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을 대표하는 힐링여행지가 오도산이다. 숲과 하늘을 친구 삼아 산을 오르고, 좋은 공기, 맑은 물소리에 뒹굴고, 별과 함께 잠드는 곳. 그저 하룻밤 그 산에 기대기만 해도 몸은 날아오를 듯 가벼워지고, 마음은 물처럼 맑아진다. 황홀한 일출까지, 오도산의 매력은 끝이 없다.
1. 하늘에서 일출 보는 딱 그 기분, 오도산 비행기 일출
정말 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는 일출이다. 첩첩 산봉우리들이 발 아래 떠 다니고, 구름은 겹겹이 넘실댄다. 해는 그 위로 붉디 붉은 상념을 토해내며 뜨겁게 떠오른다. 어느새 발이 땅에서 점점 멀어지고 순식간에 하늘을 나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밤새 오도산으로 달려오는 이유다.
하늘에서 일출 보는 딱 그 기분, 오도산 비행기 일출
오도산 정상은 1134m. 주변에 가야산(1430m) 덕유산(1254m) 등 더 굵직한 산들이 많지만 그 일대에서는 제법 높은 산이다. 서쪽으로는 덕유산, 기백산, 백운산 같은 1200m가 넘는 백두대간 준령들이 솟아있고, 남쪽은 황매산, 북쪽으로는 가야산이 우뚝 버티고 있다. 일교차가 클수록 봉우리 가득 구름들이 몰려든다. 아무리 풍광이 좋아도 1100m가 넘는 산을 그 새벽에 어찌 오를까? 지레 포기할 필요가 없다.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어 맘먹고 운전대를 부여잡으면 된다. 오히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런 풍경을 본다는 게 미안할 따름이다.
정상의 중계탑과 여명
오대산은 사방 10리 안에 마을을 찾기 힘들었고,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야생표범이 잡힌 첩첩산중 깊은 산이었다. 그런 산에 어떻게 도로가 놓였을까? 1982년 한국통신이 오도산 정상에 중계소를 세우면서 길을 닦았다. 비록 정상은 중계소로 막혔지만, 또 다른 풍경을 얻은 샘이다. 중계소 마당을 개방해 사진 동호인들의 주차장으로 쓰인다. 풍경이 가장 좋은 곳은 정상에 조금 못 미치는 곳이다. 사방이 탁 트여 일출 촬영에 그만이다.
2. 오도산자연휴양림 물빛산책
사람은 해발 700m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사람의 생체리듬과 신체활동이 가장 이상적인 높이. 오도산자연휴양림은 바로 오도산 해발 700m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세계 이름난 휴양지 대부분이 해발 700m에 위치하고 있다 하니 오도산자연휴양림은 현대의 무릉도원이라 할만하다.
2002년 문을 연 오도산자연휴양림은 합천 명소들을 함께 둘러보기도 좋다.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소장하고 있는 해인사는 40여분, 황매산은 50여분, 합천영상테마파크는 30여분 거리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숲속의 집을 증설하고 등산로와 산책로를 보완하는 등 보다 나은 휴식공간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아이들이 대자연의 품에서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오도산자연휴양림은 오대산의 깊고 깊은 계곡을 끼고 있다.. 물길을 따라 걷거나, 계곡 옆에 앉아 맑은 물소리를 듣는 일은 오도산자연휴양림이 주는 명품휴식이다.
오도산 자연휴양림의 물빛산책
3. 오도산자연휴양의 별빛 자장가
사람이 가장 편안하다는 700m에서의 하룻밤은 어떨까? 오도산자연휴양림은 숲속의집 19동과 야영데크 63개가 있다. 숲속의집은 말 그대로 소나무와 참나무 숲에 둘러싸여 자연의 품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이야기책에서 본 듯한 숲 속 오두막집을 닮은 숲속의집은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야영데크는 계곡을 따라 마련되어 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물소리는 자연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개를 들면 나무 사이로 별이 쏟아진다.
고개를 들면 나무 사이로 별이 쏟아진다
숲속의집은 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예약은 인터넷으로 받는다. 사용하고자 하는 달 1개월 전 1일부터 선착순이다. 여름에는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어 인기를 실감한다. 야영데크는 현장 선착순이다. 복잡한 여름이 지났으니, 한적한 오도산자연휴양림에서의 별 내리는 가을밤을 누려보자.
[왼쪽/오른쪽] 계곡 옆에 자리잡은 야영데크 /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숲 속의 집
4. 전설따라미녀봉 오르기
미녀봉은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이 오똑한 콧날의 여인이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손을 가지런히 배위에 얹어 놓고 반듯하게 누워있는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옛적 미녀봉 산 아래 효녀가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뒷산에 신기한 약초가 있다는 소식을 들고 산으로 가려 하자 마을사람들이 그 약초를 먹으면 병이 낫지만 독사가 있어 살아 돌아 오지 못한다고 말렸다. 하지만 효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산으로 올라갔다. 산꼭대기에서 약초를 발견하고 캐는 순간 독사에 물려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죽은 처녀는 엄마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바위가 되어 지금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전설따라 미녀봉 오르기
오도산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800m 위쪽에 있는 취사장 왼쪽에 숲속의집이 있고, 그 옆으로 난 시멘트 길로 올라 우측 계곡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비교적 가파른 길을 한 시간 가까이 올라가면 미녀봉의 머리부분에 올라선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눈썹바위 콧날바위 입술바위 유방봉이 연이어 진다. 유방봉에서 다시 한 시간 정도 능선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가다보면 미녀봉에 닿는다. 미녀봉에서 오두재 방향으로 30여분을 가면 안내판이 나오고 여기서 남동쪽으로 틀어 휴양림 수련관으로 하산하면 된다. 산행은 보통걸음으로 약 4시간. 미녀의 눈썹부터 콧날 입술을 넘고 유방을 지나는 능선길은 아기자기한 기암과 탁 트인 시야로 걷는 일이 즐겁다. 하지만 능선에 오르는 길은 몹시 가파르다. 역시 미녀를 정복하는 일은 힘들지만 즐거운 일이다.
[왼쪽/오른쪽] 미녀봉의 콧날바위 / 숲이 울창한 하산길
5. 최고령 노간주나무
무려 500살! 둘레 310cm, 높이 12m에 달하는 초대형 노간주나무다. 영남지방에서 노송나무로 불리는 노간주나무는 측백나무 과에 속하는 사철 푸른 나무다. 문헌상으로는 둘레 60~90cm, 높이 10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도산노간주나무는 무려 3배 이상 더 크다.
멀리서 보면 놀라울 것 없는 그저 늙은 나무 한 그루로 보이지만, 다가갈수록 나무의 진면목이 보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500년이면 한 나라가 다시 세워진다.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을 휘어지고 뒤틀린 채로 말없이 들려준다. 깊이 패인 주름 앞에 숙연해질 뿐이다.
[왼쪽/오른쪽] 무려 500살! 최고령 노간주나무 / 깊이 패인 주름 앞에 숙연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