣어 삶아서 다시 갖다 드렸다우.
남들이 웬 달걀을 겨우 4개 가져 와서 수선을 떠나 욕할까봐 해명하고…….
하여간 그날 참 고생 많었어요.
그 바람에 선생님께 부채도 선물하고 했드니 어제는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고
"김연자 씨 체본 받으세요 " 하고 부르시더군요.
좌우간 머리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하는 것 진리죠.
003년7월15일
명대로 못살아
어제 서예학원하는 친구하고 오후 3시 부터 동행을 했어요.
4시까지 모 고등학교에 판화하시는 선생님께 들리고 7시반 에는 우리 딸하고 CGV영화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죠.
난 본래 약속시간 보다 미리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데...
친구는 원래 항상 늦는 친구이죠.
친구가 운전을 하고 일단 출발은 했는데 우리 남편의 전화가 왔죠.
"나 지금 서울 왔는데 가스불 안끄고 온것같애. 커피물 올려놓고 커피 마신 기억이 안나".
짜증나긴 하지만 차를 우리 집으로 돌려 일단 4층까지 뛰어 올라가 확인.
중간벨브 까지 얌전히 잠겨 있었지요.
"중간 밸브까지 잘 잠갔드만.......나올 때 항상 차분히 좀 하고 나가요!! 맨날 나보고 집에 가보라고 하지 좀 말고.“
"그 강아지 새끼덜 때매 정신빠져서 그래 그 개새끼덜 다 갖다 내버려."
x 낀 놈이 성낸다드니.
"왜 강아지 핑계는 대구 그려."
내가 강아지 좋아하는 걸 알구 강아지한테 원망을…….
다시 출발하자 이번엔 친구가 내일 미국가는 집에 액자를 찾아 전달해야 할일이 생각났죠.
표구사에 들려 표구사 사람에게 배달 맡기는 데 몇 십분 소요.
약속시간보다 1시간 늦게 모 고등학교에 도착했죠.
판화하시는 선생님과 팥칼국수도 먹고 운동장에서 이야기 나누는 데 CGV 영화관이 바로 코앞에 있다고 하는 것이에요.
넉넉잡고 7시에 출발…….
요기라고 하더니 웬걸 1시간을 뱅글 뱅글 돌아 영화상영 10분이 지나서 도착 하였어요.
딸은 동동 거리면서 연신 핸드폰 전화 걸고…….
딸더러 먼저 들어가라 하려해도 예매표는 그 애가 다 갖고 있으니…….
목이 마른데도 콜라 한 잔 못 사들고 영화관으로 들어갔어요.
지쳐서 졸음이 오니 영화는 재미가 하나도 없고 하품을 연신 해대면서 보았죠.
다보고 나와 햄버거 집에 셋이 앉아 영화얘기를 하는데 두 노인네 관객이 엉뚱한 소리 해대니까 딸 네미는 웃음을 자아낸다.
친구: "제목이 뷰디풀 데이냐?"
딸: "아니요 원더플 데이요."
나: " 원더풀이던 뷰티풀이던 풀은 풀이구나 ㅎㅎㅎㅎ."
나: "주인공 이름이 뭐였지?"
딸: "주인공 이름도 몰라?"
나이 탓도 있겠고, 졸면서 보았으니…….
돌아오는 길 운전하는 친구의 길눈이 좋질 않아 돌고 돌아 서울까지 가는 줄 알았죠. 집으로 무사히 왔는데 시시각각 너무도 초조했던 나머지 그 다음날 엄청 늦게 일어나고 말았어요.
늦잠을 자보긴 몇 달 만에 처음이네요.
2003년7월18일
치매인지 건망증인지…….
오후 늦게 작업실에 온 남편이 마늘 좀 사라고하여 시장을 보았죠.
밥 먹을 때 마다 생마늘을 몇 개씩 먹고 있기 때문이죠.
요즈음 마늘이란 마늘은 거의 다 까서 갈아서 냉동실에 있기 때문에 날 마늘이
떨어져 있었어요.
껍질 있는 게 별로 없기에 깐 마늘을 한 봉지 샀다 가지 풋고추 마늘 장아찌도 샀죠.
남편 보는 데서 제일 큰 가지 봉지 속에 차근차근 넣어 주었다.
자전거를 타고 남편이 집으로 간 후 두어 시간 후에 집으로 가려 하는데
전화가 왔다.
"마늘이 없네. 거기다 흘리고 온 것 아냐?"
"여기 없는데..... 내가 대 청소 했는데"
"마늘이 아무리 찾아도 없어. 자전거 에서 내릴 때 흘렸나. 내려가 봐야겠군."
"내가 분명히 넣었으니까 가지 봉다리 뒤집어 봐요"
"다 뒤집어 봤어! 당신이 안 집어넣은 거 아냐?"
"알았어요. 내가 다시 사갈게요."
오는 길에 다시 마늘은 한봉지 사고 집에 가서 잘 찾아보리라 하고 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내가 자전거 잠시 세워놓고 부동산 들어간 일 밖에 없는데..... 그 옆집 식당 여편네가 마늘만 꺼내갔나?"
"글쎄 희안한 일이군요. 내가 마늘을 봉지 입구 쪽에 넣었을 리가 없는데……."
"봉지 입구에 삐죽이 나오게 넣었으니까 누가 빼간거지!!!"
좌우간 다시 사온 마늘을 상추쌈과 고기 하고 먹으면 되니까
냉동실에 있는 고기를 찾으려고 냉동실 문을 여는 순간
마늘 봉지가 얌전히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뭐야 당신 마늘을 냉동실에 넣고 그것도 기억이 안나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히야! 어떤 놈이 마늘을 냉동실에 넣었지 ㅎㅎㅎ."
하여간 우리 집은 조용할 날이 없네요.
정신 빠진 남편은 요즈음 큰돈 번다는 어떤 사람 말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1억을 투자 하면 1년에 2억을 번대나 어쩐대나...
한참 지나면 되돌아오겠지요...
2003년7월19일
능 소화
계양산 입구 주차장에 능소화가 대단스레 피었다.
작년 이맘때 혼자 무심히 걸어 내려오다가 만발한 능소화를 보고 악 하고 놀랬다.
홀로 뙤약볕에 무성히도 피어 있었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어서 "여기가 꿈속이냐 저승이냐?"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일찍 스케치 준비하고 카메라 준비해서 가서 스케치를 하였다.
어떤 할머니가 그림을 들여다보고 자기 아들도 홍대 나왔는데 이 꽃을 그려 갔댄다.
그리고 이 꽃 이름이 저승꽃이라고 했다.
어쩐지 어제 처음 보았을 때 그런 느낌이 들더라니....
능소화는 다른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 다른 나무는 죽이고
저만 살아서 꽃을 대단스레 피우는 생명력이 강한식물이다.
오늘은 친구를 그 곳에서 만나 저승꽃을 보여 주고 산을 올랐다.
비가 온 탓에 계양산에 모처럼 계곡이 생겨 계곡을 즐기면서 정상까지 올랐다.
나이 탓에 몸무게 탓에 헉헉 대며 오르긴 했지만...
친구와 얘기 하면서 즐거웠다.
어떤 총각들은 계곡이 생긴 것에 대비해서 아예 도시락에 워크맨 에 읽을 책 까지
싸가지고 와서 돗자리 펴고 하루해를 보낼 계획으로 왔다.
지리산 설악산계곡만 계곡이냐?
동네 뒷산도 이렇게 좋을 수 가 없구나 하고 말이다.
비가 억수로 퍼부은 다음날 아침엔 꼭 다시 가서 계곡을 즐겨야겠다.
2003년7월20일
비가좋아
어릴 적부터 비오는 날은 신나는 날이죠.
종로구 계동 한복판에서 살다보니 개울 구경도 못하다가 소낙비 오는 날만
도로 옆에 냇물이 생기잖아요?
거기다가 종이배 접어 띄우던 나였죠.
그리고 우비 입고 낙숫물 떨어지는 데다 머리통을 들이대고 즐거워 했다우.
지금도 비가 오면 아주 좋아 하고 피부도 촉촉하고 머리도 만져보면 촉감이 좋아요.
번개 천둥이 치면 남들은 숨는 다는데 나는 빨리 창문 곁에 가서 하늘을 구경하죠.
오늘도 비가 잠간 개였을 때 계양산에 낀 운무를 보고 "저것 좀 봐!" 하면서 좋아 했다우.
내일은 남편하고 계양산에 임시 폭포 보러 갈꺼유.
비와도 우산 쓰고 가요.
내가 워낙 비 구경을 좋아 해서...
몇 년 전 억수로 퍼부은 날 다음날
친구하고 팔당 댐 옆에 자리 잡고 앉아 2시간 물 소용돌이 내려다 보았다우.
친구는 계속 힘들었었던 시어머니 얘기만 했지만 그 물의 소용돌이가 안 잊혀 진다우.
아마 친구가 스트레스 풀고 갔을꺼유.
폭우로 피해 보는 이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난 왜 비오는 날을 좋아 할까?
2003년7월22일
앵무새
나는 그동안 앵무새 때매 생쑈를 했지요.
앵무새가 어찌 그리 수다가 많던지 견디기 힘들었어요.
일단 시작 했다 카믄 1시간도 좋고 2시간도 좋으니 깩깩 깨르르르르깩!!! 꼬르르르르...
그렇다고 ‘안녕 하세요’같은 말 갈쳐 줘 봐야 모란앵무는 못한대나.
너무 떠들어서 머릿속이 영 쥐가 날라캐서 할 수 없이 도로 갖다 주는 상황이 발생 했지라우.
다른 사람들! 앵무새 키우려면 집이 아주 넓던가 앵무새 방이 따로 있어야 겠드라구요.
환불은 안되구 다른 새로 가져 가라해서 하는 수 없이 백 문조를 갖고 왔다우.
매일 새장 속에 손을 넣어 새를 쓰다듬는다우.
하여간 이상한 인간들이지라.
새를 쓰다듬질 않나. 개가 새 물어 쥑였다구 집을 나가질 않나 .
그것두 동네사람 죄 불러서 같이
집을 나가서 서해 로 남해로 동해로 돌아 댕기질 않나.
나두 더위에 지쳤는지 작업에 진이 빠졌어요.
휴가는 천천히 광복절을 기해서 이 나라 민족해방을 기뻐하면서 하려고 해요.
2003년8월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