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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환의 의미
대림 시기를 맞으며 나뭇가지를 꺾어 작고 소박한 대림환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촛불을 하나 켜고 대림환을 바라보니 그분의 오심을 기다리는 마음이 커짐을 느낍니다. 카페에 올려진 아름다운 모습의 대림환 사진을 보며 대림환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음미하고 함께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림환의 환은 화환을 의미합니다. 화환이 아닌 단순한 장식은 보기에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습니다. 화환은 고대로부터 승리와 영예의 표지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승리의 월계관’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여러 가지 관이나 화환들이 아름다운 장식으로 치장되어 승리자의 머리에 씌워졌지요. 대림환은 승리자로서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경의의 표지입니다. 그분이 말씀하신대로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에 그분에게 바쳐져야 할 화환인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고대 승리의 화환이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구원의 표지, 우리 삶이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되고 완성되어진다는 표지입니다. 나무에서 떨어져 뒹굴다가 흙에 묻히는 낙엽처럼 덧없이 스러지는 우리 삶이 그분에 의해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리라는 약속입니다. 묵은해의 끝과 전례주년의 시작에 밝혀지는 대림환은 끝은 또 다른 시작이며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고통도 지나가는 삶의 일부이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영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새로운 희망입니다.
대림환은 화환과 더불어 네 개의 초로 만들어지지요. 원래는 네 번의 주일이라는 단순한 수적 의미를 지녔습니다. 주일마다 하나씩 초에 불을 붙여가며 촛불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성탄을 기대하며 서서히 기쁨을 키워나가게 되지요. 그러나 4는 또한 상징적 숫자입니다. 4라는 숫자는 우선 사각형을 떠올리게 되지요. 4라는 상징 수는 정방형, 즉 모든 정돈된 것의 총체라고 합니다. 둥근 화환 위에 켜지는 4개의 초는 화합을 나타냅니다. 원과 정방형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서양에서는 불가능한 과제, 능력을 초월하는 어떤 상황에 대해 흔히, “둥근 사각형”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이룰 수 있는 분은 오직 그리스도뿐이십니다. 그분께서 다시 오실 때,참 그리스도의 나라가 우리 안에 세워질 때 불가능할 것 같은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성서는 4를 거룩한 수로 이해했다고 합니다. 낙원에는 네 개의 강이 발원하고 각각 네 상징을 가진 네 복음사가가 있지요. 대림환은 원과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만다라 형태입니다 만다라는 신적인 것과 하나가 되기 위해 인도 사람들이 묵상하는 원 형태입니다. 4는 변화를 예비하는 수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 40년을 광야에서 헤맸지요. 보통 사람에게는 중년의 위기를 겪으면서 자기 본래의 중심을 찾기까지 4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공자는 40이 되어서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요. 저처럼 50이 넘어도 여전히 헤매는 사람도 있지만요. 성탄을 준비하는 4주간은 변화를 기다리는 시간을 상징합니다. 그분 안에서 참 변화를 기대하며 대림환 앞에 앉아 조용히 우리 자신을 바라보고 옆에 있는 사람들, 가족과 공동체의 형제자매들, 직장의 동료들과 함께 마음의 대행자인 손을 잡고 기다림의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류해욱(예수회 ,홍천 영혼의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