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에 낸 [인간의 조건]은 그녀를 현대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인간이 살면서 하는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로 구분하였다. ‘노동’은 생존과 욕망 충족을 위해 행하는 육체의 동작이고, ‘작업’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일의 재미와 일정한 명예를 바라며 수행하는 제작 활동이며, ‘행위’는 개인의 욕망과 필요를 넘어 공동체 속에서 어떤 대의를 위해 하는 행동이다. 말하자면 어떤 직장에 다니는 목적이 단지 봉급을 받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노동일 뿐이며, 그 일에서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면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어 봉사활동을 하거나, 자신이 중요하다 여기는 이슈를 놓고 시위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행위이다. 아렌트는 근대가 인간을 대체로 노동에만 몰두하도록 하여 이웃을, 공동체를 돌아보지 않는 ‘동물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현대사회에서 공공성을 새롭게 발견할 것을 역설했다. “노동과 작업 이야기만 한다면, 정치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 분석에서 인간의 물욕에만 중점을 두었던 사회계약론자들과 마르크스, 그리고 성욕에만 주목했던 프로이트와는 달리 고대 사상에서 중요시되던 미덕과 공적인 삶을 다시금 정치의 주제로 불러온 것으로써, 현대정치사상에 중요한 기여가 아닐 수 없었다.
[네이버 지식백과]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 현대의 대표적 정치철학자로 공공성의 문제를 탐구하다 (인물세계사, 함규진)
노동과 작업 그리고 행위, 일만 하는 노동, 노동 속에서 재미을 느끼는 작업, 그리고 노동 후 봉사를 하거나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슈관련 시위에 참가하는 등의 행위, 노동과 작업에만 매달리는 인간은 동물적인 삶이다. 행위까지 나아갈 때 즉 공공의 삶, 공동체적 삶, 공공의 선(공공선)을 추구하는 삶을 살 때 진정으로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