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월든에서 가려뽑은 보물같은 명문장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자(글) · 박정태 번역
굿모닝북스 · 2016년 07월 30일
[작가 소개]
콩코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첼름스퍼드에서, 하버드 대학 4년 동안에는 인근 케임브리지에서, 1843년 후반부에 스태튼섬에서 보낸 몇 달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콩코드에서 살았다. 어릴 적부터 자연 사랑이 남달랐으며, 특히 동식물에 비상한 관심이 있어, 어떤 꽃이 어느 때 피는지, 어떤 벌레가 어느 나무 밑에서 서식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1837년 소로는 초월주의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을 만나면서 문학 활동에서 큰 전기를 맞는다. 에머슨은 소로를 두 번이나 그의 집에 집사로 취직시켜 현실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이 기간, 에머슨의 서재에 있던 많은 책을 읽었고 그 덕분에 중국 철학과 인도 철학에도 눈을 뜬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19세기 미국 문학의 주요 사건인 초월주의 운동을 이끌어나갔다. 콩코드에서 잠시 교사 노릇을 했으나, 형 존과 함께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교사직은 적성에 맞지 않고 자연을 탐구하는 시인이 어울림을 확신하게 된다. 소로는 하버드 동창생 찰스 스턴스 휠러와 플린츠 호수에서 캠핑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1837년, 휠러가 지은 오두막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의 생활을 따라 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 하여 콩코드에서 남쪽으로 3킬로미터 떨어진 빙하호 월든 호수 옆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숲속 생활에 들어갔다. 1845년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2년 2개월 동안 호숫가에 살면서 『월든』 초고를 쓰고, 매일 일기를 썼으며, 호수 주변의 동식물과 자연을 관찰했다. 1847년 문명 생활로 돌아온 이후 초월주의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면서 점점 더 행동주의 쪽으로 기울어져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하여 도망 노예들을 캐나다로 탈출시키는 “지하 철도” 운동에도 적극 가담했다. 『월든』과 비슷한 시기에 쓴 「시민 불복종」에는 이러한 삶에 관한 정신적 기초가 충분히 녹아들어 가 있으며, 따라서 두 책은 하나로 읽힌다. 추운 겨울에 숲속에 들어가 나무들을 관찰하다가 기관지염에 걸렸고 이후 폐병으로 악화해 1862년, 사망에 이르렀다.
출판사 서평
자신의 목소리로 《월든》을 낭독하라
“소리를 내어 읽으면 그 울림이 영혼에까지 메아리친다”
소설을 쓰는 어느 작가는 말하기를 “책에는 길이 없다”고 했다. 책만 보아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길은 살아 숨쉬는 현장에서 찾아야지 백날 죽은 활자만 들여다 봐야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면 이게 올바른 길인가 싶을 때도 있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위안과 함께 깨달음을 주는 책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월든》은 바로 그런 고전이다. 《월든》은 소로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교외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2년 2개월간 혼자 생활한 기록이다.
소로는 온 생애를 걸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으려 했다. 그의 눈에는 콩코드 주민들이 가게, 사무실, 농장 같은 일터에서 갖가지 고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젊은이들이 ‘불행하게도’ 농장과 주택, 가축을 상속받았다며, 누가 이들을 흙의 노예로 만들었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이런 온갖 소유물을 짊어진 채 어렵사리 한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참 멋진 역설 아닌가.
이 책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에는 이처럼 직설적이면서도 예리한 소로 특유의 경구(警句)가 가득 들어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온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토록 무모하게 일을 벌이는 것일까?” “나는 아직까지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만나보지 못했다.“ “나의 가장 뛰어난 재주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더 부유하다.” “밥벌이를 지겨운 직업으로 삼지 말고 즐거운 도락으로 삼으라. 대지를 즐기되 소유하려 들지 말라.”
많은 사람들처럼 안정되고 큰 길로 향하는 이들에게 소로는 외친다.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소로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 자신의 고유한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내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추구하는 데 열중하지 말라. 당신 말곤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라. 그 밖의 것은 과감히 버리라.”
소로에게 인생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었고, 소로는 그래서 절대로 헛된 삶을 살고자 하지 않았다. 소로는 우리가 완벽을 추구하는 데 매진한다면 삶을 의도한 바대로 영위해나갈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값비싼 주택과 호화로운 가구, 맛있는 요리를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삶을 허비한다면 시간은 빠르게 소진되지만 삶을 무한한 가치로 여긴다면 시간은 우리 삶을 방해하지 못한다.
19세기를 살다간 소로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특별히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진실되게 살았기 때문이다. 이 책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에 옮겨놓은 소로의 글 한 문장 한 구절은 우리 삶의 핵심과 본질을 함축하고 있는 그야말로 보물 같은 명문장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로의 글을 읽으며 새로운 삶의 방식에 눈이 떠지는 ‘변화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소로는 말하기를, 진정한 삶을 시작하는 것은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일과 같다고 했다. 여행은 무엇보다 발걸음이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배낭을 아무리 깃털처럼 가볍게 꾸리더라도 책 한 권만은 동반자처럼 넣어가야 한다.
이 책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의 맨 처음 기획 의도는 이처럼 여행 중에도 언제든 소로의 가르침을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월든》의 주요 구절들을 소책자로 엮어보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가능한 한 낭독하기 쉽도록 옮겨보고, 소로의 독특한 개성과 호흡이 배어있는 영어 원문을 함께 싣자는 편집 원칙도 더해졌다.
《월든》을 처음 읽는 많은 사람들이 앞부분만 조금 읽다 덮어버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만만치 않은 책의 분량에 비해 흥미진진한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뚜렷한 줄거리도 없고, 시대와 배경 자체도 지금의 우리와 사뭇 다른 책이다 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럴 때 소로와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월든》의 한두 구절을 조용히 낭독하는 것이다. 작은 소리로라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으면 금세 달라진다. 마치 소로의 말소리가 내 귓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생전에 《월든》을 좋아했던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훌륭한 고전은 “눈으로 읽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두런두런 소리 내어 읽을 때 그 메아리가 영혼에까지 울리는 법”이다. 소로의 글 역시 혼자서 조용히 아무 구절이나 소리 내어 읽으면 그 의미가 마음속 깊이 전해진다.
모두들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요즘, 서점에는 자기계발서가 넘쳐나고 행복전도사가 청중들을 불러모은다. 하지만 소로의 서늘한 문장 한 줄은 그 어떤 자기계발서나 그 어떤 행복전도사보다 감동적이다. 소로는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려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를 통해 소로를 만나고 소로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긴다면, 평온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어느새 의도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려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