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삼다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공천포전지훈련센터 B구장에서 열린 제27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 11조 조별리그 첫 경기 경희고 전에서 탄탄한 수비 방어로 팀 승리를 도운 유성생명과학고 허강준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다양한 견문, 시야 축적은 팀과 개인의 성공적인 '윈-윈'을 써내리는 핵심 요소다. 유성생명과학고(대전) 센터백 허강준도 딱 그렇다. U-17 대표팀 독일 전지훈련을 통해 먹은 '물'을 백록기 대회 초장부터 소속팀에 잘 접목시키며 정상급 센터백의 진면목을 한껏 과시했다. 빼어난 제공권 장악능력과 안정된 수비 리딩 등에 탄탄한 피지컬과 파워 등으로 경희고(서울)의 파워풀함을 억누르며 '짠물 방패'의 맛을 절로 뽐냈다. 시차적응의 어려움과 체력적인 피로도 등의 난관에도 불굴의 투지를 불사르는 등 팀 승리의 주춧돌을 확실하게 놨다.
유성생명과학고는 22일 서귀포시 공천포전지훈련센터 B구장에서 열린 제27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 조별리그 11조 첫 경기에서 전반 20분 예영광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경희고에 1-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금석배 대회 챔피언 팀인 유성생명과학고는 첫 경기부터 '디펜딩 챔피언'이자 올 시즌 무학기 준우승팀인 경희고에 1골차 신승을 따내면서 시즌 2관왕을 향한 첫 발을 순조롭게 뗐다. 이날 경희고 전 승리와 함께 오는 23일 골클럽 U-18(경기)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소 무승부만 기록해도 조 선두로 24강을 확정짓는 등 나름 수확물도 짭짜했다.
남부지방을 덮친 제5호 태풍 '라마스'의 북상 여파로 일정이 하루씩 밀린 동향에 유성생명과학고가 이날 경희고 전을 앞두고 예의주시했던 대목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센터백 허강준의 몸 상태다. 그도 그럴것이 U-17 대표팀 독일 전지훈련을 2주간 다녀온 직후 회복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기 때문.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시차적응은 제 아무리 혈기왕성한 허강준이라고 한들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었고, 육체, 정신적인 피로도 역시 가시지 않으면서 홍위표 감독과 김대수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의 근심은 깊어만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라마스' 영향에 팀 자체적으로 운동량도 부족함을 나타내는 등 말 그대로 '삼중고'에 시달렸다.
그러나 경기 전 우려는 막상 그라운드에 들어서니 기우에 불과했다. 스리백 포지션의 리베로로 스타팅 출전한 허강준은 육체, 정신적인 피로도 등을 딛고 발군의 활약상을 뽐내며 팀의 방어벽을 견고하게 지탱해줬다. 전반 초반부터 186cm의 좋은 신장에서 뿜어져나오는 타점높은 제공권과 강력한 맨마킹 등으로 수비 방어벽을 견고하게 형성했고, 세컨드볼과 루즈볼 경합 등에서도 좀처럼 움츠러들지 않으며 상대 킥&러시를 원천 봉쇄했다. 김태민, 서명관 등 나머지 선수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라인 컨트롤과 간격 유지 등도 군더더기 없이 형성하며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효과적으로 유도했고, 안정된 볼 클리어링으로 상대 김설에 향하는 롱패스 역시도 철저하게 차단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었던 대목은 바로 나머지 선수들과 공존에 있었다. 스리백 카드를 기반으로 존 어택을 취한 팀 패턴에 측면까지 폭넓게 커버하는 수비 영역으로 도움수비와 압박 타이밍 등을 원활하게 형성했고, 상대 킥이 떨어지는 지점에 알맞게 도사리는 탁월한 위치선정으로 김태민, 서명관 등의 세컨드볼, 루즈볼 경합 등의 부담을 덜어내며 팀의 무게감을 드높였다. 상대 선수들을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투쟁력은 독일 전지훈련 이후 시차적응의 피로도 등을 완전히 잊게 만들었고, 탄탄한 피지컬과 파워 등을 바탕으로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도 서슴치 않았다. 이를 토대로 나름 대표팀 '물'의 효과를 그대로 입증하는 등 팀의 '아드레날린'을 절로 분출시켰다.
또, 경희고의 패턴 변화에도 이날 유성생명과학고가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요소 역시 허강준의 존재에 있었다. 허강준은 후반 중반 이후 센터백 변준수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올린 경희고의 변칙 패턴에도 안정된 수비 리딩으로 나머지 선수들의 수비적인 롤을 배가시켰고, 빼어난 제공권 장악능력으로 상대 변준수에 향하는 볼 줄기를 적극 커트해내며 쉽사리 틈을 내주지 않았다. 이어 세트피스에 능한 경희고의 주 레퍼토리도 킥 떨어지는 위치에 빠르게 도사리는 기밀함으로 봉쇄시켰고, 후반 막판까지 살 얼음판 레이스에도 불굴의 투지와 초인적인 활동량, 수비 롤 극대화 등으로 팀의 1골차 리드 유지에 큰 수훈갑이 되며 코칭스태프들에 '아빠 미소' 만개를 이끌었다.
"확실히 2주간 U-17 대표팀 독일 전지훈련을 다녀오면서 시차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연히 몸 컨디션이나 움직임 등에서 무거운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백록기 대회가 고학년 형들의 마지막 무대다. 육체, 정신적으로 피로도가 상당하지만, 취침 시간을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게 가져갔고, 쉴 때도 다리를 들어올리면서 회복하는 방향으로 시차적응을 하려고 노력했다. 경희고가 워낙 좋은 팀이고, 마지막까지 경기 양상도 힘들었다. 아무래도 첫 경기의 중압감이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수비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공격 선수들까지 수비를 적극적으로 해준 것이 유효했다. 나름대로 U-17 대표팀 다녀오고 팀에 최대한 기여하려고 노력했고, 본래 경기력 만큼은 아니더라도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경희고가 높이, 파워 등이 좋은 팀이다. 경기 전부터 세컨드볼, 루즈볼 경합 때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인지하면서 경기에 임한 것이 세컨드볼, 루즈볼 경합을 수월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생각되고, 팀 동료들이 잘 도와줬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내가 자신있는 부분이 밸런스 유지와 라인 컨트롤 등이다. 경희고가 5번(변준수) 선수를 후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올리는 부분에서 (김)태민이 형, (서)명관이 형 등 형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수시로 가져갔다. 마침 형들과는 커뮤니케이션이 훈련, 경기 때 잘 이뤄지고, 서로 의견 수렴도 확실하다. 이게 오늘 경희고 전에서도 잘 나왔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는 요인이 됐다."
김광석축구클럽 U-12(대구)-무산중(경북)을 거쳐 유성생명과학고에 보금자리를 튼 허강준은 유성생명과학고 입학과 함께 '포텐'이 부쩍 폭발한 케이스다. 홍 감독과 김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의 조련 속에 강점인 제공권과 파워 등의 특색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가 자자하고, 동료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 라인 컨트롤, 수비 리딩 등 다방면으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잃지 않으며 숨은 '신데렐라'로서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올 시즌 팀의 어엿한 리베로 자리를 꿰차면서 금석배 대회 챔피언 타이틀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고, 금석배 대회 활약상을 토대로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 독일 전지훈련에 이종훈(현풍고. 대구FC U-18) 대체 자원으로 다녀오는 등 돈 주고도 못 살 소중한 경험치도 연신 쌓으며 자신감과 내공 등의 숙성을 절로 불러오고 있다.
그런 허강준의 지향점은 더 확실해지는 모습이다. 제주 백록기 대회 챔피언으로 시즌 2관왕과 오는 10월 말부터 브라질에서 펼쳐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출전이다. 소속팀에서 지속적인 경기 출전을 통해 경기운영의 묘가 더해졌고, 김태민, 서명관 등 파트너들과 호흡이 시간이 거듭될수록 완숙미를 한껏 풍기게 하며 시즌 2관왕을 노리는 팀에 맛소금을 팍팍 뿌리고 있다. 이는 김 감독 이하 U-17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 독일 전지훈련 당시 이종훈의 부상 공백으로 인한 대체 물색을 주저하지 않고 허강준을 콜업하는 주 복선으로 부족하지 않고, 이는 허강준의 동기부여 촉진에도 큰 동아줄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그런 측면에서 허강준의 향후 활약상은 더 기대가 커지는 대목이다.
"유성생명과학고로 오면서 코칭스태프 분들이 항상 단합을 많이 말씀하신다. 선수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맞추는 부분에서 평소 단합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 역시도 선수들과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미진함을 채워가는데 신경쓰는 편이다. 나 역시 코칭스태프 분들의 말씀을 인지하면서 훈련과 경기를 임한 덕분에 체격 조건과 파워 등 이외 라인 컨트롤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또, 감독님께서 줄넘기나 탄력 운동 등을 많이 권장하신 덕분에 제공권과 파워 등도 더 붙은 것 같다. U-17 대표팀 2주 독일 전지훈련을 다녀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를 더 배울 수 있게 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분들께서 많이 가르쳐주신 부분도 나에게 큰 힘이 됐다. 일단, 팀이 금석배 대회 챔피언을 이루고 나서 어느 팀에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팀 전체가 합심해서 시즌 2관왕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나 역시도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꼭 브라질 비행기를 타고 싶다." -이상 유성생명과학고 허강준
[K스포츠티비ㅣ허 지 훈 기자] hjh4622@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스포츠방송.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www.ks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